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0년)

서울시향의 말러 2010 시리즈 IV/3번/12.30.목/예당

나베가 2010. 12. 31. 08:25

1230포스터[1]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서울시향의 말러 2010 시리즈 IV

 

지휘 :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협연 : 캐런 카길 (메조 소프라노) Karen Cargill, mezzo-soprano
여성 합창 : 국립합창단 및 나라오페라합창단 The National Chorus of Korea, Nara Opera Choir

어린이 합창 : 월드비전선명회합창단 World Vision Korea Children's Choir

프로그램
  말러, 교향곡 3번 Mahler, Symphony No. 3

 

 

2010년 말러 탄생 150주년, 2011년 말러 서거 100주기를 맞아 시작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올해 마지막 무대는 이 교향곡 3번이다.

서울시향은 2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와

메조소프라노 캐런 카길의 협연으로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서울시향은 내년에도 교향곡 4번부터 9번까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이어간다.

말러 자신이 “이와 같은 교향곡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교향곡 3번은 100분이 넘는 긴 연주시간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4악장으로 이뤄지는 교향곡 형식과 달리 이례적으로 6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장대한 1악장을 1부로, 나머지 악장들을 2부로 나누었다.

당시 이 곡의
대규모 구성을 두고 과연 교향곡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말러는 “형식적인 면에서

전통에 전혀 맞지 않는 이 곡을 교향곡이라 부르는 것이 적당하지 않지만 나에게 있어 교향곡이란 모든 기술적인 수단을

강구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연속적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이 곡의 내용이 바로 형식을 규정 짓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8대의 호른이 동시에 포효하는 장엄한 팡파르로 시작해 35분 동안 진행되는

1악장은 모든 것이 움츠리고 경직되어 있던 겨울이 물러가고 봄을 거쳐 여름이 도래하는 대자연의 순환 과정을 음악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3악장과 5악장에는 말러 자신의 가곡 ‘여름날 뻐꾸기를 떠나보내며’ 등을 인용했다. 

◇메조 소프라노 캐런 카길.

특히 5악장은 ‘어린이의 신기한 뿔피리’ 중 ‘세 천사가 노래했네’에서 가져온 가사로 소년 합창, 여성 합창, 알토 독창이 관현악과 한데 어우러진다. 천사들의 합창이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베드로가 대화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알토 독창이 등장하는 제4악장의 가사는 당시 회의적인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취의 노래’ 구절을 인용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은 이 작품에 대해 “말러가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에 온전히 바친 궁극의 헌사이자 낭만주의 교향곡사의
대미를 장식했던 ‘음악의 철인(哲人)’이 감행했던 또 한 번의 ‘형이상학’”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향과 함께 무대에 서는 메조 소프라노 캐런 카길은 4악장에 등장해 니체의 시구로 만든 가곡을 선물한다. 카길은 2002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며 당대
가장 전도유망한 성악가에게 주는 ‘캐슬린 페리어상’을 수상한 가수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오페라와 가곡 무대뿐 아니라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더 타임스’는 그에 대해 “아름답고

정교하게 빛나는 음색으로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색채에 적절히 대응한다”고 평가했다.

국립합창단, 여성합창단인 나라오페라합창단, 어린이합창단인 월드비전선명회합창단도 출연해 서울시향과 함께 말러가

만든 자연의 노래를 선물한다.

 

Myung-Whun Chung (정명훈)
이름Myung-Whun Chung (정명훈)
분야지휘자

세계 정상의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8년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정명훈은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1990)로서 마에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다. 오페라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시몬 보카네그라>로 데뷔한 이후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피렌체 테아트로 코뮤날레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고,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정명훈은 그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리 바스티유를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했다.

1990년부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20여 장의 음반을 레코딩하며 음반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하기까지 한 메시앙의 음반들(<투랑갈릴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등)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베르디의 <오텔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 등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8년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아비아티 상’과 이듬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을 받았으며, 1991년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 1992년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5년 프랑스에서 ’브루노 발터 상‘과,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음악의 승리상‘에서 최고의 지휘자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003년에 다시 이 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가진 일본 데뷔 공연으로 “올해 최고의 연주회”에 선정된 이래, 이듬해 런던 심포니 공연 역시 최고의 공연으로 기록되었으며, 2001년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 취임 연주회 등 열광적인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서 1995년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정명훈은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인 ‘금관 훈장’을 받았고, 1996년 한국 명예 문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한 바 있다. 2002년 국내 방송사에서 실시한 문화예술부문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음악분야 최고의 대표예술인으로 선정되었다.

프랑스 <르 몽드>지가 ‘영적인 지휘자’라고 극찬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1997년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았고, 같은 해 가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000년 5월부터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2001년 4월부터 일본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을 맡고 있으며,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05년 예술고문으로,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Karen Cargill (캐런 카길)
이름Karen Cargill (캐런 카길)
분야성악가

스코틀랜드 태생의 메조 소프라노 캐런 카길은 스코틀랜드 왕립 아카데미, 토론토 대학, 런던 내셔널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공부하였고, 2002년 캐슬린 페리어 상을 수상했다.
베를리오즈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과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을 로빈 티치아티 지휘로,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을 올라리 엘츠 지휘로 스코티시 체임버와 연주하고, 야닉 네제 세겡 지휘의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또한 네제 세겡 지휘로 뉴욕의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를 연주하며, 2011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공연한다.
네제 세겡의 지휘로 스코티시 체임버와 멘델스존의 <엘리야>를, 네메 예르비의 런던 필하모닉과 베토벤 교향곡 9번과 드보르자크의 레퀴엠을,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의 BBC심포니와 브루크너 F장조 미사를 함께 했고, 쿠르트 마주어의 런던 필하모닉과 BBC 프롬스에서 공연했다. BBC 심포니와는 2005년 프롬스 마지막 공연에서 함께 하였고, 도널드 러니클스 지휘로 BBC프롬스에서 <신들의 황혼>을 공연했다. 가장 최근에는 프롬스에서 BBC 스코티시 심포니와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불렀다. 하이팅크 지휘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콜린 데이비스 지휘의 런던 심포니와 베를리오즈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과 베르디 <레퀴엠>을,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과 <신들의 황혼>을, 런던 필하모닉과 베를리오즈의 <여름밤>을, 런던 신포니에타, 버밍엄 심포니 등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를, 할레 오케스트라와 <알토 랩소디>를,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런던 심포니와 말러 교향곡 2번을 공연했다.
스코티시 오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그녀는 2007/08 시즌에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 역할을 맡았고 <파이낸셜 타임즈>의 앤드류 클락은 "그녀는 묵직한 목소리를 나무랄 데 없는 로시니 스타일로 조절한다."고 썼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는 스즈키 역할을 맡았고,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는 퍼셀의 <디도와 아이네아스>에서 디도 역할을 맡았다. 2009/10 시즌에 스코티시 오페라에서는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중 이사벨라 역할을 맡을 예정이며, 베를린 도이체 오퍼에서는 발트라우테 역할로 독일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이번 시즌에 위그모어홀에서는 독주회를 다시 열 계획이며, 브람스 가곡 등을 BBC 런치타임 콘서트 시리즈에서 부를 예정이다.

 

 

공연후기....

 

며칠전부터 말러 교향곡을 실황으로 들을 생각에 가슴이 벅차왔다.

사실 세종에서도 같은 공연을 해서 갈까 욕심을 내보기도 했었던.....말러 교향곡중에서도 가장 길고 엄청난 3번 교향곡이다.

1악장만도 여늬 교향곡보다 기인 35분여나 되고 그리고도 다른 교향곡과는 너무나도 독특하게 전악장이 6악장이나 되는

러닝타임 100분짜리 이 엄청난 곡으로 2010년 대미를 장식한다고 생각하니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조차 평소와는 달리 왠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큰 감동이 내 가슴을 깊이 울려댈 지 벌써부터 절절해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이틀간 엄청나게 쏟아진 눈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살금 살금 기다시피 걸었지만 왠지 걷고싶어

남부터미널에서 부터 예당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었다.

사실 구하기 힘든 티켓을 야옹이가 구한 터라 자리도 어디인 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나섰다.

그런데 티켓을 받아들고 보니 B 블럭 3열....

헐~~

평소같다면 너무나 좋은 자리이겠지만 오늘 말러 교향곡을 듣기엔 그리 달갑지 않은 자리였다.

길도 미끄러운데 무겁게 가지고 온 망원경과 어떻게 메조 소프라노 '캐런카길(Keren Cargill)를 한장 찍어볼까 가져온 망원렌즈의 DSLR카메라가 무색하게 했다.

자리에 앉으니  1st 바이올리니스트들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이 자리가 도대체 왜 비싼 좌석일까....이해할 수 없다고 속으로 푸념을 해 보았다.

숨막히게 연주할 목관, 금관, 타악주자들의 모습을 하나도 볼수 없을것을 생각하니....더욱 답답해졌다.

 

이러한 분심을 가라앉히듯 연주는 8대의 호른의 거대한 울림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곤 이내 잦아들음...들릴듯 말듯 울리는 타악....트럼펫의 팡파레....거대한 현의 울림...또다시 숨죽임...

정신없이 거대함과 숨죽임이 번갈아 가며 무대를 제압해 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는 모아지지않고....정말 집중이 되지않는 거였다.

그래~ 이럴땐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거야~

정말 눈을 감아버리니 분심이 사라져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타악기 주자가 지금 어떻게 북을 치고 있는 지...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악기 주자들...그리고 목관악기 주자들이 어떻게 연주를 하고 있을 지....소리만큼 그들의 표정도 느껴져왔다.

간간히 눈을 떠 지휘자의 모습을 본다.

작곡가가 세상의 모든것을 음악으로 표현해 내었듯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의 표정에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이 느껴진다. 그 어떤 연기자도 해낼 수 없는....삶을 초월해 신과 자연과 소통하는 이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딱 그만큼의 표정이 나오는 지...놀랍기만 하다.

 

아니...대 자연..우주의 섭리를 소리로 표현해 내는 작곡가들이야말로 정말 신의 영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이들이라고 생각들었다.

1악장의 부재-다시 깨어나는 자연, 디오니소스의 제전처럼

겨우내 잠자고 있던 대 자연이 꿈틀대며 깨어나고 있는 모습이 소름끼칠 만큼 그대로 느껴졌다.

거대함, 웅장함, 어둠,침묵, 고요,환희,활력, 생기발랄함,....

극과 극을 치다르는 변화무쌍하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들이 35분이란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들었다. 

 

아!! 매혹적인 2악장.....

부재-목장의 꽃들이 부르는 노래, 그리고 시련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 탄성이 메아리친다

목관악기들은 나빌레라 춤추듯 아름다운 선율들을 쏟아내고 이어지는 현들조차 하늘거리는 꽃잎같다.

아~~ 간간히 연주되는 악장의 바이올린 솔로는 또 어떻고...

천상의 소리가 따로없다.

"그래, 말러가 그랬지~오스트리아 슈타인바흐의 아름다운 절경을 보고 감탄하는 제자에게

'그렇게 넋놓고 볼 필요없네. 그 모두를 내가 음악에 담아놓았으니까!'라고......

그래~ 오스트리아 잘즈감머굿이 얼마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곳인지...정말 눈이 부셨어~ 아니, 사랑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오래전에 여행갔었던 잘즈감머굿의 정경이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덧입혀져 아름답게 떠다녔다.

 

꿈꾸듯 아름다웠던 2악장이 끝나고 경쾌 발랄한 3악장 이어졌다.

마치 아름다운 숲속에 온갖 동물들이 나와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나중에 팜플릿을 보니, 정말 부재가 숲속의 동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등장이었다.

아!! 3악장의 백미....무대밖에서 들리는 트럼펫 연주소리다.

그 아련함이 얼마나 멋지고 좋은 지....마치 꿈을 꾸는 듯한....

꿈꾸듯 평온했던 숲속에 인간이 등장했음을 동물들이 인지한것 같은 왠지 모를 두려움과 떨림이 느껴진다.

음악이 빨라지고 숨가빠졌다.

모든 동물들이 떨며 이리 저리 뛰고 방황하는 듯함을 어쩌면 이렇게도 표현을 잘 했을까 싶다.

 

드디어 4악장이다.

오 인간이여!! 성찰의 밤

우주를 소리로 표현해내는데 악기만으로는 부족했을 터...드디어 인간의 목소리까지 합류시켰다.

캐런 카길의 맑고도 깊은 목소리는 정말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었다.

그 어떠한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목소리도 이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적인 가사와 선율만큼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수 없을 터였다.

아!! 이 상태에서 그 누가 자신을 성찰하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지금 이순간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고백하고 또 고백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아찔하게 끝을 맺는 그 순간 바로 5악장 이어졌다.

마치 회개의 은총이 쏟아져 내리듯 천상의 합창이 쏟아져 내렸다.

정말 여성과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이 순간 처럼 천상의 소리로 들릴까....

부재처럼 천사들의 합창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베드로가 대화하는 장면을 캐런카길이 노래한다.

"너는 울고 있구나~"

"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랑의 주님~"

"울어서는 안된다~"

......

"십계를 어겼다면 무릎을 꿇고 주님께 기도드려라. 언제나 주님만을 사랑하여라~

그러면 천상의 기쁨을 얻을 것이다."

 

드디어 최고의 아름다운 악장 6악장이다.

신의 용서를 받은....

신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

 

말러의 다른 아다지오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그야말로 나는 6악장을 듣는 내내 하늘을 비상했다.

까마득한 아래로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이 펼쳐졌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문득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이 곡을 추천해 주면서 6악장을 꼭 들어보라고 했음이  떠올랐다.

집에와서 메일함을 뒤적여 보았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랑의 달콤함과 우미함,,,그리고 가슴 아픔을 이보다도 고매하게 표현한 예술작품은 없다고 ...

그는 사랑의 큰 실연을 한 사람이었다.

그 사랑의 달콤함과 우미함,,,그리고 그 가슴아픔때문에 이곡을 들을 수가 없다고 했었는데...

 

괜히 그 사람의 너무나도 아름다웠을...그리고 아픈 사랑이 어땠을 지 느껴지는 듯 했다.ㅎㅎ

그리고 난 오늘도 밤을 샜다.

이 곡의 마력에 빠져서....

 

 


말러 / 교향곡 제3번 라단조

Symphony No.3 in D minor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는 자신의 작품활동에 대해서 편지 등을 통해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가졌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관한 자료를 그의 편지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데, 교향곡 3번도 예외는 아니다. 이 곡에 대한 대화는 1895년과 그 이듬해의 편지에서 활발히 나타난다.

1. Langsam. Schwer
2. Tempo di Menuetto. Sehr maßig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4. Sehr langsam. Misterioso
5.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교향곡 3번 역시 말러의 다른 초기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표제적(表題的)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각 악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제목들은 이 곡을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좋은 단서가 되기는 하지만 그 기원이나 작곡 전개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작곡시기를 살펴보자면 제 2부의 다섯 악장들은 1895년의 여름동안 쓰여졌고 1악장의 스케치도 이 때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1악장에 등장하는 행진곡 주제들의 스케치에 "1893년 슈타인바흐"라고 적혀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행진곡 주제들이 1893년 말러가 교향곡 2번 작곡에 몰두하고 있을 때 함께 쓰여지지 않았는지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입관을 가지고 억지로 생각해본다면 이 황당무계(荒唐無稽)한 행진곡들이 교향곡 2번과도 잘 어울릴 듯 하기 때문이다.

1895년의 여름 말러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미 악장의 순서나 표제가 최종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마 말러나 파울 베커의 자료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두 자료를 보면 '천사' 악장이나 '인류' 악장 등 성악이 포함된 악장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숲의 동물' 악장도 보이지 않지만, 이 곡이 말러가 1892년에 작곡한 가곡 '여름의 변화'를 옮긴 것이고 원래 가곡의 가사가 '뻐꾸기가 떨어져 죽었다' 라고 시작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뻐꾸기' 악장이 '숲의 동물' 악장의 초기 버전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살펴보아 처음부터 말러가 모든 피조물을 교향곡 속에 담으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 악장의 위치도 최종 버전처럼 마지막에 놓여 있지 않고, 중간부에 위치하여 교향곡에 일반적인 악장 순서를 따르고 있다.

곡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것은 '목장의 꽃' 악장으로서, 이 곡은 말러가 슈타인 바흐에 도착한 첫 날, 즉 1895년 6월 5일에 바로 작곡되어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말러의 친구인 나탈리 바우어-레히너의 일기에는 "도착한 첫 날 오후, 꽃과 잔디로 둘러 쌓인 작은 집의 창문으로부터 밖을 내다보며 말러는 이 곡을 스케치했고 단번에 작곡했다"라고 쓰여있다. 말러는 "이 장소를 모르는 누구라도 추측은 할 수 있을 거야. 풍경이 음악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독특한 일이냐는 거지" 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악장들도 이 곡이 작곡된 후 바로 쓰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2번 교향곡에서 이미 성악을 사용한 말러는 교향곡에 성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껄끄러움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바우어-레히너에게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 시집으로부터 두 곡을, 니체의 시로부터 한 곡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각각 '여름의 변화' 와 5악장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4악장 '밤의 노래'를 일컫는다. 작업은 무척 빨리 진행되어서 그 해 8월이 되자 친구인 헤르만 벤에게 '1악장을 제외한 총보가 완성되었다'라고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자,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프로그램, 작업이 간단하지는 않아서 작곡되어진 곡들이 표에 언급된 구성에 그저 몇 곡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흥미롭다. 말하자면 표에서 언급되고 있는 악장과 실제로 작곡된 곡들의 표제가 같다고 해서 같은 곡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우어-레히너의 유산에서 발견된 스케치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꽃 악장'의 제목으로 '아이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이 악장이 바우어-레히너가 말한 것처럼 '풍경에 경도되어 작곡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표의 자료를 볼 때 말러는 처음부터 '아이' 악장과 '꽃' 악장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 말러는 마지막 악장으로 때로는 '천국의 삶'을 언급했고 때로는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천국의 삶'이란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에서 가져 온 곡 중 하나로서 1892년에 쓰여져 나중에 교향곡 4번의 마지막 악장으로 사용되는 가곡인데, 말러는 마지막 악장 뿐 아니라 첫 악장에도 이 곡의 동기를 인용하려 하기도 했다. (실제로 1악장의 한 스케치에서 발견된다) 말러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가졌고 1895년의 한 편지에서야 비로소 마지막 악장이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 드러난다.

1악장의 작곡도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1896년의 여름에 슈타인바흐에 들어간 후 말러는 1악장의 스케치를 함부르크의 아파트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하였는데, 결국 그는 친구 헤르만 벤에게 악보를 좀 부쳐달라는 급한 우편을 보내야만 했다. 사실상 헤르만 벤도 함부르크가 아닌 티멘도르프의 해안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지만 정신 없는 친구를 위해 함부르크로 돌아가 그 아파트의 악보더미 속을 뒤졌어야만 했고 찾아내고는 즉시 부쳐 주었다. 지록에 의하면 6월에 말러는 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보냈고 7월에 11일에 1악장의 완성을 알렸다. 그러나 이는 미안한 마음에서 미리 보낸 내용인 듯 하고 바우어-레히너의 기록에 의하면 실제적으로 1악장의 작업은 7월 26일에 완성되었고 그녀는 '교향곡 전체의 길이보다도 긴 1악장은 단 6주만에 완성되었고, 겨울 동안 직업적 의무를 다하면서 세부를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앞서 관찰한 바와 같이 말러가 작곡을 시작하는 1895년의 여름부터 각 악장의 제목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지만 곡의 전체에 대해서는 처음의 '행복한 삶'이라는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아 '한 여름 밤의 꿈', '나의 행복한 과학', '행복한 과학', '한 여름 아침의 꿈', '한 여름 낮의 꿈'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으나 셰익스피어나 니체의 표절로 보이는 것 같아서 결국 제목 붙이기를 포기했다.

각 제목들의 이해

< 최종 판 >

제 1부

1. 서주 목신이 잠을 깬다. "여름이 행진해 온다"(바쿠스의 퍼레이드)

 

제 2부

2. "목장의 꽃이 내게 들려주는 것"

3. "숲의 동물이 내게 들려주는 것"

4. "인류가 내게 들려주는 것"

5. "천사가 내게 들려주는 것"

6.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

모토 : 아버지여, 내 상처를 굽어살피소서. 어떤 생명도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이 곡은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 세계를 다루고 있으면서 마지막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끝나게 되는데, 말러가 의도한 것은 속세의 사랑이 아니라 어떤 영원한 개념으로서 '사랑'이었으며 그는 사랑을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고 여겼다. 표 1에서 인용한 프리츠 뢰르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는 '사랑' 악장에 대해 '모든 피조물에 대한 내 감정의 요약, 즉 깊이 고통스러운 느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축복 어린 확신으로 전개되어 갈 것이다.'라고 특별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편지에서 말러는 1악장의 제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름이 행진해 온다'는 희극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여름이란 자라고 피어나는, 기고 나오는, 상상하고 그리워하는, 그리고 느껴질 수 있는(천사, 종, 초자연) 모든 것들 가운데 승리자이다. 이 모든 것 위에 빛이 렌즈에 모아지는 것처럼 사랑이 머문다.

이 모든 곡이 포함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말러가 바우어-레히너에게 곡의 서주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거의 음악이기를 그만두면서 자연으로부터 오는 거의 모든 소리를 포함한다. 그리고 생명이 없는 곳(나는 이 악장을 '산이 내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이름지을 수도 있다)으로부터 삶이 점차 전개되고, 보다 지고한 형태, 즉 꽃, 동물, 인간 존재, 영적인 영역으로 넘어가 천사로 발전되어 가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동물' 악장 마지막에 놓인 무거운 그림자에 대해서 말러는 '이는 낮은 위치, 동물 따위의 형태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그 이후 영적인 영역, 지상에서 가장 지고한 형태의 피조물, 인간으로 거대한 도약을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말러는 이처럼 자신의 곡이 가진 진화적인 측면을 끝없이 강조했는데, 곡이 완성되어진 후 1896년 11월 리하르트 바트카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지도 모른다.

"물론 자연이 무시무시하고, 위대하고 심지어 사랑스러운(이는 정확히 일종의 진화의 전개로서 내가 곡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말은 아무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꽃이나 작은 새들, 숲의 향기 등만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아무도 디오니소스나 위대한 핀을 들먹이지는 않는다. 자, 이제 일종의 프로그램, 즉 내가 곡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언제나 그리고 모든 곳에서 자연의 소리만을 담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뵐로우가 한 때 내게 '교향적 문제'라고 적절히 설명한 바로 그것이다. 나는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 적어도 내 작품을 위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때때로 제목을 붙인 것은 감정이나 상상에 대한 지표를 만들고자 함이었지, 말이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인간의 목소리가 있어 세계의 조망과 연계되어 뚜렷한 의도를 깨닫게 한다. 여기에 헤아릴 수 없는 침묵으로부터 깨어나 외치는 세계, 전체로서의 자연이 있다."

결국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는 그 유명한 말러의 주장이 이 공에 있는 것이다. 바우어-레히너에게 1895년 여름 말러가 한 이 말을 여기에 인용해 본다.

"이 곡을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어떤 면에서도 이 곡이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의견으로는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은 가능한 모든 기교를 이용해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고 꾸준히 변화하는 내용은 그 자체의 형식을 결정짓는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나 1896년 여름 말러는 바우어-레히너에게 교향곡의 제 2부가 '세계 그 자체만큼 변화무쌍'하고 구원의 해결책으로 '사랑'을 발견한다고 언급하였다.

초    연

교향곡 3번의 초연은 1897년 3월 9일 베를린에서 이루어졌다. 이 공연에서는 2, 3, 6악장만이 연주되었는데, 대개의 말러의 작품 초연(初演)이 그랬듯이 역시 청중들의 야유로 끝났다. 당연히 비평가들도 적대적이어서 그 다음날 이 작곡가의 '비극적 희극'에 대해 상상력과 재능이 부족하며 진부함과 수천의 회고담으로 가득 찼다고 비난했고, 말러는 '음악적 코미디언', '최악의 농담꾼'으로 묘사되었다. 비평가들을 가장 격노시킨 것은 바로 마지막 악장이었는데 말러의 '영적인 사랑'이 이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던지 이들은 이 악장의 주제가 '책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나아갔다'라고 표현했다.

이로부터 5년 후 1902년 6월, 전곡이 리네란트에서 연주되었는데, 이번에는 '사랑'의 힘이 승리를 거두어서, 심지어 비평가들은 '베토벤 이후 가장 아름다운 느린 악장'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이 곡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다.

곡의 해석

제 1 부

1악장, 건강하게-결연히 서주 : 목신이 잠을 깬다.

"여름이 행진해 온다" (바쿠스의 퍼레이드)

 

1악장은 이 곡 중에서 가장 늦게 쓰여졌고, 가장 오랫동안 쓰여졌으며, 가장 길고, 가장 이야기 거리도 많다. 작곡 자체는 1896년의 여름 6주 동안 진행되었지만 그 중간 중간에 Mahler는 많은 스케치를 남겼다. 특히 행진에 관한 스케치가 가장 초기에 이루어졌다고 보이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있을 때 이 부분들의 스케치는 이미 이루어졌다. 말러의 많은 곡들이 행진곡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곡만큼 괴상한 행진곡들이 말도 안 되는 부분들에서 튀어나오는 곡은 없다. 행진곡뿐만 아니라 곡 역시, 특히 중간부에서는 다양한 음악의 소재가 정신 없이 튀어나오며 각 소재들은 음악적 상식을 초월한 형태로 결합되고 발전된다. 변형된 소나타 형식으로 파악되지만 곡의 분석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워낙 제시부(提示部)와 발전부(發展部)에 등장하는 소재가 다채롭게 변화하기 때문에 그 경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곡의 템포에 관해서라면 30분이 넘는 이 악장 속에서 놀랍게도 기본적으로 템포의 변화가 없다. 실제로 말러는 악보의 첫머리에 기본적인 템포를 유지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곡은 호른의 합주고 여름이 깨어나는 팡파레의 서주로 시작한다. 팡파레 후 '밤의 노래'를 예견하는 '미스테리오소' 부분이 잠시 나온 후 큰북이 리듬을 제시하면서 장송행진으로 이어지는데 유명한 말러 학자인 앙리 루이 드 라 그랑쥬가 이 부분부터 제시부의 주제 그룹 A로 파악하는 반면 콘스탄틴 플로로스 같은 학자는 서주에 딸린 행진곡으로 보고 있다. 이 행진곡은 음험하고 무겁게 진행되고 레치타티브/아리오소 부분은 느린 악장과 함께 호소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 때 거의 매너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말러가 사용하는 셋잇단음표(그의 모든 곡에 이런 수법은 빈번히 등장한다)로 채워져 있다. 이어 드 라 그량쥬가 주제 그룹 B로 파악하는 D장조의 악구가 등장하는데 자필 악보에서는 '판이 잠을 잔다'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조용조용한 이 부분에서는 ppp로 트릴 분위기를 내는 현악기를 배경으로 오보에가 가요 풍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이러다가 느닷없이 클라리넷이 날카롭게 불어대는데 이 부분을 작곡자는 '전령(傳令)'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렇게 여름을 깨운 다음 여름이 다가오는 행진곡이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드 라 그량쥬가 두 주제 그룹으로 파악하는 이 부분들이 몇 번 다시 등장하면서 제시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여름이 행진해 오는 부분이 호른의 등장으로 보다 분명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부분부터 제시부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 제시부는 작은 클라이맥스를 형성하면서 종결되는데, 레치타티브/아리오소로 시작되는 그 다음 부분은 발전부(플로로스)로 여겨지기도 하고 제 2 제시부(드 라 그랑쥬)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앞서 등장했던 주제들은 큰 형태의 변화 없이 조그만 발전을 이루는데 그 와중에 호른에서 가요 풍의 새로운 멜로디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드 랑 그라쥬가 굳이 이 부분을 발전부가 아닌 제 2 제시부로 축소시티는 것은 바로 그 다음에 등장하는 희한한 부분을 발전부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현악기의 행진 리듬(또 다른 행진이다)으로 시작되는 부분부터 재현부 전까지는 그야말로 난장판인데 이 부분을 과연 건전한 교향곡의 일부분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며 말러의 심리상태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행진 리듬이 쿵짝쿵짝하는 소재로 변화한 현악기를 배경으로 목관악기가 날카롭게 불어대는 부분을 통해 말러는 '저속한 군중'을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이 부분은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에나 등장할 법한 '전투가 시작된다'와 '남쪽의 폭풍'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무시무시한 '전투'와 '행진'으로 채워진 이 부분들을 들을 때마다 몇 년 후(1899년) 말러가 작곡한 가곡 Revelge(기상나팔)의 중간부가 떠오른다. 이 가곡은 고향에서 전쟁터로 징용되어 지치고 죽어 가는 북 치기가 마지막으로 행진의 북을 두드리자 죽은 해골들이 모두 일어나 적에게 돌진하여 승리를 거두고 고향으로 행진해간다는 괴상한 내용인데, 해골들이 돌진하고 싸움을 벌이는 중간부가 상당히 이 발전부와 비슷한 것이다.

이 부분이 잠잠해질 무렵 밖의 작은 북 그룹이 군대의 사열에서나 들을 수 있는 행진 리듬을 연주하게 된다. 아무 논리 없이 등장한 이 부분은 역시 아무 논리 없이 슬며시 사라지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판의 팡파레'가 다시 들려오며 재현부(再現部)(모든 학자들의 의견일치가 되는 부분)가 등장한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주제들이 조금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제시부의 순서를 따르며, 마지막에 응어리진 클라이맥스를 한 번 형성시켜 준 후 승리의 팡파레로 끝난다.

제 2 부

2악장, 미뉴에트의 템포로, 절도 있게

"목장의 꽃이 내게 들려주는 것"

 

이 악장은 미뉴에트 풍의 주요부와 스케르쪼 풍의 트리오가 반복되면서 전개된다. 말하자면 미뉴에트-트리오-미뉴에트-트리오-미뉴에트-코다로 이어지는 셈이다. 트리오가 두 번째 등장할 때는 '천국의 삶'중 한 부분이 인용되기도 한다. 이 악장에 대해 말러는 1896년 여름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꽃이 그저 편히 피어있는 모습은, 음악으로 묘사하기에는 금새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나는 폭풍으로 던져진 후 다시 미풍으로 부드럽게 흔들리는, 햇빛 아래 변화되고 어루만져지는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3악장, 적당한 속도로, 스케르짠도, 빠르지 않게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알려진 바대로 이 곡의 주부는 1892년 말러가 작곡한 초기 가곡 '여름의 변화'로부터 가져오고 있다. 이 가곡의 내용은 뻐꾸기의 죽음(뻐꾸기의 울음소리는 유럽에서 여름을 알리는 소리다)으로 시작되어 나이팅게일이 그의 후계자임을 선언하면서 끝난다. 이 곡을 두 트리오를 포함한 형식으로 맞추어 볼 수도 있지만 말러 자신이 그랬듯이 론도 형식으로 보는 것이 곡의 형식을 이해하는 데 더 수월할 것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주제 가운데는 플루겔 호른(포스트 호른, 색스 호른)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악구는 다른 부분과 동떨어진 평온함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보통 무대의 높은 곳, 즉 2층이나 3층의 박스에서 연주하게 되는데, 이 악기의 이름이 호른이기는 하지만 잉글리쉬 호른이 호른이 아니듯 이 악기도 트럼펫이나 코넷에 가까운 악기이다.

무서운 유머를 담고있는 스케르쪼에 대해 말러는 "가장 바보 같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곡"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베를린 초연의 프로그램에서도 이 곡에 대해 "방해받지 않은 삶을 누리던 숲의 동물들이 인간의 첫 출현을 보고 그가 가져 올 미래의 문제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4악장, 아주 느리게, 신비롭게

"인류가 내게 들려주는 것"

 

이 악장은 소위 '밤의 노래'라고도 불리는데, 말러는 이 곡의 가사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중 두 부분으로부터 가져왔다. 한 부분의 제 2장의 '또 다른 무곡'이고 다른 하나는 제 4장의 '주정꾼의 노래'이다. 그는 세계가 잠 든 한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애썼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위해 알토가 이 곡을 부를 것을 요구했다. 오케스트레이션도 유별난 것이어서 때때로 고음의 톤을 저음의 악기가 담당하고 침잠(沈潛)된 분위기의 저음을 고음악기(이를테면 피콜로)가 담당하고 있다.

5악장, 밝은 템포와 대담한 표현으로

"천사가 내게 들려주는 것"

 

소년 합창과 여성 합창을 배경으로 알토 솔로가 노래하는 이 곡의 가사를 말러는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에서 가져왔다. 십계명(十誡命)을 어긴 베드로를 예수가 용서한다는 밝고 유머러스한 곡인데, 소년 합창은 끊임없이 천국의 종소리를 흉내내고 알토와 여성합창을 작곡가가 1892년에 작곡한 '천국(天國)의 삶'으로부터 멜로디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6악장, 느리게, 평온하게, 깊이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

 

고통스럽지만 어둡지는 않은 시선(視線)으로 모든 피조물(被造物)들을 바라보는 이 느린 악장을 굳이 곡의 마지막으로 결정한 이유는, 말러가 이 모든 세계를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구원(救援)의 수단으로 '사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곡은 D장조의 슬픈 주제와 C 샤프단조의 보다 고통스러운 주제로 구성된 소타나 형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마지막은 보다 밝은 D장조의 주제로 끝난다. 이 일 후 / 레코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