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18 베토벤 교향곡 '영웅'
3월 16일(금)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 휘 안토니오 멘데스 Antonio Mendez, conductor
바이올린 베로니카 에베를레 Veronika Eberle, violin
프로그램
멘델스존, ‘뤼 블라스’ 서곡
Mendelssohn, Ruy Blas Overture, Op. 95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Schumann, Violin Concerto in D minor
1. In kräftigem, nicht zu schnellem Tempo
2. Langsam
3. Lebhaft, doch nicht schnell
------------------- 휴식 15분 ------------------------------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Beethoven, Symphony No. 3, Op. 55 ‘Eroica’
I. Allegro con brio
II. Marcia funebre: Adagio assai
III. Scherzo: Allegro vivace
IV. Finale: Allegro molto
총 연주시간: 102분(휴식 포함)
교향곡 3번 ‘영웅’의 첫 두 화음과 함께 베토벤은 서양음악의 면모를 바꾸어 놓았다. 베토벤은 처음 나폴레옹을 찬양하기 위해 이 격동적인 곡을 썼지만 뒤엔 “내가 전쟁을 음악만큼 잘 알았으면 나폴레옹을 정복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젊은 스페인 지휘자 멘데스는 멘델스존의 ‘뤼 블라스’ 서곡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장대하고 음울하며, 들으면 며칠간 입에서 허밍이 떠나지 않는 곡이다. ‘결점 없는 연주자’란 찬사를 받아온 연주가 베로니카 에베를레는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담긴 어두운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것이다.
프로필
안토니오 멘데스Antonio Méndez 지휘자
스페인 출신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는 유럽 내 주요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며 가장 많이 찾는 지휘자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안토니오는 취리히 톤할레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덴마크 국립 심포니, 룩셈부르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7/18 시즌에는 스페인 슈타츠카펠레 바이마와 투어 연주를 할 예정이며,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와 한국에서 두 번째 투어 연주를 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은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터, 만하임 아카데미, 가스띨랴 이 레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 브레멘 필하모니커를 다시 한 번 지휘한다.
지난 시즌에 안토니오는 비에나 심포니커,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앤트워프 심포니와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처음으로 지휘했다.
최근 시즌의 하이라이트로는 비에나 심포니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서울시향, BBC 필하모닉,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아이슬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 스코티시 챔버 오케스트라, 오클랜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포츠담 캄머아카데미, 러시아 국립 필하모닉, 뉴재팬 필하모닉 등과의 연주가 있다.
안토니오가 최근 슈투트가르트 남서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녹음한 음반이 에코 클래식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는 스코티시 챔버 오케스트라와 린 레코드 라벨에서 녹음하기도 했다.
2012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말코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2013년 네슬레와 잘츠부르크 젊은 지휘자 상의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84년 스페인 팔마에서 태어난 안토니오는 마요르카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 고등음악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2007년부터 독일에서 거주하며,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Lutz Köhler에게 지휘를 사사했다.
베로니카 에베를레Veronica Eberle 바이올린
베로니카 에베를레의 뛰어난 재능, 균형감각과 음악가로서의 성숙함은 세계적인 교향악단과 페스티벌, 지휘자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2016/17 시즌 협연무대의 하이라이트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무대, 몬트리올 심포니, 뮌헨 캄머 오케스트라, 뮌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재초청이 있다. 베로니카는 켄트 나가노의 지휘로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의 새로운 프로덕션에 출연하고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으며, 포츠담 캄머아카데미의 상주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지속했다.
2017/18 시즌에는 베로니카는 륄 국립 오케스트라, 아이슬란드 RTE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하이팅크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함부르크 필하모닉과 연주할 예정이다. 야닉 네제세겡의 지휘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무대를 가지며,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투어연주 및 함부르크 오페라와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를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베로니카 에베를레는 실내악 음악에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라르스 포그트, 르노 카퓌송, 안투앙 타메스티와 같은 연주자들과 정기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최근 리사이틀 공연 하이라이트로는 런던 위그모어홀 마스터 시리즈, 뉴욕 카네기홀 데뷔 시리즈,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취리히 톤할레, 루체른 페스티벌 등이 있다.
베로니카 에베를레는 니폰 음악 재단의 대여로 스트라디바리우스 1700년 Dragonetti를 연주한다.
펠릭스 멘델스존 (1809-1847)
‘뤼 블라스’ 서곡, op. 95 (1839)
[Kurt Masur] Felix Mendelssohn / Overture Ruy Blas op.95
‘뤼 블라스’는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8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17세기 말 카를로스 2세 시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왕비와 하인의 사랑과 그 이면의 음모’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 비극은 1838년 11월 8일 파리의 르네상스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다수의 평자들로부터 ‘위고의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3월에는 독일 라이프치히의 국립극장에서도 상연되었는데, 멘델스존의 ‘뤼 블라스 서곡’은 이 연극 공연을 위해서 작곡되었다.
1839년 3월 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카펠마이스터로 활약하고 있었던 멘델스존은 도시의 극장 연금기금 모집위원으로부터 연극 ‘뤼 블라스’를 위한 부수음악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이 작품을 싫어했기 때문에 여성 2중창을 위한 ‘로망스(Op. 77-3)’를 제외한 다른 곡은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연극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재차 청탁이 들어왔고, 그는 급히 작업에 매달려 서곡을 완성했고 3월 11일의 공연에서 직접 지휘까지 했다. 비록 3일 만에 완성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서곡 자체에서 미숙하거나 서두른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멘델스존이 남긴 다른 위대한 서곡들,
즉 ‘한여름 밤의 꿈’, ‘핑갈의 동굴’,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아름다운 멜루지네 이야기’ 등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이 서곡은 엄숙한 기품과 가장된 허세, 흥미진진한 활력과 위태로운 서정 등을 능숙한 기법으로 교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로베르트 슈만 (1810-1856)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1853)
Full length - Schumann: Violin Concerto / Frank Peter Zimmermann
슈만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마지막 대작인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는 1853년 가을에 작곡되었다. 창작의 동기를 제공한 이는 슈만이 라이프치히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요제프 요아힘이었다. 당시 하노버 궁정극장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던 요아힘은 당대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는데, 특히 오랫동안 사장되었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실질적으로 부활시킨 장본인으로 큰 명성을 떨쳤다.
슈만은 1853년 5월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라인강 하류 음악제’에서 요아힘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듣고 엄청나게 감동했다.
요아힘의 연주는 ‘실로 놀랍고 마력적’이었고, 꺼져가던 슈만의 창작력을 다시 소생시켰다.
때마침 요아힘도 슈만에게 편지를 보내 근래의 바이올린 협주작품들에는 텅 빈 기교만이 가득하다고 불평하면서 슈만의 창작의지에 불을 지폈다.
요아힘의 기대에 부응하여 슈만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C장조(Op. 131)’를 작곡, 그 해 9월 초 뒤셀도르프에서 요아힘의 독주와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그리고 이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자 자신감을 얻어 며칠 후에 보다 본격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에 착수했던 것이다.
작곡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9월 11일에 착수한 스케치가 10월 1일에 마무리되었고, 그로부터 이틀 후에는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마쳤다. 이 기간에는 20세의 요하네스 브람스가 슈만의 집으로 찾아와 슈만 부부와 처음 인연을 맺는 반갑고 의미심장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완성된 협주곡의 악보는 곧바로 하노버에 있는 요아힘에게 보내졌고, 슈만은 요아힘의 호응을 기대하면서 뒤셀도르프에서의 초연에 대한 구상도 피력했다.
하지만 ‘환상곡’ 때와 달리 이번에는 작품을 대하는 요아힘의 자세가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요아힘은 하노버로 찾아온 작곡가 앞에서 두 차례 리허설을 해보이기는 했지만 썩 내켜하지 않는 기색을 내비쳤고, 얼마 후 슈만이 뒤셀도르프의 지휘자직에서 물러나자 초연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작품의 운명은 기구한 어둠의 터널로 접어든다. 슈만의 사후 미망인 클라라는 남편의 작품전집을 출간하면서 이 곡을 포함시키기를 거부했고, 작품의 악보는 요아힘의 손에 남겨졌다.
그리고 요아힘은 1907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작곡가 사후 100년 동안은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그 악보를 베를린의 프로이센 국립 도서관에 맡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작품은 슈만 사후 100년에 못 미치는 1937년 11월 26일, 베를린에서 게오르크 쿨렌캄프의 독주와 칼 뵘의 지휘로 마침내 초연되었다.
요아힘과 클라라 슈만이 이 협주곡의 공개를 꺼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두 사람은 이 안쓰러운 작품에서 작곡가가 만년에 겪었던 ‘정신병의 조짐’이 감지되기에, 또는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모종의 피로감(소진)’이 드러나는 탓에 작곡가의 명성에 누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약점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 일단 소재 면에서 슈만의 젊은 시절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생기와 반짝임이 결여되어 있다.
또 밸런스 면에서 관현악부에 비해 독주부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며, 그 독주부는 기교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데 비해 연주효과를 제대로 내기가 어
렵다. 하지만 동시에 베토벤적인 장중함을 지향하면서 짜임새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고, 그 안에 만년의 슈만 특유의 내밀하고 몽환적인 서정성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등의 장점도 발견된다.
예후디 메뉴인, 헨리크 셰링, 토마스 체헤트마이어, 기돈 크레머 등 각별한 애착과 통찰력을 보여준 여러 연주자들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이 작품은 멘
델스존의 ‘E단조 협주곡’과 더불어 베토벤과 브람스 사이의 공백기를 메워주는 독일 낭만파 바이올린 협주곡의 주요작 가운데 하나로 재평가되고 있다.
제1악장 in kräftigem, nicht zu schnellem tempo 힘차게, 너무 빠르지 않은 템포로
제2악장 langsam 느리게
제3악장 lebhaft, doch nicht schnell 활기차게, 그러나 빠르지 않게
전곡은 3악장 구성이며, 슈만의 다른 두 협주곡(피아노, 첼로)처럼 후반 두 악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1악장은 앞선 두 협주곡과 달리 관현악 제시부를 가진 고전적 협주곡의 도식에 충실한 편으로, 힘차고 당당한 제1주제와 내밀하고 섬세한 서정성을 간직한 제2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바이올린 독주의 복잡다단한 기교적 움직임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한층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슈만의 만년 음악 특유의 몽환적 심화가 두드러지는 발전부이다.
제2악장은 슈만의 협주곡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곡풍의 꿈꾸는 듯한 간주곡인데, 이 악장을 주도하는 싱커페이션 선율은 슈만의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의 주제(그가 슈베르트나 멘델스존의 유령이 들려주었다고 주장한)와 연결된다.
제3악장은 쇼팽을 연상시키는 폴로네즈 리듬 위에서 호기롭게 펼쳐져 슈만의 창작력이 마지막으로 밝게 타오르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구성적으로는 론도 소나타 형식에 기초한 피날레로서 발전부에서는 제2악장의 싱커페이션 선율이, 종결부에서는 제1악장 제1주제의 변형이 나타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교향곡 제3번, op. 55 e♭장조 ‘영웅’ (1803-1804)
Beethoven: Symphony No 3 in E flat major, 'Eroica' - BBC Proms 2012 (Daniel Barenboim)
통상 ‘영웅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가장 중요한 역작 중 하나이다. 베토벤은 30대 중반에 발표한 이 곡을 통해서 하이든, 모차르트 등 선배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 작풍을 확립했고, 나아가 교향곡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것은 교향곡의 형식과 규모, 개념을 혁명적으로 확장·발전시킨 결과였다. 무엇보다 베토벤은 이 곡에서 자신의 사상을 극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의 교향곡에서 어떤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이처럼 선명하고 뜨겁게 부각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작품의 유래에 관하여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나폴레옹에 관한 것이다. 베토벤은 한 때 나폴레옹을 추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인물은 낡고 부조리한 세상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보일,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영웅을 위한, 혹은 그에 관한 교향곡을 썼으리란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그는 자필악보의 겉표지에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을 손수
기입하기도 했고, 프랑스로 이주할 심산으로 작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1804년 말,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환상은 깨어지고 만다. 그 직후 그는 악보 표지에서 ‘보나파르트’라는 단어를 지워버렸다. 대신 ‘신포니아 에로이카(Sinfonia Eroica, 영웅적 교향곡)’로 제목을 변경했고, 후원자인 로프코비츠 공작에게 헌정했다.
이 교향곡은 장대하고 강력하며 건축적이다. 고전적 형식을 극단적으로 확장시켜 놓은 그 길이는 종래의 교향곡들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 그러면서도 기법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조그만 틈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교향곡이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도 같은 구성과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제1악장 allegro con brio 빠르고 활기차게
먼저 짧고 강력한 화음이 두 번 울린다. 그 직후 제1주제가 첼로 파트에서부터 늠름하고 유유하게 흘러나오고, 제2주제는 목관에서 현으로 옮겨지며 차분하게 제시된다. 악장 전체에 걸쳐 음악은 마치 대하(大河)를 연상시키는 유장한 흐름과 도도한 풍모를 견지하며 진행되는데, 발전부에서는 복잡한 대위법적 전개와 치열한 극적 흐름이 부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재현부와 종결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고 확장된다.
2악장 marcia funebre: adagio assai 장송행진곡: 매우 느리게
유명한 ‘장송 행진곡’이다. 악장 내내 깊은 비애 또는 고뇌가 서린 듯한 장중한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지만, 중간부에는 음악이 C장조로 밝아지며 장렬하게 치솟아 오르는 극적인 장면이 자리하고 있다. 자못 의미심장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이 부분을 혹자는 영웅의 생전의 업적을 기린
장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베토벤 자신은 훗날 나폴레옹의 몰락과 죽음을 예견하며 이 악장을 썼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스케르초: 빠르고 생기있게
활기찬 스케르초 악장이다. 주부는 연속적인 스타카토의 빠른 움직임으로 시작되어 점차 힘을 증대시켜 가며 전진하는 태세를 유지하며, 중간부에서는 석 대의 호른이 앙상블을 이뤄 늠름한 팡파르를 울려 퍼뜨린다. 이 악장은 일명 ‘사냥의 스케르초’로 불리기도 하며, ‘(죽음으로부터)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molto 피날레: 대단히 빠르게
그 형식에 대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피날레로서 흔히 ‘자유로운 2중 변주곡’으로 파악된다. 먼저 맹렬하게 하강하는 스케일로 출발하는 도입부가 나온 다음, 현악군의 피치카토로 베이스 주제가 제시된다. 이후에 펼쳐지는 변주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띠게 되는데, 제1변주는 두 파트의 바이올린과 첼로에 의한 현악 삼중주이고, 제2변주는 거기에 비올라가 가담하여 현악 사중주를 이룬다. 이어서 흥미롭게도 오보에에 의한 새로운 주제선율이 나타나는데, 이
선율은 베토벤 자신의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의 피날레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야말로 베토벤이 생각했던 이상적 영웅의 표상이었던 것일까?
이후 곡은 발전부로 넘어가 주제선율과 베이스음형을 다채로운 기법으로 변주하며 전진하게 된다. 그 집요하면서도 열정적인 전진과 상승의 흐름에 실려 있는 것은 영웅의 인도로 도달하게 될 이상향을 향한 인간들의 열망과 의지가 아닐까. 그리고 그 뜨겁고 가파른 질주 속에서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제공하는 중간부의 목가적 변주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러한 동경과 노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뇌와 애환이리라.
Beethoven Symphony No.3 in E-flat major, Op 55 "Eroica" Riccardo Muti / Philadelphia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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