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2007.2)

인도.네팔 여행기- 1 /2007.2.23~3.6.

나베가 2007. 4. 8. 13:09

여행을 시작하며...

 

2007.2.23.

 

모든건 결정하기까지가 힘든것이다.

여행을 떠나기로 맘먹기가 힘들었고,결정하고 나니 이젠 어디로 떠날것인가, 며칠간 갈 것인가, 언제 갈 것인가, 어느 여행사로 갈것인가....꼬리에 꼬리를 물듯 선택할 것이 산더미같이 밀려왔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내게 많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일일이 들여다 보지 않을 수도 없고, 다 �터보자니 그 또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것 저것 따져야 할것들이 더욱 많아져서 그리고 그에 따른 포기해야 할 것들까지....갑자기 어느 순간에

"그만 두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러는 사이 내가 맘에 두고 있던 상품들이 마감이 되어버렸다.

결국 중순에 출발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고.....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공연들을 줄줄이 포기해야만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호암에서 하는 <스크린 오페라 2개>와 서울 시향 <실내악 브람스 페스티발>,

<암스텔담 헤보우 쿼텟&최희연.>

패키지 예매라서 취소도 되지않는 LG아트센타 -아프리카 음악 <유쑨두>

취소하기 가장 안타까웠던 <드레스덴&성십자가 합창단> 의 <바흐 마태수난곡 >공연과 담날 <모짤트 레퀴엠>공연

<이동규&김선혜 종교음악 듀엣콘서트>까지...

ㅠㅠ

즈음에 왜 이렇게 보고 싶은 공연들이 많았는지....

그 선택이 그렇게 어려웠는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 가슴 한편에선 또 다른 쾌감이 일기도 했다. 아마  여행에 대한, 여행지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로 가슴속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들 레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냥 휴강으로 뒤로 미뤄버릴까...보충을 할것인가....

많은 시간의 보충이 결코 쉽지는 않았는데, 느닷없이 일정 변경 통보가 온것이었다. 대한한공 직항으로 항공 스케쥴이 바뀌고, 여행중 이동도 항공 이동으로 몇개가 바뀌면서 출발 일정이 바뀌게 된것이다.

시간상으론 이틀이나 줄어들어 섭섭한 감도 있었지만, 내겐 일부러 그렇게 짜맞추기도 힘들 정도로 환상적으로 시간이 짜맞취지게 된것이다.

게다가 대한한공 마일리지도 덤으로 받고, 비행 시간의 단축과 항공 이동으로 고생스러움이 덜어진 것도 보너스!!

 

졸지에 얻어진 환상의 일정이었지만...그에 따른 산더미같은 일거리들을 해결하느라 한치의 여유도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레슨 보충과 오랜 집비움의 준비들...피곤이 쌓일데로 쌓였지만 여행의 기대로 느껴지는 큰 기쁨들로 이 모든것들은 단숨에 KO!

 

마지막 레슨을 끝내자 마자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여행 출발!!

오랫만의 혼자서의 여행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혼자서의 여행은 아니다.

혼자서의 사색과 또다른 사람과의 만남의 설렘은 빼앗겼다.

2003년 동유럽 여행에서 만난 동순씨가 이 여행에 나중에 합류했기때문이다.

삶이란 어쩌면 빼앗기는것= 얻는것이 딱 들어 맞아서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일행이 생겨서 혼자만의 여행에서 얻는 사색의 즐거움은 빼앗겼지만, 외로움과 돌아올때의 난감(새벽 1시에 도착)에서 헤어나게 되었으니까...

 

공항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일숙언니와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저 일상처럼 생각 되어졌던 그들의 관심이 고마움으로 깊게 파고 들어왔다.

공항에 도착을 하니,지독한 황사때문에 비행기가 갈수 없어서 2시간이나 연착이 된다고 했다. 사실 2시간 딜레이 되는건 별거 아니었는데, 정시로 가도 새벽에 뭄바이에 도착을 하는데..잠을 잘시간이 거의 없어진다는게 부담이 되었다.

 

"연이틀 집안일 때문에 잠을 못자서 첫 날을 잘 보내야 하는데...

 에잇~ 까짓거..기내에서 자면 되지 뭐~

 며칠 동안 못자고 피곤에 절어서 곯아 떨어질텐데...아마 깨면 인도에 도착해   있을 거야.ㅎㅎ"

 

비행기 딜레이로 인해서 갑자기 시간의 여유가 많아졌다.

동순씨와 일찌감치 짐을 부치고, 마일리지도 입력하고, 곧바로 입국수속을 마쳤다. 달리 살것도 많지않아 한바퀴 휘~ 면세점을 돌고나서 식당으로 갔다.

기내식을 먹을것이지만 11시가 넘어서나 먹게되니 그동안에 뭘좀 먹어야했다.

커피까지 마시고...게이트 앞에서 얘기를 하다보니 금새 시간이 갔다.

 

비행기에 오르니 웬 인도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거의 만석인 기내에는 우리 여행객만 빼고는 모두가 인도인 인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인도인들이 살고 있단 말인가? 아님 교역이 ??

한국인으로 가득했던 여늬 여행때의 기내안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더구나 대한항공인데...

낯설음을 지나치니 거의 끝쪽에 우리 여행객의 얼굴들이 보였다.

대다수가 퇴직후의 부부들로 보였다.

약간의 빈자리가 있어 이동들을 하여 졸지에 나까지 편하게 앉게 되었다.

어른들께서 배려를 해주어 뒷자리에 있던 동순씨와도 함께 앉게 되었고...

 

정말 타자 마자 잠시 잠이 들었었다.

가이드가 입국카드를 전해주기 위해 깨우기 전까지....

기내식을 주기위해 부산한 스튜어디스들 사이로 언뜻 스친 TV모니터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세기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었다.

오옷~ 나는 서둘러서 이어폰을 꽂은 채 기내식을 먹으며 이 뜻밖의 행복을 즐겼다.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성가곡, 캐롤등 편안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기내식을 먹으면서 잠을 자려고 와인까지 한잔 마셨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이불까지 뒤짚어 쓰고 별짓을 다했지만 잠은 점점 더 달아나는 듯 했다.

결국 나는 잠자기를 포기하고 책을 보기로 했다.

지나치던 스튜어디스가 친절히 말을 건냈다.

"잠이 오시지 않나보네요~마실것좀 갖다 드릴까요?"
"녜, 와인 좀 주세요~"

땅콩과 와인을 마셨다. 술이 취해오는 지 온몸이 나른해 지면서 기분이 몽롱해졌다. 시계를 보니 도착시간 2시간전이다.

 

"아~ 이제야 잠이 오려나부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글씨가 흔들렸다.

 

"자자! 2시간이라도...."

 

 

  드보르작: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 데 로스 앙헬레스, 르네 플레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