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바이올린 스베틀린 루세브 Svetlin Roussev, violin
첼로 루이지 피오바노 Luigi Piovano, cello
[프로그램]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Brahms, Double Concerto for Violin and Cello, Op. 102
바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Bartok, Concerto for Orchestra, BB 123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은 호흡이 검증된 솔리스트 두 사람을 한 자리에 불러오는데서 성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명훈 예술감독,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과 함께 첼로 솔로로 호흡을 맞출 주인공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 첼로 수석이자 지휘자로도 활약중인 루이지 피오바노 입니다. 서울시향의 객원 첼로 수석으로 말러 교향곡 5번을 비롯한 수많은 콘서트에 참여해 환상 호흡을 자랑해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바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역시 이들이 최고의 솔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악구들로 가득합니다.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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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
세계 정상의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8년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정명훈은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1990)로서 마에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다. 오페라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시몬 보카네그라>로 데뷔한 이후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피렌체 테아트로 코뮤날레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고,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정명훈은 그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리 바스티유를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했다.
1990년부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20여 장의 음반을 레코딩하며 음반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하기까지 한 메시앙의 음반들(<투랑갈릴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등)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베르디의 <오텔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 등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8년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아비아티 상’과 이듬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을 받았으며, 1991년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 1992년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5년 프랑스에서 ’브루노 발터 상‘과,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음악의 승리상‘에서 최고의 지휘자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003년에 다시 이 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가진 일본 데뷔 공연으로 “올해 최고의 연주회”에 선정된 이래, 이듬해 런던 심포니 공연 역시 최고의 공연으로 기록되었으며, 2001년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 취임 연주회 등 열광적인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서 1995년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정명훈은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인 ‘금관 훈장’을 받았고, 1996년 한국 명예 문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한 바 있다. 2002년 국내 방송사에서 실시한 문화예술부문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음악분야 최고의 대표예술인으로 선정되었다.
프랑스 <르 몽드>지가 ‘영적인 지휘자’라고 극찬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1997년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았고, 같은 해 가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000년 5월부터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2001년 4월부터 일본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을 맡고 있으며,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05년 예술고문으로,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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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스베틀린 루세브
스베틀린 루세브는 불가리아 루세의 음악 선생이었던 모친으로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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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SNMDP)에 입학하여 제라르 풀레와 장자크 칸토로프를 사사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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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만장일치로 바이올린 연주 부문과 실내악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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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ud Capuçon - Brahms - Double Concerto, Op 102 -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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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hms - Concerto in A minor for Violin & Cello, Op.102
브람스 -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A단조, 작품 102
이「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은 브람스가 쓴 마지막 협주곡인 동시에 마지막 관현악곡이기도
하다. 작곡은 54세 때인 1887년 여름에 스위스 툰 호반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곡은 처음부터「바이올린
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으로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그랬듯이 계획이 자꾸만
바뀐 뒤에 협주곡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브람스는 1885년 여름에「교향곡 제4번」을 완성하자마자 곧「교향곡 제5번」의 구상을 짰는데, 도중에서
그 계획을 바꿔서 콘체르토 그로소의 스타일을 닮은「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으로 만들려 했다.
그래서 그는 친구인명 바이올린리스트 요하임의 조언을 받으면서 일을 진척시켰다. 이렇게 된 데에는 또 하나
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시 사소한 일로 브람스와 요하임의 사이에 불화가 생겼기 때문에 브람스는 요하임
의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써 어떻게든 그 불화를 해소해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설사 일시적인
불화가 있었지만, 예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아낌없이 의견을 주고받곤 했다.
또 브람스는 나중에 요하임 4중주단의 멤버가 된 명 첼리스트 로베르트 하우스만과 클라라 슈만에게도 조언
을 부탁했다. 이러한 것은 정말 신중파였던 브람스다운 점이다. 사실 이 시도는 브람스 자신은 물론이지만,
요하임이나 클라라 슈만의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큰 문제였고 걱정거리였다. 클라라 슈만은 당시의 일기에 이
렇게 쓰고 있다.
「나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함께 독주악기로써 등장시키는 일이 반듯이 좋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악기
자체로서도 광채가 안 나니까 협주곡이 장래성을 갖는다고는 믿기 어렵다. 이것은 작곡자에게는 매우 흥미로
운 일이겠지만, 그의 다른 많은 작품과 견주어 볼 때, 이 곡에는 신선하고 따뜻한 필치가 없다.」
어쨌든 이 곡으로써 브람스와 요하임의 우정은 다시 회복되었다. 그런 뜻에서인지는 몰라도 클라라 슈만은 이
곡을「화해의 협주곡」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연은 1887년 10월에 퀼른에서 행해졌다. 그 때의 독주자는 요하임과 하우스만이였고, 브람스 자신이 지휘
봉을 들었다. 하긴 그보다 1개월쯤 전에 바덴바덴의 클라라 슈만의 집에서 시연(試演)이 있었는데, 그 때는
브람스가 피아노로써 반주를 했다.
이 곡은 두꺼운 음색으로 지탱된 소박한 작품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처음에 교향곡으로서 계획되었
던 만큼 전체적으로 교향적 양상이 매우 짙다. 이 곡의 기품있는 위엄을 두고 그것은 알프스의 위풍당당한
광경이 여기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선율은 충분히 노래되며, 2개의 독주악기에는 고도의 기교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특출한
기교와 음악성을 가지면서 호흡이 잘 맞는 2명의 독주자가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제1악장 알레그로
얼마간 변형된 협주적 소나타 형식을 취한다.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제1주제를 제시하기 전에 독주 첼로와 독
주 바이올린이 카덴짜를 연주한다. 장엄한 규모를 가진 힘찬 악장이다.
제2악장 안단테
3부 형식을 취하는데, 목가적 기분이 넘치는 악장이다. 호른의 유장(悠長)한 선율에 이어 2개의 독주 악기가
주제를 연주하는데 절절한 애수에 젖은 그 선율은 깊이 가슴에 스민다.
제3악장 비바체 논 트로포
론도 형식을 취한다. 독주 첼로가 연주하는 경쾌한 주제에서 시작되어 이윽고 오케스트라가 이를 받아 점점
크게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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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ók, Concerto for Orchestra, Sz.116
버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Béla Bartók
1881-1945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Orchestra Hall, Chicago
1955.10.22
Fritz Reiner/Chicago Symphony Orchestra - Bartók, Concerto for Orchestra, Sz.116, BB 123
통상 ‘협주곡’이라고 하면, 단 하나의 독주 악기를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독주 협주곡’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 콘서트 무대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플루트 협주곡 등이 모두 ‘독주 협주곡’에 속한다. 물론 개중에는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이나 브람스의 ‘2중 협주곡’처럼 복수의 독주 악기가 등장하는 협주곡도 있고, 고전파 시대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협주 교향곡)’나 바로크 시대의 ‘콘체르토 그로소(합주 협주곡)’를 거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어떤가?
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곡가 벨러 버르토크의 작품인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앞서 거론한 모든 협주곡 양식을 초월한 혹은 융합한 지점에 우뚝 서 있다. 별도의 독주 악기 없이 오케스트라에 속한 악기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기능을 뽐내며 한데 어우러지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은 버르토크가 동구권 민속음악에 기초한 특유의 기법을 가장 원숙한 필치로 구사하여 빚어낸 역작이자 다분히 현대적인 시대정신이 반영된 기념비적 걸작이다. ▶벨러 버르토크와 부인 디터 파스토리(Ditta Pásztory)
이 곡을 쓰기 직전인 1943년 봄, 버르토크는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누워 있었다. 나치에 협력하는 호르티 정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조국을 떠나온 지 어느덧 3년,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헝가리의 산과 들, 동구권 민속음악으로부터 멀어진 그는 깊은 고독에 빠졌고, 이민 후 단 하나의 작품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기존 작품들은 미국 음악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도 여의치 않았다.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벽증적인 성격의 그는 군에 입대한 아들이 부친 돈마저 한 푼도 쓰지 않고 돌려보냈다. 급기야 1년 전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건강은 결국 백혈병 진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그를 몰아넣었다.
쿠세비츠키 재단의 위촉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출신으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었던 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가 병상의 버르토크를 찾아왔다. 쿠세비츠키는 버르토크에게 자신의 아내 나탈리를 추모하기 위한 오케스트라 작품을 위촉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르토크는 심사숙고한 뒤 그 제안을 거절했는데, 자신은 중병에 걸렸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쿠세비츠키는 자신에게 재단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표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설득했다. 사실 그 배후에는 요제프 시게티, 프리츠 라이너 등 버르토크를 도우려는 헝가리 출신 음악가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지만, 그러한 사연은 자존심 강한 버르토크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다행히 버르토크는 쿠세비츠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직후 병세도 다소 호전되었다.
그해 여름, 버르토크는 부인 디터 파스토리와 함께 뉴욕 주 사라낵(Saranac) 호숫가의 요양원에서 지냈다.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한 자연의 품에 안기자 그의 생명력과 창작력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8월 15일부터 10월 8일 사이 밤낮으로 작곡에 매달렸고, 마침내 20세기에 만들어진 관현악곡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작을 완성해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그 이듬해 말 보스턴에서 초연되었고, 버르토크는 그 다음의 뉴욕 공연에서 자신의 신작을 처음 들을 수 있었다.
뉴욕 사라낵 호수 전경
협주곡적이면서 교향곡적인 관현악곡
사실상 이 곡은 버르토크의 유일한 ‘교향곡’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구성적인 면에서 보면, 1악장은 도입부를 가진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고, 2악장과 4악장은 익살맞은 스케르초, 3악장은 무거운 야상곡 풍의 느린 악장이며, 마지막 5악장은 장대하고 화려하며 활력 넘치는 피날레이다. 실제로 말년의 버르토크는 지인들에게 정식 교향곡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이 곡의 많은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에 속한 여러 악기들을 마치 협주곡의 독주 악기처럼 처리했고, 각각의 악기들 또는 각 파트 사이의 기교적인 주고받음과 유기적인 어우러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런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는 일부러 제목에 ‘협주곡’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것이다. 여기서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버르토크는 헝가리 음악을 현대화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연주하기 어려워서 많은 연주자를 고생시킨다.
“이 교향곡적인 오케스트라 작품의 제목은 오케스트라의 개별 악기들을 콘체르탄테 내지 독주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성향에 의해 설명된다. 예를 들자면 ‘명인기적’ 처리 수법은 1악장 발전부의 푸가토(fugato) 단락들(금관악기)에서, 마지막 악장 기본 주제의 무궁동(無窮動)적 구절(현악기)에서, 그리고 특히 악기들이 각기 쌍을 지어 병진행으로 화려한 구절들을 내놓는 2악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곡을 이루는 다섯 개의 악장은 이른바 ‘아치 구조(arch form)’를 취하고 있다. 즉 가운데 놓인 3악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스케르초 악장(2, 4악장)이 위치하고, 서로 연관된 1악장과 5악장이 맨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버르토크는 이런 식의 구조를 좋아했는데, 현악 4중주 4번(1928)과 5번(1934)이 대표적이다.
1. 서장(Introduzione): 안단테 논 트로포 - 알레그로 비바체
소나타 형식에 기초한 첫 악장은 어둡고 무거운 서주로 출발한다. 저음부의 4도 진행, 플루트의 파를란도 루바토 선율 등 처음부터 버르토크 특유의 스타일이 선명히 떠오른다. 얼마 후 트럼펫이 억제된 코랄 선율을 꺼내 놓으면 음악의 흐름이 차츰 고조되면서 알레그로의 주부로 진입하고, 마침내 제1주제가 돌연 솟구치듯 등장한다. 서정적인 제2주제는 오보에로 제시되고, 이후 음악은 대체로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를 띠지만 제1주제와 제2주제 사이에 트롬본으로 나타났던 힘찬 경과부 주제가 다시 나타나 푸가토로 발전하면 치열한 빛을 발한다.
2. 쌍의 놀이(Giuoco delle copple):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
작은북의 리듬 연주로 출발하는 이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관악기들이 각 파트마다 두 개씩 쌍을 이루어 연주를 이어 가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쌍을 이룬 관악기들은 파트마다 다른 음정 간격을 유지하며 화음을 만들어내고, 그 흐름을 받쳐주는 싱커페이션 리듬이 흥미진진한 기분을 더하며 ‘쌍의 놀이’를 연출한다. 금관에 의한 부드러운 코랄 풍의 중간부를 지나서 제1부로 복귀하면, 서로 다른 ‘쌍의 놀이’의 다채로운 조합 및 첨가가 이루어지고, 마지막에는 전체가 하나의 화음을 연주하면서 마무리된다.
3. 비가(Elegia): 안단테 논 트로포
첫 악장 서주에 나왔던 4도 동기로 출발하는 이 악장은 버르토크 특유의 어둡고 정밀하면서 극적인 야상곡 풍 음악인데, 버르토크 자신은 ‘우울한 장송곡’이라고 불렀다. 구조는 A-B-C-B-A로 정리할 수 있는데, A부분에서 오보에 주제를 장식하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독특한 이미지를 자아내고, B부분은 첫 악장 서주의 트럼펫 선율을 주제로 취하고 있으며, C부분에서는 파를란도 루바토의 민요 선율이 등장한다.
4. 중단된 간주곡(Intermezzo interotto): 알레그레토
또 하나의 스케르초 악장으로, 경묘하고도 서정적인 민요풍의 주부와 클라리넷의 경쾌한 선율을 중심으로 익살스런 제스처가 두드러지는 중간부가 교대되는 복합 3부 형식이다. 여기서 중간부의 클라리넷 선율은 (버르토크가 방송에서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침공의 주제’와 유사한데,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은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절정에 이르지만 버르토크의 선율은 풍자와 조소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사실 이 선율은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 나오는 것인데, 이 오페레타는 히틀러가 좋아했던 작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주부의 따뜻한 칸타빌레 선율은 유행가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대목의 가사는 ‘그대는 사랑스럽다, 그대는 아름답다, 헝가리여!’라고 한다. 즉 이 악장에는 버르토크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곳을 떠나온 원인 제공자에 대한 야유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5. 종곡(Finale) : 페잔테 - 프레스토
버르토크는 이 긍정적인 피날레 악장에서 자신의 음악적 원천인 헝가리, 루마니아, 발칸 반도의 민요에 대한 애정을 무한한 음악적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4대의 호른이 꺼내 놓는 힘찬 팡파르로 출발하며, 무궁동 풍의 현란한 패시지가 이어지며 열광적으로 고조되는 흐름, 첫머리의 팡파르 음형에 기초한 카논, 폭넓은 하행음형으로 출발하는 트럼펫 선율이 이끌어내는 극적 장면 등이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진행된다.
버르토크는 이 악장을 위해서 두 개의 엔딩을 준비했는데, 하나는 다소 갑작스러운 인상을 남기고, 다른 하나는 보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점진적인 고조에 기대고 있다.
Nicolás Pasquet/Liszt School of Music - Bartók, Concerto for Orchestra, Sz.116, BB123
Prof. Nicolás Pasquet, conductor
Liszt School of Music
CCN Weimarhalle, Weimar, Germany
2011.12.08
말년의 노정과 상념
버르토크는 1944년 12월 1일 보스턴에서 거행된 이 곡의 초연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표제적 설명을 제공했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 익살스런 두 악장을 제외하면 - 1악장의 엄숙한 기분과 3악장의 음울한 죽음의 노래로부터 마지막 악장의 삶에 대한 애착으로 점차 옮겨 간다.” 그리고 이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통해서 희망과 활력을 되찾은 버르토크는 병마의 엄습을 1년 반 동안 버텨내며 피아노 협주곡 3번, 비올라 협주곡(미완성) 등으로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것이다. ◀헝가리 머코(Makó) 시에 있는 버르토크의 동상
결국 이 곡은 작곡가의 고달팠던 말년의 노정과 상념이 투영된 작품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곡을 대하면서 우리는 마치 협주곡의 독주 악기처럼 다루어진 오케스트라 속 악기들의 활약상을 주시하며 그 묘미를 만끽하되, 한편으론 그 이면에 깃들인 의미도 차분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겠다.
추천음반
1. 이반 피셔(지휘)/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Philips, CD
2. 프리츠 라이너(지휘)/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RCA, CD
3. 게오르크 솔티(지휘)/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Decca, CD
4. 미하엘 길렌(지휘)/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Haenssler, CD
5. 피에르 불레즈(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uroArts, DVD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협주곡 2014.09.2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66874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 - Münchner Philharmoniker - Celibidache
헝가리 민속음악의 전통 존중
벨라 바르토크
현대 헝가리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벨라 바르토크(Bela Bartok: 1881-1945)는 헝가리와 주변지역의 민속음악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민족주의 음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에는 마쟈르민족의 독특함이 스며있다. 이같은 체계적인 연구와 전통을 중시하는 민족성은 코다이의 작품에 비하여 한결 분명한 노선을 그어준 것이다. 그는 나치 치하였던 1940년 헝가리 정부의 정책에 실망하여 미국으로 떠났으며 5년후, 64세를 일기로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백혈병 때문이었다.
바르토크의 관현악곡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일 것이다. 미국에서 보스턴교향악단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그는 여러 편의 독주곡, 협주곡, 현악곡 등을 썼다. 오페라에 있어서는 Herzog Blaubarts Burg(푸른 수염의 성: The Bluebeard's Castle)이 있다. 현대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귀중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작품들이다. ‘푸른수염의 성’은 우리나라에서 삼일운동이 일어나기 바로 전해인 1918년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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