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1.에베레스트 쿰부히말,롤왈링 롱트래킹.../프롤로그...

나베가 2013. 12. 26. 08:25

 

 

 

 

 

 

왜 이렇게 여행기를 시작하기가 힘이 들을까.....

눈으로 마음으로 흘려보낸 눈물 만큼이나...

 

벌써 히말라야를 다녀온 지가 두달여가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기가 힘들다.

매번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도 딴 짓거리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그래~

그럴거야~

어찌 쉽게 그 모든 엄청난 일들을 추스리고 마음을 쉬이 가다듬을 수가 있겠어.

  

 

출발부터 너무나 힘이 들었다.

사실, 말만 들어도 가위가 눌릴 만큼 엄청난 히말라야 대 종주의 첫발을 내 디딘다는 것 부터가 당연히 힘든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친정 엄마가 많이 편찮으신 상태였기에 이 기인 여정의 선택을 더욱 힘들게 했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하는 두려움과 간병을 해야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더욱 말을 떼기는 힘이 들었다.

 

포기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또 나로 인해서 그동안 준비를 해왔던 동료들에게 이 엄청난 장기 프로젝트의 첫발부터 발목을 잡게 하기 또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진퇴양난에 빠진 장수처럼 선택이 어려웠지만....

그러나....

나는 가기로 선택을 했다.

다녀와서 내가 할 수 있는한 모든걸 갚겠다고 굳게 맘을 먹으면서..... 

 

 

그랬다.

인생이란 ...

내게 부여되는 그게 크든 작든간에 늘 선택을 하면서 사는것 이란것...

그것이 결국은 내 삶이 된다는것...

어쩌면 그 선택 하는것이 그렇게도 힘이 들어서 우리의 삶이 힘이 드는 건 지도 모른다는 거....

     

 

이렇게 히말라야 롤왈링은 그 여정 만큼이나 내 삶의 가장 힘든 선택의 한 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나를 초대했다.

 

포기보다는 할 수 있는 한 선택을 하자는 것....

그 선택이 힘든 일이고, 또 엄청나게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그것이 내 삶에 있어서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원이 되어 왔다는 것.... 

 

 

삶이 그렇듯 마음을 먹기가 힘이 드는것이지 일단 선택을 하면 삶이 훨씬 수월해 진다.

본격적인 준비 태세로 돌입했다.

출발 직전까지는 엄마에게도 자주 찾아가 간병을 돕고...

무거운 맘의 짐을 덜기 위해 집안 일에도 더욱 박차를 가했다.

 

 

사실, 이번 여정이 얼마나 엄청나고도 대단한 여정인가~

쿰부히말의 해발 5535m의 콩마라 패스,5368m의 촐라 패스, 5360m의 렌조라 패스를 넘고,

5550m의 칼라파타르 봉과 5357m의 고쿄리의 2개의 독립 봉을 오르고, 눕체,쿰부,고줌바,트락카딩 빙하를 건넌다.

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코스와는 달리 네팔에서 가장 깊이 숨겨져 있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어렵다는 롤왈링에 들어선 다는것...

 

 

롯지 하나없는 히말라야의 오지중의 오지...

트롬바오 빙하와 트라카딩 빙하가 있고 해발 5755m의 타시랍차 패스를 넘어야 하는 롤왈링....

우린 그곳에 들어서 빙하위에서 잠을 자고 계속 야영을 해야만 한다.

 

 

엄청난 여정 만큼이나 실로 그 준비 과정도 힘이 들었다.

 

 

이번이 네번째 히말라야를 찾아가는 것...

왠만한 것은 다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목록을 작성해 놓고 보니, 필요한 물품들과 새로 구입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처럼 많았다.

그리고 기인 시간의 공백을 전후로 메워햐 할 일들은 추석 명절까지 끼어있어 히말라야로 떠나기 위한 준비물 목록보다도 더 많았다.

 

 

 

9월 23일 출발이었다.

추석으로 인한 엄청난 택배 물량과  은행,병원...등 기인 휴가를 생각한다면 여행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9월에 들어서자 마자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힘은 들었지만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감히 나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그런 미지의 땅-

히말라야....

이제서야 진정한 그 꿈속의 히말라야를 찾아간다는 그런 느낌.....

 

 

26년 동안이나 길렀던 기인 머리를 남자 처럼 쇼커트를 했다.

가위가 아닌 칼로 쓱쓱 소리를 내며 잘라내는데도 별 느낌이 없었다.

 

 

 

여자로서 엄청난 사건이 될 수도 있는 기인 머리 자름....

그러나 이건 선택이 아니라 히말라야 롱 트래킹을 하기 위한 필수였기에 절에 들어가는 단기 출가인 처럼 그렇게 담담했다.

아니, 그들은 눈물을 쏟아 냈다고 했지~

그럼 난 뭐였지??

세계 최고봉 8848m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원정대원 처럼 그렇게도 단단하고도 독한 마음을 먹었던 걸까??

 

 

 

 

그래~

독한 여자가 맞아~

     

 

20여일을 거의 밤잠을 설쳐가며 빼곡히 적혀있는 목록들을 준비하고 엄마한테 다니고 집안 일을 해냈다.

그러나 결국 너무 몸을 혹사시켜서 비행기에 몸을 싣자 마자 실신...카투만두에 도착해서도 이틀을 앓았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만인이 '철녀'라고 부르잖아~

아니,히말라야의 정령이 나를 이렇게 안타까운 맘으로 초대를 했잖아~

아프면 안되는거야~

 

 

 

 

아직 덜끝난 우기의 연속적인 날씨때문에 우울한 맘을 떨구어 내기가 힘이 들기도 했지만,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오르던 날과 칼라파타, 고쿄리에 올라서는 구름 한 점 없는 최고의 날씨,최고의 비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롤왈링 트래킹을 무사히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산에서의 최고의 비운인 야루주(우기 뒤끝에 3-4일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폭설로 매우 위험한 산악용어이다.) 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롤왈링 타시랍차 패스를 무사히 넘었다는 가장 큰 감동과 함께 더없이 안타까움을 준 것은

힘들었던 콩마라 패스를 넘던 날과 렌조라 패스를 넘던 날 험악한 날씨때문에 단 한 장의 사진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렌조라 패스를 넘을땐 최악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드라마틱한 여정을 감동으로 끝냈다.

힘들고 안타까움에 가슴으로 눈물을 수없이 흘렸고...

가장 힘들었던 타시랍차 패스를 넘고,트롬바오, 트락카딩 빙하를 넘고 마지막 롤왈링의 하얀 세상을 걸을때

그제서야 복받치는 가슴을 뚫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눈물은 계속됐다.

다시는 히말라야에 가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말한것과는 달리 히말라야에서의 아이들과의 삶의 모습이 그리워 눈물이 쏟아졌다.

그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마음과 나의 풍요로움이 미안해서 또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자 마자 엄마에게 달려가 간병을 했지만, 그리 오래 버티시지 못하고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들녀석을 보며 하훼탈 처럼 웃으시던 엄마...

그게  엄마의 마지막 미소였다.

 

 

할 수 있는 한 다 갚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건만.....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그래서 나는  슬픔과 죄송함에 또 울었다.

 

 

이제서야 난 마음을 추스리고 이 아픔과 감동이 가득한 여정을 쓰려 한다.

죄송한 마음이 하늘나라에 가 계신 엄마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장례식장에서도 이리 쏟아내지 못했던 눈물과...

내 생애 최고의 감동을  엄마에게 바친다. 

 

 

 

 

 

 

 

 

 

 

 

 

 

 

 

 

 

 

 

 

 

 

 

 

 

 

 

 

 

 

 

 

 

 

 

 

 

 

 

 

 

 

Max Bruch 


 

Salvatore Accardo, Violin
Leipzig Gewandhaus Orch./Kurt Masur C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