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산....

2.함백산 ....

나베가 2011. 1. 24. 13:14

 

함백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거짓말 처럼 바람이 잦아들었다.

아니, 바람이 잦아들은게 아니라 바람막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기위해 자리를 잡은것이다,

저 멀리..... 파아란 하늘밑 마치 하늘길 처럼 하얗게 한줄 그려져 있는것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헉!! 저게 뭐지?

빨간 인형의 집처럼 생긴곳에서부터 뻗어나온....

 

 

 

 

 

 

 

 

 

 

 

모두들 점심을 먹기 위해서 자리를 펴고 있다.

나는 너무나 멋진 경치에 사로잡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어 점심 먹는것도 잊어먹고 삼매경에 빠졌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처음에 눈길을 사로 잡았던 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했던 하얀 길은 스키장이었고,

미처 보지 못했던 풍차가 그 위로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사이...일행들은 어느새 자리를 다 잡고 도시락을 주섬 주섬 꺼내고 있었다.

 

 

 

 

뒤늦게 자리를 잡고 나도 주섬 주섬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펴 놓았다.

오늘도 추운 날씨에 컵라면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정말 컵라면은 겨울산행의 꽃이다~ ㅎㅎ

저쪽 편...어떤 분은 겨울 산행은 처음인 지, 밥을 그냥 밀폐용기에 담아와 밥이 그만 추위에 얼어붙어 버린 밥을 펴보여 주었다.

우린 주변 사람들과 밥을 서로 나누어 주었다.

나도 어젯밤에 끓인 단호박과 호박고구마을 섞어 끓인 죽을 나누어 주고 밥도 나누어 주었다.

이렇듯 산행의 즐거움은 걸으며 경치를 즐기는데에만 있지 않다.

그 즐거움이 수십가지도 더 되겠지만 그중에서도

음식을 나누어 먹는 즐거움....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크냐면...오늘같이 입김에 머리카락까지 얼어붙고, 밥이 얼어붙는 추위에서도

이렇듯 그 눈속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위에 떨기보다는 얼마나 맛있는 지....ㅎㅎ

아마 산행이 아니라면 이 추위에 밖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아마 상상도 못할 일일것이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등산길을 걸을라 치면 처음 발을 내딛을 때 처럼 힘이 든다.

아니, 배까지 불러서 몸이 갑자기 천근 만근 되는것 같다.

채움의 즐거움이 크지만 그 부담감을 감당해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순간이다.

 

한참을 힘듦끝에 많은 사람들이 쉬고있는 휴식처에 도착했다.

마치 과수원인 양  과실수 처럼 구불 구불한 수많은 나무들이 가득한 멋진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의 등산길은  내리막이었다가는 또 오르막이고

그러다간 또 내리막...그리곤 또 오르막....

적당히 오르고 내리고 또 평지를 걷는...등산하기엔 아주 좋은 코스가 펼쳐졌다.

특히 내리막길은 수북히 쌓인 눈이 다져져 스틱을 양손에 잡고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면 마치 스키장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착각이 일 정도로 쾌감을 주기도 하였다. ㅋㅋ

 

 

 

 

또다른 봉우리의 정상에서....

아래로 펼쳐진 광활한 정경은 어느 산에서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침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말에 조심 조심 바위 끝으로 가서 양손을 번쩍 쳐들고 폼을 한껏 잡았다.

헐~ 그런데 그만 바람이 심해서 몸이 순간 휘청했다는....

그걸 보고 누군가 한마디 하셨다.

"그러다 큰일나요~ 바람 부는데 날개짓을 펼치다니요~~"

"그려~~ 조심해야쥐~ 산에서 날개짓 잘못했다간 새처럼 나는게 아니라 추락이여 추락~ㅠㅠ"

 

 

 

 

 

 어쩌면 이렇게도 나뭇가지들이 빼곡한게 근사할까....

 정말이지 나뭇가지들이 섬세하게 뻗어 만들어 낸 모습이 하나의 작품처럼  너무나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드러지는 가로수에 늘 매혹당하지만

이렇듯 나뭇잎 하나 없이 홀연히 몸체만 드러낸 빼곡한 겨울산의 나뭇가지들도 나름 멋지네~

쓸쓸해 보이지 않아서 일까??

ㅎㅎ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일행들을 모두 만나 점검을 한번 한 뒤 다시 움직였다.

나는 오늘은 추운 날씨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기때문에 거의 선두에서 걸었다.

선두 가이드 바로 뒤를 따라 걷는 그 재미도 톡톡했다.ㅎㅎ

 

 

 

 

해발 1462.3m 의 백두대간 은대봉이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백두대간....

올해는 체력단련을 더욱 다져서 백두대간에 한번 도전해 볼까나~~

작년에 설악산 대청봉 무박 야간산행 다녀온 이후 가브리엘 형제님이 백두대간에 한번 도전해 보지 않겠냐고 했었으니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야기??

으흐흐흐~~~

 

그런데 이 은대봉 머릿돌이 왜케 작은거야~~

백두대간하고 어울리지 않아~~ㅠㅠ 

 

 

 

 

 

와아~~

이 장황한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지대가 높고 공기가 차서 그런가??

희귀하게 생긴 나뭇가지들이 또한 눈길을 끈다.

 

 

 

카메라를 꺼내 든 바오로 가이드님 앞에서 얼른 폼부터 잡았다.

"한컷 찍어주세욤~"

 

아니, 사진만 한컷 찍은것이 아니라 나도 결국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소리쳤다.

"여기 좀 바라보세요~"

헐~ 그러나 몇 사람만 잠시 멈춰 섰다간 이내 추위에 발걸음을 서둘러 떼어 내려갔다.

 

 

 

 

 

 

 

 

 

아이구~ 심한 바람에 얼굴이 시려 아예 눈밑까지 가려 누구신 지 전혀 알수가 없네~ ㅋㅋ

아닌게 아니라 입김때문에 내려서 그렇지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는 눈밑까지 다들 가려서 누가 누군 지 대체 알수가 없었다는...ㅋㅋ

 

한참을 이 장엄한 풍경에 사로잡혀 카메라 셔터를  누루고 있었더니 금새 베터리가 나갔다는 빨간글씨가 떴다.

정말 정상에만 올라서면 바람이 살을 에는것같이 심하게 불어재꼈다.

이곳에 바람개비 풍차가 설치된 것에는 이곳이 바람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비단 겨울인 오늘만 그런것이 아니라 상시.....

 

 

 

 

 

 

사진을 찍다 보니 순식간에 또 일행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나는 스키 선수마냥 고불 고불한 등산길을 사람들을 요리 조리 피해가며 날쌘돌이 처럼 달려 내려갔다.

와아~ 정말 새로 나온 아이젠 짱이닷!

정말 신났다는...ㅋㅋ

헐~~ 혼날라~

 

 

 

 

 

그렇게 신나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 도로가 보였다.

그리고 커다란 머릿돌....

'백두대간 두문동재' 란 글귀가 보였다.

 

이제 우리의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인것 같았다.

이곳으로 버스가 올거라는 예감만으로 우린 아이젠도 벗고 스틱도 접고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곳만 햇볕때문에 눈이 녹은 것이지 다른 곳은 완전 스키장 슬로프....

차량이 통재되어 1시간정도의 거리를 걸어서 내려가야 했다.

이런~~

아이젠을 괜히 벗었잖아~

미끄럼을 좍좍 타고 내려도 가고 싶었지만 그게 또 등산화때문에 미끄러져 내려가지도 않았다.

 

나와 프란체스카는 선두에서 큰팔을 제치면서 힘차게 걸어내려갔다.

온몸이 스트래칭이 되면서 시원하기도하고 쭉 쭉 걸어내려가는 그 기분도 매우 상쾌했다.

그렇게 난 선두로 오늘의 등산을 마쳤다.

 

아~~ 그런데 버스와 연락이 제대로 안되어서 30여분을 추위에 노출되어 벌벌 떨어야 했다.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혹한의 추위도 잘 견뎌내었건만 ....

아이고~ 여기에서 버스기다리다 얼어죽는거???

ㅋㅋ

 

그렇게 추위와 지루함이 꼭지점까지 갈 즈음에 우리 버스가 저만치서 보였다.

모두들 아무 불평없이 금새 환한 기색으로 반갑게 버스에 오른다~

아닌게 아니라 활짝 웃는 모습으로...

"아이구~ 추위에 고생했어요~ 빨리 빨리 타세요~ " 안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왜이렇게 늦게 왔냐고...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ㅎㅎ

 

 

 

 

 

 

 

 

버스에 올라 총무님 말씀하신다.

잠시후 내려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가겠노라고....

그 말에

"저어기요~ 송어회 먹고 싶어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크게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냥 혼잣말로...'여기는 송어회가 정말 유명한데....아흐~ 송어회 먹고싶다~' 중얼거렸을 뿐....ㅠㅠ

그도 그럴것이 우리 성모산우회는 가난하니까....

겨우 27명의 회비로 이렇게 멋진 산행을 시켜 주었는데, 저녁까지 먹여주는 것도 감사할 일이지....어디서 송어회타령....ㅠㅠ

 

 

 

허허벌판에 홀로 불빛을 발하고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이쁜 산골 향기.....

추위에 얼른 난로가로 달려가 연통에 손을 따듯히 뎁혔다.

그리고 얼굴에 갖다대니 그 열기가 얼마나 좋은 지....아니, 연인의 따스한 손처럼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어~ ㅎㅎ

그리고 벽을 쳐다 본 순간 아~ '산골향기'가 이런것이었구나~ 싶었다. 

된장과 시래기 향.....

ㅎㅎ

 

정말 식탁에 올려진 해장국 뚝배기엔 시래기 외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산골향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집이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가장 향이 좋은 헤즐럿 커피를 주문받고 손수 타서 직접 갖다주신 로멘티스트가 계셨으니....

우린 그분으로 인하여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왕까지 되었던.....멋지고 낭만적인 산행이었다.

역시 하얀 눈은 사람의 마음을 살살 녹게 만든다니~

산행은 역시 눈꽃산행이 최고인것 같여~~

ㅋㅋ

 

 

 

 



Filippa Giord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