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45.K2 여정의 시작/지상 최악의 길이자 최고의 오프로드...아스꼴리(Askole) 가는 길..(1)

나베가 2014. 12. 1. 05:55

 

 

 

마을을 빠져나와 어느 정도 달렸을까...

차창으로 보이는 검은 바위산의 위용뿐만 아니라 점점 험악해 지는 길이 ...

이제 진정 아스꼴리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것만 같다.

 

 

 

길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고....

이거...제대로 갈 수는 있을 지...의구심이 들정도로 험한 물길로 들어섰다.

몇번을 이리 저리 ...헤메이다 가까스로 무너진 길을 벗어났다.

과연 이 길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조바심을 내며 우리도 함께 안간힘까지 쓰던 차에

성공적인 탈출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차안은 가득해졌다.

 

 

 

달리는 길의 고도도 점점 높아지는 지...날카로운 검은  바위산으로만 보였던 산들이 이제 그 가운데를 서서히 드러내 보인다.

골마다 가득 메우고 있는 만년설 빙하다.

 

 

 

 

 

 

 

점점 오르막으로 내달린다.

눈앞에 펼쳐진 랜드 슬라이딩 구간에 실처럼 가늘게 패인 길이 아찔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길은 점점 험악해졌다.

발토르 빙하에서부터 발원하여 거칠게 흐르고 있는 브랄두강(Braldu River)의 세찬 물살은

금방이라도 삼켜 버릴듯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우리를 제압시켜 버리고...

차는 더이상 의자에 우리를 얌전하게 앉아있지 못하게 덜컹거렸다.

그렇잖아도 짚의 낮은 차창에 낙석 예방을 위해 쳐진 쇠창살까지....

더이상 고개를 숙이고 가기에 고개도 아프고 허리도 아펐는데...

이참에 쿳션을 깔고 아예 짚차 바닥으로 내려앉아 버렸다.

 

 

 

 

아!!

진작에 이렇게 바닥에 앉을걸~

 

창살에 가로 막혀있지만 시야가 좋아 아찔한 바깥 경치 보기엔 제격이다.

가까스로 좀 얌전하다 싶은 길에선 카메라 렌즈가 창살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 가며 몇 컷이라도 찍을 수도 있고...

 

 

 

 

 

 

험악한 길을 달리면서도

두려움보다는

오프로드 경주를 하듯

기막히게 달리는

우리의 짚을 보면서

그 쾌감에 사로잡혀 소리를 질러대다 보니,

체크포스트가 나타났다.

 

모두 내려 여권 검사를 받고는 다시 차량으로 올라탔다.

그 사이 우리 스텝들은

살아 있는 닭을 구입한거 같다.

 

이 나라는 잡아서 냉동한 닭을 팔지 않는 지, 모두 살아있는 닭을 닭장에 가두어 둔 채 판다.

 

더우기 우리처럼 무려 18일이나 걸리는 기인 트래킹에는 당연히 살아있는 닭을 가지고 간다.

 

 

 

 

수없이 많은 아찔한 현수교들을 건너며 우리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이제는 길만 아찔한것이 아니라 언제 무너져 내릴 지 모르는 길섶 벽이 더 아찔하다.

라이콧 브리지에서 처럼 벼락이 떨어져 산사태가 나는것이 아니라 그저 비만 조금 많이 와도 그냥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거대한 수직 흙벽이...ㅠㅠ

 

 

 

 

 

아닌게 아니라 창밖을 내다보니, 언제 무너져 내렸는 지, 수없이 많은 돌덩이들이 흘러내려와 바닥에 수북이 쌓여져 있다.

이렇게 잘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에 돌흙벽이 무너져 내려 길이 막혀 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험악한 길에 질렸다기 보다는 사실 그 험로를 달리는 흥분속에서 시간의 흐름도 잊었었다.

식당에 도착해서야 배가 고파옴을 느꼈다고 할까... ㅎㅎ

 

첩첩 산중에 있는 '아팔리곤'의 식당...

아이들이 어느새 어디에서 달려들 나왔는 지, 벌떼처럼 우리앞에 나타났다.

 

외국인을 보는 신기함 때문일까...

사탕도 안주는데 뭐 이리 좋아서 싱글벙글일까...

모두 신바람이 났다.

 

 

 

건물안으로 들어가 또다시 밖으로 나가니, 야외 식당이 넓직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도 역시 커다란 살구나무가 버티고 있고, 그 뒤편으로 조막만한 사과가 다닥 다닥 열린 과수원이 있다.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는 사과 몇개를 주어서 먹어보니, 맛은 살구에 훨씬 못미쳤다는....

 

'살구를 주세요~~' ㅋㅋ

 

 

 

화덕에서 갓구워 나온 담백한 '난'이 이 식당의 별미중 별미다.

거의 무한 리필이 되다시피 한 난에 치킨 카레를 싸서 얼마나 정신없이 먹어댔는 지...

우리의 외침에 금방 대령이 된 신선한 살구와 커피까지...

나름 화려한 점심 만찬을 마치고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오프로드 길에 올랐다.

 

 

 

 

 

 

 

차는 더욱 더 깊은 지구의 핵으로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듯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흙산의 가파르고 구불 구불한 좁은 길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오늘부터 18일 동안은 배터리 충전을 거의 할 수가 없기때문에 최대한으로 사진찍기를 자제하고 배터리를 아껴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그렇게도 시켰건만, 결국 그 스스로에게 한 굳센 다짐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철창에 얼굴을 부딪히고 카메라까지 아찔하게 부딪히기까지 하면서 막샷을 날리는 횡포를 저질러 대고 만것이다.

그랬다. 카메라와 앞으로 시작되는 기인 K2 여정에 대한,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한 횡포....

어찌 횡포라 하지 않겠는가, 이 험악한 길의 덜컹 거림속에서 무슨 제대로 된 사진을 얻겠다고 피같은 배터리를 이렇듯 써버리다니...ㅠㅠ

 

 

 

 

 

언제 무너져 내린것인 지...

사방에 흘러내린 돌무더기가 길섶에 밀려나 있었다.

신나는 질주에 비명 반...환호 반으로 정신줄을 놓았었는데... 문득 작년팀의 악몽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왠지 조만간 산사태 구역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같은 거...

 

 

 

Denis Quinn(Asha) [Music for Love] - 03. Fre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