김지연의 프로포즈 |
김지연 | 바이올리니스트 |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콘체르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해요. 제가 애용하는 (그리고 아마도 가장 외교적일지도 모르는) 답변은 “모두 좋아하지만, 꼭 하나를 꼽으라면, 지금 이 순간 제가 연습하고 연주하고 있는 콘체르토”라는 답변입니다. 처음 차이코프스키의 콘체르토를 접했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요. 저는 10살이었어요. 차이코프스키는 스위스 제네바 호숫가의 클라랑이라는 한 리조트에서 그간 시달리던 우울증이 치유될 무렵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작곡했어요. 밀유코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차이코스프키는 사실 동성애자라서 밀유코바와의 결혼은 단지 의무감에 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차이코프스키가 클라랑에 도착한 다음 날, 모스크바 콘서버토리에서 공부하고 있던 요제프 코텍이라는 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를 방문했어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도움으로 차이코프스키는 콘체르토를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었지요. 2악장 안단테를 칸조네타로 바꾸는 과정을 포함해서도 콘체르토의 초안을 준비하는 데는 한 달도 채 안 걸렸어요. 그때 삭제한 ‘Meditation’라는 제목의 안단테 부분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부작 ‘소중했던 시절의 추억’ 의 도입 부분이 되었고요. 작곡을 할 때와는 달리 콘체르토가 완성된 후에 차이코프스키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쳐왔어요. 새 작품을 선보여야 했는데 아직 명성이 높지 않은 요제프 코텍은 적절한 연주자가 아니었지요. 그래서 차이코프스키는 헝가리 출신 솔로이스트 레오폴드 아우에르에게 콘체르토를 바쳤지만 아우에르는 연주가 불가능한 곡이라며 거절했어요. 그 후로도 몇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차이코프스키는 마침내 아돌프 브로드스키를 설득해 콘체르토를 처음 무대에 올리게 되었어요. 브로드스키의 연주는 크게 나무랄 데 없었지만 초연을 비판하는 리뷰도 많았어요. 영향력 는 비엔나 출신 평론가 에두아르드 한스릭도 공연을 비난한 사람 중 하나였고요. 한스릭은 초연을 천박하고 불쾌한 공연이라고 묘사했어요. 차이코프스키는 위와 같은 좋지 않은 리뷰를 연주자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히려 브로드스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해주어 감사의 표시를 전하며 콘체르토를 아우에르가 아닌 브로드스키에게 바쳤어요. 차이코프스키는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통해 자신의 영혼과 마음을 모두 드러냈어요. 현악기와 함께 시작하는 도입 부분에서부터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마지막 악장의 피날레까지, 차이코프스키는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열 어린 소녀의 마음에도 깊은 감동을 주는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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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David Oistrakh (violin)
Franz Konwitschny (conductor)
Staatskapelle Dresden
1악장 : Allegro moderato (18'56)
2악장 : Canzonetta : Andante
3악장 : Finale : Allegro vivacissimo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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