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서울시향/고티에 카퓌송&미하일 타타르니코프/2015.11.25.수/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5. 11. 24. 01:38

 

 

 

지휘 미하일 타타르니코프 Mikhail Tatarnikov, conductor
첼로
고티에 카퓌송 Gautier Capu?on, cello
 
[프로그램]
글린카, 루스란과 루드밀라 서곡 Glinka, Ruslan and Lyudmila Overture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Dvo??k, Cello Concerto, Op. 104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Rachmaninoff, Symphony No. 3
 
독주와 실내악 활동으로도 많은 국내 팬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첼로계 젊은 별 카퓌송이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러시아 최고(最古) 오페라 및 발레극장인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음악감독 미하일 타타르니코프가 지휘봉을 잡습니다. 그는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도 정기적으로 서고 있으며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육성한 ‘게르기예프의 직계’로 꼽힙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올 러시안’ 레퍼토리 입니다. 간소하지만 강렬하고 더없이 러시아적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도 기대를 모읍니다.

 Russlan And Ludmilla (Overture) / Orchestra Of Mariinsky Theatre

 

 

Rachmaninoff: Symphony No.3 in A minor - N. Järvi / Saint Petersburg Academic Symphony Orchestra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Antonín Dvořák

1841-1904

Mstislav Rostropovich, cello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1977.04

 

Mstislav Rostropovich -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1894년 가을,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첼로 협주곡(B단조)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협주곡들을 작곡했고 그 모든 경험이 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사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몇 달 전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느낀 강렬한 체험에서 출발했다. 그때 빅터 허버트라는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처음 듣게 된 드보르자크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드문 편성인 3대의 트롬본을 사용한 점이 드보르자크가 받은 감동을 증명하고 있다. 작곡가의 미국 체류 경험은 이 첼로 협주곡에 새로운 영감을 제시했으며, 미국의 아프로-아메리칸 문화가 체코의 슬라브 문화와 만나서 의미 있는 형식을 이끌어냈다. 만약 드보르자크가 유럽에서만 활동했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로 협주곡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아프로-아메리칸 문화와 체코 슬라브 문화의 만남

첼로 협주곡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의 초연은 작곡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첼리스트 하누시 비한(Hanuš Wihan)과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복잡해졌다. 런던 필하모니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초연자로 첼리스트 레오 스턴(Leo Stern)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작곡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미안합니다만 이 첼로 협주곡을 지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오랜 친구인 비한에게 초연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런던 필하모니가 나의 첼로 협주곡을 그날 꼭 연주해야 한다면, 저는 함께할 수가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겁니다.”

드보르자크 자신은 이 말을 지킬 수가 없었다. 결국 런던 퀸즈 홀에서 1896년 3월 19일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런던 필하모니와 레오 스턴이 세계 초연의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다(같은 해 4월 17일에 이루어진 프라하 초연 때도 스턴이 연주했다). 이 일로 인해 체코 음악계의 거물이었던 비한과의 사이는 더욱 틀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드보르자크의 마음속에는 이 작품을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애썼던 스턴이 아니라 계속 딴지를 걸었던 비한을 향해 열려 있었던 것 같다. 첼로 협주곡의 헌정을 비한에게 바쳤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한 브람스의 반응은 잘 알려져 있다. “누군가가 이와 같은 첼로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벌써 오래전에 이와 같은 작품을 썼을 것이다.” 그만큼 드보르자크의 이 작품은 19세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첼로 협주곡이다. 영국의 첼리스트 줄리어스 해리슨은 “나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이 낭만 음악이라는 넓은 정원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 곡의 위대함을 칭찬했다.

남 보헤미아의 체스키 크룸로프. 도시 전체가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이며 서주 없이 제1주제를 현악과 함께 클라리넷이 주도한다. 이 주제는 흑인 음악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그 선율을 고스란히 사용한 것은 아니다. 드보르자크는 자신이 체코 출신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제1주제가 나온 뒤에 두 개나 네 개의 마디를 반복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체코 음악 스타일이다. 제2주제를 연주하는 첼로와 호른은 감수성으로 물들어 있다. 1악장은 대담한 희망과 웅장함이 특징적인 인상으로 화려한 관현악과 독주 첼로 사이의 극적인 긴장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오보에와 파곳의 서정성은 중부 유럽을 향한 잃어버린 노스탤지어의 분위기를 닮아 있다. 사실 2악장은 작곡가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요세피나 체르마코바(드보르자크는 그녀의 동생과 결혼했다)와 깊숙하게 맺어져 있다. 제2주제에서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가곡 ‘나 홀로 내버려 두세요’를 사용했는데, 요세피나가 이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창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던 바로 그 시점에 요세피나가 사망했고 드보르자크는 그 충격 속에서 작품에 몰두했다. 따라서 작곡가와 요세피나 사이의 감정의 등고선은 2악장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이다.

3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모데라토

호른과 독주 첼로 사이의 주제 교환은 매우 다채로우며, 체코 지방인 보헤미아의 정서가 듬뿍 담겨 있다. 풍부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깊은 서정성 그리고 드라마틱한 스타일은 아메리카와 체코의 민속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엮어지면서 흘러간다. 특히 목관악기의 짧은 선율은 슬라브 정서를 환기시킨다.

Alexandre Debrus -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Alexandre Debrus, cello

Gilberte Boucher, conductor

Arpeggio Symphonic Orchestra

Conservatoire royal de Bruxelles

2015.07.05

 

추천음반

1. 첼리스트들에게 이 작품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로스트로포비치 연주는 질풍노도처럼 모두를 압도한다.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협연한 음반(DG)은 용호상박처럼 팽팽하게 전개되는데 드라마틱한 스케일감이 짜릿하다. 로스트로포비치/줄리니 음반(EMI)도 훌륭하다. 카라얀과의 연주보다 더 작품의 본질에 접근해 있다고 할 수 있다.

2. 사들로가 노이만의 체코 필과 협연한 연주는 감정 과다를 배제하고 악보 그 자체에 파고들었다.

3. 리듬감이 특별한 푸르니에(DG), 카잘스(EMI/Naxos)와 포이어만(EMI/NAXOS) 음반이 또 다른 선택으로 남아 있다.

김효진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협주곡  2009.11.04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