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1년)

서울시향의 명협주곡시리즈 2/크리스티안 테츨라프협연/6.3.금/예당

나베가 2011. 6. 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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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명협주곡 시리즈 II

 

프로그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e플랫 단조, 작품 70
Shostakovich, Symphony No. 9 E-flat major, Op.70

Ⅰ. Allegro
Ⅱ. Moderato
Ⅲ. Presto
Ⅳ. Largo
Ⅴ. Allegretto - Allegro

- INTERMISSION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77
Brahms, Violin Concerto D major, Op.77

Ⅰ. Allegro non troppo
Ⅱ. Adagio
Ⅲ. Allegro Giocoso, ma non troppo vivace

슈트라우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작품 28
Strauss - Till Eulenspiegels lustige Streiche, Op. 28

 

출연자.

지휘 : 휴 울프 Hugh Wolff, conductor

바이올린 :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Christian Tetzlaff, violin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내달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명 협주곡 시리즈 Ⅱ’를 개최한다. 연중 4회 개최되는 명 협주곡 시리즈는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와 경쟁이 공존하는 협주곡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무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역임한 실력파 휴 울프가 쇼스타코비치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지휘한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의 명맥을 잇고 있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예외적으로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 등 과거의 명기가 아닌 현대 악기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수많은 음반을 녹음하고 디아파송 황금상 등을 수상했다. 전 세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을 펼쳐왔다. 2010~11 시즌에 뉴욕 카네기홀의 퍼스펙티브 아티스트로 선정돼 협연, 지휘, 실내악 등 5회의 공연과 트레이닝 워크샵까지 맡았다.

지난해 LG아트센터에서 순수 연주시간만 2시간이 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연주한 바 있는 그는 이번 두 번째 내한 공연이자 첫 번째 협연 무대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람스의 협주곡을 선보인다.

지휘자 휴 울프는 미국의 중견 지휘자로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13년간 맡아 미국 최고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발전시켰으며,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9년 동안 역임한 바 있다.

휴 울프는 이번 연주회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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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레퍼토리에 관한 한 비교대상이 없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연주는, 고전/낭만 시대부터 20세기/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해 동안 활약이 두드러진 연주자를 뽑는 미국의 ‘Musical America’는 2005년 테츨라프를 “올해의 기악 연주자”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쇤베르크, 리게티 등 현대 레퍼토리로 주목 받기 시작

1988년 크리스토프 도흐나니가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쇤베르크 협주곡 협연하면서 미국 데뷔무대에서 크게 주목을 받으며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테츨라프는 1997년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등과 리게티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대단히 높은 찬사를 받았다.
“테츨라프는 왼손 피치카토, 트리플 스톱, 등골 오싹한 트릴과 투명한 하모니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는 또한 단순한 선율도 가슴을 녹이듯 바이올린으로 노래할 수도 있다.”(보스턴 피닉스의 퓰리처 상 수상 평론가인 로이드 슈왈츠)

하지만 그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에서부터 19세기 멘델스존, 베토벤, 브람스의 작품들, 그리고 20세기 바르토크, 베르크,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들을 망라한 현대 작품들의 세계초연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녹음해왔다. 헌신적인 실내악 연주자이기도 한 그는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라르스 포그트, 알렉산더 론크비히, 타베아 침머만을 포함한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주해왔고, 1994년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자베스 쿠페라스, 비올리스트 한나 바인마이스터, 자신의 친동생인 타냐 테츨라프와 함께 창단한 ‘테츨라프 콰르텟’을 창단하여 꾸준히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테츨라프는1966년 함부르크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3명의 형제자매 모두 프로페셔널 연주자다. 그는 6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지만 계속적으로 음악을 공부하면서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했다. 14세에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데뷔 무대를 갖기 전까지 바이올린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고, 뤼벡의 음악원에서 우베-마르틴 하이베르크를 사사하면서 진지하게 바이올린에 매진하게 되었으며, 미국의 신시내티 음악원에서 월터 레빈을 수학하였다.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및 실내악에서 종횡무진

테츨라프는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로부터 초청받아 협연하고 있는데, 특히 시카고, 클리블랜드, 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토론토의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베를린 필, 런던 심포니, 런던필, 파리 오케스트라, 빈필, 로테르담 필하모닉, 로열 콘체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고 있다.

2009년 여름, 피에르 불레즈 지휘의 빈필과의 협연, 알렉산더 론크비히와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등을 연주한 탱글우드 페스티벌 상주 연주자 프로그램 공연 및 제임스 레바인과의 브람스 협주곡, 그리고 잉고 메츠마허 지휘의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연 이후, 2009/10 시즌 동안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뉴욕과 런던에서 최소 10회의 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또한 뉴욕에서 그는 라르스 포그트와 타냐 테츨라프와 함께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며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연주할 예정이고, 바흐는 시카고에서도 연주한다. 더불어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의 투어 일환으로 카네기홀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는 다음 시즌 유럽에서도 투어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독일을 투어하며 멘델스존과 2007년 테츨라프 본인이 세계 초연한 외르그 비드만(Jörg Widman)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또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타냐 테츨라프 및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런던의 위그모어홀에서 슈만의 트리오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이번 시즌 파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WDR 쾰른, 헬싱키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오슬로 필하모닉(유카 페카 사라스테 지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한스 그라프 지휘), 몬트리올 심포니(앤드류 데이비스 경 지휘)로부터 초청받아 협연한다. 정기적으로 함께 연주하고 있는 도이체 캄머필하모니 브레멘과는 하인츠 홀리거의 지휘하에 타냐 테츨라프와 함께 독일을 투어할 예정이다. 그는 조나단 노트 지휘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일본 투어에 협연자로 함께 한다.

주요 음반상 휩쓴 레코딩 아티스트

테츨라프는 버진 클래식 등을 통해 주요 협주곡 레퍼토리를 녹음했으며,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바르토크 소나타를, 라르스 포그트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했다.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황금 디아파종상을 2회 수상했으며, 에디슨상, 미뎀 클래식 어워드, 에코 클래식상을 수상했으며 수차례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핸슬러 클래식에서 최근 녹음, 발매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크게 주목받았으며,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하는 빈 필과 녹음한 시마노프스키 협주곡(2011년 발매 예정)은 타냐 테츨라프,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녹음한 슈만의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많은 기대(2010년 발매 예정)를 받고 있다. 또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프랑크푸르크 방송 교향악단과의 멘델스존과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녹음이 예정되어 있다.

테츨라프는 독일 바이올린 제작자인 페터 그라이너(Peter Greiner)가 과르네리 데 제수를 모델로 만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현재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공연날...후기....

 

보름동안의 기인 차마고도 트랙킹 야영 여행에서 돌아와 아직 정신도 가다듬지 않았는데, 달력을 보니 오늘 서울시향 연주회가 있다.

하마터면 잊어먹고 놓칠 뻔했다.

더군다나 브람스 바협에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협연이 아니던가~

아직도 LG아트센타에서 펼쳤던 테츨라프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의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는데 말이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잠깐 딴생각을 하는사이 그만 정류장을 지나쳐 공연시간에 늦게 생겨버렸다.

이젠 한곡쯤 놓치는거에 그리 연연하지 않기로 했기에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맘편히 먹기로 했다.

그래도 그게 사람들이 뛰면 같이 뛰게 되어있다.

남부터미널 역의 그 많은 계단을 단숨에 뛰어오르고, 오르막 길을 5분에 돌파 ...다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까지 계단을 뛰어 오르고....

헐~~ 그런데 왠일인 지 전혀 다리도 아프지 않고 숨도 차지 않는다??

뭐얏~ 보름동안 해발 2000~5000 미터의 고지에서 살다 왔더니 그 사이에 폐활량이 좋아진것??

나...산신령 된거야~?? ㅋㅋ

 

암튼 100% 늦을 줄 알았는데 뜀박질 덕분에 가까스로 공연시간에 늦지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첫곡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제목만큼이나 현의 유려함과 목관의 짖궂음과 앙증맞음을 즐길 수 있었고, 

지휘자의 모습에서도 그 짖궂음과 유쾌한 미소를 볼수 있음에 미소가 띠어지기도 했다.

특히 파곳의 연주와 악장의 독주와 금관의 대화가 간드러졌고, 트럼펫의 독주도 멋졌다.

마지막 부분 틸이 잡히고,그 와중에도 휘파람을 불어대는 장면묘사-목관과 거대한 금관의 극적인 대비는 정말 멋드러졌다.

 

테츨라프가 1부에 연주할 줄 알았는데, 첫곡<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 끝나고 인터미션이다.

마침 피곤한데 잘되었다 싶었다.

진한 커피를 한잔 내려달라고 해서 치즈 잡곡빵하고 저녁을 대신했다.

그리고....2부, 테츨라프 등장했다.

기인 서주가 울려 퍼지는 동안 눈을 감고 서 있는 모습이 순간 <아그리파 석고상>을 떠올리게 했다.

연미복대신 검은 양복에 라운드 T셔츠를 입고 구두도 신던구두...소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활이 바이올린에 닿는 순간 그 파워풀함이란....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함으로 그의 온몸은 꿈틀거렸다.

그런가 하면 여리고 섬세한 연주에서는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순간, 신음소리와 함께 도저히 음반으로는 느낄 수 없는 소리라고....속으로 중얼거렸다.

1악장의 기인 카덴쨔 부분에서는 정말 가슴이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바이올린이 낼수 있는 모든 감성이 극한까지 치달은.....

숨도 쉬지 못하고 빨려들어갔었는 지 1악장이 끝나자 모두 일순간에 기침들을 해대느라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보통은 2악장이 끝나면 그러는데....ㅎㅎ

 

목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서주가 2악장으로 이끈다.

역시 테츨라프는 기인 서주동안 바이올린을 가슴에 꼬옥 껴앉고 두눈을 꼬옥 감은 채 선율을 타고 있다.

2악장의 매혹적인 선율을 타고 나는 모든 상상의 나래를 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까마득한 그리움까지 ....

목에 작은 통증이 느껴진다.

.............

2악장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3악장이 이어졌다.

격정이 휘몰아 쳤다.

지휘자도 연주자도 격정에 휩쌓여 연주한다.

온몸으로....

땀이 뚝뚝 떨어져 옷깃을 적셨다.

저러다가 연주자가 폭발해 버릴것만 같았다.

 

연주가 끝나자 함성이 홀안을 가득메웠다.

그제서야 테츨라프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소년처럼 활짝 웃어보여준다.

그리고 가슴이 젖어드는 앵콜연주로 열광하는 팬들에게 답례했다.

 

이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이다.

목관악기의 상큼 발랄 유려함과 금관의 대비가 너무나 멋드러진다.

전쟁교향곡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2악장은 내내 감미롭다.

3악장 들어서면서 다시 빛을 발하는 금관...

특히 4악장에서 파곳과 거대한 금관의  대비는 전쟁에서의 승리의 교향곡이라 불리기에 딱 어울리는...너무나 멋진 팡파레였다.

큰북이 쾅쾅 울려대고 튜바 트롬본...이 마치 대지가 흔들릴것 같은 엄청난 위력으로 울려댈때는 심장마저 멎는듯 했다.

5악장을 쉬지않고 붙여서 연주를 해서 마치 한곡같은....길지 않은 연주로 그저 순간에 혼을 빼놓은듯한 연주....

이런 곡은 역시 실황으로 들어야 제맛이 난다.ㅎㅎ

정말 멋졌다.

객석의 환호에 연거푸 파곳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냈다.그리고 금관주자들에게도....

그리고 또 엄청난 스케일의 앵콜연주 들어갔다.

예술의 전당이 환호소리에 떠내려갈듯 했다는....

아닌게 아니라 오늘 콘서트홀이 거의 만석이었으니 그 소리 엄청났다.

 

나는 내내 차마고도의 광활함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감동을 배가시켰고....ㅎㅎ

 

공연이 끝나고 나오다가 로비에서 수산나를 만났다.

오늘 테츨라프의 바이올린 연주에  완전 반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는....ㅎㅎ

 

 

 

Brahms / Violin Concerto in D Op.77

David Oistrakh, Violin

The Cleveland Orchestra

George Szell

 

 
1악장  Allegro non troppo 

 

 
2악장  Adagio

 

 
3악장  Allegro giocoso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Till Eulenspiegels lusitge Streiche, Op.28
Josef Krips, cond
Winer Symphoniker
음원출처: 향기로운 삶의쉼터

음악으로 변신한 어느 장난꾸러기의 전설

글/ 황진규 /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대체 ‘틸 오일렌슈피겔’은 누구인가? 전설에 따르면 그는 1300년경에 브룬스비크 근교의 크나이틀링엔(Kneitlingen)에서 태어났으며, 독일 북부에서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신성로마제국 전역을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주로 언어유희로써) 위선과 어리석음, 탐욕 등의 악덕을 풍자하다가, 1350년에 페스트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장난’은 여러 민담을 통해 전해지다가 대략 16세기 초부터 책으로 출판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각국 언어로 널리 번역되었다.

 

슈트라우스는 1889년에 교향시 [죽음과 정화]를 완성한 뒤 극음악에 관심을 돌리던 중에 키스틀러라는 작곡가의 오페라 [오일렌슈피겔]을 접한 뒤 이 소재에 흥미를 느껴 직접 틸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본은 완성되지 않았고, 다른 오페라([군트람])의 실패도 있어 슈트라우스는 한동안 극음악에 대한 흥미를 잃은 채 다시 교향시 작곡에 매진했다. 그러나 소재 자체에 대한 흥미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결국 1894년 가을에 작곡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1895년 5월 6일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중세의 판화에 묘사된 장난꾸러기 틸 오일렌슈피겔의 모습 <출처 : wikipedia>

 

이 곡은 분명 교향시이지만 슈트라우스는 ‘론도 형식의, 옛날 무뢰한의 이야기에 의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라고만 적었을 뿐 이 곡이 교향시(사실 슈트라우스가 선호한 명칭은 ‘교향시 Symphonic poem’가 아니라 ‘음시 Tone poem’였다)임을 명기하지는 않았으며, 각 대목을 설명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 곡은 1895년 11월 5일에 쾰른에서 초연되었는데, 지휘를 맡은 프란츠 뷜너가 표제에 대해 편지로 질문했을 때도 작곡가는 ‘나는 [오일렌슈피겔]에 표제를 달 수 없습니다. 내가 각 부분에서 생각한 것은 말로 이해되지 않는 게 많을뿐더러 때론 방해되기도 합니다. (…) 이번에는 장난꾸러기에 의한 수수께끼를 듣는 사람이 풀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동료 작곡가가 곡 해설을 맡게 되었을 때는 총보의 여러 대목에 설명을 써주었으며, 오늘날에는 이 설명을 토대로 곡을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곡은 초연 이후로 대단히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초연은 문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지휘자 뷜너가 열렬한 바그너파였으며 슈트라우스의 작품도 이전에 여러 차례 연주한 바 있었던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였다. 이 곡은 초연 뒤 넉 달도 채 되지 않아 보스턴, 런던, 모스크바 등 각지에서 공연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이 곡의 악보가 초연 이전에 이미 출판되어 있었던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초연 후 며칠 뒤인 11월 29일에 작곡가 자신이 지휘한 공연도 찬사를 받았으며, 아르투르 니키슈(당대 최고의 지휘자로 대접받았으며 베를린 필의 2대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다)가 지휘한 파리 공연을 참관한 드뷔시는 ‘정신병자가 써낸 새로운 음악의 한때’라고 깎아내렸지만 니키슈의 지휘만은 격찬했다. 1896년 1월에 빈에 소개되었을 때는 ‘비평의 교황’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과 평론가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브루크너의 경우에는 상당한 흥미를 보였으나 처음 들었을 때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한 번 더 들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 곡은 니진스키(20세기 초의 저명한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초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의 요청으로 발레화되기도 했다.


이 곡은 장난꾸러기 광대를 주제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출처 : NGD>

옛날 옛적에,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슈트라우스는 표제에 이 곡이 ‘론도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혀놓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뚜렷하게 론도 형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이 곡은 A-B-A-C, 혹은 더 세분화해 A-B-A-C-A-B-A로 나눌 수 있다고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강의 구분이고 형식면에서는 매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슈트라우스가 동료 작곡가(빌헬름 마우케라는 인물이다)에게 써준 설명은 해설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주석 정도에 불과한 것이지만, 워낙 여러 대목에 써놓아서 모아놓으면 그리 짧지는 않다. 여기서는 그 내용 전부를 싣되, 각 구절이 어느 악구에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다(그랬다간 너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곡을 듣는 즐거움을 앗아가 버릴 것 같다). 각자 들으면서 상상해보시길,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ma non troppo).

 

‘옛날 옛적에 한 명랑한 어릿광대가 있었다 - 그 이름은 틸 오일렌슈피겔 - 그는 대단한 장난꾸러기였다 - 새로운 행동을 취한다 - 기다려라, 위선자여 - 뛰어라, 말은 시장의 여인들 속으로 - 한 걸음에 7마일이나 간다는 장화를 신고 달아나 모습을 감춘다 - 사제복을 입은 채 정열과 도덕을 강론한다 - 그러나 큰 발 밑에 불량배의 모습이 보인다 - 종교를 조롱하여 죽음에 떤다 - 기사가 된 틸은 아름다운 숙녀와 정중한 인사를 나눈다 - 사랑을 고백한다 - 예쁜 바구니가 거절을 의미한다 - 전 인류에게 복수하리라 맹세한다 - 속물 학자의 동기 - 틸은 속물 학자들에게 두세 개의 터무니없는 주제를 던져주고는 그곳을 떠나, 학자들을 당황케 한다 - 멀리서 얼굴을 찡그린다 - 틸의 속요(俗謠) - 틸의 재판 - 틸은 남의 일마냥 휘파람을 불어댄다 - 사다리를 타고 교수대에 걸려, 호흡은 멈추고, 최후의 번민. 틸의 운명은 끝났다’

 

‘명쾌하게’(Gemächlich)라고 기재된 F장조, 4/8박자 첫머리는 온화하고 느긋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한다. 이것이 ‘옛날 옛적에 한 명랑한 어릿광대가 있었다’에 해당한다. 이어 바이올린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호른이 ‘그 이름은 틸 오일렌슈피겔’ 악상을 연주한다. 다른 악기들이 이 주제를 받아 확장한 뒤, 클라리넷이 새로운 주제(‘그는 대단한 장난꾸러기였다’)를 연주한다.


독일의 후기낭만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출처 : wikipedia>

 

이후 ‘틸 오일렌슈피겔’ 주제와 ‘장난꾸러기’ 주제를 중심으로 악상이 계속 변화하면서 틸의 행각을 다채롭게 묘사한다. 음폭을 넓히면서 급속히 상승하는 셋잇단음표는 말을 타고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목관과 비올라가 엄숙한 선율을 연주하는 대목은 사제복을 입고 나타나 설교를 늘어놓는 장면을 그려낸 것이며, 이후로 사랑을 고백한 뒤 실연당하고, 속물 학자들을 골탕 먹이는 등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러다가 작은북의 리듬 위에 금관이 강력하면서도 단조로운 동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대목이 틸이 붙잡혀 처형되는 장면이다. 이후 곡은 조용히 끝날 듯하다가 갑자기 ‘장난꾸러기’ 주제가 등장해 강렬하고 익살스럽게 마무리된다.

 

이전에는 틸 오일렌슈피겔에 대한 이야기를 기존의 계급질서에 대한 하층민의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의 행각이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도전보다는 우리가 자명하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상식’에 대한 비판에 가까웠다는 견해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틸의 저항정신에 대한 평가가 더 인색해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상식이란 일차적으로는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가치체계이지만 그 자체가 다른 사고방식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으며, 여기에 대해 저항한다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다. 자유로운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네티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틸 오일렌슈피겔’들이 아닐지?

 

 

이 곡은 분명한 표제음악이지만 R.슈트라우스는 표제에 대한 해설을 붙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춘향전, 흥부전 하면 모르는 이가 없는 것처럼 틸 오일렌슈피겔 이란 인물에 대한 것 역시 독일어권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틸 오일렌슈피겔은 14세기경에 생존했던 인물로 일생을 방랑하며 기발한 행동을 많이 해 많은 이야기꺼리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을 통한 유머, 해학, 그리고 인간의 오묘한 감정의 세계를 이처럼 그려낸 작품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틸 오일렌슈피겔은 14세기 경 독일 북부지방에 실존했던 전설적인 인물로, 독일인에게는 장난꾸러기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이 전설적이고 유쾌한 쾌남아 틸을 소재로 작곡한 유머러스한 작품이 바로 이 교향시이다. 전주와 후주가 있는 규모가 큰 론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교향시는 슈트라우스가 1894년에 작곡에 착수하여 1895년 5월 6일 뮌헨에서 완성하였으며, 같은 해 11월 5일 쾰른에서 초연되었다.

생을 희극으로 보낸 장난꾸러기 틸은 거리에서 파는 물건을 밟아 버리기도 하고 정장을 입은 부인을 때리기도 하며, 목사차림으로 설교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어린 아이로 변장하는가 하면 기사로 변장하여 여인에게 구애하다가 거절을 당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귀족이나 학자인체 하는 자와 위선자 등을 조소하며, 인간을 냉소하고 사회에 반항한다. 심지어 너무 심한 장난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태연하게 휘파람을 불면서 병졸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슈트라우스는 이같은 틸의 모습을 이 교향시로 그려내었는데, 틸의 성격을 비롯하여 당시의 환경과 대화, 모든 정경들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있다.

 

틸 오일렌슈피겔 (Till Eulenspiegel)

16세기초 독일에서 출판된 대중이야기책의 주인공. 영웅호걸 이야기로 서민 사이에 전해 내려온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줄거리를 기본으로 하였다. 유럽 각 나라 말로 옮겨져 세계문학의 인물이 되었다. 그 특징은 언어의 다의성(多義性)을 역수(逆手)로 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비유적인 명령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다. 14세기에 실재하였던 것으로도 알려진 이 인물은 멸시받는 농민출신의 부랑아로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능란한 화술로 모든 사회계층에 장난스러운 시비를 걸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지만 교육적 의미도 내포하였다. 근대에 이르러 극이나 오페라의 소재로 이용되었으며, 그 가운데 유명한 것이 <론도형식에 의한 음(音)의 무뢰한 이야기>의 부제가 붙은 R.G.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작품 28, 1894∼95)》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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