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임헌정 부르크너 시리즈/ 8번 교향곡/코리안 심포니/12.15.화/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5. 12. 14. 22:47

 

 

 

 

 


예술의전당 <Great Composer Series-브루크너>
예술의전당은 2010년을 시작으로 <The Great 3B Series>, 2013년 <Great Composer Series-차이콥스키> 등 한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기획하며 내실 있는 국내 음악 연주의 저변 확대를 이끌어왔습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기획한 <Great Composer Series - 브루크너>는 지휘자 임헌정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시리즈로서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2015년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말한 음악회가 될 것 입니다.

임헌정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낼
새로운 사운드의 브루크너

2014년 11월 브루크너 시리즈의 첫 음악회에서 임헌정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치밀한 분석과 세밀한 연주로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하여 대담한 화성과 장대한 표현 양식, 독특한 사운드로 가장 독창적인 음악을 구현해낸 작곡가 브루크너의 음악세계를 심도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작년에 이어 임헌정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학구적이면서도 융통성을 잃지 않는 시도를 보여줄 2015년 브루크너 시리즈에서는 2월 26일(목)의 모차르트 “린츠” 교향곡과 주로 단조로 작곡되던 브루크너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장조로 작곡되어 평안하고 쾌활함이나 맑고 밝음을 지니고 있는 교향곡 제6번의 연주를 시작으로 바그너에게 헌정된 교향곡 제3번이 연주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브루크너 최초의 교향곡인 교향곡 제1번, 그의 고뇌와의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는 교향곡 제8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 최고의 솔리스트들과 함께하는 브루크너 시리즈
2015-2016 브루크너 시리즈부터는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한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협연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 2위 수상자 피아니스트 손열음, 유럽 무대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수석, 비엔나 심포니 플루트 수석 등으로 활동해온 플루티스트 최나경 등 국내ㆍ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솔리스트들이 협연자로 나서 연주의 풍성함을 더할 예정입니다.

 

임헌정 HUN-JOUNG LIM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ㆍ상임지휘자

ⓒ홍장현 - 월간객석

 


지휘자 임헌정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청중과 비평가 모두를 사로잡으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바르토크, 베베른 등의 작품들을 초연하며 국내 클래식계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러 일으켰으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베토벤,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작곡가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동시에 꾸준히 음악계에 화두를 던져왔다. 특히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쳐내며 ‘말러 신드롬’, ‘말러 붐’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대 사건을 만들어냈다.
‘지휘대의 탐험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 인물’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증명하듯 동아일보로부터 국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의 지휘자’로한겨레신문이 기획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중에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음악협회 ‘한국음악상’,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우경문화예술상’, ‘서울음악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대원음악상 특별공헌상’을 수상하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을 증명하였다. 또한, 25년간 이끌어온 부천필에게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서울대 음대 졸업 이후 미국 메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한 그는, 귀국 후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30년째 재직하고 있다. 현재 코리안심포니 제5대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음악의 인생을 펼치며 또 다른 교향악의 역사를 시작하려 한다.


김태형 피아노

서울 태생의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타고난 균형감각과 논리 정연한 해석으로 일찍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피아노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21회 포르투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및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 음악계에 처음 이름을 알린 김태형은 같은 해 베오그라드 쥬네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에 오른 이후, 2006년 하마마쓰 콩쿠르, 2007년 롱-티보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국내외에 그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인2008년 인터라켄 클래식스 콩쿠르, 모로코 콩쿠르, 프랑스 그랑프리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연속 우승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으며 같은 해 서울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고, 2010년 세계 최고의 피아노 콩쿠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에 오르며 국내와 유럽 무대에 저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영국 헤이스팅스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과 동시에 청중상을 수상하면서 런던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로열 월로니 체임버, 베오그라드 필하모닉, 도쿄 심포니, 키오이 신포니에타, 포르투 국립 오케스트라, 불가리아 국립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블라디미르 스삐바코프(Vladimir Spivakov), 마린 알솝(Marin Alsop), 에밀 타바코프(Emil Tabakov), 박탕 마챠바리아니(Vakhtang Matchavariani) 등의 명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한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협연을 포함하여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오프닝 콘서트, MBC DMZ 콘서트 등의 무대에 섰으며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시향, 대전시향, 원주시향, 서울바로크합주단 등 국내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서울 바로크 합주단과 러시아의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깔루가 등지에서 순회공연을 가졌으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싱가포르, 태국을 거친 아시아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벨기에의 브뤼헤 SCOOP 콘서트 시리즈, 겐트의 한델스뷔어홀, 메헬렌의 플랑드르 축제 초청 리사이틀을 포함, 일본 요코하마 국제 피아노 콘서트, 이탈리아 플로렌스 페스티벌 독주회, 포르투갈 포르투 리사이틀 투어, 독일 유로뮤직페스티벌 오프닝 연주 등 해외의 다양한 무대에 섰으며, 프랑스 알프레드 코르토홀에 정기적으로 초청받아 리사이틀을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호 라이징스타시리즈, 금호 신년음악회, 국제교류재단 20주년 송년음악회, 호암아트홀 라이징스타시리즈, 야마하 아티스트시리즈 등에 초청되어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아트엠콘서트,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 무대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났다.
실내악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열정으로 김태형은 2013년 6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헨드릭 블루멘로트(Hendrik Blumenroth)와 함께 트리오 가온(Trio Gaon)을 결성하여 독일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디토 페스티벌, 코스타리카 크레도마틱 페스티벌을 포함해 국내외 유수의 실내악 축제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외교통상부 초청으로 스위스와 중앙 아시아 등지에서 실내악 투어를 가졌으며,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순회공연을 가졌다. 또한 독일의 슐로스 엘마우, 바트 라이헨할, 볼프랏츠하우젠 등의 튼실한 실내악 무대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를 수석 졸업한 김태형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충모를 사사했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엘리소 비르살라체(Elisso Virsaladze)의 지도 아래 최고연주자과정 (Meisterklasse)을 마치고 이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자리를 옮겨 비르살라체의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러시아적 감수성을 함양하기도 했다. 또한 뮌헨 음대에서 헬무트 도이치(Helmut Deutsch)의 사사로 성악가곡반주 최고연주자과정(Liedgestaltung Meisterklasse)을 졸업하였고 현재 실내악 지도의 명인 크리스토프 포펜(Christoph Poppen)과 프리드만 베르거(Friedemann Berger) 문하에서 실내악 과정(Kammermusik)을 수학하고 있다.
김태형은 2008년부터 대원문화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2014년 현재 한국의 수이 제너리스(Sui Generis), 유럽연합의 바인슈타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Weinstadt Artists Management), 러시아의 스몰아트 콘서트 에이전시(SMOLART Concert Agency) 소속아티스트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예술의전당

2015년 창단30주년을 맞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연간 9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하여 국내 교향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의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와 발레 전문 오케스트라로 인정받으며 전문성을 확보해왔다. 1989년 문화체육부로부터 사단법인단체로 승인 받은 이후, 2001년 3월 창단 16주년을 맞아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하면서 예술의전당 상주오케스트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이 후 [11시 콘서트]를 비롯 예술의전당 대표 프로그램을 연주하고 있으며, 콘텐츠영상화사업에 참여하는 등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1989년과 1990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5천명 합창단과 함께 ‘대합창 연주회’로 화제의 공연을 이루어낸 바 있으며,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초연작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2013년 ‘파르지팔’과 2014년 국립발레단의 국내 초연작 ‘봄의 제전’의 호연으로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또한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안젤라 게오르규, 라두 루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내한 시에도 함께하였으며,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영화[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OST를 녹음하였고, 팝 스타 ‘스팅’ 내한 공연 등을 통하여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선 굵은 연주회는 물론 2013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오케스트라로서는 유일하게 무대에 섰으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폐막식의 연주를 담당하는 등 세계 속에 한국의 클래식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와 함께 폭넓은 레퍼토리로 구성되는 정기연주회와 다양한 컨텐츠 개발을 통한 자체 기획시리즈인 [라이징스타, 토킹 위드 디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폭넓은 관객층을 형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국립예술단체와 함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찾아가는 음악회]를 진행해나가는 등 전국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 전국민 문화향유권 신장에 기여하며 클래식음악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2014년 1월 지휘자 임헌정이 제5대 예술감독ㆍ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매회 전석 매진을 달성, 깊이 있는 해석과 탄탄한 연주력으로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최상급 오케스트라로 나아가고 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제 8번 Bruckner Symphony No. 8 in C minor 특성 | 1887년 첫 완성 이후 브루크너-샬크, 하스, 노바크 에디션으로 개정<br>정보 | 1892년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빈에서 초연

 

1887년 8월, 브루크너는 오랜 세월 끝에 [교향곡 8번]을 완성했다. 그는 이미 1884년 9월에 [교향곡 8번] 1악장의 스케치를 끝냈으나 다른 작품을 개정하는 데 시간을 소모하느라 1악장 스케치 후 3년이 지나서야 모든 작곡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마침내 대작을 완성한 브루크너는 그해 9월에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새 교향곡의 악보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동봉했다. “할렐루야! 드디어 교향곡 8번을 완성했습니다! 이 사실을 저의 예술적 아버지께 가장 먼저 알려드립니다. 아마도 이 작품을 좋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그의 “예술적 아버지”란 물론 헤르만 레비다. 레비는 당 시 뮌헨 궁정악단의 지휘자로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초연해 유명해졌으며,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과 [테 데움]을 성공적으로 연주해낸 훌륭한 지휘자였다. 그는 브루크너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 사람으로 브루크너의 [ 교향곡 4번]과 [7번]의 출판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브루크너로부터 새 교향곡의 악보를 받은 레비는 브루크너의 기대와는 달리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악보를 되돌려 보냈고 이 일로 브루크너는 크게 상심했다. 브루크너는 평생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레비의 거절은 그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이 사건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신앙인으로선 큰 죄악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로베르트 하스의 대담한 에디션

브루크너는 작품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수많은 개정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 때문에 ‘개정 마니아’라는 별명까지 얻은 터였지만 이번에도 그는 [교향곡 8번]을 개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정 작업에 착수한 브루크너 는 1890년에 [교향곡 8번]의 두 번째 버전을 완성했다. 브루크너는 그의 교향곡을 개정할 때마다 항상 그의 제자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교향곡 8번]의 개정작업에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889년부터 9년까지 이어진 [교향곡 8번]의 개정 때는 브루크너의 제자 요제프 샬크가 참여했다. 1890년에 브루크너와 샬크와 함께 완성한 [교향곡 8번]의 초연은 1892년 12월 18일에 한스 리히터가 지휘 하는 빈 필하모닉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이후 활발히 연주되었다. 그러나 1887년에 브루크너가 처음 완성한 첫 번째 버전은 1973년 9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 악장 초연이 이루어질 정도로 한동안 무시되어왔다.

 

                                                                                                                                                    교향곡8번에 사용한 독특한 악기-바그너 튜바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1887년 버전이 초연되기까지, 1890년 버전의 새로운 에디션이 출판되기까지, 국제 브루크너 협회의 활발한 연구 활동이 뒷받침 되었다. 1934년에 국제 브루크너 협회는 브루크너의 의도에 충 실한 믿을만한 에디션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이때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 로베르트 하스가 이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다. 하스는 1935년에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의 새로운 에디 션을 준비하면서 매우 대담한 시도를 감행했다. 그는 [교향곡 8번]의 1877년 버전이나 브루크너-샬크의 1890년 버전 모두 무시한 채 오로지 1890년 버전 중 브루크너가 작곡한 부분만을 참고로 하여 새로운 에디션을 만들 었다. 그 결과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은 매우 감동적이고 세련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하스의 대담한 시도 덕분에 [교향곡 8번]의 3, 4악장은 전과 매우 다른 작품이 되었는데, 이는 하스가 샬크의 개정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볼 때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하스 에디션은 음악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 에디션 하스 개인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 문제가 되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하스가 브루크너의 교향 곡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정한 것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 하스는 그의 동료들처럼 열혈 나치 당원은 아니었으나 정치적인 타협을 위해 브루크너의 악보를 개정했고 이는 종전 후 큰 문제가 되었다. 결국 1945년부터는 좀 더 중용적인 태도로 브루크너의 의도에 좀 더 충실하고자 했던 레오폴트 노바크가 브루크너 교향곡 에디션의 새로운 책임자로 나서게 되었다.

 

노바크는 1955년에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새로운 에디션을 준비하면서 브루크너와 샬크가 함께 완성한 1890년 버전을 참고했다. 그는 샬크가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 피날레의 심벌즈 연주 등을 제거하는 등 최소한의 편집으로 새로운 에디션을 완성했고, 1973년에는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1887년 버전도 손을 보아 그해에 1887년 버전의 전 악장 초연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노바크 에디션’

오늘날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은 대부분 1890년 버전의 노바크 에디션으로, 1887년 버전에 비해 좀 더 확장된 오케스트레이션을 보여준다. 1887년 버전에선 4악장에서만 3관 편성의 목관악기가 사용되는 반면, 1890년 버전에선 1악장부터 3관 편성의 목관악기들이 등장해 더욱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3악장 아다지오 악장에서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이 등장해 더욱 강력한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버전 모두 8명의 호른 주자가 등장하며 그 중 4명은 때에 따라 ‘바그너 튜바’ 연주를 겸하고 있어 특이하다. 바그너 튜바는 브루크너가 존경하던 바그너가 음악극에 사용했던 악기로, 호 른과 튜바의 중간 정도의 음색을 지닌 독특한 금관악기다. 뿐만 아니라 하프가 등장하는 것도 브루크너 교향곡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바그너 튜바 외에는 특수 악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브루크너는 ‘천사의 악기’라 불리는 하프를 [교향곡 8번]에 사용해 매우 신비로운 음향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악보에 가능하다면 3대의 하프를 쓸 것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브루크너가 이 교향곡에서 색채감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신비롭게 문을 열어 벅찬 환희로 끝을 맺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1890년 버전 노바크 에디션을 기준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각 악장 별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 도입부 특유의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와 호른의 지속음이 바탕에 깔리면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의 저음현이 신비로운 주제를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어떤 음이 중심음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성적으 로 모호하다. 또한 저음현으로 제시된 제1주제는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구성하는 하나의 벽돌인양 단편적인 성격이 강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도입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욱 깊어지는 가 운데 23마디에서 전체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트레몰로를 터뜨리면 다시금 처음의 주제가 저음현과 금관악기에 의해 연주되며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처음에 단편적으로만 제시됐던 주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윤곽을 서서히 형성해가며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4악장의 장엄한 스케일은 거대한 성당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출처: NGD>

2악장 스케르초는 브루크너 특유의 개성이 그의 어떤 교향곡에서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 음악이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리듬 패턴도 흥미롭지만, 호른의 팡파르와 높은 음역에서 반복음형을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환상적인 색채감을 만들어내며 귀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어느 음악평론가는 이 음악이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비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3악장 아다지오는 [교향곡 8번] 전 악장 중 연주시간이 가장 길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정점을 이룬다. 이 느린 음악을 연주하려면 최소한 25분 이상의 연주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는 하이든 교향곡 전곡 연주시간과 맞먹 는다. 첫 부분에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선율은 그 호흡이 길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엇인가 열망하는 듯한 성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3악장 말미에 이르러 팀파니와 심벌즈, 트라이앵글, 하프까지 가세한 전체 오케스트라의 폭발적인 절정은 바그너 음악의 황홀한 절정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브루크너 특유의 거 대한 에너지와 장대한 느낌은 바그너 음악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보게 한다.

4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들 중 가장 훌륭한 피날레 악장으로 꼽힌다. 마치 멀리서 군대가 돌진해오듯 무시무시하게 시작되는 4악장은 첫 부분부터 듣는 이를 압도해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브루크너 연구가인 로버트 심슨은 이 악장을 가리켜 “브루크너가 시도한 새로운 종류의 피날레”라 칭하며 “그 거대한 느낌이 마치 거대한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연상시킨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그너 튜바 4대까지 가세한 막강 관악기군과 현악의 트레몰로가 자아내는 벅찬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추천음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추천음반으로는 클라우스 텐슈테트와 런던 필하모닉(LPO Classics), 세르주 첼리비다케와 뮌헨 필하모닉(EMI),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DG), 카를 슈리 히트와 빈 필하모닉(EMI), 을 꼽을 수 있겠다.

 

 최은규 이미지

최은규 | 음악평론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