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일주 배낭 30일(2011.8~

72.남아프리카공화국/빈툭에서 케이프타운으로.....

나베가 2011. 12. 20. 12:37

 

어젯밤 컨디션이 별로 좋지를 않아서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랫만에 땀에 푸욱 젖을 만큼 실컷 잠을 잔것 같다.

오늘은 스와콥문트를 떠나 빈툭까지...그리고 거기서 같은 회사의 버스로 환승해 케이프타운까지 무려 27시간이나 이동을 한다.

 

그나저나 왠지 설사 기운이 약간 있는 듯 배가 살살 아파서 아침 식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만 먹었다.

사실 굶고 싶었지만 1박2일 기인 여정길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것이 뻔한데, 또 굶어 지치면 힘들어지니까...암튼 여행다니면서 난생 처음으로 지사제를 먹었다.

 

 

 이제 케이프타운에 가면 별 4개짜리 호텔에 묵을 것이므로 왠만한 것들은 모두 버리고 짐을 줄여 정리를 했다.

그리고 옷은 최고로 편한걸로 입고 일찌감치 숙소를 떠나 터미널까지 걸었다.

왠지 이젠 아프리카 여행이 끝난것 같아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든다.

 

버스 정류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나??

버스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 조차 없다.

이상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9시반에 인터게이트 버스를 봤다는데, 11시가 넘어도 오지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차량고장??

 우린 너무나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채 오들 오들 떨어야만 했다.

세상에~ 사람들을 보니, 부츠에 두꺼운 스웨터, 목도리까지..완전  한 겨울 옷차림인데, 우린 ....ㅠㅠ

미야씬 반바지, 상호씬 쪼리신발....그야말로 지멋대로 4계절 각양각색....ㅋㅋ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1시간 반이상??

드디어 인터게이트 버스가 나타났다.

오옷~ 평소와는 다른 별 5개짜리 좋은 버스가 왔다.

마침 사람들도 많지않아 우린 두 자리씩 잡아 편히 앉아왔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한동안 승합차로만 이동을 하다가 오랫만에 대형버스를 타니 높아서 시야가 탁 트여 좋다.

한동안 넋을 놓은 채 풍광에 빠져 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음악을 틀었다.

'바흐 첼로 프렐류드'다.

갑자기 기인 여정이 끝난 듯 차분한 마음이 든다.

마치 기인 여정을 하나 하나 떠 올리며 정리를 하는 듯한....

 

얼마를 달렸을까~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잘간다.

시선과 생각의 폭이 넓어져서 그런듯 하다.

 

이젠 사막도 끝나고 드넓은 광야다.

선로도 보인다.

벌써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타자라 기차에서 바라보던 풍광을 떠 올렸다.

 

이런 풍광을 무려 2박 3일 동안 보며 달리다니......

한 자리에 머물며 최소한의 삶을 살며....

다시금 그 짜릿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 처럼 엮어져 내 머릿속을 스쳤다. 

  

이제 제법 산에 둘러쌓인 풍광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앞자리와는 다르게 달리는 버스에서 순간 장면 잡기가 쉽지 않았다.

어찌 카메라가 이 엄청난 장면을 잡아낼 수 있단 말인가~

만분의 일도 잡지 못하지~

이 광활함을...

이 끝없음을.

이 감동을.....

이 무한함을.....

30일동안을 이 지구의 둘레를 한바퀴 비잉 돌은 듯한 느낌을....

정말 갔던 길을 달리는 데도 전혀 생소하다~

 

 

스와콥문트에서 빈툭까지는 4시간....

기본이 10시간씩 달렸던 터라 4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빈툭에서 1시간여 시간이 있었다. 미야씨는 우리들 짐을 지키고  그사이 우린 못다한 시내구경과 노점에서 쇼핑을 했다.

아~~역시 수도답게 비싸다.

길에서 좌판을 벌리고 파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값의 차이가 심한 지....빙빙 돌기만 하다가 냅킨 링 한셑트를 12$에 구입했다.

사실은 스푼을 사고팠는데...넘 비싸서...ㅠㅠ

 

일욜이라서 슈퍼도 놀고....우린 점심도 굶은 채 버스에 승차를 했다.이 장거리 버스는 사람이 많고 2층버스라서 짐차를 따로 매달고 간다.

 

 

2층이었으면 훨씬 더 전망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았을텐데....아쉽게도 1층 좌석이다.

미야씨가 우리들 짐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어서 뒤늦게 탔기때문.....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 고속버스 보다 좌석이 좋지는 않았다.

좀 좁다.  4좌석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1박2일 타는 버스이니 얼마나 넓직하고 좋을까...하고 잔뜩 가졌던 기대감이 섭한 마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어쨋든 우린 이 버스를 타고 20시간 이상을 달릴 것이다.

 

 

 

드뎌 출발....끝없는 사막을 다시 또 질주한다.

다시는 못보리라는 아쉬움에 몇날 며칠을 사막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판타스틱함에 눈을 못떼게 한다.

사진을 정신없이 찍었는데, 모듈을 잘못 맞추어 다 지워버렸다.ㅠㅠ

 

 

 

 

멋진 일몰과 함께 반대편엔 보름달이 둥실 떴다.

그러고 보니 낼이 추석....

엊그제 상현달이었는데....왜케 시간이 잘 가는 건 지....

하긴 10시간 이상씩 이동을 하니 한 일이 없어서 그런지도....ㅎㅎ

 

 

아스라한 저녁 풍경에 몸이 노곤 노곤해진다.

아스라한 풍광은 금새 어둠에 잠식되고 보름달만이 어둠 속에 휘영청 떠 있다.

그래도 벌써 2시간 지났다.

18시간 동안.....

우우~~ 자야지~ 피곤이 몰려온다.

아침도 간단히 먹고 아무것도 먹지를 않아서 지쳐오는 건 지....

졸립다.

차라리 잘 됐다.

푸욱 자고 낼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새벽 3시에 국경 통과라니....지금부터 자면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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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곳에서 어둠이 찾아들때는 훨씬 빠르다.

금새 깜깜해진 듯한 느낌...

차안의 불까지 꺼지니 금새 잠에 빠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떴는데.....보름달 빛이 얼마나  밝은 지....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그 작은 빛에 훤히도 보이는것 같다.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함....

아프리카 대자연의 광활함 위에 둥실 떠 있는 보름달 빛....

그건 정말 신비스럼이었다.

너무 놀라워 잠이 화악 달아났다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쭈욱 빼고 나 자신을 그 한 가운데 빠뜨렸다.

 

커다랗게 반짝이는 별빛...

수많은 작은 반짝임들이 보름달 빛에 기를 못펴고 아스라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믐밤에는 별빛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는 미야씨 말을 상기하며 상상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크게 반짝이는 별빛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밤을 새며 갈것 같았는데....배도 살살 아프고...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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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짐과 동시에 눈이 떠졌다.

휴계소다.

나미비아의 마지막 휴계소....

조금 남은 나미비아 돈을 모두 쓰고 들어와 다시 취침....

신비하게도 또 금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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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잤을까~

또 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난다.

오옷~ 국경이구나~

우리도 일어나 나미비아 출국장으로 가서 출국수속하고

곧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입국장으로 가서 입국수속을 했다.

다행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무비자 통과국이라 수속은 금새 끝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15분.

집 식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름달 빛에 드러난 야경이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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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럼 가득한 풍광이 안타까워 잡히지도 않는 장면을 억지로 카메라에 담아보다...>

새벽.....

눈을 뜨는 순간 잡힌 신비스런 풍광에 가슴이 막힐 만큼 감동에 빠져들었다.

 

별들과 달이 사라지고

새로운 빛이 생겨날 때의 신비감....

 

땅과 하늘....

아니, 모든 경계는 허물어지고 눈앞엔 이름모를 또 하나의 행성 처럼 신비스런 빛속에서

신비스런 색감과 형체를 발하고 있는....

 

타자라 기차에서 경험했던 빛....

그것보다 더 광활한 곳에서....

 

 

 

아!!

그러더니 붉은 빛이 간간히 침식해 들어온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신비스런 진한 푸른 빛은 금새 사라졌다.

마치

허상을 본것 같은...

 

 

 

 

 

 

 

 

 

 

 

 

 

 

 

 

 

 

 

 

지상의 것들이 이제 훤히 드러나고....

안타까움 속에 다시금 매혹적인 하늘 빛이 드러났다.

 

카메라가 안잡힐것 알지만....

주섬 주섬 꺼내들고 도전해 본다.

 

 

 

 

 

 

하늘의 구름이 자개장에 새겨진 진주빛 자개같았다.

어찌 구름이 저런 진주펄 느낌을 내는 걸까~

 

수없이....

너무 아름답다!

너무 예쁘다!

장관이다!

를 거듭 거듭 속으로 외쳐댔다.

 

아!!

그때 구름을 살짝 뚫고 빠알간 해가 고개를 내민다.

"오오~~

금새 둥근 해가 쏘옥 올라오겠지?"

하지만 해는 그대로 사라졌다.

 

 

 

 

 

 

 

 

이제 날이 훤히 샜다.

이젠 본격적으로 지상의 것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광야의 위용.......

 

 

어제까지 끝없이 펼쳐졌던 사막의 풍광...

그 느낌은 어느듯 까마득하고, 녹음이 푸르다.

그야말로 온갖 초록의 향연....

모든 빠렛트의 물감을 조금씩 섞여서 만들어낸 수많은 초록빛깔....

 

 

보라빛 꽃...

노란 빛깔 꽃이 끝모르게 피어있다.

눈으로만 보고 있기에 벅차다.

 

 

잠시....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졌던 커다란 느낌들이 엄습해왔다.

 

길....

우주...끝을 달리다.

둥그런 지구 바깥면을 질주하다.

사막 한 가운데 홀연히 서 있는 나...

지구를 횡단하는 느낌....

목에 통증이 일만큼 벅차오른 감동...

아픔....

연민.....

겸손.....

커다란 눈망울....

순수함....

빈부 차....

익숙함....

편견.....

이쁘고 편한 것에 길들여져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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