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ㅣ감독 톰 튀크베어ㅣ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레이첼 허드 우드ㅣ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ㅣ장르 드라마, 스릴러ㅣ등급 15세 관람가ㅣ시간 147분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손쉽게 만들어졌으리라는 편견이 뒤따른다. 일단은 탄탄한 구성에 대중성까지 갖춘 스토리를 손에 쥐고 출발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작의 판권을 사들이는 것에서부터, 각색이나 캐스팅등에 더욱 많은 부담과 고초가 따르기 마련. 물론 영화 [향수]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원작자 파트리그 쥐스킨트로부터 판권을 사들이는데만 15년, 각색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원작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탓에, 대부분의 감독들이 영화화를 꺼려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이 때 연출을 자처한 톰 튀크베어 감독과 신예 벤 위쇼가 가세하면서, 작업에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프랑스, 갓난아이 때 생선 시장에 버려진 그르누이(벤 위쇼)는 고아원에서 길러진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적인 후각을 가졌던 그는, 냄새만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다. 어느덧 성인이 된 그르누이는 향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퇴물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의 제자로 들어간다. 그르누이는 그에게서 향수 제조법을 배우면서, 꽃잎이나 과일의 향이 아닌 ‘사람의 체취’까지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모든 향기를 가둘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향기의 낙원인 그라스로 떠나는 그르누이. 마침내 그는 향기를 보관하는 법을 습득하고, 사람의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향수]에 등장하는 배경과 소품은, 18세기의 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4개월간 제작된 천 여벌의 의상은, 당시로 순간이동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원작의 치밀한 묘사를 머릿속으로만 떠올려야했던 독자들은, 화려한 비주얼에서 색다른 만족을 느낄 것이다. 더불어 생동감 넘치는 화면 구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컨대, 악취나는 생선시장에서 그르누이가 태어나는 장면은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게 그려진다. 또한 시장에 펼쳐진 갖가지 사물과 그 냄새를 음미하는 그르누이의 들뜬 얼굴은 빠르게 교차되면서, 극은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물론 3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을 압축시키다 보니, 허술한 이음새도 드러나기 마련. 예컨대, 원작에서 그르누이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희생자들은, 특유의 향기를 지닌 여인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에 쫓기다보니, 원작의 '향기'를 녹여내지 못하고, 그르누이의 손에 잡히는대로 여인들을 죽여나간다. 자연히 미션처럼 되어버린 ‘13개의 향수병을 채워라’는, 빨리감기 화면으로 한순간에 지나가버릴 따름이다. 대신 향수에 취한 사람들의 환락적인 장면이나, 그르누이가 최후를 맞는 장면이 시각적으로 재구성되는 화면은 평가할 만 하다. 사실 영화에서든 책에서든, ‘후각’은 소외된 소재였다. 그 미지의 영역에 물을 주고 빛을 비춘 쥐스킨트의 원작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당연하다. 영화로 재탄생한 [향수]는 '향기'에 또 한번 주목함으로써, 그것이 권력화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향기가 지닌 권력이라. ‘원초적인 욕망’이 인간의 이면에 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동시에, 인간 이성의 불완전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인들의 체취로 만들어진 향수에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카메라는 묵묵히 담아낸다. 이는 굳이 향기가 아니더라도, 맛이나 촉감 등 인간의 원초성과 관계된 것이라면 대체 가능한 문법이다. 결국 [향수]는 감각적인 영역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권력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소설적인 과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혜미 기자(skyathena@cinetize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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