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bug" Janet Skiles
작품해설 1887년경의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내려다보이는 언덕집을 무대로 하고, 미국의 해군장교 핑커톤과 나비부인의 결혼부터 그녀의 비극적인 자살까지를 엮은 오페라 "나비부인" 은 푸치니의 중기 대표작이다. 그리하여 "라보엠" 과 "토스카" 와 더불어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서 전세계 각국 오페라 극장의 레파토리를 장식하고 있다.
대체로 오페라사에 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지만, 동양을 무대로 하고 동양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는 극히 드문데, 그 희귀한 예 가운데서 푸치니의 오페라에서만 이 "나비부인" 과 "투란도트"가 동양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원자폭탄 투하로씨 유명한 나가사키를 무대로 하고 미국 해군장교과 일본여성이 결혼한다는 이 아이러니칼한 인연은 어찌 보면 숙명적인것 같기도 하다. 나가사키 항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쯤 해당하는 곳으로, 일본이 개국의 문호를 열었을 때 외국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이다. 일본에 기독교가 가장 먼저 발붙인 곳도 이 나가사키였다. 그러므로 일본의 개국시대 사건이 이 나가사키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푸치니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내가 오페라를 작곡할 때, 그 제재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그 비결을 공개하겠다. 나는 오페라 대본을 선정할 때, 그 줄거리가 재미없거나 극적효과가 없는 것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 나비부인와 경우도 그 극이 런던에서 크게 히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런던까지 구경하러 갔었다. 그런데 과연 소문대로 그 극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나는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나는 극에서 성공한 작품이 아니면 오페라화하지 않기로 하고 있으니까...." 이 말은 사실이다. 그는 무대를 통해 극을 보고 설사 대사의 내용은 모를지라도 대략 줄거리가 납득되는 대본이 아니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다. "라 보엠" 이 그랬고 "토스카" 역시 그랬다.
그런데 "나비부인" 의 극을 쓴 사람은 데이빗 벨라스코라는 미국의 극작가겸 연출가로서, 1890년에서 1910년에 걸쳐 미국 연극계에서 그 실력과 명성을 떨친 사람이다. 그래서 "미국의 사르두" 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858년의 일이다. 미국 잡지 센추리지에 "나비부인"이라는 실화소설이 실렸다. 작자는 존 루더 롱(John Luther Long)인데 그는 대단히 일본을 좋아해서, 그의 생애에 일본을 무대로 한 소설과 희곡을 여러편 썼다. 그러나 한번도 일본에 가 본 적은 없는 사람이다. 그는 피에르 로티의 소설 "오키꾸"를 읽고 일본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지 창작에서는 그의 누님의 조언에 많이 힘입었다고 한다. 그의 누님은 미국 선교사의 부인으로서 나가사키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일본 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했다. 그녀가 나가사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어떤 술집여자의 비극을 동생에게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바탕이 되어 소설 "나비부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대부분은 핑커톤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의 나비부인 모자의 생활을 엮은 것인데, 그 속에서 롱은 이렇게 쓰고 있다. "나비부인은 그의 조상에 의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배웠고 또 핑커톤에 의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웠는데, 결국 그녀는 죽음을 택하게 되었다." 이 소설이 대단한 호평을 받은 데 주목한 벨라스코는, 때 마침 뉴욕에서의 자작희곡 "개구장이 안토니"가 실패하자 그에 대신할것을 구상하던중, 작자 롱의 협력을 얻어 "나비부인" 을 각색해서 1900년 3월 5일에 뉴욕 헤럴드극장 무대에 올렸다.소설이 발표된지 약 2년 후의 일이다.
롱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벨라스코의 극도 대성공이어서 수 주일 동안이나 연속 상연되었다. 그러자 벨라스코는 이 극을 런던으로 가지고 갔다. 아니나 다를까 런던에서도 대호평이었다. 푸치니가 이 극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한 것은 이 때의 일이다. 그날 밤 막이 내리자, 그는 곧 무대 뒤로 벨라스코를 찾아가서 이 극을 오페라화하는데 대한 승낙을 얻었다고 한다.
그 뒤 곧 푸치니는 "라 보엠" 이래의 콤비인 지아코사(G, Giacosa)와 일리카(L. illica)에게 대본을 의뢰했다. 푸치니와 이 두 사람의 콤비는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황금의 트리오"라 불렸는데, 이렇게 해서 또 함께 일하게 되었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작곡함에 있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한 자료를 모았던 모양이다. 일본 공사관을 통한 것은 물론이지만, 밀라노에 찾아온 일본사람을 통하여 일본어의 독특한 어감과 샤미센 음악 민요등을 통해 5음음계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1902년 초부터 작곡에 착수하여 제1막의 오케스트레이션은 그해 11월말에 시작되었다. 일은 비교적 순조로웠는데, 1903년 2일 23일에 뜻하지 않은 대사고가 일어났다.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서 대퇴부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런데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당뇨병에도 걸려 있는 것이 판명되어 (이 병은 평생 동안 완치되지 못했다), 거동하기까지 약 8개월이나 걸렸다. 이리하여 "나비부인" 은 1903년 12월 27일, 약 3년 걸려서 완성됐다. 그 때 푸치니 나이 45 세, 남자로서 한창때였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발표한 그 어떤 작품보다도 청중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1904년 2월 27일 밤에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될 때는, 이제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가족까지 극장에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나비부인 역을 맡은 로지나 스톨키오에게는 짐짓 "당신 덕분에 나는 지금 승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읍니다"라는 인사장까지 보이면서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초연의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리코르디가 "음악과 음악가"라는 책에 기고한 내용인데, 그날 밤의 상황을 소상히 전하고 있다.
"고함소리, 외침소리, 조소, 야유, 그리고 모멸에 찬 앙코르의 함성. 이것들은 모두가 청중들을 선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며진 것이었다. 이것이 푸치니씨의 이번 신작에 대해 스칼라극장의 관중이 보답한 행패의 요약이다. 아무것도 분간 못할 만큼 떠들어 댄 뒤에 청중들은 어릿광대처럼 들떠서 대만족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아마 이제까지, 이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듯한 많은얼굴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알 수 있듯이, 반대파가 빚어낸 대소동 때문에 상연불능에 가까운 상태에까지 이르렀던 모양이다. 분명히 말해서 제 2막이 너무 길고, 동양적 선율에 익숙치 않은 청중 탓도 있지만, 그날 밤의 소동을 크게 만든 것은 평소 그에게 악감을 품은 패거리들의 농간이었다. 막이 내리자 무대 뒤에서는 프리마돈나 스톨키오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푸치니는 그녀의 어깨를 상냥하게 안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톨키오 양, 울지 말아요. 이 오페라는 비록 오늘 밤에는 실패했지만 난 절대 자신이 있어요. 이 오페라는 가까운 장래에 전세계를 휩쓸거요. 이 오페라를 이해 못하는 밀라노의 청중에게는 두 번 다시 이 오페라는 보여주지 않겠오. 나는 선언하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나비부인의 스칼라극장 상연은 절대 거부요. 스톨키오양, 그렇게 낙심해서는 안되오, 오늘 밤의 실패는 당신의 노래 탓도 아니고, 나의 작곡 탓도 아니오. 청중의 귀가 잘못된 거요...."
푸치니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에 토스카니니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부분적으로 고친 뒤에 브레시아의 테아트로 그란데에서 재연됐을 때는 대성공을 거뒀던 것이다. 그 뒤 이 오페라는 전세계 각지에서 상연하게 되었는데, 결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1907년 2월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상연되었을 때다. 이 때는 카루소가 핑커톤으로 열연했다.
등장인물
나비부인 (S) - 술집여자, 핑커톤과 결혼 핑커톤 (T) - 미국 동양함대 해군 중위, 나비부인과 결혼 스즈키 (Ms) - 나비부인의 하녀 샤플리스 (Br) - 미국 영사 고로 (T) - 중매장이 본조 (Br) - 승려, 나비부인의 큰아버지 야마도리 공작 (T 또는 Br) - 부호 케이트 핑커톤 (Ms) - 핑커톤의 미국인 부인 야쿠시데(Bs), 신관(Bs) 그 밖에 나비부인의 아들, 친척들, 친구들, 하인 등 다수
줄거리 서곡은 없고, 다만 짧은 서주가 있을 뿐이다. 동양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한 푸가 스타일의 음악인데, 이 선율은 극중에서 여러차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동양적인 느낌이 든다.
제 1 막
막이 오르면 왼쪽으로 집이 있고 뜰에서는 나가사키 항구가 잘 보인다. 이 집은 이제부터 핑커톤이 나비부인과 함께 살 집이다. 바야흐로 벚꽃이 한창인 봄날이다. 중매장이 고로는 핑커톤을 안내하면서 그가 이제부터 살 집을 샅샅이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하녀인 스즈키와 하인들을 그에게 소개한다. 이때 영사인 샤플리스가 "지독한 길이군...."하고 땀을 훔치면서 나타난다. 핑커톤은 고로에게 마실 것을 준비시키고, "이 집은 999년 동안 빌렸지만, 계약 변경은 제 자유죠.. 양키는 세계 어디에 가거나 활보하고 어느 나라에 있든지간에 아름다운 꽃을 손아귀에 넣고야 말죠..." 하면서 양키의 기질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 대목에서는 미국 국가의 선율이 나타난다. 그것을 들은 샤플리스 영사는,"그렇게 타락적인 언사를 함부로 하는게 아닐세!" 하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함께 "아메리카 만세!" 를 외치면서 잔을 비운다.
샤플리스가 고로에게 "신부는 미인인가?" 하고 묻는 말에, "별처럼 예쁩죠. 게다가 단돈 100원입니다요. 영사님에게도 색시 하나 소개할까요?" 하고 말한다. 이 때 오케스트라에 "중매의 동기" 가 나타나는데, 이 선율은 이후에도 자주 나타난다. 핑커톤은 고로에게 "신부를 데려오게"하고 명한다. 그리고 "사랑은 뜬구름...." 하면서 여자를 얻게된 기쁨을 노래한다. 샤플리스가 핑커톤에게 "그녀를 사랑하느냐" 고 그의 본심을 묻는다. 그는 "그것은 장담할 수 없읍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에 샤플리스는 "죄를 짓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훈계를 한다.
이윽고 고로가 신부의 도착을 알리자 멀리서 청아한 여성합창이 들려온다.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일본 민요를 연주한다. 아름다운 일본 기모노차림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나비부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그림을 그려넣은 일본우산을 들고 있다. 무대는 갑자기 환히 밝아진다. 그녀는 "바다에도 육지에도 봄바람이 분다" 를 노래하면서 행복을 구가하고, 그의 친구들도 따라 부른다. 이 장면에서의 사랑의 찬가는 사랑의 주제로서 이후에도 자주 나타난다.
여기서 나비부인은 일본민요 "에치고사자" 의 선율을 타고 자기의 신상을 노래한다. 자기 집은 원래 사족 집안인데, 부친이 어떤 사건에 관계되어 할복자결한 뒤에 집안이 기울어서, 하는 수 없이 술집여자가 되었노라고 한다. 이 때 나타나는 "비극의 동기" 는 나중에도 자주 활용된다.
곧 그녀의 친척들과 관리들이 나타난다. 무대 위는 점점 떠들썩해진다. 나비부인은 들고온 자기 보따리를 풀르고 물건을 하나 하나 보이면서 노래한다. "이것은 불상, 이것은 부친이 할복할 때 쓴 단도...." 하고 설명한다. 이 때 일본국가 "키미가요"의 선율이 흐른다. 그런 뒤에 나비부인은 "사실은 어제 혼자 교회에 가서 기독교로 개종했어요" 라고 핑커톤에게 말함으로써 그를 감격케 한다. 이 때 "운명의 선율" 이 연주된다.
이윽고 "조용해 주십시오...." 하는 말로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관이 엄숙히 결혼서약서를 읽는다. 두 사람은 무사히 서명을 마친다. 일본 민요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친척들과의 축하 인사와 건배가 돈다. 일동이 안도의 숨을 쉴 때 탐탐과 현의 트레몰로의 강주에 실려 큰아버지인 승려 본조가 뛰어든다. "죄받을 짓을 했구나!...." 하고 고함을 지르므로 무대는 갑자기 소란해진다.
핑커톤이 "왜 떠드느냐!" 고 소리치자, 본조는 나비부인이 개종한 데 대해 화를 내고 저주하면서 일동을 대리고 퇴장한다. 오케스트라에 "저주의 동기" 가 나타난다.
무대에는 눈물짓는 나비부인과 핑커톤만 남는다. 저녁이 다가오고,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스즈키의 독경이 끝나자 나비부인은 무거운 신부의상을 벗고 흰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 다음에는 제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감미롭고 긴 2중창이 시작된다. 나비부인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어요. 하지만 행복해요." 라고 말하자 "이젠 절대로 놓치지 않겠소. 당신은 내것이오." 라고 핑커톤이 화답한다. "나비란 정말 잘 지은 이름이군"이라고 말하는 핑커톤, "그 쪽에서는 나비를 핀으로 찌른다죠?" 라고 묻는 나비부인. 바삐 핑커톤이, "그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요" 하면서 그녀를 굳게 포옹한다. 음악은 클라이막스로 치솟는다. 이 대목에서 "아름다운 밤, 반짝이는 별...." 하고 노래하는 대목은 특히 아름답다. 두 사람은 밤을 찬미하고 사랑을 찬미하면서 빨려들어 가듯이 침실로 사라진다.
제 2 막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나비부인의 집. 신혼살림은 꿀처럼 감미로웠지만, 곧 남편인 핑커톤은 근무형편상 미국으로 돌아갔다. 곧 돌아온다면서 떠났지만 그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막이 오르자 스즈키가 기도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 마님을 기다리게 마옵소서, 슬픔을 거두어 주옵소서."
이 노래는 일본민요 "높은 산에서" 의 선율로 되어 있다. 스즈키는 책상 서랍을 열어 보이면서, 남은 돈이 얼마 안되니 빨리 돌아와 주지 않으면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떨결에 "외국 사람들은 일단 귀국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더군요" 하고 말해 버린다. 이 말을 들은 나비부인은 일단 격노하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노래한다. 이것이 유명한 아리아 "어떤 갠 날 (Un bel di)" 이다.
이별하던 그날에 사랑하는 그이는 내게 말했다오, 오, 버터 플라이 그대가 기다리면 내 꼭 돌아오리라
어느 갠 날, 바닷물 저편에 연기 뿜으며 흰 기선 나타나고 늠름한 내 사랑 돌아오리라 하지만 마중은 안나갈테요 나 홀로 그님 오기 기다릴테요 사랑은 이 언덕에서 맞을테요 그대는 부르겠지, 버터 플라이 그러나 나는 대답않고 숨겠어요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요 내 사랑이여, 내 임이여! 그대는 반드시 돌아오리, 아....
남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을, 이토록 서정적이고 애절하게 표현한 노래의 예는 찾기 힘들다. 푸치니가 설사 이 한 곡밖에 안썼다 할지라도,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노래가 끝날 때에 샤플리스와 고로가 나타난다. 샤플리스는 핑커톤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때 일본의 메이지시대에 유행하던 노래의 선율이 흐른다. 나비부인은 가뻐서 어쩔 줄 모른다. "그분은 지빠귀새가 집을 지을 때 돌아온다고 했는데, 벌써 3번이나 집을 지었어요. 아메리카의 지빠귀새는 어느 때가 되어야 집을 짓나요?" 하고 묻는다. 이 말을 듣고 고로가 웃음을 터뜨리자, 나비부인은 화를 내면서 "고로는 나쁜 사람이에요. 핑커톤이 미국으로 가자 곧 나타나서, 돈 많은 사람과 함께 살라고 권하는 거에요." 그러고 있는데, 바로 당사자인 부호 야마도리 공작이 수행원을 데리고 나타난다. 여기에서도 일본 민요의 선율이 연주된다.
샤플리스가 가지고 온 편지는 핑커톤의 이연장인데, 야마도리 공작이 나타났기 때문에 내보일 수가 없다. 나비부인의 공작에 대한 태도는 매우 단호한 것이어서 공작이나, 고로가 아무리 설득해도 전혀 뜻을 바꾸지 않는다. 결국 야마도리 공작과 고로는 단념하고 돌아간다. 이 장면을 보고 샤플리스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샤플리스는 가까스로 편지를 꺼내들고, "놀라지 마세요...." 라고 미리 당부한다. "만약 핑커톤이 당신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떡하겠소?" 하고 묻는다. 나비부인은 태연히 "다시 술집여자가 되든가, 아니면 죽어 버릴 뿐이에요" 라고 대답한다. 샤플리스가 재차 "아까, 그 야마도리 공작과 결혼하면 좋지 않겠소?" 하고 말하자, 그녀는 열화같은 노기를 터뜨리면서 "어머나! 당신까지 그런 말을.... 어서 돌아가 주세요...." 하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옆방에 가서 어린아이를 안고 나온다. 샤플리스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아이를 보세요. 이 귀여운 아이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돌아와 달라고 핑커톤에게 전해 주세요" 하고 비통한 아리아 "애기 엄마는" 을 부른다.
애기 엄마는 비오나 바람부나 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노래하고 춤춰야 되어요 그러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요
샤플리스가 어린아이의 이름을 묻자 나비부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의 이름은 "괴로움". 이 아이의 아빠가 돌아오는 날에 "기쁨" 이라 바꿀거에요. 이 때 "어떤 갠 날" 의 선율이 오케스트라에서 울린다. 샤플리스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퇴장한다. 교대로 스즈키가 고로를 몰아세우면서 들어선다. "이 사람이 어린아이의 험담을 하고 돌아다녀요" 하고 고해 바친다. 성난 나비부인은 단도를 뽑아들고 고로를 쫓는다. 고로는 바삐 도망친다. 이 때 갑자기 항구쪽에서 군함이 들어옴을 알리는 대포소리가 들려오므로, 나비부인과 스즈키는 바삐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 망원경을 들고 와서 군함을 본다. "흰 배야! 아메리카 국기가 나부끼고 있어! 배 이름은 아브라함 링컨호, 아, 그분이 타고 있는 배... 드디어 돌아오셨어!" 기뻐하는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꽃의 2중창" 을 부른다. 함께 노래하면서 뜰에 내려서서, 꽃이란 꽃은 모조리 따서 방바닥에 가득 뿌린다.
나비부인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화장을 고쳐하고, 혼례 때 입었던 옷을 입는다. 그리고 어린아이와 스즈키와 함께 창가에서 남편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린다. 밤이 되어 달빛이 장지문을 비추어서 세 사람의 그림자가 뚜렷이 떠오른다. 매우 로맨틱한 장면이다. 이 때 흘러나오는 "허밍코러스 (Humming chorus)" 는 깊어가는 밤의 정경을 아주 잘 묘사했다. 이렇게 제1장이 끝난다.
그날 밤, 기다리고 기다렸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제 2 장은 새벽 기분을 알리는 이국적 가락의 간주곡으로 시작된다. "라 보엠", "토스카" 에도 날 밝는 장면이 있어 각각 성공하고 있는데, 이 장면도 동트는 항구의 정경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멀리서 선원들의 합창이 들려오고, 음악은 서서히 고조된다.
나비부인은 밤새 한잠도 안 자고 꼬박샜다. 스즈키는 어린것을 안고 꾸벅 꾸벅 졸고있다. 이윽고 눈을 뜬 스즈키는 "도련님과 같이 좀 쉬세요..." 라고 말한다. 나비부인은 어린아이를 안고 "자장가" 를 부르면서 별실로 물러간다.
이 때도 일본민요의 선율이 흐른다. 그 때 샤플리스와 핑커톤이 나타나므로 스즈키는 깜짝 놀란다. 스즈키는 어젯밤에 마님이 한 잠도 못잤다는 것, 이 3년 동안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잘 참았다는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핑커톤은 가슴이 아프다. 그 때 스즈키는 뜰에 서있는 외국 부인을 보고, "저 분은 누구세요?" 하고 샤플리스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핑커톤 부인이오" 라고 대답하므로 그녀는, "마님에게서 햇님을 빼앗았군요. 지독한 사람들..." 하며 운다. 그러자 샤플리스는 스즈키에게, 핑커톤 부부가 어린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니 마님에게 잘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 때 핑커톤은 꽃으로 장식된 지난날의 사랑의 보금자리, 자기의 사진등을 둘러보면서 후회의 정이 사무쳐 "안녕, 사랑의 보금자리여!" 를 부르고, 차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나가 버린다. 핑커톤 부인 케이트는 스즈키에게 자기의 심중을 털어놓는다. 스즈키도 하는 수 없이 "알겠습니다" 하고 승낙한다. 그러자 그 곳에 나비부인이 나타나서 샤플리스와 케이트의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짐작한다. 샤플리스가 나비부인에게 케이트를 소개하고 어린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저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시는군요. 아, 이 얼마나 처참한 어머니인가요...." 하면서 케이트를 향해 이렇게 노래한다.
"이 세상에서 부인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어요 언제까지나 행복하세요. 어린것은 넘기겠으니, 30분 뒤에 다시 와 주세요." 케이트와 샤플리스는 그러겠다고 말하고 퇴장한다. 나비부인은 스즈키에게 방이 너무 밝으니 문을 닫아 달라고 부탁하고, 어린것과 잠깐 함께 있으라고 말한 뒤에 혼자 방에 남는다. 나비부인은 불단에 촛불을 켜고 조용히 예배한 뒤에 부친의 유품인 단도를 뽑는다. 그리고 그 단도에 새겨진 명문을 읽는다. "명예롭게 살지 못할때는... (Con onor muore...)" 여기서 오케스트라가 제 1 막에서 부친의 죽음을 언급할 때 연주하던 선율을 다시 연주한다. 이 분위기에 아주 효과적인 음악이다.
그녀가 단도로 목을 찌르려는 순간, 갑자기 장지문이 열리고 어린아이가 달려든다. 어린것을 데려온 것은 스즈키였다. 모자간의 마지막 이별을 시켜주려는 생각에서다. 나비부인은 어린것을 꼭 껴안는다. 그리고 애절한 이별의 노래 "귀여운 아가야"를 부른다.
이 노래를 듣고도 마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다.
귀여운 아가야, 내 아가야 너를 두고 엄마는 먼저 간다 먼 아빠 나라에 가서 부디 잘 자라다오. 아가야 잘 봐두어라! 이 엄마 얼굴을 이제는 이별이다, 잘 봐 두어라 엄마는 간다, 아가야, 아가야....
그녀는 울면서 마지막 키스를 한다. 자기가 자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어린것에 눈 가리개를 한다. 어린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무심하게 뛰어논다. 나비부인은 단도를 바로잡고 병풍 뒤로 들어 간다. 오케스트라가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윽고 목을 찌른 나비부인은 흰 천으로 상처를 누르고, 비틀거리면서 어린아이 앞에 쓰러진다. 이 때 밖에서 "나비부인! 나비부인!" 하면서 핑커톤과 샤플리스가 뛰어든다. 나비부인은 핑커톤의 모습을 보자, 떨리는 손으로 어린아이를 가리키면서 운명한다. 샤플리스는 눈물지으면서 어린아이를 껴안고 키스하고 핑커톤은 시체위에 쓰러지면서 울부짖는다.
추천음반
헤르베르트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 오페라합창단 나비부인 - 미렐라 프레니(Mirella Freni) 핑커톤 -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스즈키 -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샤플레스 - 로베르트 케른스(Robert Kerns) 고로 - 미셸 세네갈(Michel Senechal)
카라얀의 푸치니관 같은 것이 연주의 구석구석까지 철저히 배어 있는 명연주다. 출연진은 프레니 (나비부인), 루드비히 (스즈키), 파바로티 (핑커톤), 케른스 (샤플리스)외,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이 오페라는 자칫 눈물만 자아내는 저속한 멜로 드라마에 빠지기 쉬운데, 카라얀은 여기서 이 오페라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어 이 오페라가 갖는 신선한 화성과 음색을 매력있게 끌어냄으로써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하모니가 아니고 빈 필하모니를 특별히 기용한 것도 이 연주에 한층 빛을 더하고 있다. 빈 필하모니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이 연주 전체에 인간미를 곁들여 주고 있다. 다만 템포가 느려서 가창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겠나 싶은 걱정을 갖게 하는데, 프레니가 사려깊은 노래로써 정감있게 처리하고 있다. 파바로티와 루드비히도 잘하고는 있지만 오페라는 역시 지휘자의 해석만으로는 완벽을 기할 수 없지 않나 하는 뒷맛을 남긴다.
글출처: 웹사이트 / 음원출처: http://jnjmuse.cnei.or.kr
위의 곡은 심박님께서 올려 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