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7년)

나쵸두아토-날개 /2007.6.8 /LG아트센타

나베가 2007. 6. 9. 04:48

 

 

나초 두아토와 토마스 판두르의 <날개>
Nacho Duato & Tomaz Pandur
with Compania Nacional de Danza

 

 

 

 


◈ 공연 소개

나초 두아토와 토마스 판두르, 유럽 최고의 안무가와 연출가가 만났다!
유럽 최고의 안무가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나초 두아토(Nacho Duato)와 그가 이끄는 스페인

 국립무용단(CND)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전 두 차례의 내한공연을 통해 스페인적인 감수성과

서유럽적인 세련미로 관객들을 매혹했던 이들은, 이제‘토마스 판두르(Tomaz Pandur)’라는 또 다른

연극계의 거장을 가세시켜 최신작 <날개 (Alas)>를 선보일 예정이다. 나초 두아토와 토마스 판두르,

 두 예술가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예술계의 큰 화제가 되었다. 두아토는 클래식하고

절제된 테크닉과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독특한 스타일로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풀어내며 현대 무용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온 거장 안무가. 그리고 판두르는 독일 탈리아 극장과 함께 선보인 단테의 <신곡>을

 통해 1만 4천행이 넘는 단테의 난해한 언어를 지옥, 연옥과 천국의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해 냄으로써

 천재성을 인정받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연출가이다. 지난 2002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던 <신곡>

3부작은 완전매진을 기록하며 당해 한국 공연계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바 있다. 이들 두 거장이

손을 맞잡고 이루어낸 결과물은 2006년 4월에 발표된 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에게 칸느 영화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1987)>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두 거장이 무대 위에 쓴 <베를린 천사의 시>
동서로 분단된 통일 직전의 베를린. 이 잿빛의 음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과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천사의 여정을 시적인 영상과 철학적인 언어로 담아냈던

<베를린 천사의 시>는 나초 두아토의 독특하고도 감각적인 스타일과 토마스 판두르의 정제된 연출을 만나

원작을 초월한 한 편의 극적인 시 <날개>로 무대 위에 거듭 태어났다.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구원에 대한 희망을 담은 이 작품에는 2005년 부상으로 인해 내한공연 출연을 취소했던

CND의 예술감독 나초 두아토가 직접 출연하여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불멸을 포기하는 천사

다미엘 역을 맡아 무용과 독백을 선보일 예정이다.

◈ 안무가 소개

안무가 : 나초 두아토 (Nacho Duato)


 

나초 두아토 (Nacho Duato)
1957년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에서 태어난 나초 두아토(Nacho Duato)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18세에

 무용을 시작해 영국 런던의 램버트 학교(Rambert School),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모리스 베자르

(Maurice Bejart')의 무드라 학교(Mudra School)에서 수학하였고 미국 뉴욕에 있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센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Centre)에서 훈련을 마쳤다.

1980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쿨베리 발레단(Cullberg Ballet)에서 무용수로서의 첫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불과 1년 후인 1981년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일컬어지는 이리 킬리안(Jiri Kylian)의 인도로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Nederlands Dans Theater : NDT)에 합류하였다. 1987년 유럽 최고의 무용가에게

수여하는 VSCD의 Golden Dance Award를 수상하는 등 무용수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점점 안무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1983년에 발표한 그의 첫 안무 작품 <닫혀진 정원

(Jardi Tancat)>은 큰 성공을 거두어 쾰른에서 열렸던 국제 안무 워크숍(International Choreographic Workshop)

에서 1등상을 안겨주었다. 1988년 NDT의 상임 안무가로 임명되면서‘킬리안의 후계자’로서 유럽 무용계의

 주목을 끌었던 그는 킬리안, 한스 반 마넨(Hans van Manen)과 같은 천재 안무가들과 교유하면서

주옥 같은 레퍼토리를 양산해냈다.

이어 1990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스페인 국립 무용단(CND)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두아토는 전통 클래식

만 고집해오던 무용단을 현대 무용단으로 탈바꿈하여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고전 발레의 테크닉과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독창적인 무용을 추구함으로써 CND를 세계 정상의 무용단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는 NDT와 CND 외에도 쿨베리 발레단, 도이치 오퍼 발레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영국 로얄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무용단을 위해 작품을 안무하면서

세계 현대 무용의 발전을 주도해오고 있다.

1995년 두아토는 주 스페인프랑스 대사관이 수여하는 예술문학훈장(Chevalier dans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받았고, 1998년에는 스페인 정부가 예술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하는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작품 <멀티플리시티 (Multiplicity), 침묵과 공(空)의 형상

(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으로 세계 무용 협회가 수여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Benois de la Danse) 안무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무용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으며

 흔히‘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역대 수상한 안무가만 해도 존 노이마이어, 지리 킬리언,

 롤랑 프티, 윌리엄 포사이드 등 아주 화려하다. 이의 수상으로 나초 두아토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안무가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 연출가 소개

연출가 : 토마스 판두르 (Tomaz Pandur)


 

토마스 판두르 (Tomaz Pandur)
슬로베니아 출신의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Tomaz E. Pandur)는 흔히 발칸 지역 최대의 수출품으로

일컬어진다. 1963년 슬로베니아의 마리보르(Maribor)에서 태어난 그는 류블라냐(Ljubljana) 대학에

진학해 연극ㆍ영화를 공부했으며 1989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마리보르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이 되면서

연극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후 1996년에 이르기까지 판두르는 괴테의 <파우스트 (Faust I&II)>,

셰익스피어의 <햄릿 (Hamlet:North-Northwest)>,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카르멘

(Carmen: An afternoon at the brink of European History)>과 <바빌론 (Babylon)>과 같이 유럽 전역에

 잘 알려져 있는 보편적인 소재들을 선택하여 ‘언어’ 보다는 ‘이미지’를 강조한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 독창적인 상상력과 독특한 색깔이 입혀진 그의 작품들은 그로 하여금 연극에 있어서도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슬로베니아를 넘어서 세계 연극계와 소통하게 해주었고 이를 통해 그의 이름은

유럽 각지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판두르의 천재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1993년 슬로베니아에서 초연되었던 작품,

단테의 <신곡 3부작>이었다. 유럽 곳곳의 페스티벌과 공연장에 초청되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곡>의 엄청난 성공으로 그는 단숨에 평론가와 연극팬들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극계의 기대를 잠시 뒤로 한 채 판두르는 1997년 연극계를 떠나 뉴욕 등지에서

영화 작업에 몰두하였다. 이렇게 최고의 위치에 오른 후 잠시 연극계를 떠나있던 그를 다시 불러들인 작품

은 바로 <신곡>이었다. 전쟁에 휩싸인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그는 다시금 <신곡>에 손을

대기로 한다. 1998년 독일 함부르크의 탈리아 극장과 함께 재작업한 <신곡>은 혼란에 휩싸인

그의 고향 발칸과 이 세상에 바치는 작품으로서 충격적이고 스펙터클한 무대와 팽팽한 긴장감, 극적인

 에너지로 다시 한번 세계 연극계를 사로잡았다. 이후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강렬한 이미지와 과감한

 연출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는 판두르는 단연 21세기 세계 연극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연출가로 손꼽히고 있다.

아이가 아이었을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나는 여기에 있고 저기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공간은 어디에서 끝이 날까?

태양 아래 이 인생은 단지 하나의 꿈은 아닐까?

내가 듣고 내가 보는 모든 것은

세상 앞의 한 세상의 허상은 아닐까?

< 날개> 중에서

 

공연후기...

 

나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접하면서 그 작품의 아름다움에도 감동을 받지만, 그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천재성에 압도당하곤 한다.

그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시선으로...세상을 인식하고, 그 느낌을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놀라움으로 전달해 준다.

때로는 그 순간...전율이 일기도 하고,

때로는 그 순간에는 이해할수 없어도 두고 두고 가슴 저편에 남아 나를 지배하기도 한다.

 

그들의 몸짓은 단순한 창작력이나 아름다움의 표출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의 산실도 아닌....

범인들은 도저히 범접할수 없는 ...마치 동물적인 후각과 감각으로 세상...아니 우주를 인식하고 표출해 내는 것이다.

<천재...>.

그래. 그들은 아예 천재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순간이지만, 그들의 천재성을 빌려 세상을 느낄 수 있음에 환호한다.

그것도 극한까지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숨막히고 짜릿한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표현한것이 아닌...

통일 직전의 베를린...음울한 잿빛도시를 배경으로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천사를 등장시켜 이토록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수 있음이 곧 예술이 가지고 있는 저력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다 라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했다잖은가!!

 

어두운 무대의 중앙부에 거대한 알루미늄 구조물을 세우고,마치 추위에 얼어붙은 유리창 같은 느낌속에 어렴풋이 사람의 형체가 비춰진다.

꼭대기에서 부터 서서히 내려오는....그것이 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이...언제부터였는 지, 무대 아래에선 남녀 무용수들이 미끄러지듯 춤을 추고 있었다.

 

인체의 두드러짐을 그대로 살려낸 살색의 심플한 의상...

상의는 입지않고 하의만을 입어서 인간의 근육마저 그들의 고통을...마치 살아 꿈틀대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한 남성 무용수들..

그들의 아름답고도 놀라운 몸동작과 표정은 시작부터 그들에게 사로잡히기에 충분했다.

 

구조물 꼭대기에서 부터 어느새 내려왔는 지..  <나초 두아토-천사 다미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춤을 추면서 내뱉는 독백은 가슴 시리도록 절절한 감동으로 젖어들었다.

도저히 춤과 어울릴것 같지 않은 독백이 이렇듯 철학적 깊이까지 더하며 아름다움을 줄수 있다니....그가 표출하고자 하는 내면에 극적인 긴장감 마저 더했다.

 

그는 춤을 추면서 <고독>을 말했다.

인간은 고독속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고....

 

그의 독백은 하나같이 내 마음 깊숙이 긍정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이내 한무리 쏟아져 나온 무용수들....

자유 자재로 추는 그들의 몸짓에서 반항적인 힘이 느껴졌다고 할까....

 

시시각각으로 구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은 수많은 형상들은 만들어 냈고,순간 순간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부각시켜 주었다.

 

어느 순간 구조물로 부터 쏟아져 나오던 불빛들은 알파벳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번져나온 알파벳들은 점점 전체 배경으로 깔리고, 그 글자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무대 전체를 꽉 메우며 빠른 속도로 스쳐지났다.

음악...

영상...

독백..

무용수들의 움직임..

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그리고 언뜻보면 전라처럼 보이는 의상...

캉캉 춤을 연상케 했던 기인 살색 발레복.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살려낸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의상들은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최고의 의상상을 휩쓸었다는 명성을 다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근육 하나 하나가 마치 살아 꿈틀대는 듯한 몸...

유려함과 서정미를 표현해 내면서도 동시에 독특한 극적인 상상력을 담아낸 고 난이도의 춤...

목선의 힘줄까지 도드라졌던 몰입의 경지에 오른 표정...

그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이 짧은 어휘력으로 어찌 표현할수 있을까??!!

 

특히 나초 두아토가 남자 무용수와 추었던 2인무는

마치 자신의 내면속에 가득한 고뇌와 욕망을 떨구어 내고 자유를 갈망하는 몸짓...

또 다른 자아를 보는 것만 같아.....  

정말 전율이 일도록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장면...

천정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초 두아토는 그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춤을 추었다.

 

"아! 저게 물에서 춘다는는 춤인가 보다~"

이러는 사이 망원경 한쪽 구퉁이로 바닷가 모래사장이 젖어들어 가는 듯한 흐름이 보였다.

이게 뭐야~~

오옷~~ 물이 서서히 번져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짜릿함이란!!

 

무용수들은 그 물속에서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 물을 튕기며 춤을 추었다.

그것은 정말 신음 소리가 날만큼 획기적인 춤사위였다.

 

그러면서 무용수들은 하나 하나 사라지며 거대한 구조물 속으로 들어갔다.

어느사이 한쪽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나초 두아토만을 남겨둔 채....

한겨울 성에가 잔뜩 낀 유리창 같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끝부터 바닥까지 사람들로 뒤엉켜 있는

구조물은 정말 신비롭고도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그 앞 물위에서 나초 두아토는 쉼없이 춤을 추었다.

막이.. 물속에서 춤을 추던 그를 완전히 가릴때까지...

박수가 환호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두 거장은 이 작품에서 천국과 지옥, 사랑과 두려움, 세상과 진실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고독을 이야기 하려 했다한다. 이 과정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며 전하려는 메시지는 천사를 통한 구원= 아름다움!!.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물>은 정화와 세례를 의미한다고 한다.

천사의 도움으로 고통속에서 허우적 댔던 그들이 구원을 받는 장면이 그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것 ...천사가 시작에 그 거대한 구조물 끝에서 하염없이 내려다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면 그렇게 이해가 될것도 같다.

 

굳이 말로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작부터 엔딩장면 마지막 그 순간까지 짜릿함으로 온몸을 전율케 했으니까...

정말 잊지못할 멋진 공연이었다.

 

<나쵸 두아토...>

도대체...1957년생이니, 50이 넘었는데, 그렇게 멋진 몸으로 그런 춤을 출 수 있다니..

인간의 몸도 무한한거야~

 

엊그제 73세의 나이에 광기에 젖어 신들린 사람처럼 연주를 했던

피아니스트 <타마쉬 바샤리>가 오버랩되며 그것에 확신이 들었다.

 

12일...아람누리에서 있을 그의 대표작 소품 3개도 너무나 기대가 되 가슴이 벌써부터 꽁딱거리고 있다.

이런 공연을 유치한 LG아트를 찬양하듯 소란을 떨며 오늘도...소희, 일숙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인터뷰] 춤의 거장 나초 두아토 "춤은 동화가 아닌 현실"

입력시간 : 2007-06-04 18:52

“무용은 현실이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춤으로 표현,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계 정상의 안무가 나초 두아토(50)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02년, 2004년 공연에 이은 세 번째 내한공연. 나초 두아토는 이번 공연에서 단테의 <신곡>을 연출한 차세대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6월 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토마스 판두르와의 작업에 대해 "차이점보다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의견이 다르다 싶으면 피해가려고 노력했고 서로가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2006년 4월에 발표된 신작 <날개(Alas)>는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87)>를 무대화 한 작품. 80년대 후반 정치, 문화적으로 암울한 시대를 거친 독일을 배경으로 인간의 ‘고독’, ‘사랑’, ‘죽음’ 등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춤으로 표현했다.

작품에서 나초 두아토가 맡은 역할은 연민과 사랑으로 불멸을 포기하는 천사 다미엘 역. 그는 "보통 무용공연과는 달리 런닝타임 내내 출연하기 때문에 명확한 캐릭터를 완성해야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춤뿐만 아니라 독백도 들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사가 있고, 역할이 분명한 연극 같은 공연은 무대로 복귀하는 것을 꺼려왔던 그의 마음을 뒤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저 단순하게 춤만 추기 위해서라면 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날개는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극의 마지막 물이 차오르는 장면. 인간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연상시키면서도 구원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극은 최고조에 이른다. "물위에서의 움직임은 미끄럽지만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여지는 느낌이라 자유롭다. 물고기가 된 기분으로 춤을 춘다"

전통 클래식만 고집해오던 스페인 국립 무용단(CND)을 현대 무용단으로 탈바꿈시키며 CND를 세계 정상의 무용단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한 나초 두아토의 열정과 집념, 변화와 결합의 무대 <날개>는 6월 6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카스트라티> <황금빛 골드베르크> <화이트 다크니스>로 꾸며진 소품 3부작은 12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현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