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리얼그룹은 해마다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매진행렬!
나는 이들의 공연을 2004년에 봤다.
그때는 소프라노인 '마르가레타 얄케우스'가 자녀의 교통사고로 내한하지 못했었다.
대신 이들과 10여년간 호흡을 맞춰온 제 6번째 멤버인 '요한나'가 대신했었는데, 이제 이번 공연을 끝으로 마르가레타가 그만두고 당시 내한했던 '요한나'가 이들과 정식 멤버가 된다고 한다.
어쨋든...
이들의 인기는 ...2004년 내한 당시에도 내겐 놀라움을 주었었는데,
오늘은 적응이 안될만큼 거의 광적인 수준이었다.
2004년에는 이틀간 공연이 있었는데도 만석 이었었다.
그러니 이번엔 하루뿐인 ....그것도 크리스마스 콘서트 였으니...
어젯밤 느닷없이 내린 폭설로 따듯한 날씨때문에 많이 녹았지마는 그래도 주변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오늘은 꼭 까페 '모짜르트'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일숙언니에게 일찍오라고 메시지를 띄어 보냈다.
40분전에 갔음에도 벌써 만원사례였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인내까지....
그래도 구워간 쿠키랑 여유있게 그 어느때보다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여유있게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와~~
합창석까지....
하긴 매표소에 이미 매진이라는 펫말이 붙어있었긴 했지만...
무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느라고 천정에 눈꽃을 잔뜩 붙여놓고, 무대위엔 멋진 대형 트리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뜻밖에도 무대엔 하프가 놓여있었다.
불이 꺼지자....
벌써 객석에선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이 메아리쳤다.
그때 문이 열리고... 벌써부터 노래소리가 들려나왔다.
그리곤 희미한 불빛이....
마르가레타 머리엔 촛불이 얹어져 있었고, 나머지 멤버들도 촛불을 하나씩 들고는 '산타루치아'를 부르면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리곤 그대로 무대를 빠져나갔다.
이 환상적인 등장에 객석은 뒤집어 질것만 같았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함성에 박수소리는....
왠지 갑자기 이방인이 되어버린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였다.
나는 박수칠 여력조차 잊어버리고 그 함성속에 잦아들어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노래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흐르자, 그제서야 좀 분위기가 잦아들어 그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감미로운 소프라노 마르가레타는 꿈결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약간 비음이 섞인 듯한 카운터테너 앤더스 에덴로스의 음색은 노래도 잘하려니와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알토, 테너, 베이스...
특히 베이스의 저음은 객석에서 신음소리가 막 터질만큼 압도적이었다.
그가 나와서 땡큐 소리만 해도 우~하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더구나 즉석에서 신청장르를 받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랩도 하고, 락도 하고... 객석은 정말 뒤집어 졌었다.
거의 발악을 하며 소리를 쳤다.
나는 공연이 끝날때까지 거의 박수를 치지않았다. 아니, 그냥 살살 손바닥만 부딪치는 수준....
내 뒤에서 얼마나 발악을 하는 지....그만 나는 가위에 눌려버려서....
2004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았는데....
암튼 이렇게 1부가 끝나고, 나와 일숙언니는 밖으로 나갔다.
우린 의자에 앉아서 밖의 우면산에 쌓인 눈을 바라보면서 이 낯설음에 한참을 웃었다.
이게 나이듦인가??
인터미션 20분이 지나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또 불이 꺼진 채 산타루치아가 흘러나왔다.
문이 열리고 또 머리에 촛불이 얹혀진 채....
아까와 똑같은가??? 마악 뒷학생이 얘기를 꺼내자 마자
그들의 발걸음은 갑자기 무대로 쌩 내달려 들어왔다.
허억!!
그들의 발에는 롤러스케이트가 신겨있었던 것이었다.
객석이 또한번 뒤집어 지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노래소리는 그 속도만큼 빨라졌다가 레코드가 마치 속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듯 그렇게 소리를 내며 끝을 냈다.
정말 신의 경지에 다다른것 처럼 자유 자재로 소리를 냈다.
언니는 스윙글 싱어즈가 왔었을 때, 그들이 악기없이도 완전히 악기 반주에 노래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는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악기에 맞춰서 노래를 하는구나..하고 또 착각을 일으켰다고 하니...ㅎㅎㅎ
팜플릿에 소개된 바로는 이들은 거의 악기들을 다 다룬다고 했는데,
마르가레타는 하프를 연주했다.
하프에 맞추어 알토인 '카타리나'가 매력적인 노래를 불렀다.
나중엔 모두 팜플랫을 살때 나누어준 모자를 쓰고, 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함뿍 빠졌다.
그들의 기막힌 노래에, 객석의 함성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흰눈까지 합해져서 어느새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우리에겐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질수 있었던 그런 날이었다.
로비에 나오니...예상대로 싸인회 줄이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지난 번에 팜플릿과 CD에 그들의 싸인을 다 받았지마는 그래도 '마르가레타'가 마지막이니 또 받을까해서 줄을 섰지만...너무 길다고 짤려서....
에잇~ 마르가레타하곤 인연이 없군...그냥 웃어 버리고 돌아섰다.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해마다 왜 안오겠어~
흰눈과 왠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리얼그룹.
왠지 스웨덴이 풍기는 이미지와 이들의 쟈켓과 팜플릿에 나온 흰 눈위에서 찍은 사진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오늘...하얀눈과 함께한 이들 공연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것 같다.
ㅎㅎㅎ
시작전 무대...
눈꽃이 너무나 환상적으로 매달려 있어서 얼른 몰래 찍었는데...
후레쉬를 안터트리고 찍었더니 정작 눈꽃은 나오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도 모두 산타모자를 쓰고 있다.
앵콜공연때.....
공연내내 이토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조명이 비춰주었다.
2시 반에 시작한 공연...
끝나고 나오니, 까페 모짜르트엔 환상적인 조명이 커튼을 만들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전경....
아!!
오늘도 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를 만났다.
콘서트 홀을 향해 계단을 마악 올랐는데, 뜻밖에도 백건우씨가 걸어 나오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반가워서 달려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계속 뵙네요~
지난번 리움 미술관에서도 뵈었구요, 또 객석 후원회원 파티에서도
뵈었구요....... 낼 모레 연주회때 뵈어요~"
나는 여전히 설레었다.
무대위에서의 연주자가 아닌 일상의 연주자를 이렇게 열흘사이에 3번이나 뵙고, 사진도 찍고, 말도 걸수 있었다니....
너무나도 소탈한 미소 가득한 그분의 얼굴이 어쩌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년말 모임이 있었다.
맛있는 푸짐한 음식에 와인까지....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돈버는 얘기로만 가득했었기에..
나는 여기서도 또 이방인이 되어 꾸역 꾸역 음식만 먹었다.
마지막엔 진한 쓴 에스프레소 커피와 딸기 무스케�으로 씁쓸함을 달랬다.
돌아오는 내 시야에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이 들어왔다.
갑자기 리얼그룹의 공연이 아닌 백건우씨가 떠올랐다.
그렇게 세계적인 큰 명성을 쌓고도 소박한 작은 집에 자동차도 없이 대중교통을 타고 걸어다닌다는 백건우씨...
옛날 IMF를 만났을때 달러가 하늘같이 치솟아 줄줄이 해외공연들이 파기될때 백건우씨는 그냥 한화로 쳐서 받았다는....
그렇게 바쁜 일정속에서도 작은 객석후원회 파티에도 와이프와 함께 찾아주시고...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습에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는 그분....아마 오늘도 낼 모레 연주회를 앞두시고 연습을 하러 오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직 피아노에만 몰두하는...
"매번 하나의 산을 목표로 삼으면 그 산을 등정하는데 집중하며, 그 산을 넘고 나면 그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이 눈앞에 나타날 뿐이라고...
음악이라는 것은 아무리 올라도 끝이 안 보이는 산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은 무한정한 것.
결국 거짓없이 끝까지 성실하게 작업을 계속하다가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라고 본다고...힘이 들더라도 현재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라는....
지난 발코니 지에 실렸던 이 글귀가 매순간 그렇게도 자주 떠오르는 것은 내게 마치 신앙으로 다가와 깊이 박혔기 때문일 지 모르겠다.
2006.12.17.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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