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66.히말라야 로왈링/배딩(3,690m)에서 동강 가는 길...소풍을 즐기다

나베가 2014. 4. 13. 08:00

 

 

 

 

실바람에 하늘 거리는 풀꽃을 만났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 지....

작은 입김만으로도 순간에 다 떨구어질것 같은 모습이다.

 

카메라 렌즈에 담아본다.

있는 듯 마는 듯...

주변과 어우러져 한 색감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기 피부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

 

그 느낌에 사로잡혀 또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

풀꽃을 담았다.

 

그 사이에 나도 물들었을까....

솜털 처럼 가벼운 몸으로 사뿐 사뿐 걷는데....

 

아~~

저만치 앞에서 

너무나 거대한 짐을 묶은 끈을  머리에 메고 힘겹게

걸어오는 포터가 보인다.

 

저런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거 같은데....??

 

아~

쿰부에서는 건축물 자재를 끈으로 묶어서 역시 머리에 대고 등에 건축자재를 지고 나르는 모습을 본거 같아~

그때도 매우 힘들어서 몇 걸음 못걷고 쉬는 모습을 보았지~

 

근데...이건 더 힘들어 보이네~

저 기인 무거운 나무 기둥을 저리 해서 들고 오르다니...

여긴 아직도 해발 3,600m 고지인데...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가 3,700m 인걸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

거기서도 매일같이 고산증에 시달리는 사람때문에 헬기가 뜨거늘~

 

그러고 보니, 이곳 로왈링에 들어서서는 

한번도 헬기 뜬 모습을 본적이 없는것 같아~

아마 워낙 오지라서 트래커들도 많지 않을 뿐만아니라

고소에 훈련되어진 사람만이 오기때문인 지도 모르겠어.  

 

암튼....나무 기둥을 들고 오는 모습이 마치 기인같았다고나 할까...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조차 미안함 맘이 든다.

 

  

 

 

 

 

 

 

 

 

 

 

 

 

 

 

여전히 고개를 들면

능선 골까지 깊게 패여 멋진 주름 골을

보여주는 하얀 눈과, 보랏빛 검은 바위산...

화려한 가을 빛깔을 뽐내고 있는 단풍의 향연...

그리고

바위에 나무에 잔뜩 피어난

화려한 색깔의 이끼까지...

 

어디 그뿐인가~

걸음을 떼기 조차 힘들게

눈에 띠며 보아달라고 하는

야생화들...

꽃잎을 떨구어 낸 모습조차도

얼마나 매혹적인 지...

 

파아란 하늘을 바탕으로 한

흐드러진 나뭇가지 조차도

히말의 전경과 어우려저

아름답고 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어제도

수없이 카메라 렌즈에 담았건만...

오늘도

여전히 또 다른 모습으로

유혹을 하니

멈추지 않을 수가 없는것이다.

 

그려~

뭐 일찍 갈 필요가 있어~

너희들을 모델삼아

실컷 놀다 가지 뭐~

ㅋㅋ

 

죽은 고목위에 피워 낸

이끼에 쏟아진 햇살이

너무 이쁘다.

 

아!!

이 햇살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까... 

 

 

 

 

 

 

 

 

 

 

 

 

 

 

 

 

 

 

이제는 계곡의 깊이가 점점 깊어지는 것만 같다.

지난 4월,,,,ABC를 오를때 보았던 히말라야의 풍광....

TV에서 히말라야 8,000m 급 정상만을 보여준 폐해라고나 할까....ㅠㅠ

히말라야는 온통 하얀 설산만 있는 줄 알았다가 맞은 충격....

 

아!!

히말라야가 밀림이었어~

워낙에 7~8,000m 급 고산이라서 만년설이 뒤덮고 있어서 그렇지

그 3,000m 대만 내려와도 나무 기둥 조차 온갖 이끼류로 휘감고 있는

어마 어마한 밀림이란걸....

 

수백년, 수 천년 묵은 랄리구라스가 산을 뒤덮고 있어

집채보다도 큰 나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을 머리에 이고...

발 아래는 랄리구라스 꽃잎이 떨어져 그 꽃잎을 즈려밟고 갈 만큼....

 

이제 거의 그 지대까지 내려온것만 같아~

하늘에 닿을 듯 쭉 쭉 뻗어 오른 나무들이 숲을 메우고 있어.

나무를 휘감은 이끼하고...

마치 바닷속 산호같기도 한 이끼들까지 합세해 또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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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들어섰다.

달둥라 가는 길이다.

아침에 이 코스 얘길 듣고 억지 욕심을 냈더니만, 너무 멀고 높은 코스란다.

생각해 보니 '라'를 넘어야 되니, 그럴것도 같긴하다.

 

최근 며칠 동안 너무 편한 천국같은 길을 걸어 배가 부른것이다.

오래...더 많이 히말라야를 걷고 싶어서....

지금 같은 컨디션이면 날아다닐것도 같아서리~~ㅋㅋ

 

나가온에서도 '얄룽리(Yalung Li  5,630m )'를 오르겠다고 한바탕 난리 굿을 쳤었는데...ㅋㅋ

대장님은 힘들어 죽겠는데,,,이 놈의 두 아지매는 기운이 넘쳐나서 조금이라도

일정을 늦추려고 난리를 피우니....ㅋㅋ

 

 

 

 

아쉬움에 한동안 달룽라 가는 길을 쳐다보고는 사진 한 컷

담고는 그곳을 떠났다.

 

이곳도 매우 험준한 곳인 지....

제법 큰 사당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굿을 하는 무당이 있는 점집 마냥...

집 전체를 하얀 천으로 주렁 주렁 매달아 놓은 모습이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한다.

 

사주나 타로 점을 치는 구여운(?) 마치 인생 상담자 같은 느낌의 도로가 점집사람들과 달리 왜 무당은 그리 무섭고 으스스한 기분이 들까...

'귀신'과 소통을 하는 자'들이란 생각때문이겠지.

사람이 아닌...귀신...

아고~~ 무섭어#$%&

 

 

 

 

 

 

 

 

 

 

 

 

 

 

 

 

 

해발고도 5,000m 가 넘는 초롤파 호수에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로왈링 강 물줄기는

이제 3,500m 대까지 내려왔으니,

그 물줄기가 얼마나 세찰까....

그 물소리만을 들어도 히말라야의 어마 어마한 위용이 느껴진다.

 

햇살도 뜨겁고...

그 물소리에 온 몸을 맡겨 시원함을 소리로 채우려 할 때즈음

근사한 캠프 사이트에 자리를 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만났다.

다름 아닌 우리의 점심 만찬을 이곳에서 펼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서프라이즈 파티가 아닐 수 없다. ㅋ

메뉴는...'네팔 라면'....ㅋㅋ

 

근데, 요리를 하고 있는 우리의 다와파상을 보라~

온갖 야채를 채썰고 있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한 요리사 포스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걸 보면 조만간 키친보이에서 쿡으로 승격할 날이

머지 않은것 같다.

 

그런가 하면, 저만치 바위 아래에서 거창하게 바람막이 철판이라도 친듯

매트로 바람막이를 치고, 썬그라스에 대장님 헬멧까지 쓰고 가스 불을 키고 있는

푸리를 보면....이건 무슨 공사현장 같기도 하다. ㅋㅋ

이러면 또 카메라를 들이밀어야 아이들이 즐겁지~ ㅋ

 

라면 하나 끌이는데, 이렇게 무슨 요리를 해서 만찬을 벌이듯 법석이다. ㅋ

근데 나중에 끓여온 라면을 보니, 그럴만도 하다.

온갖 야채를 넣고, 고추가루까지 풀어서 제법 요리처럼 해 왔다는 것...

 

아!!

녀석들....재료가 없어서 그렇지~ 이젠 요리들을 제법 한단 말이야~

김치까지 맛이 들어서 얼마나 맛이 있던 지....

역시 무엇이든 써프라이즈는 기쁨 두배, 즐거움 두배 란 말이야~

 

그래~

가끔은 집에 가서도 이처럼 '써프라이즈 파티'를 즐기면서 살아야 겠어.

큰것이 아닌 이처럼 아주 작은 써프라이즈 파티.....ㅎㅎ

 

 

 

 

 

세상에서 가장 단촐한 식사로...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파티의 음식인 냥 먹었던 환상의 점심이었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은 소풍이 없다.

한없이 가벼운....

딱 먹을 만큼만 먹은...

아이들이 동상에 터진 아픈 손으로 정성껏 만들어준 고마움까지....

 

아이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나무 아래 햇빛을 피해서

아이들이 깔아놓은 매트위에 누워 천국을 경험하였다.

 

그때 이풀이 소리치고 난리다.

"야아~ 빨리 여기로 나와봐~ 풍광이 기가 막히다니까....

 머릿속 히말라야가 아닌 딱 호주의 밀포드 사운드야~"

 

 

나는 이풀의 외침을 뒤로 한 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냥 그대로 누워서 한없이 높은 나무들과 산들과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음도 더없이 좋았다.

걷느라 낸 온 몸의 열기가 뜨거운 태양과 더불어서 덥게까지 느꼈던 온 몸이....

이제는 산들 산들 부는 바람과 슬그머니 찾아드는 차가운 기운 마저 그렇게 좋다.

 

 

점심을 먹고나서 강가로 나갔다.

정말 그림같은 풍광이었다.

 

파아란 하늘....

하얀 설산...

쭉 쭉 뻗어 오른 고목들....

세차게 흐르는 강물....

 

양말을 벗고 강물에 발을 담그었다.

에고 에고~~

얼마나 찬 지...담그자 마자 뛰쳐 나왔다는...ㅠㅠ

햇살에 속아서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란걸...발을 담근 뒤에 알아차렸다.ㅎㅎ

 

 

 

 

 

 

 

 

빛나도록 화창한 날씨와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우리 모습에 왕다도 한없이 즐거워진 걸까.... 

왕다도 한 바탕 재롱을 피우듯 천성인 농을 하며 그 차디 찬 강물에 몸을 씻는 객끼(?)를 보여주었지만...

왕다의 마르고 입술 터진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맘이 또 인다.

 

힘들어 하시는 대장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짝 옆에 붙어서 보필을 해 주며, 또 어느 순간 휘익 날아서

숙소로 와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 주고...

EBC와 칼라파타르 오를땐 힘들어 하시는 대장님 대신에 우리들의 가이드 역할까지 톡톡히 해주느라 물심양면으로 힘들었던

우리 여정의 수호자....왕다...

그런 그의 갸륵하고도 착하고 열심함이 매 순간 힘든 여정을 감동과 고마움으로 이끌었는 지도 모르겠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왕다인데....

그래서 어른처럼 대해줘야 하는데...너무 순수하고 이뻐서 어른처럼 대해지지가 않는다.

 

"왕다~

고마워요~

오늘 써프라이즈 파티는 정말 행복했어요~"

 

 

 

 

 

Secret Garden,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