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브럼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스카르두의 전경....
휴식날이 있다는게 참으로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
어젯밤은 늦장을 맘껏 부리며 그동안 밀린 모든 빨래를 해서 발코니에 빨래줄을 이중으로 매달아 가득 널어놓고,
딩굴 딩굴 구르며 그동안 배터리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했던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맘껏 호사를 부렸다.
그러느라 꽤나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벽에 눈이 떠졌다.
핸펀을 열고 세계 시각을 확인했다.
잠시 해외출장을 나가있는 남편과 단기 강좌를 들으러 미국에 가있는 딸과 한국에 있는 아들과의 시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식구들의 생활패턴을 보아 꼭두새벽형, 오밤중형...등으로 나뉘어져 딱 한번에 모일 수 있는 타임이 있는것이다. ㅎㅎ
두나라에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무려 4개국에 흩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에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놀라움과 신기한 생각마저 들었다.
한 집에 있을때 보다도 더 실랄한 대화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하긴, 모두들 일상을 벗어나 있으니, 할 얘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만 문자로 칠려 해도 몇번 돌아가면 1시간 쯤이야 후딱 지나갈 판이다.
보통때라면 전혀 느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걱정, 격려, 보고픔, 사랑...등이 함뿍 묻어나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상황에서 무슨 나쁜 얘기들을 하겠는가!
무조건적이지.
잘 지낸다고 하고, 걱정 말라고 하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라고 하지....
아무리 힘든 일일지라도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시킬 얘기를 누가 꺼내겠는가~
아침식사를 하고 호텔옆 공터에서 장비 점검을 했다.
우리가 사용할 텐트며 주방과 다이닝 룸이 될 텐트와 테이블, 의자, 트래킹중 점심을 먹고 쉴때 쓸 타프...등등
점심을 먹고나서 K2여정 동안 생활할 식재료등...시장도 같이 나가서 보기로 했었는데,
약속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더니만, K2 퍼밋을 받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는 지
아예 시장을 혼자서 다 봐가지고는 느지막히 호텔에 나타났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준비를 하고 기다렸던 우리들에겐 좀 실망스런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뭐...충분한 대화를 나누었으니 알아서 잘 준비했으리라 믿고
훌훌 털어버리고 스카르두의 명소 '카르포초성(Kharphocho) 에 가기로 했다.
산 꼭대기에 있는 카르포초성에 가려면
마치 등산을 하듯 제대로 갖추고 가야한다고 하니,
물과 쟈켓등을 챙겨 배낭을 매고, 스틱에 등산화를 신고
로비로 나갔다.
일행들을 기다리며 로비를 서성이자니, 그제서야 이 호텔을 거쳐간 수많은 원정대원들의 흔적이 빼곡히 담긴 벽이 눈에 들어온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원정대원들의 흔적이 있을 터였다.
이곳에 무려 8,000m의 좌가 5개가 있으니..
그중에 익숙한 것이 보이니, 당근 우리나라를 알리는 글귀다.
가장 먼저 2014년. 이번에 브로드피크에 도전한 '김미곤'팀을 후원하고 있는 후원사 블랙야크의 로고가 눈에 띈다.
그외 김미곤과 가셔브럼 5 에 알파인 스타일로 초등에 성공한 '안치영'과 비아포 빙하 탐험에 나선 '박정헌'팀...
그리고 우리의 에이전시 '써밋 카라코람' 여행사 로고도 눈에 띄고...
2012년에 가셔브럼 1과 가셔브럼 2에 도전한 인천팀의 브로마이드가 커다랗게 붙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올해도 김재수의 인솔하에 경상도 팀이 가셔브럼1과 가셔브럼2에 도전을 해서 지금 가셔브럼 2는 성공했고,
가셔브럼 1은 도전중인데...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도 수많은 한국의 산악인들은 불굴의 투지로 정상등극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흔적으로만도 가슴의 한켠에서 뭉클함이 인다.
어제 저녁을 먹은 중식당 근처까지 차를 타고 와서 트래킹을 시작했다.
가까이 와서 성위를 바라보니, 고개를 완전히 뒤로 재껴야 할 만큼 가파른 절벽 산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오르는 길도 완전 돌길로 만만찮아 보인다.
하지만 뭐...이 정도야...ㅎㅎ
한참을 오르니 금새 탁 트인 스카르두의 그림같은 정경이 펼쳐진다.
KKH를 달리면서도 수없이 만났던 풍광이지만...
여전히 그 신비감이 풀리지 않을 만큼 독특한 풍광에 입이 딱 벌어진다.
사람이 사는 곳은 완전히 초록 숲으로 덮여있는데, 그 주변은 풀 한포기 없는 완전한 돌산이라는 것....
비옥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인더스 강줄기가 도심을 관통하고 있기때문이겠지만....
칼로 딱 자르듯 바위산과 사막...그리고 쭉쭉 뻣은 포퓰러 나무가 가득한 초록숲이.....
오기전에 사진으로 봤을때도 스카르두의 이 풍광이 신비스러울 정도였는데, 이렇듯 이 꼭대기에서 그 사진속 풍광을 직접 대하고 있으니....
스카르두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세서 가장 큰 도시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겐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파키스탄 내에 있는 8,000m 급의 5개의 거봉과 수많은 고봉들이 이 지역에 있어 산악인들에게는 카라코람 히말라야 등반의 기점이 되는 곳이다.
네팔에 카투만두가 있다면 파키스탄에는 스카르두가 있다고나 할까...
과거 이 지역을 방어했던 산성인 카르포초성이 있는 발티스탄 지역은 11세기에 이르러서야 독립을 이루었는데,
그중 스카르두가 가장 부유한 중심지 였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인도 잠무 지역의 마하라자 (지방 성주)에게 침략당하면서 이곳의 영화도 끝이 났고
그이후로 카르포초성은 줄곧 폐허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컸거나 살이 쪘어도 들어갈 수 없는 작은 구멍을 통과해 카르포초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노인 한 분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요사니가 1인당 200루피씩 하는 입장료를 내고 방명록에 기록을 하고 있는 사이 나는 노인에게 한 컷..
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성안의 주거 공간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그 앞으로 하얀 돌을 주욱 나열해 길을 내놓은 모습이 위에서 내려다 보니, 마치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것 같은
앙증맞음으로 보인다.
성위에서는 스카르두의 동서남북 모두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거대한 암산앞으로 빽빽한 포퓰러 나무 숲의 도시와 그 앞으로 흐르는 인더스 강이 장관을 이룬다.
북쪽으로는 중국, 동쪽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 지역에는 인더스 강 (Indus River)과 시가르 강 (Sigar River)이 흐르고 있는데,
황하,나일,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4대 문명의 하나인 인더스는 중류 유역의 하라파, 하류의 모헨조다로 등의 유적으로 대표되는
문명의 모체이다.
카르포초성에는 군인들이 거주하면서 지키고 있었는데, 성의 건물에서 살지는 않고, 천막 텐트를 치고 사는것 같았다.
얼마동안을 그리 스카르두의 정경에 빠져있었는 지...
서서히 노을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들 카메라 샷 날리느라 정신이 없다.
때맞추어 구름까지 밀고 들어오니 금상첨화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라서 더 늦장을 부리면 안되어 서둘러 하산을 했다.
헤드랜턴을 가져왔더라면 이곳에서 스카르두의 야경을 보는 짜릿함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까진 미처 하지 못했다.
내리막 길에서 잠시 도심을 내려다 보니,하나 둘 포풀러 나무 숲에서 빛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
l Doy / Piano by Candlelight - Saint-Saens ,The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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