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페라의 레퍼토리가 진화한다.
이탈리아의 베르디와 푸치니 위주의 한정적인 레퍼토리로 세계의 오페라 무대와 비교되던
국내 시장에 오페라 <보체크>는 기획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희소식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알반 베르크의 20세기 가장 획기적인 현대 오페라 <보체크>를 국내 초연한다.
오페라 <보체크>는 독일의 현대작곡가 알반 베르크의(Alban Berg) 대표작으로 게오르그 뷔히너
(Georg Buchner)의 희곡 <보이체크 Woyzeck>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폭력적인 사회 속 억압 받는 약자의 모습을 세련된 표현과 격렬한 감정 표출로 승화한 표현주의
작품이다.
알반 베르크는 세계 음악계의 흐름에 획기적인 반전을 가져온 무조 음악의 창시자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nberg)를 이어 12음 기법으로 쓴 유일한 오페라 <보체크>를 완성하였다.
이는 근대, 현대 음악이 낭만파 음악의 형태를 벗어나게 되는 전환기의 주요한 획을 그었으며,
음악적 전개와 극적 구성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오페라로 추앙받고 있다.
줄거리-
원작 : 게오르그 뷔히너(Georg Buchner)
작곡 : 알반 베르크(Alban Berg)
1막
이른 아침. 보체크는 대위의 수염을 깎고 있다. 대위는 그가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그를
비난한다.
보체크는 덕망 있게 산다는 것은 부자들에게나 쉬운 일이라고 대답한다.
넓은 들판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는 보체크와 안드레스, 보체크에게 여러 가지 환각이 보인다.
집에 있는 마리는 창가에서 군악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군악대장이 그녀에게 신호를 보내면 마리는 창문을 닫아 버리고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준다.
보체크가 돌아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마리는 불안해진다.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서 보체크는 의사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되어 끈질긴 실험에 시달린다.
의사는 편안한 보금자리의 대가라며 그를 위협한다.
한편, 군악대장이 마리 앞에서 보란 듯이 재고 있다.
마리는 그를 밀쳐내지만 결국은 집에 받아들인다.
2막
마리는 군악대장이 선물한 귀고리를 해 보고 흡족해 한다.
보체크가 귀고리에 대해서 따져 묻고는 그녀에게 급료를 주고 가버린다.
길에서 의사와 대위가 보체크를 불러 세운 후 마리의 부정을 놀려대고, 보체크는 마리에게 달려가
그녀에게서 외도의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때리려고 손을 든다.
그녀가 맞을 바에야 차라리 칼에 찔리는 것이 낫다며 소리를 지르자 그는 아연실색해 멈춰 선다.
여관에서 보체크는 군악대장과 춤을 추는 마리를 쳐다보고 있다.
한 미치광이가 그에게 다가가 피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또한 병영에서 보체크가 환각에 사로잡혀 신음 소리를 낸다.
술에 취한 군악대장이 보체크를 약 올려 두 사람은 격투를 한다.
3막
마리가 성서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체크가 마리를 호수가 근처로 데리고 온다.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에 그녀의 목을 칼로 찌른다.
여관에서 보체크가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마르그레트가 보체크의 손에 묻은 피를 보게 되고, 보체크는 도망친다.
호수가로 돌아온 보체크는 칼을 물 속에 던져 버리고 몸에 피가 묻었다고 생각한 채 물 속으로
들어가 익사한다.
마리의 집 앞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 중에 한 아이가 마리의 아들에게 엄마가 죽었다고 말한다.
아이는 놀이를 계속한다.
출연진-
** 14일,16일 공연 **
- 보 체 크 Wozzeck (Baritone) : 오승용
- 마 리 Marie(MS) : 김선정
- 군악대장 Tambourmajor (T): 임제진
- 대 위 Hauptmann(T) : 이인학
- 의 사 Doktor(B) : 함석헌
- 안드레스 Andres(T) : 박 웅
안무가-홍승엽
연출가-양정웅
지휘자-정치용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은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시작을 알린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Wozzeck>를 오는 6월,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으로 올린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국립오페라단 ‘마이 넥스트 오페라(My Next Opera)’의 첫 번째 무대다.
오페라 <보체크>는 독일의 대표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chner)의 희곡 <보이체크>를 원작으로 작곡가 알반 베르크(Alban Berg)가 완성하여 1925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Berlin State Opera)에서 초연한 급진적인 현대 작품이다. 내용면에서는 자신의 정부를 살해한 군인이 의학적 소견만을 근거로 공개처형 당한 실화를 고발한 사회극이며, 형식면에서는 전형적인 표현주의 작품으로 특히,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적인 기법으로 쓴 최초의 오페라다. 드라마 구조와 음악적 전개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기존의 오페라나 바그너의 악극보다도 한 단계 앞선 형태를 선보여 초연 이후 세계 음악사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연극 <보이체크>로 국내 무대에 자주 올려졌으나 오페라로서는 처음이다.
지휘자 정치용은 ‘현대 오페라,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무조 음계를 사용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장르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영화의 예를 들자면, 멜로가 있다면 스릴러와 코메디 그리고 독립영화도 있다. 멜로가 사랑의 달콤함을 이야기한다면, 이번 작품은 삶의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보체크>는 한 인간의 충격적 실화로 발기된 사회적 문제를 지금의 동시대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는 200년 전의 사건이지만, 현재와 연결되는 주제적 특성을 살려 지금의 ‘소통 언어’로 투영하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이 만든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부속품처럼 존재하는 소시민이 비도덕적 상황에 노출되면서 파괴되는 과정을 최소의 재질만을 살린 미니멀리즘 양식의 표현주의로 선보인다.
사회를 들여다보는 오페라,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공연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털어낸다. 연출가 양정웅은 ‘극이 현대 사회를 치환하고 있지만, 서사적인 해설이 아닌 이미지로 극을 이끌 것이다. 관객 개개인의 해석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며 이미지적 연출에 대한 입장을 강조하며 ‘<보체크>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오페라다. 철학적이며 사회적인 작품이지만 또한 열린 구조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작품보다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한 조형성이 강조된 무대는 알루미늄, 철판, 콘크리트로 겹겹의 아치를 이루고 상황에 따라 나무와 물 등 자연적 요소를 대비하여 극과 극의 충돌을 보인다. 무대·의상디자이너 임일진은 ‘장식을 배제하고 각각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미니멀리즘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직면하게 했다. 마치 흑백사진 속에서 선명한 칼라를 발견한 듯 대비되는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정서적 혼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무용가 홍승엽(댄스씨어터온 대표)이 안무가로 합세하여 캐릭터의 움직임을 새롭게 뽑아내 언어화하는 작업을 통해 배역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이는 단순히 ‘무용’이 아니라 방향, 위치, 이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으로 기존 오페라 무대에서는 드문 시도다.
주목할 점은 지난 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에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자아낸 지휘(정치용), 연출(양정웅), 무대미술가(임일진)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과감한 스케일과 세밀한 전개가 바탕을 이룬 지휘자 정치용이 원곡의 4관 편성을 37인조의 독일 에버하르트 크로케(Eberhard Kloke) 버전으로 전환하여 TIMF앙상블을 이끈다. 연극, 오페라, 발레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호연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양정웅은 이미 ‘폴란드 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이집트 카이로실험연극제’, ‘영국 바비칸 센터’ 등 세계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과의 열린 소통의 무대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선택된 디자이너는 단연 천생연분의 꿈의 공간을 만들어낸 임일진이다. 이미지가 극을 이끄는 이번 작품에서는 절제된 감성과 과학적 구도로 충격적인 공간을 미학적으로 완성한다.
폭력적인 사회 속 억압 받은 약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보체크’역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상근단원인 바리톤 오승용이 맡아 열연한다. 지난 3월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에서 아모나스로 역으로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조 있는 음색으로 침묵하는 순간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연기파 가수 김종화가 같은 역으로 경합을 벌인다. 이 외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소프라노 이지은, 테너 이인학, 임제진, 베이스 함석헌, 김진추 등 차별화된 실력파 가수들이 합세하여 한국 초연의 감동을 더한다.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도 높은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무대에 소개되지 못한 오페라의 상연을 이끄는 새로운 기획에 초점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 <보체크>를 시작으로 해마다 선보일 이번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이탈리아 오페라 위주의 한정적인 레퍼토리가 대부분인 국내 오페라 시장의 갈증 해소에 나선다. 이로써 폭 넓고 다양한 레퍼토리 확산과 시장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다. 내년에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Les Pecheurs de Perles>로 이어진다.
공연후기...
LG아트에서 하는 공연들은 이제까지 내 기본적인 생각들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파격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보다는 그때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오랫동안 여운을 갖게 하는..
그래서 처음 접하는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늘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고, 결국은 공연장에 가 앉아있게 만드는...
오늘 작품<보체크>도 예외없이 예매창이 뜨자마자 예매를 해버렸다.
더우기 이번 작품은 그동안 LG에서 주로 봐왔던 현대 무용이 아닌 오페라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특히 최근에 나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오페라>이지 않은가!
그것도 <무조음악과 표현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오페라!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훌륭한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실험적 작품-마이 넥스트 오페라의 첫단추!
나름 예습을 하고 간 나는 막이 오르는 그 순간부터 놀라움과 경탄의 연속에 빠졌다.
이제껏 보아왔던 오페라 무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미술로 말하면 사물의 형태가 없고 오직 기하학적인 단면과 색상과 질감...만으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와 느낌을 전달하는..
비구상 작품.....
비대칭의 기하학적인 선과 질감...검은색과 회색, 흰색등 무채색만으로 가득한 색, 투명한 아크릴판 뒤의 이발하는 사람들의
이미지, 동작,,, 직접 사람의 얼굴에다 하지않고 그 판위에 비누 거품을 묻치며 면도를 하는 장면,
마치 조각상 받침대 위에 놓인 작품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인물 등장.......이 첫 장면부터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든 장면들은 마치 지금 내가 오페라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현대 미술제에 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조형미의 아름다움 속으로 빠뜨렸다.
1막 2장에서의 들판을 형상화한 삼각형의 잔디, 마리의 방을 이미지화한 S자형의 안과 밖, 무채색속에 빨간색의 색의 대비.
천정으로 부터 내려온 거울속에 비친 마리의 방의 모습,..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그 자체로 완벽한 조형미를 가진 설치작품이었다. 놀라움은 비단 무대뿐만이 아니었다.
등장 인물들의 순간 멈춤으로 상황을 설명하도록 설정한 것도 가히 놀라울 상상력이었다.
현대인들의 바쁜 삶을 표현한 거리- 사람들의 순간동작의 멈춤으로 그들은 조각상이 되어 무대 미술이 되기도 하고,
침대를 형상화시켜 만든 하얀 판위에서 잠자는 모습 장면, 거기에 기막힌 조화를 이끌어 낸 보첵의 언발란스 회색무대,빨간 쿳션의 색채대비...
특히 2막 시작부분-여인숙의 조형미와 이미지 표현은 놀라울 만큼 빼어났다.
대여섯명의 오케스트라 주자들이 직접 분장을 하고 그 여인숙 아래에 있는 클럽에서 연주를 하게 한것
마리와 군악 대장의 환락적인 삶과 함께 각각의 방에 현대인의 외로운 삶의 모습을 이미지화 시켜 넣은것,
3막에서 마리를 죽이려고 유인해 간 숲속 이미지
총을 쏘는 장면과 마리가 죽는 장면
그리고 보체크의 죽음- 연못의 이미지...보체크가 물속에 들어갔을때의 출렁임....
보체크가 물속에 완전히 잠기며 죽는 장면..
아이들의 등장, 극에 달한 쓸쓸하고 황량한 이미지...
최소한 설명은 줄이고 이미지만 보여주며 나머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채우게 만드는 표현주의가 미술에서 시작해서, 음악, 건축, 문학으로까지 흘러들어간 현대사조...그 절제된 아름다움을 오늘 이 보체크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현대무용가인 홍승엽씨가 이 작품에 함께해 움직임 연출을 맡았는데, 마치 지난번 <리날도>에서 피치 감독이 모든 움직임을 도우미들을 써서 통째로 움직인거와 흡사한,무대자체가 회전하면서 등장 인물들이 통째로 움직였는데, 리드미컬한 박진감과 함께 현대적인 조형미와 모든게 딱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감각을 느끼게끔 했다.
무엇보다 검은색이 주조인 심플한 현재적 감각의 LG아트센터 공연장을 선택한것도 이 오페라가 표현하려고 했던 이미지의 연속이라 생각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노래도 대체적으로 잘 소화해냈고, 여 주인공 마리의 앙탈과 고뇌...
힘든 삶에서 점점 정신 분열중세를 보이고, 그 버팀이었던 마리의 배반에 광분하며 살인까지 저지르는..
그리고 자신도 물에 빠져 죽는 절망적인 보체크 연기와 노래..등이 특히 가슴에 남는다.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아름다운 아리아가 없어도, 화려하고 방대한 스케일의 무대가 아니어도
화성이 없어 자칫 불협화음만이 가득한거 처럼 느껴져도,
이렇게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두번 세번 보면서
이 오페라가 전달하려고 했던 무한한 이미지속에 깊이 빠져보고 싶은 오페라 였다.
팜플릿도 오페라 원작만큼이나 공을 들여 내용이 아주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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