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나.....
어느날....
우연히 스쳐지나다 본 TV속 황량한 풍광에 시선이 멈춰버렸다.
도대체 저곳이 어디란 말인가!!
그곳은 여행지로선 이름도 생소한 파키스탄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의 여행 버킷 리스트에 우선 순위로 파키스탄은 끼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항상 그렇듯이 훼방꾼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파키스탄은 여행 위험국가라는것....
그것이 이 낯선 이름의 파키스탄 여행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고...지인이나 가족의 강한 반대는 용기만 갖고 도전하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렇게 파키스탄 여행은 내게서 점 점 엷게 퇴색되어 갔다.
그리곤 대신 '히말라야 대종주' 라는 거창하고도 거대한 새로운 꿈을 꾸며 첫 발을 내딛었다.
실로 엄청난 도전이었고, 선택과 출발부터 엄청난 어려움이 겹쳐 힘들게 했다.
그때 나는 선택하는 용기를 배웠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선택하는 것이 맞다는걸....
그렇게....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내며 거뜬히 38일 일정의 4-Pass를 거뜬히 넘으며 쿰부히말과 히말의 오지 로왈링 롱 트래킹을 해 내었다.
가슴 속 깊이 박혔던 간절함이 잠재적으로 드러난 것일까....
10월에 떠날 히말라야 대 종주를 준비하던 내게 느닺없이 파키스탄 여정이 불쑥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 기운이 아주 강력했다.
지인이나 가족의 반대에 갖었던 두려움 같은건 이미 마음 저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파키스탄 현지 여행사 '써밋 카라코람' 사장인 '익발'씨가 직접 한국에 나온것이다.
나와 친구는 그를 만나러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회의실에 들어가 커다란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의 여행 일정을 만들어 나갔다.
어디서들 그리 많은 정보들을 알고 나왔는 지....
우리의 여행 일정은 점점 보태어져 늘어나고 있었다.
익발이 만들어 놓은 38일 일정에 차라쿠사까지 껴서 46일 일정으로....
파키스탄을 여행하는데 있어 모두 다 볼수 있는 퍼펙트한 일정이라며...우린 흥분했다.
문제는....
함께 할 일행들이 없다는것....
확정된 사람은 겨우 3명...
그것도 K2 일정뿐이었고, 나머지 일정은 나와 친구 둘 뿐이었다.
세명이 되든 최하 6명이 되든 캬라반을 꾸리는데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는 세계 최장 '발토르 빙하'를 건너 K2 여정까지 18일이나 되는 경비와
팀당 2500 달러나 되는 곤도고로라 퍼밋비까지 합하면...
그리고 파키스탄 물가 대비 기름값이 살인적으로 비싼 나머지 기인 일정의 짚투어와 호텔비....2박3일의 짧은 트래킹들...
3명...아니 2명의 여행 경비로는 만만찮게 비쌌다.
일단 급선무가 '곤도고로라' 퍼밋 비를 절약하는게 관건이었다.
당장 떠날것 같은 흥분된 맘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그제서야 이번 여정에 대해 뒤지기 시작한 나로선
찬물을 끼얹은 듯 흥분된 맘이 가라앉았다.
그랬다.
여전히 파키스탄은 내게 위험한 곳이었고 함부로 달려들 곳이 아니란것....
특히 여자 두명이서 파키스탄에 간다는 것에 대해 가족의 반대가 심했고, 그것은 나역시도 동감했다.
그러나 한 번 짚혀진 불이 그리 쉬이 꺼지겠는가!!
내년에 함께 가자고 하는 다른 팀이 있었지만, 그 역시 확정된 것도 아니고, 내게도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치명적인....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지금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꺼져 가려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익발과 오래전에 K2여정을 함께 했던 숨은벽님과 죽장망혜님이 적극 나서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중간 합류이긴 하지만 어쨋든 K2여정을 함께 할...그래서 곤도고로라 퍼밋비를 나눌 수 있는 다른 팀원이 생겨났다.
이 기인 여정에 각기 다른 일정을 짜맞추는 것과 경비 조정도 죽장망혜님이 적극 나서서 도와 주었다.
자기 살기도 바쁜 요즘 세상에 이리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 숨은벽님과 죽장망혜님의 모습을 보고....
현지 여행사인 '써밋 카라코람' 회사와 익발에 대한 신뢰도도 커졌다.
결국 우린 두번째 만남에서 여행을 확정지었다.
한국에서 부터 출발할 사람은 나와 친구...그리고 남자분 한분이 더해져 3명이 되었고,
K2여정엔 중국을 통해서 먼저 여행을 시작한 남자분과 여자분 한 명이 더해져 5명이 되었다.
그리고 K2여정이 끝난 다음엔 합류했던 두 명이 떠나고, 세명이서 여행을 마친다는 것....
천달러가 떨어지는 경비 절감이 이뤄졌다. (그러나 결국은 우리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남자분께서 사정상 못가게 되어 경비 인상등 다시 모든게 복잡해 졌다.)
여행이 확정되니 맘도 몸도 바빠졌다.
여행이 결정된 것은 5월 말....
출발일은 7월 중순이었다.
가장 급한것은 비행기 티켓팅이었다.
방학을 맞아 여행 시즌이라 비행기 티켓값도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날짜 티켓 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리고 여행 위험국가라서 우리 일정표로는 비자가 안나오기 때문에 가짜 일정표를 만들어 파키스탄 여행 비자를 받아야 하는 일도 까다로운 일이었다.
또한 한달 이상 체류시 출국때 필요하다는 폴리오(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받는 일도 우리나라에서 성인이 맞기엔 그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46일이나 되는 기인 여정...
집안일, 준비해야할 일, 공부까지...
실로 두달을 어떻게 보냈는 지....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2달 동안 준비를 하면서 우린 서로 단체 카톡방을 열어놓고 정보를 교환하였다.
그때 마침 출간된 '유영국-신들의 정원, 하늘 길을 걷다' 란 책은 준비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욱이 우리랑 함께하는 '써밋 카라코람'의 익발과 함께 갔던 분이라서 더욱 현실감이 있었다.
작년에 갔던 '쿰부히말과 로왈링 여정'의 38일 동안의 롱트래킹을 하며
오지인 로왈링에 들어서 해발 5.755m의 험한 타시랍차 라를 넘고,빙하위를 걸으며 빙하위에서 캠프 생활도 했었기때문에
조금은 자만심 같은것이 있었다.
그러나 빙하를 횡단하여 옆에 끼고 걷는것과 빙하위를 걷는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며칠간 캠프를 하는것과 16일간의 거친 빙하위에서의 연속 캠프를 하는것의 차이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 강한 태양열에 빙하가 녹으면 순식간에 빙하 위는 거친 내를 만들기도 하고, 수도 없이 일어나는 산사태와 빙하의 무너짐은
없던 호수가 생겨나는등 길을 변화시켜 놓아 가이드 조차도 길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당황하게 되는것이
네팔 히말라야하고는 너무나도 모든게 다르다는 것이다.
네팔은 대체적으로 트래킹 코스를 비롯 모든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여행객들이 많아서
한국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한식 요리사가 많아 훌륭한 한식을 먹을 수 있고,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잘하는 가이드와 포터들이 많은데 반해
파키스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K2 여정은 힘들을 뿐만 아니라, 큰 캬라반을 꾸려 움직여야 해서 혼자서 쉽게 떠날 수 있거나 많은 여행객을 모객하여 쉽게
올 수 있는 곳도 아니어서 한식을 할 수 있는 요리사는 없다.
아예 한국 음식맛 자체도 모른다.
원정대원들이 6~7월에 파키스탄에 있는 8000m 의 5개의 좌에 오르기 위해 이곳에 오는데, 모든 한국 음식 재료들과 밑반찬들을 가지고
올 뿐만 아니라 쿡도 네팔에서 데리고 오는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일정도 긴데다가 험해서, 힘이 들면 가장 먼저 식욕이 떨어지는데, 그 상태에서 현지식만을 먹어야 된다면 더욱 힘이 든다.
그 뿐만이 아니라 K2여정 동안은 그 어떤 먹거리도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고도가 올라갈 수록 먹거리도 부실해 지니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쌀은 아끼바리로 좋아서 밥이 맛있고,평소 서양식을 잘먹고 컨디션이 좋을때라면 쿡이 해주는 음식도 나름 맛있다.)
사실, 먹거리나 해발고도 5000m의 고도보다 나를 더욱 압박한 것은 4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였다.
히말라야를 4번 갔지만, 그곳은 고도가 낮은 곳은 밀림이라서 뜨거운 열사 위를 걷는 일은 없다.
단지, 로왈링의 온 세상이 하얬던 설원과 눈덮인 빙하 위를 걸을 때, 뜨겁게 달궈진 사막을 걷는 것 처럼 힘이 들었었다는 거다.
어느 후기에서 읽은 K2 초반에 일사병으로 하산을 했다는 글귀가 더욱 나를 압박하였다.
걱정대신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이제까지 여행과는 달리 현지 여행사와 컨택해서 가는 만큼 책과 블로그들을 자세하게 보면서
멋진 풍광의 사진보다는 어디서 무엇때문에 고생을 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그날 그날의 일정에 대해 메모를 하고,먹거리와 체력 보충제, 뜨거운 열기와 추위, 날씨에 대한 준비,
나 뿐만이 아니라 포터들과 스텝들을 위한 약품들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과정 때문이었을까....
도전에 대한 또 다른 쾌감 같은 것 때문이었을까...
여행은 출발부터 감동과 드라마틱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모든것이 우리의 여행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이 못가게 된 남자 한 분 대신 방콕에서 환승하는 비행기를 같이 타게 된 두 남자- 요사니와 남수와 합류해
초반 일정을 걱정없이 너무나 즐겁게 보냈고......
날씨가 나빠 년중 비행기가 몇대 안 뜬다는 이슬라마바드-스카루두행 비행기를 타고 단박에 날아와
K2 일정에 여유롭게 합류한 슈퍼 우먼 알쏭과 슈퍼 맨 유라시아와 너무나 즐겁고 좋은 K2 트래킹을 마쳤다.
드라마틱한 여정에 이 뿐만이 아니다.
출발 비행기에서 히말라야 촐라체 등반중 크레바스에 빠져 갈비뼈와 양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생환한 산악인 '박정헌'을 만난걸 시작으로
또다시 파키스탄 여정중 그 팀을 만났고(써밋 카라코람 계약), 이번 파키스탄 브로드 피크 등정을 성공해 벌써 12좌를 달성한 산악힌 '김미곤' 팀(써밋 카라코람 계약)을 만나 쎄레모니에 참여했고, 이틀 뒤 알파인으로 파키스탄 가셔브럼 5를 성공하고 내려온 '안치영'팀(써밋 카라코람 계약)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또 며칠 뒤 우루두카스에서 고로 2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미 14좌를 달성했지만, 경남팀을 데리고 다시 가셔브럼 1과 가셔브럼 2를 동시에 도전, 가셔브럼 2는 성공하고, 가셔브럼1은 날씨가 나빠져 포기하고 내려오는 '김재수' 팀을 만나는 등
한국 원정대 4팀을 모두 만나는 기적같은 행운을 맛보았다.
우리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우리 뿐만 아니라 포터들과 스텝들의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사망 사고 소식이 잇달아 들렸던(내국인) 곤도고로라는 끝내 퍼밋이 나오지 않아,
곤도고로라를 넘으면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광을 못본 아쉬움은 남았지만,
워낙 위험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터라 나는 되려 속이 시원했다고나 할까....
암튼 기인 발토르 빙하로 되 내려 오느라 시간에 쫒기기도 했고,
K2 와 G1,G2 일정을 마치고 그 담날부터 날씨 나빠져 곤도고로라를 향해 가는 알리캠프도 포기를 했지만,
워낙 좋은 날씨에 환상적인 K2를 본지라 아쉬움 같은건 없었다.
그리고 후반부의 아주 여유로왔던 여정...
낭가파르밧 bc와 페어리 메도우, 밍글로 블록, 낭마벨리, 후세, 깐데 마을의 여정도 너무나 행복하게 했다.
특히 비가 와서 하루 일정을 포기하고 익발이 후원해 운영하는 사립학교 방문은 정말 감동적 이었다.
몇년전 '깐데 마을'에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의 일부를 삼켜 버렸다 한다.
그래서 새로 이주해서 사는 마을이 '뉴 깐데' 마을이고, 익발을 비롯한 우리의 스텝 대부분이 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
익발 하우스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이 스텝들 가정에 방문을 해 식사 대접을 받고,
우리가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주며 함께 했던....짧지만 씨족 사회의 가정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은
마치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은것만 같아 정말 행복했고 감동적이었다.
행복은 결코 물질에 있지 않다는 것....
나....
전생에 지구를 구한 자....
그래서 신의 은총이 항상 내게 함께 한다는 말을 언젠가 부터 습관처럼 달고 다녔다.
이번에는 행복감에 그 극점을 찍으며 서로들 운발 좋은 사람들 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무슨 전생에 지구를 구했을까......ㅎㅎ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간절함' 일지 모른다고...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 지...
그 간절함이 모든 기운을 내게로 몰고 오는거 같다는 것....
이 모든 기운은 마음을 움직여 행하게 하고
간절함속에서의 행함은 어떤 상황이 되든 모든걸 감동으로 바꾸어 내 안에 들어오게 되니까....
그냥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릴 사소한 것들도 내게 강하게 다가와 다 감동속에 빠뜨리니까...
그래서 감동의 머무름 속에 내가 늘 있기때문이 아닐까...
이곳에 올린 사진들은
초반부 여정....
칠라스(Chilas), 훈자(Hunza), 미나핀 빌리지(minapin village), 라카포시 BC(Rakaposhi BC), 디란 BC(Diran BC), 미나핀 빙하(minapin Glacier), 헤리코페르 BC (Herikofer BC.낭가파르밧 루팔벽,Nanga Parbat BC Rupal Wall). 낭가파르밧 라토보 BC(Nanga Parbat Latobo BC)
사진 입니다.
K2 사진은 따로 하이라이트 사진으로 묶어서 본격 여행기 쓰기 전에 맛보기로 올릴 예정입니다.
Vaughan Williams
Fantasia on a Theme by Thomas Tallis
본 윌리암스//토마스 탈리스 주제에의한 환상곡 - 아드리안 볼트
'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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