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7년)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러시안 협주곡의 밤/2007.9.15/예당

나베가 2007. 9. 16. 16:22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핵폭풍이 불어온다


Boris Berezovsky
Meets Russian Composers’ Works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러시안 협주곡의 밤
지휘 :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Dmitry Yablonsky

러시아 피아니즘의 전통을 잇는 적장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러시아 협주곡의 초절정 진수를 선사하는 무대!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우리는 러시아 작곡 거성들을 그의 손끝에서 차례로 만난다.

◈ “여기, 분명히, 위대한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진정한 적장자가 출현했다.” (그라모폰)

<공연후기...>

공연후기에 뭐를 써야할까....

그의 연주를 듣는 내내 내 머릿속은 그저 하얗기만 했다.

아무 생각도 할수 없었고, 또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으니까...

<핵폭풍이라고???>

그래 맞아~ 달리 뭐라 쓰겠어~

 

자리에 욕심을 내...한 가운데 앞자리....C블럭 4열....

한 눈에 들어온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코앞에 딱하니 놓여진 피아노가 시작도 하기전에 시선을 제압해버렸다.

그리고 성큼 성큼 걸어나오는 <보리스 베리조프스키>와 <드미트리 야블론스키>위로 쏟아져 내리는 환성!!

나도 그 속에 합류하여 시작도 전부터 열광했다.

아니....

그의 손이 건반위에 올려진 이후부터는 나라는 존재감은 그만 잃어버렸다.

거대함이 해일처럼 불어 닥쳐  쓸어가 버렸기때문에.....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포문을 연 그의 연주...

그렇게도 수없이 들었던 곡인데....왠만하면 그 거대함과 광할함에 놀랄일도 아닐진데....

지난 <라흐마니노프> 연주때 이미 그의 저력을 다 알고 느끼고 그래서 오늘 있을 감동까지 미리 다 해버렸는데...

코앞에서 들리는 그의 피아노 소리는...  생전에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를 접하는 것만 같았다.

그의 육중한 몸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피아노 위로 실려졌고, 피아노는 그만 폭발해 버릴것만 같았다.

그런가 하면 빛의 속도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의 리드미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타건.

숨을 멎게 하는 감미로움...

 

어쩌면 나뿐만이 아니라 그 스스로도 존재는 없고 음악만이 있는것만 같았다.

도저히 인간으로선 저렇게 연주를 할 수 없다고 느껴졌다.

아니...연습을 해서 연주를 하는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태어나서 음악속에 존재하는....

 

더구나 그의 마력같은 힘은 한곡만이 아닌 늘 그렇게 우리를 놀라게 만들듯...

3곡이나 연속으로 연주를 했다.

그것도 가공할 만한 차이콥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의 곡으로...

 

나는 지난번 76세의 나이로 무려 베토벤 <월광> 전곡을 앵콜곡으로 연주를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던...

공연 시간만 3시간 가까이 가공할 만한 연주를 보여주었던 <티마쉬 바샤리>를 떠올렸다.

물론 그날 무리한 공연으로 담날 김대진과 듀오로 있을 공연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었지만...

암튼,프로그램중 <리스트>곡이 있었는데, 그날 연주를 보고는 나는 '리스트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나는 오늘 그와 같은 느낌을 또 .....

프로코피예프도 그렇고, 쇼스타코비치도 그렇다는...

 

도대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공연을 보면서 늘 같는 느낌이지만 우리는 도저히 상상해 낼 수 없는 감정을 소리로 만들어 내는 작곡가들의 천재성에 가위가 눌리고, 또 그 소리를 표현해 내는 연주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에 앞서 때로는 그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하얀 백지상태를 맞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음악가들은 모두 천재인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는 모짜르트...기타등등 만을 얘기하고 있는걸 보면

도대체 나는???

 

하긴, 어디 음악에서뿐이겠냐마는...

이러면서 나는 남편과 서로 얼굴을 일순간에 바라보면서

"우리는 뭐여~~~ 짐승여??"  하면서 웃곤 한다. ㅎㅎ

 

2번의 인터미션을 갖으며 끝낸 연주...

나는 벌떡 일어나서 열광을 했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수없이 계속되는 커튼콜에 그는 또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 그걸 바란건 아니었는데....

 

너무나 힘든 연주를 한 그는 마지막 곡이었던 쇼스타코비치곡 3악장을 다시 연주 했다.

열광하는 팬들앞에서 그는 깊이 깊이 3단계로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한...너무나 멋진 <베레조프스키>!!

 

오늘 함께 연주를 해준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지난번에도 함께했던 <드리트리 야블론스키>도 !!

 

브라보~~~~

 

밖으로 나온 우리 일행들은 모두 흥분을 내리 누루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이 자리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한번 올려놓으면 절대 다시 내려놓지 못하는데...어떻게 감당할거냐고~~" 난리다.ㅋㅋ

나도 그게 걱정이 되었다.

내년엔 그렇잖아도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을 필두로 굉장한, 가공할 만한 연주단체들이 줄줄이 내한할 예정이어서  경제활동을 두배로 늘이던 지, 밥을 굻던 지....둘중에 하나, 아니 두가지를 다 선택해야 할판인데...에공~~~

 

로비에서 만난 모 기획사 직원을 만나 오늘의 공연 감동에 흥분하다가 뜬금없이 <예프게니 키신>얘기를 꺼내면서

빨리 초청해 달라고 했더니, 아마 조만간에 내한공연이 있을거라나~~

아이구!!!

이 행복에 겨움을 어찌할거나!!!

 

아무래도 내년엔 빼빼마른 말광량이 삐삐처럼 되지 않을까?? ㅋㅋㅋ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강력한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로서뿐 아니라 독특한 통찰력과 섬세함을 지닌 음악가로서 뛰어난 명성을 갖고 있다. 196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엘리소 비르살라즈 교수와 알렉산더 사츠 문하에서 공부했다. 1988년 위그모어홀에서 가진 런던 데뷔 무대 후 <더 타임스>는 그를 ‘현란한 비르투오시티와 가공할 파워를 지닌, 미래가 보장된 아티스트’라고 격찬했다. 2년 후인 1990년, 베레조프스키가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둠으로써 이 예견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콘서트헤보우, 필하모니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덴마크 국립 방송교향악단, NDR 함부르크,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버밍엄 시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달라스 심포니 등의 콘서트에 정기적인 협연자로 출연하고 있으며, 쿠르트 마주어, 샤를르 뒤트와, 볼프강 자발리쉬,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알렉산더 라자레프, 앤드류 리튼, 미하일 플레트네프, 안토니오 파파노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최근에 토마스 다우스고가 지휘하는 스웨덴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해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텔덱 레이블을 통해 쇼팽, 슈만, 라흐마니노프, 무소르그스키, 발라키레프, 메트너, 라벨의 독주 작품집 음반을 내놓았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등도 녹음했다. 그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음반은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라벨 작품집은 <르 몽드 드 라 뮈지크>, <디아파종>, ,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에 의해 추천음반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그는 워너 클래식을 통해 드미트리 막틴, 알렉산더 크냐제프와 함께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해 내놓았고, 이 음반 역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2005년 후반에 쇼팽-고도프스키의 에튀드를 연주한 실황 음반을 내놓았으며 이를 프로그램으로 유럽에서 순회 리사이틀을 가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독주자로, 또는 실내악 연주자로서 베레조프스키는 세계 여러 나라의 각종 독주회 시리즈와 음악 축제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 퀸 엘리자베스홀 국제 피아노 시리즈와 콘서트헤보우 시리즈,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낭트 페스티벌, 브뤼셀, 메가론, 아테네, 버밍엄 심포니 홀에서의 연주를 가졌으며 지난 2006년 한 해에만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본마우스 심포니, 파리 앙상블 오케스트라, 버밍엄 시티 심포니,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실내악 분야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줄리안 라츨린, 브리짓 앙제레, 마이클 콜린스, 랄프 커쉬바움, 스와나이 아키코 등 많은 유명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활발한 실내악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롭게 결성된 베레조프스키 & 멜리니코프 피아노 듀오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며, 유럽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레조프스키 피아노 트리오’의 활동도 활발하다.

◈ [지휘]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Dmitry Yablonsky, Conductor

러시아 출신의 첼리스트 겸 지휘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옥사나 야블론스카야의 아들이다. 모스크바 중앙 음악원의 영재 교육반을 시작으로 줄리어드 음대와 커티스 음대, 예일대에서 공부했다. 예일대 재학시절부터 지휘를 시작했고, 오토 베르너, 유리 시모노프 문하에서 지휘를 배웠다. 1990년에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1999년에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가 되었고, 3년 동안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를 역임했다. 1998년에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접경지대에서 ‘썸머 푸이세르다(Puigcerda) 페스티벌’을 창설했다. 2002년에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가 되었다. 첼리스트로서, 그리고 지휘자로서 낙소스와 마르코 폴로 레이블에서 많은 음반을 남기고 있다.

◈ [협연] 경기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Gyeonggi Philharmonic Orchestra

경기필 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7년 10월 창단된 국내 최초의 도립오케스트라이다. 단원 70명으로 시작된 경기필하모닉은 2007년 현재 90명의 대규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확대되었으며 낭만시대 이후의 말러, 부르크너,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 등 대편성 교향곡을 주 레퍼토리로 년간 12회의 정기연주회와 60회 이상의 기획연주 및 초청연주를 소화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발레와 오페라 중심의 협연 활동으로 국내외 오페라단, 발레단들과 공연하며 “노래하기에 최상의 오케스트라”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2006년 9월에 국내 대표적 지휘자이자 예술 CEO 금난새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영입하여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극대화함으로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 PROGRAM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b단조 Op.23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b minor Op.23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장조 Op.26 
Prokofiev       Piano Concerto No.3 in C major Op.26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장조Op.102
Shostakovich   Piano Concerto No.2 in F major Op.102

 


연속듣기 쇼스타코비치 피협 2번 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