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으로 올라가니 오히려 진달래가 후드러진다.
아직은 꽃망울을 채 터뜨리지 않은것도 가득하니 되려 더 이쁘다.
불현듯 작년 지리산 바래봉에 철쭉 산행을 갔던 생각이 났다.
정상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 여리디 여린 꽃망울로 우릴 설레게도 서운하게도 했던....
그러나 하산해서 내려오니 정말 온세상이 핑크빛인 것 마냥 철쭉이 흐드러졌었지~
헐~~ 혹시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이것은 철쭉 아닌가??
암튼....꽃이 이렇게 이쁜걸 보면 나이를 먹은게 확실해~ㅠㅠ
옛날엔 꽃놀이 가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니~~ㅎㅎ
바위를 내려서니 거기 시크릿 가든이 또 숨겨져 있었다.
바람이 무척 세차게 불었는데, 유독 그 시크릿가든엔 바람한 점 없었다.
바로 찾았어.
우리의 점심 만찬의 장소....
이럴즈음엔 항상 우리의 베낭은 요술가방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의 모습처럼이나 그렇게 단 한가지도 겹치는 것이 없이 다 다른 먹거리들이 나오는 지...
그런거 보면 삶이 다 똑같은거 같지만 이렇듯 단 한가지도 똑같은건 세상에 없다는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ㅎㅎ
밥만 맛있게 먹었냐~~
아니쥐~ 우리의 춘향오빠는 역시 로멘티스트....
음악을 가져오셨다.
근사한 음악이 드넓은 대 자연속에 우리의 마음속에 한없이 울려 퍼졌다.
밥맛에도 함께해 맛을 더욱 일궈주었고, 우리의 즐건 재잘거림은 쉬지않고 이어졌다.
급기야는 요리강습까지....
닉네임이 먹거리인' 파프리카'일때 알아봤어~
ㅋㅋ
파프리카님 동티벳 여행팀의 제 2주방장으로 등극....
궂은 일 마다 않으시고, 남들에게 맛있는거 해 먹일때가 너무나 행복하시다는 파프리카님은 이미 천사....
나?? 주방장 보조 .....ㅋㅋ
나도 사람들에게 맛있는 거 해 먹일때가 너무나 행복한 사람인데....
딱 고만큼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더 바랄게 없다는 나의 바램....
ㅋ~ 나도 천사??
제법 거친 바윗길의 연속이었다.
조금은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러나
일행들은 바위타기에 신이 난것같다.
너무나 재밌고
너무나 멋지다고....
중독 될 수 밖에 없다고...
아~~
나도 예전엔 그랬지~
일부러 바위 계곡길로만 다녔드랬어~
하긴....
사람들이 나보고 또 산에 갈거냐고....
벌써 산에 갔다왔다고 했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
삶이란 그런거쥐~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고, 해보지 않으면 모든게 대단하고 이해할 수 없는것 투성이인....
그러나 또 바라보면 그것이 다 인것 같고 최고로 멋진것 같고...ㅎㅎ
그러니
삶이란 순간의 연속일 뿐인거쥐~
갑자기 TV에서 본 스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한 마음, 한순간의 생각이라고......
한참 지리공부에 열중하고 계신 오랑우탄님과 춘향오빠....
무슨 능선, 무슨 능선.....
에고 난 벌써 능선 이름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구먼~ㅠㅠ
북한산은 너무나 방대한 산이라서 제대로 북한산을 다 돌아보려면 매주 올라도 5년이나 걸린단다.
200여개의 루트....
계절마다 다르니 4계절만 곱해봐도 800개....
1년은 60주니 얼마인거야~
헐~ 10년도 더 걸리잖아~
역쉬 춘향오빠님은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것 같아~
북한산 루트가 많다는건 다른 북한산 산신령들에게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4계절까지 곱한 사람은 춘향오빠뿐....
그렇지~ 계절마다는 고사하고 매순간 오를때 마다 다른걸 보여주는 북한산....어디 몇번, 몇년을 오르내려야 북한산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산'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려~~ 모두 다 신령인게야~
ㅋ~
어디가 용출봉이쥐?
지났나??
정작 목적지인 용출봉에선 사진을 찍지 않은거 같아~
작은 용출봉이란 곳도 경치가 장관이었었는데....
에잇 몰라~
그냥 다 좋아~
춘향오빠님 한마디 한다.
"가끔은 앞만 보고 가지말고 뒤도 돌아보셔요~"
헐~~저 가파르고 위험천만인것 같은 돌산을 내려왔단말야?
사실 위험함을 생각하기 전에 느닷없는 경치의 빼어남에 탄성을 먼저 질렀다.
그려~ 뒤돌아 보지 않았으면 이 멋진 장관을 볼 수 없었겠지??
우리의 삶에서도 우린 얼마나 많은 매혹적이고도 장관인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아갈까~
가끔은 멈추어 서서 현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흡족히 느껴도 보고,
익숙한 것에서의 아름다움을 회상하며 용기를 얻는...
그래서 미래의 꿈을 계속 꿀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야하는 거야~
용출봉을 지나 의상봉줄기에 합류했다.
용출봉은 예전에 의상봉줄기를 한번 탔을때 와본 곳이었는데, 올라온 길은 완전히 다른 길이었다.
환상의 의상봉줄기....
그려~ 예전에도 용출봉을 오른뒤에 내가 이렇게 써넣었었지~
'비경속....넋을 잃고 앉았던 용출봉...'이라고 ...ㅎㅎ
'이풀 저풀'에서 따왔다는 이풀님....
그야말로 그대가 자연인.....
포스가 느껴지는....
파프리카님은 아직도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뒤적...
우리에게 아직도 먹을거리 챙겨줄게 남았나~??
우린 모두 복터진 거 같여~~ㅋㅋ
정말이지 저 작은 가방에서 먹거리가 하루종일 끊임없이 나왔다는...
용출봉을 지나고 용혈봉을 지나고, 증취봉까지 지나 부왕동암문을 통과했다.
이 모든 이름들이 그저 벅차기만 한것이 작년 부푼 가슴으로 탄성을 자아내며 걸었던 의상봉트랙킹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하산을 한것 같다.
위용을 자랑했던 북한산 바위 정상이 머얼리 아득하게 보이고, 산자락엔 봄내음이 물씬 물씬 풍겨난다.
소박하게 피어있는 진달래....
푸릇 푸릇 돋은 나뭇가지의 새순들....
작은 물줄기....
와아!! 너무 이쁘다~
이거 무슨 바위일까...
아무래도 이름하나 지어줘야 할것만 같아~
이렇게 드넓은 운동장 만한 바위라니...
우린 가방을 풀었다.
그리고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고 발을 호강시켜 주었다.
단 1분도 채 담그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물...
지쳤던 몸이 그저 한순간에 생기발랄해 진다.
길을 잘못들어 오르던 길로 내려오지 않고 삼천사쪽으로 내려왔다.
춘향오빠는 차를 얻어타고 차있는 곳까지 가고 우린 천천히 기인 삼천사 길을 걸었다.
끝도 없이 매달아 놓은 등불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걷다가 문득 이들의 소원을 생각했다.
저 등불 하나 하나에 다 밝혀있는 저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무엇일까~
가정의 안녕, 평화, 사업번창, 건강....뻔한 생각을 뛰어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절박함과 또는 너무나 천사같은 이쁜 소원들도 있겠지??
뻔한 소원들은 하느님, 부처님이 질려서 읽지 않을것 같아~ ㅎㅎ
그저 감사하면서 사는것!
약속장소인 두부마을에 모두 모였다.
등반에 함께 하지 못한 하늘비1(여경)님과 트레버님도 합류했다.
밥상앞에 앉은 우리는 이미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 전 만나 한식구가 된것 같은....
맛있는 식사와 막걸리 한잔에 정은 더욱 깊어지고...그리고 곧바로 헤어짐...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부푼 동티벳 여행의 멋진 프롤로그를 한 페이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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