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7년)

2017.서울시향/동화/2017.11.22.수/예술의전당

나베가 2017. 11. 20. 00:00

동화





지휘 크와메 라이언 Kwame Ryan, conductor
하프 마리피에르 랑글라메
Marie-Pierre Langlamet, harp
 
 
[프로그램]
라벨,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히나스테라, 하프 협주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Ravel, Alborada del Gracioso
Ginastera, Harp Concerto, Op. 25
Rimsky-Korsakov, Scheherazade, Op. 35
 
 
극악무도한 술탄, 사랑스러운 공주와 1001일 밤의 즐거움을 담아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마치 달콤한 디저트인 ‘터키시 딜라이트’처럼 들린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랑스 보르도아키텐 국립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크와메 라이언이 화려함과 스릴 넘치는 모험,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유혹의 세계를 화려하고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표현한다. 이에 앞서 라벨이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통해 안내하는 중세 스페인으로의 상상 여행에 함께 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하프 수석 마리피에르 랑글라메는 히나스테라의 라틴풍 하프 협주곡을 통해 마법과 같은 강렬한 선율과 댄스 리듬의 진수를 선보인다.
 


크와메 라이언Kwame Ryan 지휘자


2011/12 시즌 크와메 라이언은 보르도 아키텐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다. 라이언과 보르도 오케스트라의 협업은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보르도에서의 성공적인 공연들 외에도 유럽 곳곳과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는 보르도 국립 오페라에서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와 <토스카>, <발코니> 등을 이끌어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번 시즌에는 <맥베스>를 지휘한다.

객원 지휘자로서, 2011년 6월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에 데뷔하였으며, 7월에는 시카고 그랜트 파크 페스티벌에 처음 섰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을 가을에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지휘하며, 서울시향을 지휘할 예정이다.

크와메는 버밍엄 심포니, 로열 스코티시 국립 오케스트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바덴바덴 프라이부르크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였으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밤베르크 심포니, 바이에른 국립 교향악단, 브레멘 도이체 카머필하모니 등도 지휘하였다.

보르도 아키텐 오케스트라와 미라레 레이블로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을 녹음하여 <르 피가로>지로부터 ’슈베르트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으로 명확하고 투명하며 물흐르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클래식 FM 매거진>으로부터 ’모던하며 정교한 해석... 디테일이 풍부하며 투명하다’는 평을 들었다. 또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도 샤니 딜루카의 독주로 녹음하였다.

보르도에서의 성공으로 2009년 그는 프랑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초빙되었고, 지난 시즌 파리 살 플레옐에서 마지막 콘서트 이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인 프레데릭 미테랑으로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훈장(오피시에)을 받았다.

크와메 라이언은 프라이부르크 극장과 프라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총음악감독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맡았고,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 부지휘자를 역임하며 제라르 페송의 <전원>의 초연과 하르트만의 <심플리치우스 심플리치시무스>의 프로덕션(아트하우스 DVD출시)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그의 멘토 페테르 외트뵈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외트뵈시의 <트리 세스트리>를 리옹 오페라에서 지휘하였으며, <발코니>의 독일 초연도 이끌었다. 크와메 라이언은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살로메>를 지휘하였고,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오네거의 <화형대의 잔다르크>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마지막 우주>를 지휘하였다.




마리피에르 랑글라메Marie-Pierre Langlamet 하프


마리피에르 랑글라메는 1993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의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하프 수석으로 임명된 이래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랑글라메는 여덟 살 때 니스 음악원에 진학해 엘리자베스 폰탄 비노쉬에게 처음 하프 교습을 받았으며, 이후 열다섯 살 되던 해 영국에서 개최된 마리아 코르친스카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열일곱 살 최연소의 나이로 니스 오페라 오케스트라 하프 수석에 임명된 랑글라메는 1년의 활동 끝에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에 진학해 음악 공부에 전념했다. 이듬해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수상하며 탁월한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스무 살의 나이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하프 부수석으로 발탁된 랑글라메는 5년간 이 악단에서 활동하며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뉴욕 길드 국제 콩쿠르 1위와 1992 이스라엘 국제 하프 콩쿠르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권위의 하프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또한 그녀는 2009년 프랑스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문화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장인 슈발리에(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ers)’를 수훈 한 바 있다.

랑글라메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맨체스터),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크리스티앙 텔레만, 파보 예르비 등 거장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녀는 현재 베를린에 위치한 카라얀 음악원과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어릿광대의 아침노래

[Alborada del Gracioso ]



1905년에 작곡되고 같은 해 1월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피아노곡집 《거울》은 〈나방〉 〈슬픈 새〉 〈창해의 조각배〉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오바드)〉 〈종의 골짜기〉의 5곡으로 이루어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그 독창성과 싱싱한 감각이 인상주의적 수법으로 교묘히 처리되고 있는 점에서 피아노음악에 새로운 경지를 열 어준 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어릿광대의 아침노래〉가 유명하여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고 라벨 자신에 의해 관현악용으로 편곡된 것도 있다. 유독 이 곡에만 에스파냐어로 표제를 붙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Ravel: Alborada del gracioso / Rattle · Berliner Philharmoniker / Live from Taipei



Alborada del gracioso /Alborada del gracioso" de Maurice Ravel
Valery Gergiev
Orquesta Filarmónica de Rotterdam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Nikolai Rimsky-Korsakov, Scheherazade ]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른바 ‘러시아 5인조’ 작곡가 가운데 가장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며, 특히 빼어난 관현악법은 차이콥스키를 비롯한음악가들의 찬탄을 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세헤라자데]는 [스페인 기상곡] 및 [러시아 부활제 서곡]과 더불어 이른바 작곡가의 ‘3대 관현악곡’으로 꼽히는 걸작으로, 완숙기에 도달한 그의 관현악법이 실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이들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이렇다 할 관현악곡을 작곡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곡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히 관현악법 때문만은 아니다. 전곡에 걸쳐 짙게 배어 있는 이국적이고도 관능적인 오리엔트 정취와 단순하고도 호소력 짙은 선율미야말로 이 곡을 오늘날의 명성에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인 것이다. 물론 이 곡이 누구나 아는 친숙한 이야기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잔인한 왕과 지혜로운 여인, 그리고 천하룻밤의 사랑 


 

흔히 ‘아라비안 나이트’ 또는 더 적절하게 ‘천일야화’()라고 알려진 장대한 설화집이 정확히 언제, 누구의 손으로 작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워낙 방대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오랜 세월에 걸쳐 아랍 세계 각지의 구전 설화가 모여 완성되었으리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고 어떤 이야기가 이 버전에는 있는데 저 버전에는 없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버전을 관통하는 공통점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어느 잔혹한 왕과 지혜로운 여인의 천하룻밤에 걸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샤리아르라는 왕이 있었다. 젊었지만 어질고 지혜로운 왕이었던 그는, 어느 날 왕비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왕비를 죽여 버린다. 이후로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은 매일 밤마다 처녀를 데려다 동침한 후 이튿날 아침에 죽이는 나날을 반복하게 된다. 이 무렵, 한 대신의 딸 세헤라자데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탄식을 듣고 왕의 신부가 되길 자청한다.


그녀는 첫날밤부터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왕은 그녀의 이야기 솜씨에 홀려 어느새 천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세헤라자데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을 때 샤리아르 왕은 자신이 그녀를 진심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영원히 해로할 것을 다짐한다.

이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4악장짜리 대작 교향시를 이해하는 데 이런 이야기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그의 의도는 특정한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양적인 분위기 자체로써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있었으니 말이다. 각 악장의 제목이 다소 애매한 것 역시 이런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를 통해 이 곡을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배경곡으로 이 작품을 사용했는데 4분 남짓한 음악은 44분에 이르는 [세헤라자데]의 여러 주제를 솜씨좋게 편집한 곡이다.


광대한 화폭 위에 펼쳐낸 매혹적인 음의 팔레트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세헤라자데]를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1888년 초의 일이었다. 작곡가는 그해 6월 25일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곡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관현악 총보가 완성된 것은 7월 26일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곡과 병행해서 작곡한 [러시아 부활제 서곡]은 8월 20일에 완성되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당시에 실로 창작력의 정점에 있었던 셈이다. 작곡가는 이 곡에 착수하게 된 계기에 대해 특별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원래부터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또 젊었을 때 해군 장교로서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경험 역시 작곡가에게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불어 넣었으리라고 추측된다.



1악장 -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라르고 에 마에스토소’(아주 느리고 장중하게)로 지정된 서주에서 두 가지 주제가 등장한다. 맨 첫머리에 제시되는 위압적인 금관 주제는 샤리아르 왕을, 템포가 렌토로 바뀌면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처연하고 애소하는 듯한 선율은 세헤라자데를 묘사한 것이다. 이 두 주제는 전곡에 걸쳐 등장한다. 이어지는 주요부를 여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선율은 별개의 주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왕의 주제를 변형한 것이다. 머잖아 신드바드의 주제가 플루트로 조용히 제시되고, 다시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화려하게 장식한 형태로 연주한다. 이후에도 왕과 세헤라자데, 신드바드의 주제가 서로 얽히면서 자유롭게 전개되어 나간다.

2악장 -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

‘칼렌다’는 이슬람의 탁발승을 말하는데 작곡가가 구체적으로 어느 이야기를 지목해 음악화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서주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연주한 뒤 바순이 탁발승 왕자의 주제를 연주한다. 이 선율을 익살스럽다고 묘사한 글이 많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밝혀도 된다면 차라리 애절하게 들린다. 이 주제가 여러 악기를 거치면서 점차 고조된 뒤 새로운 주제가 금관으로 힘차게 연주된다. 이 주제를 바탕으로 해 중간부가 다채롭게 전개된 뒤 다시 왕자의 주제로 되돌아가 화려하고 박진감 있게 마무리된다.

3악장 -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현악기의 관능적인 선율이 샤리아르 왕과 세헤라자데의 사랑을 묘사한다. 중간부에서는 작은북의 독특한 리듬을 타고 경쾌한 주제가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최초의 주제가 다시 등장하고, 왕과 왕비의 주제를 거쳐 다시 중간부 주제가 재등장한 뒤 목관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귀엽고 익살스럽게 암시하면서 끝난다.




4악장 -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종결
이전 악장들의 여러 주제가 번갈아 가며 등장해 일대 축제를 벌이는 마지막 악장이다. 먼저 왕의 주제가 성급하고 퉁명스럽게 제시된 뒤 이를 무마하듯이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등장한다. 두 주제가 변형된 형태로 한 번씩 더 등장한 다음 악상이 일변해 급박하게 전개되는 리듬을 타고 바그다드의 축제가 펼쳐진다(도중에 탁발승 왕자의 주제도 나온다). 이어 1악장에서의 바다 선율이 더 큰 스케일로 펼쳐진 뒤 배가 난파하고 나면 2악장의 중간부 주제와 3악장 서두 주제(목관으로 연주된다)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다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약음으로 가녀리게 연주하고, 이어 저음현이 왕의 주제를 차분하게 연주한 뒤 양쪽이 어우러지면서 두 남녀의 진정한 결합을 알린다.

연주자들은 이 곡의 연주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몇 개의 단순한 주제를 음색만 바꿔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고역이라는 이야기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아니나, 바로 그렇기에 이 곡이 위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천하룻밤에 걸쳐 이어진 왕과 왕비의 이야기만큼이나 면면히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은 듣고 또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어느 잔혹한 왕과 아름답고 지혜로운 아가씨의 사랑은 우리에게 세계 문학사상 불멸의 걸작뿐만 아니라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음악도 남겨 주었다.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코리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객석>,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라 무지카> 등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말러,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닐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며, 지휘자 가운데서는 귄터 반트를 특히 존경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Nikolai Rimsky-Korsakov, Scheherazade] (클래식 명곡 명연주)



Oliver Wass - Ginastera Concerto for Harp Op.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