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5.출발...카투만두...타멜거리..

나베가 2014. 1. 2. 02:30

 

 

 

 

 

 

 

 

 

복많은 우리는 불행조차도 우리에게 되려 행운을 몰아다 주는 상황이 되었다고나 할까....

대원이 둘밖에 되지 않으니, 경비 절감 차원에서 우린 대한한공 직항대신 홍콩을 경유해야 하는 케세이 팩 항공을 이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태풍으로 인해 홍콩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대한 항공 직항으로 카투만두에 단숨에 날아오는 행운을 안았다.

왠지 이 엄청난 여정이 시작부터 드라마틱 해지는 느낌이다.

 

9월 23일...

오늘이 내 생일인데, 생일 선물 치고는 완전 대박이다.

 

원래 일정보다 굉장히 일찌감치 카투만두에 도착을 했다.

히말라야를 찾아 이곳에 온것이 이번이 3번째...오래 전에 인도와 네팔 여행으로 이곳에 온것까지 합하면 , 오며 가며 카투만두에 들린것이 이번이 여섯번째가 된다. 갈때도 또 들리니까, 무려 이 타멜거리에 7번이나.....

그러다 보니,이젠 이 타멜거리가 마치 우리 동네 슈퍼에 가는 것 마냥 친숙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는 제법 쌀쌀했던 것과는 달리 여기 카투만두는 30도를 훨씬 웃도는 한 여름이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편한 인도 헐렁 바지와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고 타멜거리로 나왔다. 제일 먼저 커피가 그리웠고, 저녁도 먹을 겸 장비도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린 먼저 단골 까페인 PUMPERNIKEL BAKERY 로 들어섰다.

오늘도 여전히 맛있는 케익 3조각과 진한 커피를 마셨다.

벽에는 여전히 우리를 자극하는 히말라야의 사진들이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아 간다.

 

달콤한 케익과 진한 커피의 카페인이 들어가서 일까....

9월 내내 혹사시켜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둥이에 히말라야의 강한 생기가              

도는것만 같다.

 

까페를 나와 우린 장비가게에 들렀다.

이곳 저곳 기웃거릴 필요도 없었다.

어느새 단골이 되어버린 가게가 있었으니까....

우린 그곳에서 헬멧과 하네스,피켈,로프,캬라비너를 비롯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한달 내내 준비를 했어도 이곳 카투만두에 와서 준비하려고 미뤄두었던 것들을 수첩을 펼쳐가며 또 구입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준비하지 않았던것들-화장품과 샴푸류,배터리와

털양말과 털장갑,털모자도 준비했다.

 

 

 

      아~

그런데 아까부터 머리를 옥죄이듯 밀려들던 두통이 점점 더 심해져 온다.

평소같으면 생전 처음 착용할...그것도 히말라야 트래킹에 필요한 물건들 쇼핑에 신바람이 났어야 하는데,

몸이 이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정말  그동안 모든 내 에너지를 소진해 버렸는 지, 온 몸이 '좀 쉬라고...'아우성을 치는것 같다.

 

정말 에너지가 바닥이었는 지....

퓨전 레스토랑인 '비스토'에 가서 첫 술을 뜬 버섯 수프가 들어가니, 아까 카페인이 온 몸에 퍼져들어 기운이 났던것 처럼

두통이 사라져갔다.

두통이 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푸짐하게 나온 스테이크도, 모모튀김도, 파스타도 모두 입에 착착 달라붙듯 맛이 좋다.

쳇~ 병이 난줄 알고 걱정스러웠건만...

배가 고팠던게야??

암튼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분위기 좋은 비스토 레스토랑에서 타멜거리의 활기참을 맘껏 누리고는 거리 과일 장수에게서 석류와 망고를 사들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도 마지막 순간까지 밤샘을 하고 온데다가 오늘도 오자마자 복잡한 타멜거리에서 종일 쇼핑을 했더니, 여간 피곤하지 않다.

가까스로 두통은 가라앉았으나 내일도 종일 카투만두에서 보낼 터이니 짐정리는 미뤄두고 빨리 자야겠다. 

 

            

 

담날 아침.... 느지감치 일어나 여유있는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은 이민국에 가서 공항에서 한달 받은 비자를 보름을 더 연장해야 한다.

공항에서 아예 한달 이상을 하게되면 매우 값이 비싸서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이민국에서 연장하기로 한것이다.

그리고 랜드 회사인 '랑탕 리'도 들러야 하고, 어제 구입하지 못한 크램폰을 비롯해서 몇가지를 더 쇼핑해야 한다.

오늘도 종일 밖에서 동동 거려야 하나부다.

 

아~

그런데 이게 또 왠일인가~

아침까지도 못느꼈는데,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않다.

두통이 심해져서 아침 먹은것을 다 토하고 말았다.

기력이 하나도 남지않은 상태...

이를 어쩌면 좋을까....

 

 

 

 

 랜드회사-'랑탕 리'에 들려 우리의 이번 여정의 전반적인 일정을 다시 잡아보고, 우리와 함께 할 세르파도 만나고, 지난 여정 라닥에서 함께 했던 쿡-텐진과 이번에 함께 할 쿡-덴쟈도 만났다.

기운도 하나도 없고,두통으로 머리를 점점 죄어 오는데는 어쩔수가 없어서 랑탕 리 사무실에서도 난 소파에 기댄 체 눈을 감고 있었다.

나중에 사무실을 나오면서 생각하니, 세르파가 얼마나 걱정스러웠을까...싶어 웃음이 나왔다.

 

대장님이라는 분도 할아버지인데다가 대원도 나이 많은 아줌마....

그것도 쌩쌩한 것도 아니고 내내 눈을 감고 실신하듯 소파에 기대 있었으니...

이들이 과연 해발 5755m의 로왈링의 타시랍차 패스를 포함 4-Pass를 넘는  길고도 험한 여정을 해낼 수 있을까...

한심스러움 마저 들었을것 같아서. ㅎㅎ

 

<체중을 재주며 돈을 벌고 있는 장면....>

 

 

 

사장님 승용차를 타고 이민국으로 갔다.

공공기관인 이민국엔 편안한 시설은 커녕 그 흔한 에어컨 조차도 없었다.

더우기 일일이 다 수작업으로 하니 여간 시간이 걸리는게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 구멍가게 같이 생긴 작은 식당으로 가서 1시간 여를 tea를 마시며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의 기운은 점점 더 바닥으로 가라앉아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비자를 발급받고 나와 고산약도 살겸 우리는 약국 거리로 갔다.

가는 동안 거리 풍광이 어찌나 재밌던 지, 나는 언제 기력이 다 빠졌었냐는 듯 대장님을 뛰듯 따라 가면서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밌었던건 '저울을 놓고 체중을 재주며 돈을 벌고 있는 장면'이었다. ㅋㅋ

세상에~ 체중을 재주며 돈을 벌다니...이 얼마나 웃지 못할 직업인가~

어디 그 뿐인가~

카투만두에 6번이나 왔어도 볼 수 없었던 풍광들...

거리 수선집들이 우리네 포장마차촌 처럼 늘어서 있었다.

파라솔을 피고 재봉틀을 보드 블럭 위에 놓은 채 옷을 수선하고 있는 수선 집들.....

나는 도대체 이 광경이 어느 시대 모습일까...타임 머신을 타고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간 것일까...흥분에 휩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놀란것은 약국이었다.

이곳도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 큰 병원앞에는 마치 약국거리 마냥 약국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겉 모습은 구멍가게 같은데, 한 약국에 대여섯명씩 있는 약사들이 서 있을 만큼의 공간을 빼고는 천정까지 약으로 빼곡히 쌓여있는 광경이었다.

우리가 약을 구입하고 있는 사이에도 약을 사기위해 몰려든 많은 사람들때문에 약사들은 분주했다.

우리는 고산약과 기타 소화제 등을 넉넉히 샀다.

이곳에서 파는 약은 거의가 인도에서 만들어 수입되는 것이고 품질도 상당히 좋다고 한다.

값이야 뭐...워낙 물가가 싸니까...ㅎㅎ

 

 

 

 

벌써 시간은 흘러서, 오후 4시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침 먹은것도 다 토한 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으니, 체력은 완전 고갈된 상태....

왠지 어제 먹은 버섯수프를 먹으면 또 기운이 솟아날것만 같아 또 어제의 식당-비스트로 갔다.

아니, 나 영양실조인가??

콜라 한 잔도 입에 댈 수 없을 만큼 두통이 심했는데, 오늘도 역시 수프를 시작으로 한 늦은 점심이 맛있어서 술술 목으로 넘어가더니, 

몸에 생기가 도는것 같다.ㅋ~

 

 

 

 

 

 

 

 

이젠 어제 구입하지 못한 '크램폰'을 구입해야 한다.

우리가 크램폰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것 같으니 비싼 신형 모델대신 저렴한 구형모델을 사려고 찾다보니, 시간이 좀 지체됐다.

아~ 그런데 이곳 카투만두의 전력사정이 얼마나 나쁜 지,  정전이 된 상태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몽땅 전기가 다 나간것도 아니고,어느 가게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어느 가게엔 정전이 되어 있고....

그런데 전력사정이 나빠 한집 걸러 전기 공급이 중단 되는 건 지, 이들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처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전기불도 없이 장사를 한다는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러면 촛불을 많이 밝혀놓는다던 지, 랜턴이라도 준비해놔야 할것이 아닌가~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ㅠㅠ

암튼 우린  어둠속에서 크램폰을 발사이즈에 맞추느라 힘겹게 조정을 하는 헤프닝을 겪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새로 산 장비들을 펼쳐놓고는 어떻게 패킹을 해야할까....또 한바탕 혼란스런 전쟁을 치뤄야 했다.

아악 안돼~걍 쉬는 거야.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컨디션을 빨리 회복하는 일이야~

내일도 종일 시간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

 

벌써 25일이다.

루크라 공항이 정오만 되면 구름이 몰려들어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 그렇게 되면 또 언제 출발할 지 위험한 상황이라 우린 아예 내일 첫비행기표를 끊었었다. 덕분에 대장님이 한달 동안 사용할 버너와 집기, 식자재를 쿡과 시장보러 간 사이  우린 오전 시간을 호텔에서 푸욱 쉬며 피로를 풀어냈다.

카투만두엔 이미 여러번 왔었고, 또 앞으로 계속 올것이기때문에 관광대신 쉬기로 한것이다.

 

오후 일을 다 끝내시고 돌아오신 대장님과 함께 우린 다시 시내에 나가 맛있는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센타를 돌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배도 부르고 해서 저녁으로 샌드위치와 망고만을 사가지고 좀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야말로 다시 또 한번 짐싸기와의 사투를 벌려야 한다.

내일 루크라로 가는 6시 첫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 4시에는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야 하니 완벽하게 짐을 패킹해야 할것이었다.

이번에 구입한 장비는 한데 모아서 따로 가방 하나를 더 만들었고, 공항 허용치 짐으로 만들기 위해 무거운것을 배낭에 넣었던 것들을 다시 카고백으로 옮기고 배낭은 루크라 도착하자 마자 시작되는 트래킹 짐으로 꾸려야 했다.

어짜피 이곳 루크라행 비행기 허용치는 배낭과 카고백...모든 개인짐을 포함해서 15kg이니 오버 차지를 왕창 물을 각오는 해야한다.

그래봤자 이곳 오버챠지는 그리 비싸지는 않다.

 

 

그러나 저러나 좀 낳아지긴 했어도 연일 좋지않은 컨디션때문에 이번 여정에 걱정스러움이 더해진다.

잠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