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빙하를 끼고 있는 가셔브룸라를 지나쳤다.
저곳을 간다는건 우리가 그렇게도 가고싶어 했던 곤도고로라를 넘는것 이상으로 힘들어 보였다.
하긴, 어딘들 힘들지 않을까...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이렇듯 카라코람의 산새가 하나같이 거대하고 톱날 처럼이나 날카로운 수직 암벽으로
되어 있을 줄 상상이나 했나...
겁없이 곤도고로라를 넘겠다고 의기양양 했던거지~
온 길을 뒤돌아 보니, 마치 태초에 지구가 꿈틀대며 태동하듯 사방이 갈라져 있는 모습하며
트랑고 산군을 휘감고 있는 운무들까지 더해 아주 모호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뭐랄까...
무엇인가 내 의지가 아닌 영적인 힘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운무가 다시 가득 내려앉아 시야가 아득하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 점 더 강하게 든다.
좌 우로는 운무 밑으로 빙하를 쏟아내며 암산들이 여전히 위용을 들어내고 있고...
그 앞으로는 앙증맞은 눈 산까지 보이니 더 그러하다.
멀리서 보았을때는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던 눈 쎄락들이 가까이 다가서니, 감히 오르지도 못할 엄청난 눈산이다.
날카로운 암산앞으로 우뚝 우뚝 솟아 있는 눈산들이 얼마나 멋진 지....
우린 한바탕 모델놀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로 1까지 가는데 4시간 정도 걸린듯 하다.
그 4시간이 어제 7시간 보다 몸이 더 지치고 힘이 들었다.
포터들의 잠자리인 돌담이 둘러처진 곳에 타프를 쳐서 점심 캠프 사이트로 만들어 놓았다.
여늬때와 같이 조막만한 사과와 견과류, 비스킷과 함께 tea setting이 되어 있었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실신한듯 누워 있는데 헤마옛이 부르는 바람에 할수없이 일어나 점심준비하는 곳으로 갔더니,
라면을 끓이는데 도와달라는 것이다.
엊그제 수영을 해도 될 만큼 한강수로 끓여낸 라면이 맛이 없다고 했더니....ㅎㅎ
파키스탄 라면에 내가 가져간 한국 라면 스프를 넣고 끓였다.
그래봤자 파키스탄 라면 면발이 너무 맛이 없어서 한강수가 아니어도 한국 라면 맛이 날 리가 없다.
더우기 컨디션이 안좋아 입맛까지 없으니 국물에 밥을 말아서 대충 먹고는 견과류로 영양 보충을 했다.
늘상 점심 식사 후 오수를 1시간씩 즐기다 갔었는데, 오늘은 여엉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부는 지, 돌담 위에 대충 돌로 고정시켜 쳐놓은 타프가 무너졌기도 했지만
추워서도 쉴 수가 없었다.
뜨거운 tea를 마시고는 바로 출발했다.
다시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빙하 위를 걸으며 비까지 오락 가락하니 추위가 뼛속을 파고 든다.
패딩을 입고 그 위에 고어 쟈켓을 입고 털모자를 쓴 채로 쟈켓 모자까지 덧 쓰고 출발했다.
비까지 다시 내리니 먼산의 흔적이 운무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묻혀버렸지만
그래도 주변의 몽환적인 풍광에 빨려들어 쉬이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망연자실...모두 얼음땡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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