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화장실 보러 나왔다가
별 하나 보이지 않길래
날씨가 흐릴줄 알았더니,
햇살이 찬란하다.
그야말로 상큼 발랄 ...
피부에 와 닿는 감촉 조차도
너무나 좋은...
행복한 아침이다.
정말 이곳은
건기, 우기가 뚜렷해서
이제부터는
날씨가 연일 좋을것만 같다.
생각해보니...
30여일 동안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날씨를 맞은 것도
참으로 행운이라면 행
운일 수 있겠다 싶다.
지나온 자...
다 겪어낸 자의
여유로움이겠지??
ㅎㅎ
자연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몽땅 다 받은 거잖아~
고도의 변화에서 오는 너무나도 다른 풍광...
아주 아주 작은 변화에도 그대로 적응력을 보여주며 변하는...
색깔...촉감...느낌,,,
어디 그뿐인가~
눈이 쏟아지고...
비가 쏟아지고...
진눈개비가 쏟아지고...
폭설에 갇히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강렬한 햇살의 눈부신 풍광에 흥분하고....
또 그 햇살때문에 죽을것 처럼 힘들고...
시시각각 운무가 싸악 덮어버려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기도 하고...
구름이...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전혀 다른 풍광을 만들기 까지 하니
같은 시기...같은 곳일진대 이토록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풍광을
다 체습했으니....
꽃으로 만들어진
'얼음 궁전'을 걸은건...
아마 어쩌면 평생 다시 볼 수 없을것이다.
수많은 외계 행성에 순간 이동한 것 같음도 그럴것이고....
하얀 눈이 하늘끝까지 닿은 광활한 설국을
끝없이 몇날 며칠을 걸었음도 그럴것이다.
단 30일 동안에 사막을 걷고 있는 듯한 뜨거움에서 부터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는게...
내 몸이 그걸 다 견디어 내 주었다는게...
그게 또 대단하고 감동스럽다.
롯지에서 나와
동네 어귀로 들어서니,
부지런한 아지매들....
야크 젖을 짜느라 분주하다
.
이런 풍광을
한 순간 지나치는 트래커가
만나기가 쉬운일인가~
흥분하며 또 카메라 들이밀었다.
얼굴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
이 히말라야 배딩 아지매의 표정이 또 기막히다.
그 순수함이...
아!!
정말 하늘엔 구름 한 점이 없네~
하얀 설산과 파아란 하늘의 경계가...마치 팬으로 경계를 그어 놓은것만 같아~
파상은 오늘도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나타났다.
이건 누가 봐도 썬크림을 바른게 아니라 삐에로 분장을 한것만 같다. ㅎㅎ
잠시후 무대에 서야만 할것 같은.....
자꾸 웃음이 나온다.
새까맣게 다 탄 뒤 이렇게 하얗도록 분칠을 하고 나타나는게....
한없이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
내 몸까지 그렇게 물들어 가는것만 같아서....
반짝이는 햇살아래
눈부신 풍광속을 걷다보니,
어디선가 불경외는 어린아이들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와우~~
이게 뭐야??
학교야??
이 깊은 히말라야 산중에
학교라고??
배딩에서 여기까지 학교를 다니는 거야?
아니...
그런데 이 불경 소리는 뭐지??
어린 아이들의 맑디 맑은 불경 소리가
어찌나 좋은 지...
마음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맑아지는것만 같다.
나는 한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그곳에 서서 불경소리를 온 몸에 받았다.
그때 어린 예비 스님이 화장실을 가려는 지 밖으로 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배낭 주머니에 있는 초콜릿을
어린 스님에게 주었다.ㅎㅎ
잠시후 발걸음을 떼고 나서야
그곳이 일반 학교가 아닌 수도원 학교란걸 알았다.
그런데, 수도원 학교에서 음료샵도 같이 운영을 하다니....
어린 우리 스님들 ...
그거 먹고 싶어서 어쩌라구~ㅠㅠ
어짜피 입산 허가증도 이곳에서 발급받아야 하니까,
트래커들을 위한 배려로 운영을 하고 있는것 같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지어주고, 그 뒷 설거지까지 다 한 다음 짐을 꾸려 나오느라
매번 가장 늦게 출발하는 왕다지만, 워낙에 바람개비같아 순식간에 또 우리를 휘익~지나치는 왕다를 만났다.
그런데, 그렇게도 밝은 왕다가 이젠 기인 여정에 지쳤는 지...
긴장이 좀 풀어진건 지....장난도 치지 않고 왠지 기운이 없어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얼굴이 정말 말이 아니게 반쪽이 되었다.
입술도 다 부르트고...
세상에~ 쿰부에서도 힘이 들었건만...쿰부에서의 얼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진을 뒤적여 쿰부에서의 모습을 찾아봤다.
아래 사진도 이미 해발고도 5500m대를 몇번이나 넘은 후의 모습이다.
콩마라 패스,EBC, 칼라파타르에 오르고 종라에서 촐라패스 넘넌 날의 모습....
세상에~~
사진을 보니, 다시 마음이 짜안해지는게 울컥한다.
로왈링에 들어서서 부터 타시랍차라 넘고, 트롬바오 빙하와 트라카딩 빙하를 건널 때....
해발 5,500m가 넘는 그 뜨겁고, 추운 극한의 지역을 별 장비와 옷도 없이 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ㅠㅠ
<왕다의 쿰부 여정-촐라패스 넘을때의 모습...>
길도 외길이고...험하지도 않으니, 모두들 알아서 뚝 뚝 떨어져서 홀로 걸었다.
아니, 하긴 여정 내내 거의 홀로 건 순례의 길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이토록 편안한 맘이 드는 건....햇살에 형형색색 눈부시도록 빛나는 아름다운 정경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
세상에~
저 바위를 완전히 뒤덮은
이끼의 색깔 좀 봐~
그 이끼 속에서 아주 자그마하게
피워낸 빠알간 풀잎은
또 얼마나 매혹적인 지....
어제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빠알간 풀잎이야~
카메라 렌즈에 잡힌
파아란 하늘과 하얀 설산...
보랏빛 바위 산...
그리고 거대한 바위를 완전히 덮은
미치도록 매혹적인 붉은 이끼....
아!!
정말 환상적이야~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5
in F major Op. 24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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