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구스타보 두다멜 & LA필하모닉/3.25.수/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5. 3. 23. 00:30

 

 

베네수엘라 출신의 청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지금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샛별이다.

그는 미국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 되었으며, 이는 주빈 메타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등이 거쳐 간 미국 정상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제 3세계 청년 음악가가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두다멜은 15세 때 지휘봉을 처음 잡았으며, 불과 18세에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었다. 그의 음악적 성공은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 음악 교육인 ‘엘 시스테마’ 덕분이다. 30여 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현재 청소년 오케스트라만 200여 곳에 이른다. 트럼본 연주자인 아버지와 성악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두다멜 역시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또한 2006년 굴지의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사와 전격 계약하며 베네수엘라 국립 청소년 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7번을 내 놓았다. 그의 첫 데뷔음반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20대 중반의 지휘자가 데뷔앨범으로 베토벤을 선택한 것부터가 파격적이다. 너무나 유명한 베토벤의 5,7번 교향곡은 이미 수많은 대가들에 의해 레코딩이 되었고 그 화려한 명반들 사이에 자신의 앨범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자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 음반을 두고 최근에 나온 베토벤 교향곡 5,7번 중 최고라고 극찬하였고,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이 젊은 지휘자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2008년 여름 베를린 필하모닉, 필하모니카 델라 스칼라, 고덴부르크 심포니와의 데뷔 공연을 갖는다.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헬싱키, 잘츠부르크, 루체른,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바덴바덴 등의 무대에 서는 유럽 투어에 나서며 2008년 8월에는 고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런던의 BBC 프롬스, 페스트피엘 메클렌부르크-보르포메른(Festpiele Mecklenburg-Vorpommern), 비스바덴 쿠르하우스(Wiesbaden Kurhaus), 알데부르크(Aldeburgh), 에딘버러 음악제에 출연한다. 2008-09 시즌은 고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0월에 시작하는 유럽투어에서 시작되며 이 투어에는 쾰른, 에센, 룩셈부르크, 뮌헨, 비엔나, 바르셀로나, 발렌치아, 샌 세바스찬, 바야돌리드에서의 공연이 포함될 것이다. 2008년 11월에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미국 투어에서 뉴욕의 카네기 홀,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 필라델피아의 키멜 센터, LA의 디즈니 홀 연주를 했다. 이 후 2주간은 LA 필하모닉과 예약제 음악제에서 연주하며 12월에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일본,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며 아시아 데뷔무대를 가졌다. 이 외에도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공연이 계획되고 있다.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일”
- Sir Simon Rattle (사이먼 래틀, 現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두다멜은 최근에 들어본 지휘자 중 가장 뛰어난 지휘자 중 한 명이다”
-Claudio Abbado (클라우디오 아바도, 前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말러 / 교향곡 6번 가(A)단조, '비극적'
Symphony No. 6 in A minor "Tragische/Tragic"

 

 

Gustav Mahler (1864-1911)

 

 

작곡 연도 : 1903년 여름 - 1903년 9월 9일 완성


작곡 장소 : Maiernigg, Worthersee, Austria

가사/대본/원작 : 4악장에 3번 울리는 해머에 대해 작곡가의 아내 알마는 1) 장녀 Maria Anna Mahler의 죽음 2) 말러의 심장병 3) 빈 오페라 사임과 빈을 떠남으로 해석했다.

헌정, 계기 : 초연 때에 바로 "비극적"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하지 않으며, 말러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는 브루노 발터의 증언 밖에 전하지 않음. 판본에 따라 2-3악장의 순서가 바뀌기도 함.

초연 연도 : 1906년 5월 27일 (같은 해 3월 출판)

초연 장소 : Essen, Germany

초연자 : 작곡가 지휘. 초연 리허설 때 말러는 작곡 & 출판된 순서와 달리 스케르초를 3악장에, 안단테를 2악장에 연주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2nd edition 출판을 원함. 말러는 생전에 스스로는 항상 스케르초를 3악장에서 지휘함.

[악기 구성]

플루트 5 (2는 피콜로 겸함), 오보에 4,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4, 베이스 클라리넷, 파곳 4, 콘트라파곳 호른 8, 트럼펫 6, 트럼본 3, 튜바 팀파니 2, 큰북, 작은북, 글로켄슈필, 실로폰, 트라이앵글, 심벌즈, 탬버린, 탐탐, 방울, Rute, Tubular bell, 첼레스타 2, 해머 하프, 현 5부

[곡의 구성]
1악장.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A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행진곡 풍의 어두운 제 1주제와 말러의 아내 알마를 음악적으로 승화시켰다고 여겨지는 아름다운 제 2주제 (소위 Alma theme)로 구성. Heftig, aber markig (격렬하지만 간결하게)

2악장 (판본에 따라 3악장) Schezo A단조 3/8박자 Wuchtig (묵직하게). 소재적으로 1악장과 관련 - Trio 4/8박자, 3/8박자, 3/4박자를 교대로 Altväterisch (고풍스럽게) - 1부의 재현 - 트리오 변형 - 코다. 알마의 증언에 의하면 트리오 부분은 '모래위에서 뒤뚱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묘사한'것이라는 설도 있음.

3악장 (판본에 따라 2악장) Andante moderato E flat장조 4/4박자. 3부 형식.

4악장 Finale. [서주부] Sostenuto C단조 2/2박자 - Allegro moderato -[주부] Allegro energico A단조 소나타 형식. 전개부에 3번의 울리는 해머에 대해 알마는 "영웅은 적으로부터 3번 공격을 받고 세번째에 나무처럼 쓰러진다"고 말러가 말했다고 전한다. 말러는 추후 해머 부분을 삭제했지만 복원하여 연주하는 경우가 흔하다.

 

Mahler 6 with Gustavo Dudamel and Gothenburg Symphony


 

Gustav Mahler: Symphony No. 6 (Lucerne Festival Orcherstra, Claudio Abbado)

 

1.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Heftig Aber Markig  23'54
2. Andante Moderato 14'58
3. Scherzo (Wuchtig) 13'02
4. Finale (Allegro Moderato) 31'24

 
이 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며,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4악장  구성으로, 큰 규모의 첫 악장과 끝 악장 사
이에 비교적 짧은 중간  악장들이 끼여 있다.

4악장 구성인데다가 제1악장의  소나타 형식에서  제시부를 반복하도록 한  점에서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따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내
용은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제4악장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중요한 악장이며, 제1악
장은 제4악장의 "비극"을 위한 전주곡이다.

악기편성: 플루트 5(둘은  피콜로 겸함), 오보에 4,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4,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4, 콘트라  바순, 호른 8, 트럼펫 4,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2, 베이스 드럼,
스네어 드럼, 글로켄슈필,  실로폰, 트라이앵글, 심벌즈, 탬버린, 탐탐, 소방울(cowbell), 
호르츠크라퍼, 해머(나무망치), 하프, 첼레스타 2(혹은 그 이상), 현 5부.

Lucerne Festival Orchestra 
Claudio Abbado, cond

 

말러의 여섯번째 교향곡은 "비극적"이라는 제목때문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이들은 이 "비극적"이라는 단어가 말러의 개인적 비극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비극적"이 작곡된 시기는 말러의 비극적 터닝포인트였던 1907년이 아니라, 그보다 이전인 1903년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말러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이전해인 1902년 11월에 장녀인 마리아 안나 말러가 태어났고, 1904년에는 알마가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비극적" 교향곡이 작곡을 시작한 시점도 1903년 6월, 말러의 여름 휴가때부터였다. 알마의 회고에 의하면 이해 여름에 두개의 악장을 작곡했고 두개의 악장을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마는 남편의 작곡과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1903년에 무슨 악장을 작곡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마의 회고를 토대로 해보면, 의외로 작곡과정은 꽤 순조로웠던 모양이다.


작곡은 이듬해인 1904년 여름에도 이어졌다. 여름철마다 가족이 마이에르니히의 별장으로 가는게 연례행사이긴 했지만, 이 해에는 알마가 둘째 아이를 임신중인 탓에 말러 혼자만 마이에르니히로 떠났다. 그해 7월 15일에 둘째 딸 안나 유스티나가 출생했고, 출산후 그녀는 곧장 마이에르니히로 왔다. 나머지 두개의 악장도 이 여름에 작곡 되었고, 그해 가을에 말러는 친구들에게 곡을 완성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총보가 완성된 시점은 이듬해인 1905년 5월이었다.


의외로 작곡과정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말러의 전통은 이번에는 몇가지 문제에서 결국 이어졌다. 총보를 완성한 이듬해인 1906년 5월 27일, 말러 자신의 지휘로 에센의 알케마이너 도이치 무지크페라인 페스티벌 기간중에 초연이 이루어졌지만 그다지 썩 좋은 연주는 아니었다. 알마의 회고에 의하면 말러는 5월 16일부터 리허설을 시작했는데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연습과 동시에 관현악을 다듬었고, 말러 자신이 이 곡의 격정적 감정에 휩쓸린듯 했다. 그걸 억지로 숨기려고 한탓에 곡의 연주는 훌륭하지 못했다. 말러의 팬으로서 초연에 참석했던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오십 가브릴로비치는 (미래에 마크 트웨인의 사위가 된다) "말러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자아 아래에 예술이 놓인 사람으로서 참을성이 없다"고 평가했고, 빌렘 멩겔베르크는 말러의 건강에 대해 염려했을 정도였다.


6번 교향곡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두가지였다.


스케르초-안단테 인가, 안단테-스케르초 인가?

첫번 째는 느린 악장인 안단테와 스케르초 악장의 순서 문제였다. 말러는 스케르초를 2악장에, 느린 안단테 악장을 3악장에 배치하고 리허설도 그렇게 진행했다. 하지만 말러는 리허설 중에도 스케르초와 안단테의 순서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사실 고전적 교향곡의 형식을 따른다면 2악장에 느린 악장이 오고, 3악장에 스케르초가 오는게 정석이긴 하지만 말러는 아마도 1악장의 스케일과 분위기 때문에 그 뒤에 올 악장이 뭐가 좋을것인가를 계속 고민한것 같다.


에센에서의 초연은 2악장에 스케르초가, 3악장에 안단테가 배치된 형태로 초연되었지만, 말러는 계속 두 악장의 배치로 고민을 거듭한다. 결국 말러는 이후의 6번 연주에서는 2악장 안단테-3악장스케르초의 순서로 배열을 바꾸게 된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말러가 생전에 2악장 안단테-3악장 스케르초의 배열을 바꾸지 않았던것 같다.적어도 말러 사후 1919년까지의 연주는 말러의 이 수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말러가 다시 작곡되었을때와 초연때로의 순서로 돌아가려고 했는가이다.


알마 말러와 절친한 사이였고, 또한 이 교향곡의 초연때도 참석한바 있는 멩겔베르크는 초연때처럼 2악장 스케르초-3악장 안단테로 가야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아마 멩겔베르크가 그런 주장을 한 배경은 초연때의 순서가 말러의 진정한 의도라고 보았기 때문인듯 하다. 하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멩겔베르크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말러 자신이 생전에 2악장 안단테-3악장 스케르초의 순서로 6번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르빈 라츠가 1963년, 말러 교향곡의 교정 전집판을 내면서 문제가 복잡해져버렸다. 라츠는 1919년 알마가 멩겔베르크에게 보낸 전보를 바탕으로 초연때의 2악장 스케르초- 3악장 안단테 노선이 말러의 본래 의도였다고 보았고, 교정 전집판에 그것을 반영했다.


하지만 알마가 멩겔베르크에게 보낸 전보 내용의 역사적 신빙성은 라츠 자신도 반신반의 했다는게 드러나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1960년대 말러 르네상스를 이끈 지휘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지금까지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각 노선에 선 사람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안단테-스케르초 노선 지지자들.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존 바비롤리 경,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마리스 얀손스, 로린 마젤,이반 피셔, 발레리 게르기예프등.


스케르초-안단테 노선 지지자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게오르그 솔티 경, 야사 호렌슈타인, 피에르 불레즈, 레너드 번스타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오자와 세이지, 클라우스 텐슈테트, 주빈 메타, 라파엘 쿠벨릭 등.


과연 어느쪽이 옳은것일까? 한가지 주목해야 될것은 말러의 이전 작곡행태다. 1번 "거인"의 경우 말러는 표제가 있는 5악장의 교향시로 초연했지만, 이후 베를린에서의 연주에서는 '블루미네' 악장과 표제들을 전부 삭제하고 4악장의 교향곡으로 개편해서 연주했다. 이를 생각해본다면 말러에게 있어서 초연뒤에도 곡을 계속 수정하는것은 다반사로 있었던 일이다. 5번에서도 죽을때까지 수정을 가했지 않았던가. 말러 교향곡은 초연때가 어땠는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말러가 마지막까지 그 곡에 어떤 수정을 가했는가가 중요하다. 말러가 생전에 안단테-스케르초 노선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러의 진의는 안단테-스케르초 노선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말러의 이전 교향곡을 볼때, 스케르초-안단테 노선도 만만찮은 논리를 지니고 있다. 말러 자신이 정석적인 교향곡의 형식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근거다. 5번 교향곡을 살펴보면 사실상의 1악장이라 할수있는 2악장 다음에 3악장에 스케르초가 오고, 4악장에 아다지에토가 온다. 이런 말러적인 특성을 살펴볼때 스케르초-안단테 노선이 말러의 개성에 들어맞아 보인다.게다가 말러의 진의가 설령 안단테-스케르초 노선 이었다고 할지라도 교향곡의 분위기와 형식적인 미학을 기준으로 보면 스케르초-안단테 노선이 합당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어느쪽이 정답인지는 계속 논쟁될 문제일것 같다.


'해머'의 문제

또 한가지 골치아픈 문제는 바로 해머다. 4악장에서 영웅에 대한 타격을 묘사한 것이 소위 말하는 '운명의 타격'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해머는 (아마도) 니벨룽겐의 반지의 프롤로그 격인 "라인의 황금"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알마는 이 해머에 대해서 "영웅은 적으로부터 세 번 공격을 받으며 세 번째는 나무처럼 넘어져 버린다" 라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언급하고 있다. 말러는 이 해머 타격을 놓고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알마의 회고를 다 믿을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말러가 대략적으로 생각한 해머의 개념은 짐작이 된다. 실제로 4악장의 자필 악보에는 '금속성이 아닌' 소리를 낸다는 언급이 나와있기도 하다.


말러는 모든 악기를 다 뒤졌지만 원하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찾을수는 없었다. 하는수 없이 말러는 알마의 회고에 따르면 '이상하게 가죽을 덧댄듯한' 북 비슷한걸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3번을 연주했던가는 알수가 없다. 초연에 참석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알마도 해머의 타격수를 2번인듯한 느낌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번은 명확하게 들리고 한번은 뭍혔을수도 있다. 아니면 두번만 쳤을수도 있다.


말러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는 자필 원고에는 푸른색 연필로 해머를 타격할 5군데를 지목하고 있다. 그 표시가 있는 소절은 9,336, 479, 530, 783이다. 학자들마다 과연 초연때 어느부분의 해머가 타격되었는지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336, 479, 783번 소절이 그 대목이라고 본다.말러가 다섯번의 해머 타격에서 결론적으로 세번을 삭제하고 두번만 타격하는걸로 남겨두었다는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긴 하다.그리고 에센에서의 초연은 336,479번 소절에서의 해머 타격만 남겨두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죽기 직전 말러가 다시 783번 소절에서의 해머 타격을 살렸다는 주장도 나온바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 와서는 4악장에서의 해머 타격은 지휘자의 재량에 맡겨진 느낌이 강하다. 지휘자에 따라서 두번을 치기도 하고 세번을 치기도 한다. 또한 무엇을 가지고 해머소리를 낼것인가도 지휘자의 재량에 맡겨지는데, 대체로 알마의 회고를 근거로 해서 나무토막을 경첩처럼 만들어서 땅바닥에 떨어뜨린다던지 (번스타인) 나무로 된 절구공이 같은걸 내려치기도 (카라얀) 하는식으로 대체로 나무를 이용한 소리를 낸다.


해머의 의미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다. 알마는 해머 타격의 수에 대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회고를 하고 있는데, 해석에 대해서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알마는 세번의 타격이 상징하는것은 첫째딸 안나 마리아 말러의 죽음, 심장병 진단,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직 사임함으로써 빈을 떠나는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알마의 생각처럼 말러의 개인적인 세번의 비극을 의도한건지는 불분명 하다. 물론 말러가 말년에 세번째 해머 타격을 부활시킨것이 맞다면 개인적 비극을 상징한다는걸 의도하려고 수정했을수도 있지만, 수정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말러가 이 곡을 작곡한 본래적 의도가 개인적 비극의 묘사라기 보단, 세익스피어나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같은 순수한 비극의 세계에 대한 묘사라면 해머의 의미또한 인간을 좌절시키는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볼수 있다.


해머의 문제는, 또 다른데서도 드러난다. 원래 말러의 의도대로라면 해머는 운명적인 타격을 의미하는 소리일것이다. 즉 말하자면 결정적 순간의 효과음이랄까. 그러나 해머에만 집중해버리게 되면 4악장은 뭍혀버리고 해머만 부각되는 역효과가 일어나버리게 된다. 6번 교향곡의 연주회에 간 한 어린이가 지루하게 연주를 보다가, 4악장에서 타악기 주자가 해머 타격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끼더니 해머 타격을 하니까 좋아하더라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는 해머만이 부각될때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례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휘자들 중에는 해머 타격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도 한다. 어쨌든, 해머를 적절하게 다루는 방법은 말러의 구상을 이해해서 해머만이 부각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수 밖에 없는듯 하다.


악기편성 또한 흥미롭다. 플루트 5 (2는 피콜로 겸함), 오보에 4,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4, 베이스 클라리넷, 파곳 4, 콘트라파곳, 호른 8, 트럼펫 6, 트럼본 3, 튜바, 팀파니 2, 큰북, 작은북, 글로켄슈필, 실로폰, 트라이앵글, 심벌즈, 탬버린, 탐탐, 방울, Rute, Tubular bell, 첼레스타 2, 해머, 하프, 현 5부로 구성되는 이 교향곡에서 제일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많은 숫자의 타악기들이다.


보통 교향곡에서 필수적인 타악기는 팀파니이고, 일부 효과를 위해 심벌즈나 탬버린, 탐탐을 쓰기도 한다. 교향곡보단 오페라에서 많은 숫자의 타악기를 동원하는게 보통이지만, 말러는 6번 교향곡에서 당대의 기준으로서는 상당히 많은 타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전의 교향곡이었던 5번에서 알마의 충고로 타악기부분을 상당히 삭제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말러는 많은 타악기의 사용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타악기를 사용한 것은 소음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모여 단 하나의 타악기처럼 들릴 것이다. 나는 여러 타악기들을 이용해 음색의 다양함을 이용하고자 했다"라고 말한바 있다.


타악기들은 적재적소에서 훌륭한 효과를 내는데, 특히 1악장에서 나오는 카우벨(소의 목에 다는 딸랑거리는 방울)의 울림은 정말 멀리서 딸랑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내는 소가 보이는듯한 느낌을 준다. 말러는 1906년의 악보에서 "정말 소방울의 소리처럼 들리도록 신중하게 연주되어야 한다. 가축들이 들에서 풀을 뜯는 것처럼 들려야하며, 그 어떤 프로그램의 해석도 허락되지 않는다."라고 적고 있다. 말러의 의도는 멀리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였던것 같다.


어쨌든, 당시 사람들에게 순수 관현악의 교향곡에서 이렇게나 많은(15종의) 타악기 사용은 인상이 깊었던지, 초연에 참석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에센의 음대에 타악기과 교수를 증원할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현대음악의 관현악곡에서는 말러보다 더 많은 타악기를 동원하는 곡을 쓰는 작곡가도 있고, 심지어는 수많은 타악기들만을 모아서 연주하는 곡도 있다. 이런걸 생각해보면 현대음악에서의 관악과 타악의 중시는 말러가 시대를 앞서갔다는걸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말러의 교향곡이 1960년대에 르네상스를 맞은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곡의 구성

 

1악장: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알레그로 에네르지코, 마 논 트로포) A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이전의 말러가 교향곡에서 소나타 형식을 엄격하게 지키지는 않았던 것과는 달리, 6번의 1악장은 그야말로 소나타 형식의 정석을 보여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정석적인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에서 두개의 주제가 제시되고 한번 다시 반복된 다음, 전개부로 넘어가서 두개의 주제가 결합,발전한다. 그리고 재현부에서 제시부의 주제가 발전된 형태로 다시 제시되면서 마무리되는 형태인데, 말러의 이전 교향곡들에서는 전개부가 대단히 크고 복잡하게 확대되어 있었는가 하면, 어디까지가 제시부고 재현부인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어려운 곡도 있었다.(특히 3번) 그러나 6번의 1악장은 아주 명료한 고전적 소나타 형식을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그 고전적 형식과는 달리 음악의 언어는 상당히 새로운 것이다.


마치 군대가 돌진하는듯한 격렬한 행진곡풍의 제1주제로 곡이 시작된다. 이 격렬한 제1주제 뒤에 잠시 숨을 돌리려는 듯한 목관악기의 코랄이 연주되고 이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제2주제가 연결된다. 이 제2주제는 '알마의 주제'라 불리는 것이며, 알마를 음악적으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순서로 한번 더 반복된 다음(지휘자에 따라선 연주시간이나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해 이 반복을 삭제하기도 한다) 전개부로 넘어간다. 전개부에서는 제시부에서 나타난 주제들이 발전하며, 그 사이에 카우벨이 울리는 전원풍의 주제가 나오기도 한다. 재현부로 들어가서는 제시부의 순서대로 주제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화려한 울림속에 곡이 마무리 된다.


2악장:(또는 3악장) Schezo A단조 3/8박자 Wuchtig (묵직하게). Trio 4/8박자, 3/8박자, 3/4박자를 교대로 Altväterisch (고풍스럽게)


곡의 전개는 스케르초와 트리오의 반복으로 이어지는데, 스케로초-트리오-스케르초1-트리오1-스케르초 2-코다의 순으로 이어진다. 스케르초와 트리오의 주제는 반복될때 마다 많은 변형을 거친다. 스케르초와 트리오의 주제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데, 스케르초의 주제는 흔히 '죽음의 춤' 이라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느낌이라면 트리오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느낌이 든다. 스케르초의 주제는 1악장의 주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알마는 트리오 주제에 대해서 '모래위에서 뒤뚱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묘사한'것이라 회고하고 있는데, 아마 알마는 이 악장에 전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장난을 묘사한 트리오가 결국 악장의 끝에 가서는 폭력적인 스케르초의 결말로 치닫기 때문이다.


트리오의 주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정교향곡"의 스케르초의 주제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황적으로 볼때, "가정교향곡"의 출판전에 말러가 2악장을 작곡하지 않았었다는건 거의 분명해 보임으로 말러가 "가정교향곡" 스케르초의 주제를 인용(혹은 패러디?)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알마의 회고는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말러의 진의가 어떤지는 알 도리가 없다.


3악장:(혹은 2악장) Andante moderato (안단테 모데라토) E flat장조 4/4박자. 3부 형식.


많은 이들이 말러의 느린악장중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5번의 아다지에토를 꼽겠지만, 아마 안단테 모데라토가 그걸 능가할런지도 모른다. 곡의 구조는 두개의 주제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형태로 파트 A - 파트 B - 파트 A1 - 파트 B1 - 파트 A2의 순으로 나타난다. 4번의 3악장과 같은 형식이긴 하지만, 4번이 두개의 독립된 주제가 번갈아가며 나타난것과는 달리, 6번의 경우는 B주제가 A주제의 발전형태에서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4악장에서 나타나게될 처절한 투쟁을 염두에 두고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을 듣는다면 안단테 모데라토는 태풍의 전조 일런지도 모른다.(그래서 스케르초-안단테 노선을 지지하는 것일지도)


4악장: 피날레. 서주부 Sostenuto(소스테누토) C단조 2/2박자 - Allegro moderato(알레그로 모데라토) -주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아마 가장 처절함을 표현한 악장을 찾으라면 6번의 4악장이 꼽힐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교향곡의 승리에 찬 피날레나 정화를 연상시키는 피날레와는 달리 6번의 피날레는 처절한 투쟁과 패배로 끝을 맺는다. 소스테누토의 서주부에 이어 공격적인 제1주제와 그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제2주제가 제시된다. 발전부에 이르러서는 두개의 주제는 물론 코랄의 주제도 등장하며, 두번의 해머 타격으로 전투는 극한까지 치닫는다. 재현부에서는 다시 소스테누토의 서주가 등장하며, 제1주제와 제2주제의 순서가 뒤바뀌어 등장한다. 코다에서 마치 최후의 단말마를 연상시키는 듯한 고통스러운 음악의 증폭이 일어나고,(이 대목에서 최후의 세번째 해머 타격이 가해진다. 지휘자에 따라서는 생략하기도 한다) 결국 피치카토로 어둠속으로 잦아들며 이 격렬한 투쟁은 막을 내린다.

 

Mahler - Symphony No 6 in A minor - Gergiev

 

 

Mahler Symphony No 6 A minor Tragic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armoni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