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타는 듯한 가을 색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험하디 험한 너덜 바윗길 조차도 붉은 이끼에 덮혀 돌길 자체가 위험하단 생각보다는 그 색감에 반해서....자칫 치명적인 위험상황을 만들 수도 있었다.
나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순간...
혹시 썬그라스때문??
하는 생각이 스쳤다.
썬그라스를 벗어 보았다.
아~~
그랬구나! 그랬어~
그 미치도록 매혹적인 붉은 색감을
보여준건...보라빛 안경을 쓴
내 썬그라스 색감도 보탰던 것이었다.
조금은 움찔했지만...
뭐~ 어때~
썬그라스를 써서 더 매혹적인 빛깔을 느끼며 걷는것도 환상이지~
역시 ...
나란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단 말이야~
오늘...여태껏 쓰던 하얀테 검은 렌즈 썬그라스 대신 바꾸어 쓴 썬그라스 렌즈 빛깔이 보라빛 이었다니...ㅎㅎ
이 예민한 감성을 가진 여인에게
신까지 이렇듯 도와주시니
어찌 내가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내가 결코 호들갑스러워서가 아니란 말이지~
곁에서 잠시 쉬고 계시던 대장님께
이 색깔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내가...
썬그라스를 벗고 조금은 뻘쭘했지만...이내...썬그라스 때문에 더 그랬다고 고백...ㅎㅎ
그래도 자타가 인정할 만큼
매혹적인 가을 풍광임엔 틀림없었으니까 뭐.....ㅎㅎ
오늘 하루 걷는 일정이 900m의 내리막...
히말라야에서의 그 900m가 의미하는 것은
풍광과 자생 식물조차도 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이 내려왔는 지,
이제는 환상의 가을 풍광...
따사로운 햇살아래
반짝이며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옅어져 가고,
점점 밀림의 습한 기운이 온 몸을 덮쳐온다.
바로 옆에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두고
세찬 로왈링 강줄기가
폭포 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숱한 바윗 길을 덮고 있는
나뭇잎들은 축축하게 젖어있어
이젠 미끄러움을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오늘 일정은
결코 만만한 일정이 아니었어~
원래 코스보다
짧은 새로 난 길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원래 코스인 달중라로 해서 마네북 카르카까지 가는 길은 얼마나 멀고 험하다는 거야~
ㅠㅠ
그리로 가자고...
아침 내내 어거지를 피웠었는데...
에고 에고~~
물론
여유자작...야생화들과 한없이 놀고....
밀포드 사운드와 똑같다는 강가에서 소박한 써프라이즈 파티도 벌이며 놀다 왔지마는...
숲이 깊은 밀림이라서 늦으면 안될것 같다.
길도 굉장히 험하고...
갈림길도 있어서
흩어져서 가면 안될것 같았다.
대장님과 왕다와 함께 모여가며
발걸음을 좀 서둘렀다.
험한 밀림 숲 사이로 겨우 한 사람 지나칠 수 있는 좁은 절벽길을 따라 걸었는데...
그것으론 부족한 지, 가슴 철렁한 구간을 만났다.
세찬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구간.....
이끼를 잔뜩 뒤덮은 바위와 발을 디디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것만 같은 허접하게 연결된 썩은 젖은 나무다리...
그것마저도 안되고...낮은 물길을 찾아 건너야만 했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낭패를 볼 상황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카메라를 벗어서 배낭에 다 집어 넣고
마음까지 단단히 먹고는 폭포수가 흐르는
물길을 건널 차비를 하였다.
먼저 왕다가 건너고...
이어서 대장님이 건너고...
다음 내 차례...
아~~
그만 순간 미끄러져 아찔한 상황을 맞았지만
그래도 빠지지는 않고 잘 버텨내 주었다.
그걸 보고 있던 이풀이 얼마나 놀랐으면
비명을 질렀다 .
하긴,
나도 순간 온 몸에 식을 땀이 쫘악 흘렀으니까...
이풀이 건너올 때까지 기다렸다.
매사에 조심스러운 이풀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더욱 조심해서 무사히 건너왔다.
긴장감이 온 몸을 감싸왔다.
해발고도 5,700m가 아니라도...
험준한 설산이 아니어도...
산이란 한 순간도 방심하면 안되는 곳이란걸
새삼 깨우쳐 주기라도 하듯
오늘은 히말라야 정령이 빡세게 험한 길을
펼쳐보인다.
요 며칠 동안 자연에게서 배운
겸손함을 잊은게야~
우리가....
히말의 정령이
그대로 우릴 보내실 리가 없는거지~
그러면 타시랍차 라를 넘은
보람이 없는거잖아~
결코 ...
그것을 잊지말라고...
겸손함과 신의 가호였음을....
우기가 끝나고 야르주를 맞은 직후라서인 지 장엄한 히말의 계곡은 수없이 많은 실폭포를 낳고...
사람이 다니는 길 조차 물길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아름다운 풍광에 흥분할 것이 아니라
등산화가 젖지 않도록...
그리고 젖은 나뭇잎들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야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랫만에 맞은 이 생경스런 풍광에
카메라를 다시 꺼내들지 않을 수 없다.
밀림에 해가 가려져 어두워 사진이 잘 나올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히말라야 로왈링에 와서 이 밀림숲을 걸었다는 걸
혹시라도 잊어버릴까봐...
생각해 내지 못할까봐
억지를 부리며 카메라에 담는다.
상당히 늦은 시간에
캠프에 도착을 했다.
어느 나라 팀인 지
벌써 도착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캠프사이트를 구축해 놓았다.
이들 역시 우리처럼 하산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오르는 팀들이다.
어디까지 오르는 지는 모르겠고...호주에서 온 의료진들이란다.
고산병 연구차....
암튼...
노오란 노스 페이스 텐트가
튼튼해 보이는것이 부러운 맘이 살짝 든다.
이들 나라의 고산병에 대한 연구차 왔다는 의료진들의 생각도 그렇고...
**************
어린 양에게 먹이를 주러 나온
롯지 주인의 환한 미소와 순박한 얼굴에 반해서 또 카메라 들이 밀었다.
오옷~
그런데 주인장의 옷중에서
커다란 은장식물이 달린 허리 벨트가 눈에 화악 띈다.
멋지다고 했더니,
집안의 대물림 처럼 내려오는 것이라고 한다.
히말라야에 와서
늘 느끼는 거지만...
이들의 소박한 꾸밈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가꾸는 맘과 여유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도저히 저 일을 해내며
그렇게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에 머플러까지 예쁘게 꾸미고 나설것 같지 않은데...
그냥 가장 편하고 험한...
작업복 입고 나설것 같은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 한결같이 가장 예쁜 모습으로 차려입고 나선다는 것....
마냥 아기인 도루치가
양들에게 렌즈를 들이밀고 있는 나를 보더니만,
냉큼 그 앞에 앉는다. ㅎㅎ
같이 찍어달라는 것...
아!!
이 녀석들...ㅎㅎ
안타깝게도 아무도 컴퓨터가 없어서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줄 수도 없거늘....
이렇게 사진 찍기를 좋아하다니....
그저 겨우 카메라 렌즈에 잡힌 자신들의 모습을
그 순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 하면서....
아니, 어쩌면...
자신들이 이렇게 작은 것에도 행복해 했다는 걸
잊지않게 해주려고 그러는 것인 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그들을 위한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그들의 배려인 거지~
저만치 있던 다와파상도 이 모습을 보고는 달려와서
냉큼 양 한마리를 껴안는다.ㅎㅎ
오늘도 이곳에 캠프를 치지 않고 롯지에서 자기로 했다.
아마 롯지를 이용하면 부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암튼....
롯지에서 자도 좋고, 캠프사이트도 좋다.
방 구경을 하고 방을 정하라는데,,,처음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몰랐다.
그냥 방안만 바라 보았으니까....
그런데 짐을 풀며 보니, 이건 뭐 아직 방이 완성이 덜 된건 지...
원래 이렇게 허접하게 지은건 지....천정이 뻥~뚫려있는 것이 아직 미완인 상태다.
석가래만 몇 개 얹어놨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라
뻥 뚫린 천정 석가래 위로 숫한 건축 자재들이 그대로 얹어진 채 있었다.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니, 자칫 저 나무 기둥에 얹혀져 있는 함판들이 울림에
떨어지기 라도 한다면....
아악!!
침대를 낑낑 거리면서 좀 아래로 옮겨 머릿맡을 바꾸어 놓았다.
헐!!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침대 아래엔 보기에도 무시 무시한
도끼,쇠스렁,커다란 톱....,기타 등등 농기구들이 한 가득 놓여 있는 것이었다.
순간...
그 농기구들이 서슬퍼런 마치 살인도구 처럼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너무 끔찍해서 대장님께 달려갔고 이내 아이들이 와서 순식간에 싸악 치워주었지만...
그 뇌리에 박힌 첫인상의 무서움이 왠지 계속 찝찝했다는...ㅠㅠ
***************
아침에 끓여 가지고 나온 보온 병 물이 그대로 있어서 밖에 나가 그 물로 샴푸를 했다.
온 몸 샤워도 하는데, 머리 샴푸야 500ml의 물이면
널널하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더니 쿡이 얼른 따듯한 물 한 병을 더 가져다 준다.
여정중 돈주고 핫샤워를 한것을 빼고는 가장 호사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다.ㅋㅋ
마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도랑은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들이 보기좋게 흐르고 있었다.
오오~~
역시 2,000m대로 내려오니, 물도 풍성하고...좋군!! ㅎㅎ
그뿐만이 아니라 방안 창가엔 전등불 대신 촛불과 기름잔등이 놓여있었다. 불을 밝히니 분위기까지 좋아진다.
오랫만에 호사를 맘껏 누려보자~
배터리의 절대 빈곤속에서 음악까지 틀었다.
행복이 물밀듯 차고 올라온다.
********************
그런데 아이들이 쭈삣 쭈삣 방문을 기웃거리더니 이내 들어온다.
알고보니, 다와파상이 손을 칼에 제법 많이 베인 것이다
.
아~~이를 어째~
마침 이풀이 베타딘 소독약까지 있어서 얼른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른 다음 붕대를 잘라 덮은 다름 반창고로 튼튼하게 붙여 주었다.
그리고 약사인 이풀이 베인것은 자칫 파상풍을 일으킬 수 있어서 반드시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며 항생제까지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물이 닿으면 안되니,고무장갑까지...
이참에 푸리도 불러서 터진 동상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골레에서 부터 계속 치료를 해주었지만, 워낙 심했어서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계속 일을 하니, 쉽게 낫지를 않는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부러웠는 지....
도루찌가 슬그머니 와서는 자기 손을 쓰윽 내미는 것이다.
별건 아니고 살짝 상처가 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연고를 바르고 대일 밴드를 붙여서 치료를 해주었지만, 순간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도루치는 상처가 아픈게 아니라 사랑이 고픈거였다는 거....
이렇게 어느사이에 우리 방은 지역 보건소가 되어 있었다.
나는 훌륭한 간호사 맘이 되어 있었던 것....ㅎㅎ
이풀이 이 모습을 보면서 한 마디 한다.
"너 차암 잘한다~
어찌 그렇게 갖가지 연고와 붕대와 반창고까지 준비를 해가지고 와서리....
최고다!!
너... 가서 블로그에 올릴때 꼬옥 이런거 준비해 가라고 써~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약사는 입으로만 하기때문에 이런 거 할 줄 몰라~
너가 최고야!!"
정말 맘이 푸근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들에게 이렇게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어 줄 수 있어서...
그리고 문득 느껴졌다.
부귀와 명예와 편안함을 다 버리고 어려운 곳에 가서 자신의 삶을 몽땅 바치는 사랑의 전도사들의 마음이 이렇겠구나~~하는...
Francesco Paolo Tosti
Aprile '4월'
'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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