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0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XII 이차크 펄만 리사이틀/10.26

나베가 2011. 5. 2. 18:36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XII 이차크 펄만 리사이틀

 

 

프로그램 정보

Mozart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F Major, K. 376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K. 376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9 in A Major, Op. 47 "Kreutzer"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 9번, 작품 47 “크로이처”

Brahms Scherzo in C Minor from the "F.A.E." Sonata
브람스 “F.A.E.” 소나타 중 C단조 스케르초

Schumann Phatasiestuecke (3 Fantasy Pieces) for Violin and Piano, Op. 73
슈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환상 소품, 작품 73

Other works to be announced from the stage 그 외 바이올린 명곡들

(The program is subject to change without any notice)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말이 있다. 매우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바이올리니스트는 뭐라고 부를까?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평론가인 헨리 로스는 뛰어난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을 가리켜 “손에 깡깡이(Fiddle, ‘바이올린’을 낮추어 부르는 말)를 들고 태어났다”고 표현했다. 야샤 하이페츠, 나탄 밀스타인, 예후디 메뉴인, 아이작 스턴... 바이올리니스트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비르투오소들 중 단연 돋보이는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이름만 떠올려보아도 로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손에 깡깡이를 쥐고 태어난 20세기 후반기의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이는 단연 이차크 펄만이다. 그의 놀라운 기교는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좌절시켰고, 풍성하고 감각적인 톤은 음악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위대한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하이페츠와 밀스타인의 계보를 이은 20세기 후반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 할 만하다.

사실 20세기 후반의 음악계는 유태인들이 장악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음악계의 마피아’라고 불리기도 했던 아이작 스턴의 강력한 지지로 이차크 펄만과, 핑커스 주커만, 슐로모 민츠, 길 샤함 등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세계무대에서 주목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눈부신 활동을 펼쳐왔다. 그들 중 대부분이 줄리아드 음악학교의 이반 갈라미안과 도로시 딜레이의 제자들이다. 펄만 역시 갈라미안의 제자로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연주법 체계에 따른 엄격한 가르침을 받아 단시간 내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비르투오소로 성장했다. 그는 18세 때인 1963년에 카네기 홀 무대를 밟았고 이듬해에는 레벤트리트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급부상했다. 이후 펄만은 최고 음악가의 대우를 받으며 청중을 매료시켰다.

 

펄만은 음악수업은 이미 어린 나이부터 시작됐다. 그는 1945년에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바이올린 소리에 강하게 매료된 후 5살 때부터 정식으로 바이올린을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펄만은 항상 앉아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밖에 없지만, 오히려 이러한 신체적 불편함이 그를 더욱 더 음악에 몰두하게 했으리라. 그는 비록 의자에 앉은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유난히 큰 그의 양손은 그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풍부하고 매혹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 갈라미안의 문하로 들어가기 전부터 펄만은 이미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이는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이스라엘 텔 아비브 아카데미에서 사사한 리브카 골드가르트 교수의 엄격한 수업 덕분이다. 골드가르트의 지도를 받고 탄탄한 기량을 갖추게 된 펄만은 13세 때인 1958년에 미국으로 건너 가 에드 설리반 텔레비전 쇼에 출하여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마지막 악장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훌륭하게 연주해내기도 했다. 이후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의 수업과 콩쿠르 우승을 거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펄만은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유난히 달콤한 톤의 비밀은?

1960년대 말부터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세계무대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펄만은 이스라엘 시민권자로서는 최초로 모스크바 연주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고 동구권의 여러 나라에서 연주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돌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인 그는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 등 다른 장르의 음악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등, 활동분야를 어느 한 곳에 한정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재즈 음반에서나 정통 클래식을 아우르는 펄만의 방대한 음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생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바이올린 톤이다.

 

펄만의 바이올린 톤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풍성함이 깃들어 있는데, 그 이유 증 하나는 아마도 두터운 손과 굵은 손가락에 의해 얻어지는 폭넓은 ‘비브라토’에 있을 것이다. 펄만의 음반을 들어보면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하모닉스(바이올린 현을 꽉 누르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의 특정 부분을 살짝 대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는 주법)의 가벼운 소리로 처리하는 부분에서도 현을 누르고 풍성한 비브라토로 감각적인 톤을 만들어내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펄만의 톤이 특히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원인은 단지 비브라토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하이페츠와 크라이슬러의 연주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슬라이드’ 역시 ‘펄만 톤’의 트레이드마크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음과 음 사이에 약간의 끄는 음을 넣어 연주하는 것은 자칫 촌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 현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대부분은 슬라이드를 의도적으로 피하지만 펄만은 옛 거장들의 연주에서나 들을 수 있는 미묘한 슬라이드를 적절하게 사용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노래하듯 풍부한 비브라토와 따스함을 풍기는 슬라이드로 서정적인 선율 선을 매끄럽게 다듬어내는 펄만의 바이올린 톤은 항상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단순한 선율에서조차 따뜻하게 감싸 안는 노래하는 듯한 톤을 만들어내는 그의 개성은 바흐부터 20세기 작품에 이르는 모든 작품에서 빛난다. 협주곡 피날레의 빠르고 날렵한 부분에서도 그의 연주는 항상 여유롭게 느껴지며 그 가운데 춤곡과 같은 리드미컬한 성격이 더해져 유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때때로 펄만의 개성은 영상물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유난히 큰 손을 지닌 그가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손쉽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을 본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부러움을 느낄 것이다. 비르투오소 협주곡의 클라이맥스에서 빠르게 돌진하는 부분에서조차 펄만의 손은 그다지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데도 그 소리는 매우 명확하고 날렵하다. 유난히 큰 손 덕분에 펄만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왼손을 전체적으로 움직여 위치를 이동시켜야하는 부분에서도 살짝 손가락을 뻗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악구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손이 작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쩔쩔매는 10도 음정도 펄만에게는 옥타브를 연주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다.

 

달변가이기도 한 펄만은 바이올리니스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바이올린의 예술’에선 옛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 특성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맛깔스런 입담으로 풀어내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그는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장점을 활용해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에 해설을 곁들인 음반을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제자들 사이에서도 펄만은 따스한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부터 도로시 딜레이의 후임으로 줄리아드 음악 학교의 바이올린 교수로 활동 중인 펄만은 학생들 스스로 음악을 느끼고 찾아내게 하는 교수법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미 1995년에 부인과 함께 펄만 뮤직 프로그램을 설립하여 젊고 유망한 현악기 연주가들에게 여름 동안 숙식을 포함한 실내악 교육을 실시하며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훌륭한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고, 교육자로서 후진양성에 힘쓰는 한편, 대중과의 소통에도 소홀하지 않은 이차크 펄만. 그는 이 시대 음악가가 갖추어야할 모든 면을 다 갖춘 가장 성공적인 음악가라 할 만하다.

 

 

 공연후기...

 

개인 리사이틀을 보면서 '키신' '체칠리아 바르톨리' 이후

가장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면서 흥분에 휩쌓여 공연 날만을 기다려 왔던 공연이다.

그렇게 많이 공연을 다니면서도 예매할 때마다 자리 선점에 고심을 한다.

대부분 성공하지만 오늘은 완전 실패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그러나 그 서운함도 잠시....

너무나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그만  매혹되어 차라리 잘 선택했다고 억지마저 부려본다.

때로는 연주자의 하나 하나의 표정도 놓치지 않고 땀방울까지 호흡하면서 같이 느껴 더욱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기도 하지만

요즘은 오로지 '소리'에 집중해 본다.

눈을 감으면 오로지 선율만이 살아서 움직인다.

도저히 집에서 음반으로 듣는것과는 너무도 다른 유려하기 그지없는 선율들이....

 

모짜르트곡을 이토록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연주한 연주자가 있을까!

너무도 익숙하여 때로는 심드렁해지기도 한 모짜르트의 선율에 아주 녹아들어갔다.

 

처음 시작엔 피아노 선율이 좀 크지않나....싶기도 했지만 ...

아!! 시간이 흐를수록 방울 방울 이슬이 맺혀 떨어지듯 피아노 선율도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는 공연에 오기 전 참으로 오랫만에 여러번 듣고 왔는데,

사실 크로이처는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해서 오히려 감동보다는 실망을 할때도 있는 곡이다.

그러나 오늘  펄만의 크로이처는 너무도 완벽하고 아름답고 풍부해서 가슴이 폭발할것 같은 아픔과 감동을 느꼈다는.... 

연주가 끝났는데도 꼼짝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냥 인터미션 내내 그 잔상과 감동을 안고 2부를 기다렸다.

 

얼마나 잘하면 손에 깡깡이를 쥐고 태어났다는 말들을 할까..

20세기 후반기의 음악계를 장악했다는 유태인,,,그들 바이올리니스트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뛸뿐만아니라

 수많은 바이올리니스들을 좌절시키기 까지 했다니....

그래~ 

너무나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저렇게 잘해야지~ '하고 꿈을 키우는게 아니라 그만 좌절해버리게 만들기도 하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발레를 보면서도 수없이 느꼈으니까....

 

2부가 시작되었다.

브람스 곡 이다.

너무나도 멋진 이 곡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펄만의 연주로 듣다니....

파워풀하면서도 풍부하고 또 더없는 유려함은 정말 기가 막혀 옴짝 달싹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유려함은 슈만의 곡으로 이어졌다.

선율의 유려함이 마치 구름이 흘러가듯 ...그랬다고 할까~

매혹이라는 단어와 환상이라는 단어외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무아지경....

 

이제 제시된 프로그램은 끝났고 바이올린 명곡들을 연주했다.

무려 5곡...

그뿐만이 아니다. 거기다 앵콜곡 3곡까지....

피아노 위에는 악보가 수북이 쌓여 마치 피아니스트가 악보찾아 삼만리를 떠나지 않을까....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속에 푸욱 빠져 마치 다른 세상에 있다가 나온 것 같은.....

그랬다.

오늘의 공연이....

 

  

 

 

 

 

 

 

피아노위에 쌓여있는 악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