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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올림:영화 카핑 베토벤에 삽입된 현악 4중주 곡이 이들의 연주란다~ 오옷~~2007.10.15>
베토벤보다 더 베토벤처럼
[조선일보 2006. 6. 8 | 김성현기자 danpa.chosun.com]
‘전작주의(全作主義)’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작가가 펴낸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으면서, 작가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징후까지도 읽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헌 책 수집가’ 조희봉씨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책 72종(90권)을 샅샅이 읽었다고 합니다. 그 뒤 이씨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허락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음악에도 이 같은 ‘전작주의’가 가능할까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걷고 있는 ‘건반 위의 순례’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백씨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부터 스크리아빈, 프로코피예프까지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심도 있게 연구한 뒤 연주하는 것으로 이름 높습니다. 지난해부터는 3년에 걸친 여정(旅程)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32곡)을 데카 레이블을 통해 녹음하고 있지요.
한 작곡가가 남긴 장르의 전곡을 연주하는 건, 마치 음악으로 그 작곡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마에스트로를 꿈꾸는 지휘자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에, 명인을 소망하는 피아니스트는 그의 소나타에, 완벽한 앙상블을 지향하는 실내악단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에 항상 도전합니다. 베토벤의 곡은 고전주의 양식을 종결 짓고, 미래 세대의 음악을 예시하기에 수많은 연주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헝가리에서 결성된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이 최근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전곡 녹음(데카)을 마쳤습니다. 이들의 연주는 활을 켜는 것이 아니라, 살갗을 마구 문지르는 것만 같습니다. 오디오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네 개의 현(絃)은 피부 밑을 스멀거립니다. 이들의 베토벤 현악 4중주는 청각 이전에 촉각으로 먼저 다가오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은 초기작인 작품 18-4번의 활기찬 속삭임에서도, 후기작인 작품 131번 1악장의 끝없는 흐느낌에서도 투명함과 활기를 잃지 않습니다. 디지틀 녹음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는 어쩌면 ‘명연(名演)’ 이전에 ‘명녹음’부터 따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발매와 동시에 세계의 각종 음반상을 휩쓴 우리 시대의 명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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