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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elssohn, String Octet in Eb major
멘델스존 현악8중주
Felix Mendelssohn
1809-1847
펠릭스 멘델스존은 음악사상 모차르트 다음으로 유명한 신동이다. 비록 궁극적인 경지라는 면에서는 모차르트에게 견주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소년 시절까지의 재능과 성취는 모차르트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음악사에서 그만큼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긴 소년 작곡가는 달리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는 열두 살 무렵에 이미 능숙한 작곡 실력을 갖추고서 약 70곡의 작품을 써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 시절의 멘델스존.
그런 ‘소년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대변하는 작품이 둘 있는데, 하나는 1826년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한 해 앞서 탄생한 <8중주 E♭장조>이다. 이 가운데 후자는 소나타 악장 형식을 기반으로 한 고전적인 실내악 양식을 온전히 체득한 16세 소년 작곡가의 조숙한 재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실내악 역사상 굴지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눈부신 작품이다.
조지 그로브 경이 ‘성숙기를 향한 경이적인 도약’이라고 평가한 이 <8중주>는 1825년 10월 15일 베를린에서 완성되었다. 그 해 3월에 멘델스존은 아버지와 함께 파리로 가서 7주 이상 머물렀는데, 거기서 그는 파리 음악원의 원장이었던 루이지 케루비니로부터 ‘천재 인증’을 받았다. 그의 앞에서 <f단조 4중주>를 연주하여 이례적인 칭찬을 받았던 것이다. 당대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었던 케루비니는 호평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했기에, 그의 찬사는 멘델스존이 음악가의 길을 걷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던 아버지 아브라함이 가슴에 품고 있던 노파심을 떨쳐주었기 때문이다.
부자는 바이마르에 들러 괴테를 만난 후 5월 말에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그 해 여름 멘델스존 일가는 라이프치히슈트라세 3번지에 새로 마련한 궁전 같은 저택으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몇 해 동안이 그들 가족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훗날 멘델스존의 누이 파니는 그 나날들이 ‘환상적인, 꿈결 같은 삶’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해 가을에 작곡된 <8중주>에 행복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교향곡을 지향한 야심작
소년 멘델스존은 이 곡을 쓰면서 선배 작곡가 루이 슈포어(Louis Spohr, 1784-1859)의 현악 8중주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슈포어가 두 개의 현악 4중주단을 안티폰(antiphon, 교창) 형태로 배치하여 그 대화와 경쟁을 통해서 음악을 진행시키는 ‘2중 현악 4중주’를 썼던 것과는 달리, 멘델스존은 보다 교향악적인 조직과 울림을 내세움으로써 실내악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이 8중주는 모든 악기에 의해 교향곡 스타일로 연주되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자신이 표시한 강약 지시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준수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런 유의 곡들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보다 더 예리하게 강조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처럼 장대한 스케일의 울림을 빚어내는 곡인데도 여덟 대의 악기가 각자 충분한 독립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시 주도권은 제1바이올린에 주어져 있지만, 앙상블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적 완성도와 세부 처리의 교묘함, 그리고 확고한 밸런스는 소년 작곡가의 탁월한 역량에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다.
제1악장 : Allegro moderato ma con fuoco
이 경이로운 첫 악장에서 우리는 기백으로 충만한 천재소년의 확신에 찬 얼굴을 대하게 된다. 제1바이올린에서 나타나는 분산 3화음에 의한 제1주제와 부드러운 2도 진행을 바탕으로 한 제2주제가 이루어내는 절묘한 대비감, 그것들을 뒷받침하고 확장시키는 다채로운 리듬과 폭넓은 스케일, 그리고 장장 14분여에 걸친 장대한 악장 전체를 시원스럽게 관통하는 번뜩이는 영감과 왕성한 추진력은 그야말로 경탄스럽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와 풍부한 독창성이 최고 수준의 장인적 기교로 마무리된 ‘진정한 예술작품’이다.
제2악장 : Andante
사뭇 사색적인 표정을 띤 완서악장으로, 코렐리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기분이 가미되어 있다. 앞선 악장에서 혈기왕성한 청춘다운 활력과 생동감이 분출되었다면, 이 악장에서는 십대 소년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깊이 있는 감수성과 긴밀한 내적 흐름이 두드러진다.
제3악장 : Scherzo
유명한 g단조의 스케르초 악장으로, 멘델스존 고유의 서명이 각인된 전곡의 심장이라 할 만하다. 멘델스존의 누이 파니는 이 악장이 괴테의 <파우스트> 제1부에 나오는 ‘발푸르기스의 밤’의 한 장면에서 얻은 영감에 기초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것은 ‘오베론과 타티아나의 금혼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장면으로, 멘델스존은 그 마지막 연을 음악으로 옮겼다고 누이에게 말했다고 한다. ▶3악장에 영감을 준 ‘오베론과 타티아나’.
흘러가는 구름과 자욱한 안개가
위로부터 걷히기 시작하는구나.
나뭇잎 사이에 이는 미풍과 갈대 사이로 부는 바람,
모든 것이 자취 없이 흩어졌구나.
제4악장 : Presto
이 강력한 피날레는 푸가토가 딸린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8성부 푸가로 출발하는 이 악장에서 소년 멘델스존은 스승 첼터에게서 받은 엄격한 대위법 수업의 견실한 성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헨델의 <메시아>에서 가져온 주제를 위시하여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융화시켰다. 또한 종결부에 등장하는 푸가토는 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에 바치는 헌사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술적 완성도, 강렬하고 복잡한 흐름에 대한 빈틈없는 장악력, 그리고 거침없이 연소되는 영감의 열기 등이 모두 실로 대단한 수준이다.
한편 멘델스존은 이 곡을 친구이자 자신의 바이올린 선생이었던 에두아르트 리츠에게 헌정했다. 이 곡이 완성된 이틀 뒤가 리츠의 스물세 번째 생일이었기 때문인데, 아마도 이 곡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제1바이올린의 비르투오소적인 모습은 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작품의 초연은 그 무렵의 비공개 모임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후 1832년에 이르러 소폭의 개정이 이루어졌고, 공개 초연은 1836년 1월 30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치러졌다.
String Octet in E flat, Op.20
Emerson String Quartet
Vivaldi, Le Quattro Stagioni
(The Four Seasons)
비발디 '사계'
Antonio Vivaldi
1678-1741
Federico Agostini solo violin
I Musici orchestra
1988 Recording, Philips
비발디 '사계' 중 '봄'
Antonio Vivaldi
1678-1741
I Musici
1959
Complete
비발디의 <사계>(1~13번) 외에 Concerto No.5, RV253 'La Tempesta di Mare'(14~16번)와 Concerto No.6, RV180 'Il Piacere'(17~19번)가 덧붙여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휴대폰 벨소리로부터 대중가요의 전주에 이르기까지 <사계>의 멜로디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요. 과연 <사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기 인기가 있는 걸까요?
비발디의 <사계>는 완전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음악지만 대편성 관현악 못지않은 풍성한 화음과 상큼한 선율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 쳄발로라 부르는 옛 건반악기의 챙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 하나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낸 탁월한 묘사 능력이겠지요. 작곡가 비발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아주 멋지게 그려냅니다. 비발디가 <사계>에서 표현해낸 새소리와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절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음악을 듣는 재미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
아래 유투브 영상은 위 플레이리스트 음악 영상입니다. 비발디의 ‘사계’에 맞추어 베네치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하네요. 안톤 판 문스터(Anton van Munster)라는 감독의 작품입니다.
비발디는 <사계>의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를 붙였습니다. 이 소네트의 작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구에 베네치아의 방언이 사용된 점이나 비발디의 편지에 자주 나타나는 베네치아 식 철자법이 사용된 것을 보면 비발디 자신이 이 시를 직접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바쿠스의 술’과 같이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구절로 보아 이 시를 기존의 문학작품에서 따왔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유명한 명곡에 시를 붙인 작가가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요.
<사계> 악보엔 이름 모를 시인의 소네트뿐 아니라 악보 군데군데에 비발디가 쓴 몇 가지 해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악보를 펼쳐놓고 악보를 따라가며 음악을 듣다보면 비발디의 재치 있는 메모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도 있지요. 이를테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묘사한 악구에 ‘주정뱅이’란 말을 적어놓는 식이지요. <사계>를 들어보면 음악으로 표현된 계절의 변화가 무척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봄과 가을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주는 계절로, 여름과 겨울은 인간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계절로 그려집니다.
다음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악장 해설에 붙인 곡의 연주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Janine Jansen solo violin
Candida Thompson violin / Henk Rubingh violin
Julian Rachlin viola / Maarten Jansen cello
Stacey Watton double bass / Elizabeth Kenny theorbo
Jan Jansen harpsichord
봄 (La Primavera)
Concerto No.1 in E major, RV269 'La Primavera'
1악장 : 봄이 왔다. 새들은 즐거운 노래로 인사를 한다. 그때 시냇물은 살랑거리는 미풍에 상냥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봄을 알린다. 폭풍우가 가라앉은 뒤,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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