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서울시향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V
지휘 :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독창 : 이명주(소프라노) 백재은(메조) 김재형(테너) 정록기(바리톤)
Myung-Joo Lee(soprano) Jae-Eun Paik(mezzo-soprano) Alfred Kim(tenor) Locky Chung(baritone)
합창 :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나라오페라합창단
프로그램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베토벤,교향곡 9번 “합창” Beethoven, Symphony No. 9 "Choral"
언제 들어도 항상 심장이 고동치게 만드는 감동의 합창 교향곡을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합니다.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된다’는 평화와 박애의 메시지는 베토벤의 꿈이자, 예술이 꿈꾸는 이상입니다.
Myung-Whun Chung (정명훈)
Myung-Whun Chung (정명훈)
지휘자 |
세계 정상의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8년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정명훈은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1990)로서 마에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다. 오페라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시몬 보카네그라>로 데뷔한 이후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피렌체 테아트로 코뮤날레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고,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정명훈은 그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리 바스티유를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했다.
1990년부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20여 장의 음반을 레코딩하며 음반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하기까지 한 메시앙의 음반들(<투랑갈릴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등)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베르디의 <오텔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 등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8년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아비아티 상’과 이듬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을 받았으며, 1991년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 1992년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5년 프랑스에서 ’브루노 발터 상‘과,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음악의 승리상‘에서 최고의 지휘자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003년에 다시 이 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가진 일본 데뷔 공연으로 “올해 최고의 연주회”에 선정된 이래, 이듬해 런던 심포니 공연 역시 최고의 공연으로 기록되었으며, 2001년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 취임 연주회 등 열광적인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서 1995년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정명훈은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인 ‘금관 훈장’을 받았고, 1996년 한국 명예 문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한 바 있다. 2002년 국내 방송사에서 실시한 문화예술부문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음악분야 최고의 대표예술인으로 선정되었다.
프랑스 <르 몽드>지가 ‘영적인 지휘자’라고 극찬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1997년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았고, 같은 해 가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000년 5월부터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2001년 4월부터 일본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을 맡고 있으며,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05년 예술고문으로,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Myung-Joo Lee (이명주)
Myung-Joo Lee (이명주)
성악가 |
프라임 필하모닉과 협연에 이어, KBS 교향악단과 서울 및 지방 순회 연주를 가졌으며, 또한 한ㆍ중 수교 15주년 기념으로 초청된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교향곡을 협연하였다.
또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특별연주회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으로 출연한 이후,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 서울 오픈 에어 2009 능동 숲속의 무대 개관기념 음악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광복 64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였고,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독창자로 출연하였다. 특별히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열린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 자선 음악회에서 정명훈의 아들인 정민의 지휘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갈라에서 비올레타 역을 협연한 바 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의 예술분야 장학생으로서 독일 뮌헨 음대에서 오페라과 디플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데 이어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조기졸업 한 후, 현재 오스트리아 린츠 극장의 주역가수로 활동중이다. 뮌헨의 프린츠레겐텐 극장에서 크리스토프 함머의 지휘로 오페라 ‘요정의 여왕’에 출연하고 울프 쉬르머 지휘의 뮌헨 방송오케스트라와 함께 오페라 ‘라보엠’에 출연함으로 독일 여러 신문과 잡지 등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며, 특별히 독일신문 “아벤트차이퉁”지에서 금주의 스타(Der Stern der Woche)로 두 번이나 선정하였다.
Jae-Eun Paik (백재은)
Jae-Eun Paik (백재은)
성악가 |
메조소프라노
또한 뉴잉글랜드 체임버, 리지필드 오케스트라, 노스 아칸사스, KBS 교향악단, 서울대 오케스트라, 포항 시립교향악단 등과 오페라 갈라콘서트, 정기연주회와 베토벤 교향곡 9번, 헨델 <메시아>, 바흐 <마니피카트>, <b단조 미사>, 모차르트 <레퀴엠>, <C장조 미사> 등을 연주하였다.
버지니아 오페라 데뷔 공연에 대하여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깊이 있는 호소력을 지닌
2005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 입상하였으며, 2005년, 2006년 슈리브포트 오페라단에서 두 차례 ‘올해의 성악가 상’을 수상, 2009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Alfred Kim (김재형)
Alfred Kim (김재형)
성악가 |
테너 김재형은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 예술대학 성악과 석사와 독일 칼스루에 국립 음악대학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하였다. 카셀과 비스바덴 오페라단의 단원이었으며, 2009/10 시즌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 솔로이스트로 입단하였다. 입단 이전인 2008/09 시즌에 베르디의 <군도>에서 카를로 역으로 찬사를 받았다. 입단 후 <나부코>의 이스마엘레, <라 보엠>의 로돌포, <시몬 보카네그라>의 가브리엘레를 맡았고, 이듬해에는 <호프만의 이야기>의 타이틀 롤,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군도>의 카를로를 맡았다.
오슬로, 런던 로열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에서 <돈 카를로>의 타이틀 롤을 맡았으며, 빈 슈타츠오퍼에서는 <토스카>에 다시 출연하였다. 이밖에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일 트로바토레>에, 에센에서 <투란도트>에, 서울에서 <이도메네오>에 출연하였으며, 산티아고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일 트로바토레>에 출연하였다. 이외에도 뉴욕 카네기홀 콘서트 무대에 섰고, 베를린 슈타츠오퍼, 보르도, 아비뇽, 마시, 토리노, 빈 폴크스오퍼 등에 초청받았다.
김재형은 1997년 벨베데레 국제 성악 콩쿠르, 1998년 뮌헨 ARD 콩쿠르에 입상하였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만든 파리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002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바리톤 정록기는 한양대학교와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뮌헨, 슈투트가르트, 츠비카우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으며, 일본 문화청 주관 예술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베를린 아들러 매니지먼트 소속으로 베를린 필하모니, 뮌헨 가슈타익,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런던 위그모어홀, 에딘버러 페스티발, 파리 루브르 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쮜리히 톤할레, 밀라노 아우디토리움, 토론토 마세이홀, 도쿄 아사히홀 등 유명연주홀에서 쿠프만, 프뤼베크, 체카토, 슈라이어, 스즈키 등의 거장 지휘자와 게이지, 횔, 드레이크 등의 저명 피아니스트들을 파트너로 콘서트 및 독창회를 여는 등 전문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공연후기...
첫곡 <레오노레 서곡 3번>이 시작되었다.
근래에 너무 엄청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서일까??
일사불란함과 응집력이 부족해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진다.
플룻의 매혹적인 소리만이 가슴에 와 닿을 뿐.....
대곡 합창을 듣기 전 마음을 수양하는 기분으로 듣자. ㅎㅎ
나의 이런 느낌과는 다르게 연주가 끝나자 환호소리가 대단했다.
본 공연-합창을 연주하기 전 대규모 합창단이 무대에 서느라 분주하다.
그야말로 무대가 꽉찼다.
원래 합창석에 서야할 합창단이 무대에 서고 합창석의 관객으로까지 이어지니 더더욱 엄청나게 느껴진다.
암튼....이곡을 실황으로 듣는 건 정말 오랫만인것 같다.
기대감에 맘이 부풀어 오르기까지 한다.
드디어 목관의 울림을 타고 바이올린의 섬세함고도 날렵한 음이 귀를 곤두세우게 하며 연주는 시작되었다.
시작이 짜릿하다.
그런가 하면 1악장의 마지막 피날레는 또 얼마나 장렬한 지...특히 팀파니에 시선 꽂힌다.
그리고 또 2악장 역시 시작이 얼마나 아찔한 지...
연주도 맛깔스럽기 그지없다.
목관의 재잘거림....
현의 질주....
팀파니의 짜릿함...
순간 순간 숨죽이듯 멈춤....
멋진 피날레....
그야말로 한순간도 흐트러질 수 없었던 2악장이었다.
3악장은 무겁고 의미심장하게 깔리며 시작되었다.
역시 멋진 시작이다.
아다지오...
나는 이 슬프고도 깊은 울림이 있는 ...그래서 심연으로 잦아드는 아다지오 악장이 너무나 좋다.
주제 선율은 또 왜그렇게도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지...
쓸쓸한 겨울 날 마음깊이 들어와 따듯하게 위로해주는 듯 하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철철 울고 있지는 않을까....생각했다.
슬프고도 힘든 고통속에 있는 자를 완전히 치유해줄....
베토벤 자신의 슬픔이 완전 치유되어 승화되고 있는 듯한...
클라리넷, 플릇, 호른, 파곳, 오보에가 울려 퍼지며 잔잔히 울려주는 현의 피치카토는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팀파니의 울림조차....
저현부의 피치카토 울림은 계속 심장을 두두렸고 바이올린은 아름다운 선율을 탔다.
천상의 울림이라고 생각했다.
이 천상의 소리에 매혹되어 참았던 기침이 3악장이 끝나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합창단도 몸가짐을 바로 잡는다. 드뎌 순서가 왔기때문에...
아! 드디어 4악장....
저현부의 깊은 울림이 웅장하고 심오하다.
반면 목관과 바이올린 파트는 사뿐하기 그지없다.
큰 대비를 이루며 몇번을 반복해 마음을 휘감치더니 드디어 시작되었다.
학창시절부터 베토벤 9번 교향곡하면 이 멜로디밖엔 생각이 안날 정도로 많이 들었던 합창의 선율...
첼로와 베이스만 연주되는 단조로운 시작이 오히려 담백해서 더 좋은것도 같다.
이어서 비올라 그리고 바이올린까지....
푸가형식을 띠며 점점 화려해진다.
그야말로 환희로의 치달음의 시작이다.
찬란히 빛나는 트럼펫의 외침...
슬픔과 고통은 이미 3악장에서 다 치유되었다.
드디어 인간의 목소리까지 동원되는 순간...솔리스트들, 합창단 일어섰다.
"벗이여! 기쁨에 가득찬 소리로 노래 부르지 않겠는가!" 고 노래한다.
모든 인류는 한 형제...
당신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천사 케루빔이 신앞에서 우리를 맞으리, 신앞에서...
승리의 영웅처럼 기쁨을 맞으라 .
그분의 신비로 다시 결합시키니, 포옹을 받으라.
온세상을 향한 입맛춤
별이 빛나는 하늘 장막위로 사랑하는 한 아버지가 계시니..
백만의 사람들아 경배하는가? 창조주를 느끼는가?
별이 빛나는 하늘 장막위로 창조주를 찾으라.
별들너머 분명 창조주가 계시니, 백만의 사람들아, 이 포옹을 받으라.
온세상을 향한 입맞춤을.
신의 불꽃!!
합창단의 노래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어 졌다.
온몸에 소름이 좌악 돋아 올랐다.
환희여! 낙원의 딸이여!
이보다 더 강렬하게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울림이 있을까!
예수탄생을 이틀 앞둔 이 순간....
완벽한 고해성사를 보는 듯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연주는 끝이났다.
엄청난 환호가 그야말로 예술의 전당 음악당을 떠내려 보낼 것만 같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아마 모두들 매 순간 하느님의 메시지가 울려 퍼질때 마다 고해를 하고, 위로를 받고 그야말로 환희에 차올랐을테니 말이다.
그 어떤 성탄절 미사나 예배 보다도 감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엄청난 환호속에 다시 외친 앵콜....
온세상을 향한 입맞춤!!
아름다운 신비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이여!
환희여!
신의 불꽃이여!
Beethoven, Symphony No.9, Op.125 'Choral'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전악장 이어듣기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4악장에서 독일의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나오는 까닭에 ‘합창’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이 완성해낸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작곡된 역작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해낸 것은 그의 나이 53세 때인 1824년 2월의 일이지만 이 교향곡은 이미 1812년경부터 구상되었고, 실러의 ‘환희에 붙여’의 송가에 곡을 붙이려 생각한 것은 그가 고향 본을 떠나 빈으로 가기 이전부터였으니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을 30년 이상이나 구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편성 : 피콜로1,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바순2, 콘트라바순1, 호른4, 트럼펫2, 트롬본2, 팀파니, 큰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현악5부, 소프라노 1, 알토1, 테너1, 베이스1, 혼성4부 합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변화무쌍한 교향곡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교향곡 ‘합창’이 초연되었을 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변화무쌍한 교향곡에 청중들은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정작 베토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위대한 교향곡이 초연되는 그 순간 단지 참관자의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날 음악회의 실질적인 지휘자는 미하일 움라우프(Michael Umlauf, 1781-1842)였고 악장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그나츠 슈판치히(Ignaz Schuppanzigh, 1776-1830)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베토벤은 지휘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악보를 보면서 연주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요한 부분에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으나 불행히도 음악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당시 합창단의 소프라노 파트에서 노래한 그레브너 부인은 베토벤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연주에 맞추어 악보를 읽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한 악장이 이미 끝났는데도 페이지를 계속 넘기곤 했다. 공연 때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건드리고 청중석 쪽을 가리켰다. 박수 치는 손 모습과 손수건이 휘날리는 광경을 보고 그는 머리를 숙였고, 그러면 더욱 큰 함성이 일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소나타 형식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의 현의 화음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이 살짝 제1주제의 운을 뗍니다. 주제는 점차 힘을 모아 증대된 후, 전 오케스트라에 의해 장엄하게 펼쳐지죠. 제2주제는 목관에 의해 은은한 울림으로 연주된 후, 제1주제로 장렬한 클라이맥스를 이룹니다. 내내 침통한 분위기가 극적으로 전개됩니다.
제2장 Molto vivacce 스케르초입니다. 강렬한 현의 터치와 팀파니의 울림으로 시작됩니다. 바그너는 이 극적인 부분을 두고“절망에 쫓겨 새로운 행복을 휘어잡으려고 노력하는 듯하다”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빠른 진행을 보입니다.
제3악장 Adagio molto e cantabile 자유로운 변주곡으로 숭고한 서정이 돋보이는 악장입니다. 제1바이올린이 다른 악기들의 받침 속에 조용히 제1주제를 연주하고 관악기가 조용한 화성의 메아리를 이루지요. 동경으로 가득 찬 제2주제를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연주합니다. 곡은 변주와 함께하는 내내 천국의 나래처럼 잔물결을 이루며 평화로운 인상을 줍니다.
제4악장 Presto - 알레그로 아사이는 변주곡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4명의 각 성부별 독창과 합창으로 이루어진 ‘환희의 송가’입니다. 고뇌를 이겨내고 환희에 도달한다는 음악 내용이 그야말로 압도적이죠.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사용된 괴상하고 격정적인 빠른 리듬으로 시작됩니다. 도입부는 마치 ‘사람은 많은 투쟁을 경험하며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것을 가르치는 듯합니다. 이어서 지금까지 나온 제1악장의 투쟁과 노려, 제2악장의 열정, 제3악장의 평화의 주제들을 숨 가쁘게 회고하며 두루 연주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좀 더 다른 것이다”라는 의미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의한 부정이 차례로 이루어지면서 드디어 절망 이후에 찾아오는 환희의 주제가 펼쳐집니다. 이 주제는 기품을 지닌 채 거침없이 흐릅니다. 3회 변주되어 차츰 악기의 수를 증가시키며 두터움과 색채를 더해가죠. 리드미컬한 팡파르가 멎는 순간, 바리톤이 힘차게 서장을 장식합니다.
제5악장 Presto - 'O Freunde nicht diese Tone' Allegro assai
O Freunde, nicht diese Toene!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고 더욱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Freude, schoener Goe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Tochter aus Elysium, 낙원의 여인들이여
Wir betreten feuertrunken, 우리 모두 황홀감에 취해
Himmlische, dein Heilitum! 빛이 가득한 성소로 돌아가자
Deine Zauber binden wieder,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Alle Menscen werden Brueder, 그대의 고요한 나래가 멈추는 곳
Wo dein saufter Fuegel weilt,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Wem der grosse Wurf gelungen,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Wer ein boldes Weib errungen,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Mische seinen Jubel ein!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Ja, wer auch nur eine Seele 그렇다, 비록 한 사람의 정이라도
Sein nennt auf dem Erdenrund!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
Und wer's nie gekonnt, der steble 그러나 그 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Weinend sich aus diesem Bund. 눈물 흘리며 조용히 떠나 가라
Freude trinken alle Wesen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An den Bruesten der Natur; 자연의 가슴으로 횐희를 마치고
Alle Guten, alle Boesen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Folgen ihrer Rosenspur, 환희의 장미핀 오솔길을 간다.
Kuesse gab sie uns und Reben, 환희는 우리들의 입맞춤과 포도주
Einen Freund, geprueft im Tod; 그리고 죽음조차 빼앗아 갈수 없는 친구를 주고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땅을 기는 벌레조차도 쾌락은 있어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천사 케루브는 신앞에 선다
Frob, wie seine Sonner fliegen 환희여, 수많은 태양들이
Dureb des Himmels praechtgen Plan, 무한한 하늘의 궤도를 즐겁게 나르듯
Laufet, Brueder eure Bahn,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Seid umsclungen, Millionen!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
Diesen Kuss der ganzen Welt! 전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Brueder! Ueber'm Sternenzelt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주님이 계시는 곳이다
Muss ein lieber Vater wornen. 억만의 인민이여
Ihr stuerzt nieder, Millionen? 엎드려 빌겠느뇨?
Abnest du den Schoepfer, Welt? 세계의 만민이여, 조물주를 믿겠느뇨?
Such' ihn ueber'm Sternenzelt! 별의 저편에서 사랑하는 주님을 찾으라1
Ueber Sternen muss er ihronen. 별들이 지는 곳에 주님은 계신다.
이 곡은 베토벤 예술의 최고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고금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품의 하나이다. 베토벤이 항상 공감하고 애독했던 독일의 위대한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Fridrich Schillers)의 장시 환희의 노래 에 의한 합창 붙임을
가진 교향곡이며, 네 사람의 독창과 대합창이 교향곡에 사용된 최초의 음악이다.
23살의 젊은 베토벤은 <환희의 노래>를 읽고 음악으로 옮기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실제로 환희의 노래 가 교향곡에 담겨 완성된 것은 31년 뒤인 1824년이다. 베
토벤이 처음으로 교향악과 칸타타의 결합을 시도한 것은 1808년의 합창 환상곡
작품 80번에서였으며 이 시도가 후에 합창 교향곡이란 위대한 작품을 만들게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완전히 귀머거리가 되어 음향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
에서 무한한 고통과 싸워야 했고, 육체적인 건강의 악화와 가난 때문에 그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그는 고뇌를 맛본 환희를 영원히 노래 부르고 음으로써 표현한
것이다. 그는 예술에 의해 인간의 고난을 극복했으며 역경에 놓일수록 그것을 이겨
나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Anthony Rolfe Johnson, tenor
Lynne Dawson, soprano
Jard van Nes, contralto
Eike Wilm Schulte, bass
Gulbenkian Choir, Lisbon
Orchestra of the 18th Century
Frans Brueggen, cond
*음원 출처(국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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