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belius - Concerto for Violin in D minor, Op. 47 -
카밀라 윅스(vn), 식스텐 에를링(cond), 스톡홀름 라디오 심포니 Orch.
Richard Wagner "Der Fliegende Holländer" Ouvertüre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Jean Sibelius 1865∼1957
애국적인 교향시 [핀란디아]로 유명한 핀란드의 국민 작
곡가, 장 시벨리우스는 일생 동안 일곱 편의 교향곡과 다수의 교향시를 발표했다. 반면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위한 것을 단 하나 남겼을 뿐인데, 그가 원래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망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한 곡만으로도 시벨리우스는 협주곡사에 불멸의 족적을 새겼다.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 스타일과 작품성 면에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걸작들에 비견될 만하며, 공연장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명곡에 버금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가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작곡한 것은 30대 후반의 일인데, 당시 그는 여러모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그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가족은 경제난에 시달렸으며, 그에 따라 창작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어 고심했다. 무엇보다 [교향곡 제2번]의 대성공에 즈음하여 찾아든 불청객, 귀의 통증이 4년 동안이나 그를 괴롭혔다. 그 동안 그는 혹시 베토벤처럼 청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 어쩌면 이 협주곡에 투영된 고뇌 어린 표정과 고통스런 몸부림은 그 암울했던 시절의 반향인지도 모른다.
1907년 시벨리우스의 모습 <출처 : wikipedia>
협주곡은 1903년 가을에 완성되었고, 초연은 이듬해 2월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초연은 독주자의 능력 부족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어느 유력한 비평가의 지적처럼 곡 자체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낙담한 시벨리우스는 악보(초판)를 거둬들이고 ‘연주 불가’를 선언했다. 그리고 1905년 여름에 작품을 대폭 손질하여 ‘개정판’을 마련했다.
보다 간결한 구성에 교향악적 색채를 강화한 개정판은 동년 10월 베를린에서 공개되었다. 카렐 할리르의 독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이루어진 이 또 한 번의 초연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후 시벨리우스와 친분이 있었던 러시아의 위대한 바이올린 스승 레오폴드 아우어와 그의 제자들, 특히 야샤 하이페츠와 같은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지지 덕분에 작품은 차츰 그 진가를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이 곡은 고금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중에서도 특히 바이올린다운 기능과 미감을 잘 살린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한 때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망했던 시벨리우스였기에, 악기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다각적인 고찰을 토대로 오직 바이올린을 통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음악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북유럽의 음산한 기운, 신비로운 마력의 협주곡
이 곡은 바이올린이 아니면 불가능한 여러 표현들과 다채로운 기교적 패시지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양단 악장들에서 약음기와 하모닉스의 효과적인 사용을 바탕으로 빚어낸 인상적인 음향들, 중간 악장에서 절묘하게 부각되는 바이올린 특유의 끈질긴 선율선 등은 특히 돋보인다. 비록 구성적⋅내용적인 면에서의 불균형, 부자연스러운 전조 등 일부 약점도 발견되지만, 북유럽 작곡가다운 개성적인 표현과 논리적인 어법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특유의 오묘한 분위기와 강력한 마력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d단조, 2/2박자
내용적으로 가장 심오할 뿐 아니라 전곡의 절반을 점유하는 장대한 규모로도 돋보이는 악장.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구축해가는 이 교향악적 악장의 구조는 상당히 독특하다. 전체의 구도는 일종의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제시부 직후에 놓인 대규모의 카덴차(독주 바이올린의 기량 과시를 위한 무반주 부분)가 마치 발전부와도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밖에도 도입부에서 관현악의 신비로운 속삭임과 독주악기의 서정적 선율의 절묘한 어울림, 전편에 걸친 긴장감 넘치는 흐름, 그리고 재현부와 코다에서의 거대한 극적⋅교향악적 움직임 등등. 이 첫 악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주악기와 관현악의 섬세하고 긴밀한 짜임새와 인상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치열하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가득하면서도 기저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악장을 '북구의 빙산 속에서 타오르는 백열의 불꽃'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이 곡은 북유럽의 서늘한 분위기, 숲과 호수의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출처 : NGD>
제2악장 : 아다지오 디 몰토, B♭장조, 4/4박자
마치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의 울창한 침엽수림을 펼쳐 보이는 듯한 목관 파트의 앙상블로 시작되는 아다지오 악장. 전편에 걸쳐 면면히 흐르는 바이올린 독주의 서정적 선율선에는 인간 영혼의 진솔한 고백과 깊숙한 내면의 토로가 서려있는 듯하다. 그리고 중간부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이제까지의 응어리를 일거에 터트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제3악장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D장조, 3/4박자
기묘한 느낌으로 가득한 스케르초 풍의 춤곡 악장. 다소 묵직한 리듬 위에서 사뭇 정열적인 춤곡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베버나 멘델스존의 요정음악을 연상시키는 독주 바이올린의 경묘한 움직임 위로 북유럽의 환상이 아련히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북유럽적인 음산한 기운이 서려 있어 신비롭고 마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Jean Sibelius 1865-1957
Joshua Bell in Jean Sibelius'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 47
with Oslo Filharmoniske Orkester. Oslo konserthus, 24.11.11
아직 로맨틱한 맛이 깊었던 초기 무렵의 작품의 하나이다. 1903년에 만들어져 1904년 2월 8일 헬싱키에서 초연되었으며, 그 후 1905년에 정정 완성되었다. 같은 해 10월 19일에 결정판이 베를린에서 초연되었고, 다음 해 1906년 11월 30일에 여류 바이올린 주자 모드 포엘과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다.
모든 바이올린협주곡 중에서 명협주곡으로 손꼽히고 있고, 전곡을 통해 시적 정서가 넘쳐 흐르는데, 전원 음악의 점철은 시벨리우스의 조국 핀란드에 대한 애국적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넓고 자유로운, 오히려 환상적인 악장이다. 소리를 죽인 관현악 위에 바이올린이 주제를 높게 연주한다.
제2악장 Adagio di molto.
가장 아름다운 노래. 그것은 시정에 싸여 아름다운 색채로 빛난다.
제3악장 Allegro ma non troppo.
시벨리우스의 은근한 열정을 숨긴 악상이, 신비로운 맛과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빚어내는 유머는 시벨리우스 특유의 맛을 보여 주고 있다.
애국적인 교향시 [핀란디아]로 유명한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는 일생 동안 일곱 편의 교향곡과 다수의 교향시를 발표했다. 반면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위한 것을 단 하나 남겼을 뿐인데, 그가 원래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망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한 곡만으로도 시벨리우스는 협주곡사에 불멸의 족적을 새겼다.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 스타일과 작품성 면에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걸작들에 비견될 만하며, 공연장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명곡에 버금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가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작곡한 것은 30대 후반의 일인데, 당시 그는 여러 모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그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가족은 경제난에 시달렸으며, 그에 따라 창작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어 고심했다. 무엇보다 [교향곡 제2번]의 대성공에 즈음하여 찾아든 불청객, 귀의 통증이 4년 동안이나 그를 괴롭혔다. 그 동안 그는 혹시 베토벤처럼 청력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 어쩌면 이 협주곡에 투영된 고뇌 어린 표정과 고통스런 몸부림은 그 암울했던 시절의 반향인 지도 모른다.
협주곡은 1903년 가을에 완성되었고, 초연은 이듬해 2월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초연은 독주자의 능력 부족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어느 유력한 비평가의 지적처럼 곡 자체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낙담한 시벨리우스는 악보(초판)를 거둬들이고 ‘연주 불가’를 선언했다. 그리고 1905년 여름에 작품을 대폭 손질하여 ‘개정판’을 마련했다.
보다 간결한 구성에 교향악적 색채를 강화한 개정판은 동년 10월 베를린에서 공개되었다. 카렐 할리르의 독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이루어진 이 또 한 번의 초연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후 시벨리우스와 친분이 있었던 러시아의 위대한 바이올린 스승 레오폴드 아우어와 그의 제자들, 특히 야샤 하이페츠와 같은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지지 덕분에 작품은 차츰 그 진가를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이 곡은 고금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중에서도 특히 바이올린다운 기능과 미감을 잘 살린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한 때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망했던 시벨리우스였기에, 악기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다각적인 고찰을 토대로 오직 바이올린을 통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음악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북유럽의 음산한 기운, 신비로운 마력의 협주곡
이 곡은 바이올린이 아니면 불가능한 여러 표현들과 다채로운 기교적 패시지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양단 악장들에서 약음기와 하모닉스의 효과적인 사용을 바탕으로 빚어낸 인상적인 음향들, 중간 악장에서 절묘하게 부각되는 바이올린 특유의 끈질긴 선율선 등은 특히 돋보인다. 비록 구성적?내용적인 면에서의 불균형, 부자연스러운 전조 등 일부 약점도 발견되지만, 북유럽 작곡가다운 개성적인 표현과 논리적인 어법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특유의 오묘한 분위기와 강력한 마력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 곡은 북유럽의 서늘한 분위기, 숲과 호수의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d단조, 2/2박자
내용적으로 가장 심오할 뿐 아니라 전곡의 절반을 점유하는 장대한 규모로도 돋보이는 악장.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구축해가는 이 교향악적 악장의 구조는 상당히 독특하다. 전체의 구도는 일종의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제시부 직후에 놓인 대규모의 카덴차(독주 바이올린의 기량 과시를 위한 무반주 부분)가 마치 발전부와도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밖에도 도입부에서 관현악의 신비로운 속삭임과 독주악기의 서정적 선율의 절묘한 어울림, 전편에 걸친 긴장감 넘치는 흐름, 그리고 재현부와 코다에서의 거대한 극적?교향악적 움직임 등등…. 이 첫 악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주악기와 관현악의 섬세하고 긴밀한 짜임새와 인상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치열하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가득하면서도 기저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악장을 '북구의 빙산 속에서 타오르는 백열의 불꽃'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Mischa Lefkowitz,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 47, Jean Sibelius, Allegro moderato,
The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David Amos, Conductor
제2악장 : 아다지오 디 몰토, B♭장조, 4/4박자
마치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의 울창한 침엽수림을 펼쳐 보이는 듯한 목관 파트의 앙상블로 시작되는 아다지오 악장. 전편에 걸쳐 면면히 흐르는 바이올린 독주의 서정적 선율선에는 인간 영혼의 진솔한 고백과 깊숙한 내면의 토로가 서려있는 듯하다. 그리고 중간부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이제까지의 응어리를 일거에 터트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Jean Sibelius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D minor Op. 47
Second Movement - Adagio di molto
Philharmonia Slavonica Carlo Pantelli,
conductor Bruno Zwicker, violin
제3악장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D장조, 3/4박자
기묘한 느낌으로 가득한 스케르초 풍의 춤곡 악장. 다소 묵직한 리듬 위에서 사뭇 정열적인 춤곡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베버나 멘델스존의 요정음악을 연상시키는 독주 바이올린의 경묘한 움직임 위로 북유럽의 환상이 아련히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북유럽적인 음산한 기운이 서려 있어 신비롭고 마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Jean Sibelius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D minor Op. 47
Third Movement - Allegro ma non tanto
Philharmonia Slavonica Carlo Pantelli, conductor
Bruno Zwicker, violin
Weber Oberon Ory Leshman Conductor. Haifa Symph.Orchestra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브람스 교향곡 2번
Johaness Brahms
1833-1897
Leonard Bernstei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82.09
Leonard Bernstein/Wiener Philharmoniker -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1876년, 오랜 시간 다듬어 발표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격찬했다. 브람스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듬해인 1877년 6월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두 번째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남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들이 둘러싼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 한 브람스는 그 후 2년 동안 이곳으로 휴양을 왔다. 페르차하의 좋은 환경, 그리고 교향곡 1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재촉했다. 그래서인지 교향곡 1번과 달리 두 번째 교향곡 작곡의 진도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다.
그해 9월경, 클라라 슈만은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새로운 교향곡에 대해 언급하며 “1악장은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10월 3일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 1악장 외에 4악장의 일부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고, 이후 2악장과 3악장을 포함한 전곡이 완성되었다. 즉, 작곡 순서는 1악장, 4악장, 중간의 두 개 악장이다. 11월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에 힘써서 12월에는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와 함께 연주했으며, 자필 초고를 클라라 슈만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오스트리아의 휴양지 페르차하의 평화로운 풍경.
교향곡 2번의 정식 초연은 1877년 12월 9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파트 악보를 사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습시간이 충분치가 못했기 때문에 초연은 부득이 12월 30일로 연기되었다. 초연 당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한스 리히터의 악보는 브람스가 손으로 쓴 초고였다. 아직 악보가 인쇄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평론가 에두아르 한슬리크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고 표현했다. 빈 사람들의 기질에도 맞았던 이 곡의 초연은 3악장을 반복해서 연주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람스를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반응의 온도차가 있었다. 교향곡 1번 같은 장중한 분위기와 깊이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금관악기의 잦은 실수도 한 요인이었다. 이후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드레스덴,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될 때까지도 이 곡의 인쇄 악보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향곡 2번의 총보와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 악보는 1878년 8월 짐로크 사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직전의 여름까지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용과 4손 피아노용 악보를 정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인쇄된 악보를 가지고 브람스는 1878년 9월 이 곡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밝고 아름다운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선 교향곡 1번에 있는 복잡함과 큰 규모는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2번에는 밝고 아름다운 페르차하와 조용하고 온화한 빈 근교의 리히덴탈에서 보낸 브람스의 여유로운 생활이 묻어난다.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 같은 전체 곡상의 추이를 2번에서는 분명히 내세우지 않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그리고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나타난다. ▶페르차하 호수의 평화로운 산책로. 브람스의 교향곡 2번에는 자연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 페르차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브람스가 휴양지 페르차하에서 작곡한 곡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교향곡 2번과 유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하려고 했던 주제를 재료로 활용해 작곡했다.
또한 1악장에서 렌틀러나 왈츠의 분위기가 나타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2번을 총 4곡의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빈 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분명히 양식과 성격이 다르고,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대조적이지만, 노작이었던 교향곡 1번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처지지 않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2번이다. 반복 감상하다보면 이 말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된다.
Carlos Kleiber/Wiener Philharmoniker -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Carlos Kleib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91.10.07
먼저 모차르트의 교향곡 36번 ‘린츠’가 연주된 뒤 이어서 31분 30초경부터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이 연주됩니다. 화면 아래 커서를 움직여 듣기 바랍니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이 곡의 도입부에 대해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숭고하면서도 맑은 빛을 던지고 있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저음현의 기본 동기에 목관과 호른이 부드럽고 목가적인 온기를 띠고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고풍적이고 명랑한 새로운 선율을 표현하고 비올라와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제시부가 끝나면 발전부로 들어가는데, 그 전에 호른의 제1주제가 나타나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재현부에서는 오보에가 제1주제를 연주하면 이것이 여러 가지 악기로 옮겨져 연주된다. 얼마 후 제2주제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코다는 제1주제로 시작돼 여러 갈래의 발전을 보이다가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때로는 장엄하면서 그러나 비극적인 감정이 저류로 흐른다. 이런 감정은 낭만적인 서정 속에 녹아 있다.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1악장의 유쾌한 기분과는 대조적으로 적적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제1주제가 나타나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그 후 목관에 의해 밝고 귀여운 새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제2주제다. 이 주제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해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나서 제1바이올린이 제3주제라 할 새로운 선율로 연주한다. 재현부를 지나 팀파니의 조용한 울림이 있은 뒤 고요히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가 중심이다. 3개의 주요 멜로디가 제각기 특징을 보이며 조용히 우수에 잠기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에 찬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빠르고 아름다운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케르초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2악장에서 볼 수 있었던 침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경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먼저 오보에가 소박한 춤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희롱하는 듯한 현악기의 가벼운 선율이 감정을 고조시키면 이에 이어 고요한 목관악기의 연주가 나타나 주제를 명상적으로 읊조리듯 이끌어간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평론가 한슬리크의 말과 같이 이 악장에서는 모차르트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듯한 기쁨과 경쾌한 맛이 흐른다. 브람스의 관현악 가운데 축제의 환희를 가장 빼어나게 표현한 부분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에 찬 악장이라 하겠다.
추천음반
1. 음반도 많이 나와 있고 선호하는 연주들이 무척 많기 때문에 특정한 음반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일단 귄터 반트가 지휘한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심포니)의 함부르크 무지크할레 실황(1996, RCA/소니)을 꼽고 싶다. 밝은 기운 속에 숨겨진 브람스의 우수를 본고장 함부르크에서 페르차하를 회상하듯이 그려낸 연주다.
2.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지휘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1988, 텔덱/워너)는 유려한 현과 관이 균형이 잘 잡혀 있고 4악장의 추진력도 돋보이는 연주다.
3. 브루노 발터/뉴욕 필 음반(1953, United Archives)은 과거 도시바 EMI에서 발매됐던 콜럼비아 스튜디오 녹음으로 유나이티드 아카이브즈 사에서 복각이 잘 돼 발매됐다. 발터의 브람스 2번은 1960년 콜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한 신반보다 이 구반 쪽이 확실히 곡을 장악하고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
4. 오토 클렘페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연주(1956, EMI)는 느긋한 템포 속에서 곡의 정수를 하나하나 지나치는 법 없이 모두 보여준다.
5. 이 밖에도 푸르트벵글러/빈 필의 1945년 실황(DG)이나 번스타인/빈 필의 디지털 리코딩(DG), 1977년 므라빈스키/레닌그라드 필 일본 실황(알투스) 등 들어봐야 할 연주가 너무도 많아 브람스 애호가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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