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0년)

2010 DITO/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리사이틀/6.29.화.호암

나베가 2010. 6. 28. 09:21

2010 DITTO FESTIVAL - Recital I

 

'트럼펫의 파가니니'에게 한계는 없다!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리사이틀

SERGEI NAKARIAKOV RECITAL

 

 

차원이 다른 절대 강자,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의 첫 한국 리사이틀!

이미 10대 시절부터 ‘트럼펫의 카루소’, ’트렘펫의 파가니니’라 불린 현재 세계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가 드디어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을 열게 된다. 빠른 템포로 유명한 ‘왕벌의 비행’, 라벨의 ‘파반느’를 비롯하여,

트럼펫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작품들을 소화해내는 무한대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30대에 접어든 그는 지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트럼펫을 솔로 악기로

변모시키는 획기적인 연주를 계속 이어가면서, 이제는 피아노와의 이중주 또는

오케스트라의 단독 협연자로 입지를 굳혔다. 그는 트럼펫 독주곡이 많지 않기 때문에

멘델스존이나 슈베르트의 바이올린▪비올라 협주곡 등 기존의 곡들을 직접 편곡하여

그의 연주 목록에 올리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그에게 트럼펫은 손과 발의 일부”라고 평했다.

“일반인들이 숨을 쉬는 동안 그는 트럼펫을 분다”고 비유한 평론도 있다.

그는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조금씩 들이마시는 방법을 통해 끊기지 않는 음을 표현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악기의 한계를 넘어서 트럼펫의 레퍼토리 확장에 절대적 기여를 하며,

전 세계 관객들을 놀라움에 빠뜨리고 있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그의 첫 리사이틀에서

어떤 새로운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찾아갈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프로그램

토르친스키_카프리치오 
Vladimir Torchinsky_Capriccio (trumpet & piano)
포레_꿈꾸고 난 후 
Faure_Apres un reve (flugelhorn & piano)
쇼팽_발라드 1번 
Chopin_Ballade No. 1 (piano solo) 
베토벤_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Beethoven_Seven Variations on "Bei Maennern, welche Liebe fuehlen" from Mozart's "Magic Flute" (flugelhorn & piano)
아르방_오페라 <노르마> 주제에 의한 변주곡 
Arban_Variations on Bellini's "Norma" (trumpet & piano)


-intermission-

슈만_환상소곡집, op. 73  
Schumann_Fantasiestucke Op. 73 (flugelhorn & piano)
라흐마니노프_엘레지 
Rachmaninov_Elegie (piano solo) 
라흐마니노프_악흥의 한때 4번 
Rachmaninov_Moment Musical No. 4 (piano solo) 
풀랑크_C
Poulenc_C (flugelhorn & piano)
풀랑크_사랑의 길 

 

공연후기....

 

엊그제 디토공연에서의 맛보기에 그쳐 아쉽기 그지없던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의 공연에 오늘은 맘껏 빠질 터이다.

아니, 어쩌면 그의 연주에 중독이 되어 더욱 갈증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ㅎㅎ

 

암튼....호암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거리상 가까워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회원 라운지에서 여유로운 커피 한잔의 대접도 기분좋음의 연장이다.

헉!! 자리를 찾아가니 내 옆자리 줄에 일숙언니는 벌써 와 앉아있다. ㅋㅋ

 

조금은 뜸을 들이더니 드디어 세르케이...무대에 들어선다.

오늘도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칼날같이 주름이 선 바지에 목까지 올라온 스탠칼라의 검은 수트가 팜플릿 사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노오란 생머리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긴팔 끝으로 살짝 보이는....골진 T셔츠가 오늘은 지난 공연때의 검정색이 아닌 하얀색이다.

트럼펫을 가슴에 꼬옥 껴안고 있는 하얀 손과 기인 손가락....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약간 비스듬히 서있는 모습이 

아~~ 고혹적이다 못해 화보촬영 모델로 서 있는 듯한 ...포스가 파악 느껴진다.

 

첫곡으로는' 블라디미르 토르친스키'가 세르게이를 위하여 작곡해서 헌정한, 정말  세르게이에게나 어울릴법한  난 곡이었다.

첫곡부터 그의  비르투오소를 즐길 수 있는 소품이었다.

 

지각 관객들이 들어오고...

다시 세르게이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포레의 꿈을 꾼 후에.....

같은 악기로 다른 사람이 연주해도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좀체로 접하기 어려웠던 플루겔 혼으로 이 곡을 듣노라니...

더구나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이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그에게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옛날에 '말러'강의를 들으러 다닐때 들었던 말이 문득 떠 올랐다.

빵빵 불어대야 하는 금관악기를 '여리게' 연주하라고 요구하는 말러때문에 관악주자들이 아주 죽어난다고...

그때 처음 알았다.

금관악기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 지....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에 가끔 금관파트에 수석자리가 왜 비어있는 지....

 

아!!

그런데 세르게이는 저 나팔(?? ㅋㅋ)을 저렇게 다소곳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입에 대고만 있는것 같은데

기막힌 소리가 난다.

시종일관 눈을 감고...

그저 연주할때 마다 살짝 들어가는 볼의 보조개가 다다.

도대체...그가 터득했다는 '순환요법'을 이해하려고 해도 머리와 가슴...무엇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다른 금관주자들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도록 시뻘게지곤 하는데....

'일반인들이 숨을 쉬는 동안 그는 트럼펫을 분다'고....

누가 한 말인 지 정말 기막힌 표현이다. ㅎㅎ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쇼팽의 발라드 1번...

정말 올해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공연장에서만도 이곡에 아주 빠져사는 듯...ㅎㅎ

아무리 아름다운 쇼팽의 곡일지라도 오늘은 아니다.

그저 빨리 끝나고 세르게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에게는...'

이렇게 매혹적인 제목이 있을까~

난 이곡을 처음 들었을때 곡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놀랐고, 무슨 곡인가...제목을 뒤적이다 더욱 놀랐다.

제목이 너무 멋져서....ㅋㅋ

하긴 뭐....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엔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들었든 안 들었든....다 천국일테니...

그래도 그 묵직함과 나직함...여유로움이 단숨에 반할만큼 너무나 근사한 곡이야~ㅎㅎ

근데  세르게이가 플루겔 혼으로 불으니 진짜 남자에게 어울리는 단어같은 ....진짜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같았다는...

아주 푸욱 빠져든 격정적이지도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이났다고 할까???

1부 마지막 곡 '노르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잔잔했던 가슴에 요동을 쳤다.

아!! 나...트럼펫 소리 날카롭고 시끄러워서 그동안 사실 싫어했는데.....

뭐야~~~ 쟨~~~

너무나 매혹적이잖아~

파가니니도 와서 기죽고 가겠다~

 

인터미션에 그냥 자리에 앉아 감동을 추스리고 싶었는데....내 옆자리에 앉은 연인들이 세상에나...숨막히는 연주중에 왜 봉지에서

부시럭거리며 CD를 꺼내 애인에게 주고 난리냐고~~ㅠㅠ

째려(?) 보며 눈치를 줘도 또 부시럭 거리며 손이 봉지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놔~~ 나 공연장의 연인들...싫어~

손잡고...속닥거리고...부시럭거리고...ㅠㅠ

 

암튼...밖으로 나왔다.

마침 명주씨가 나와서 한참 수다를 떨고있는데, 라운지 난간에 눈에 익은 사람이 보인다.

헉!! 임동혁이닷~

카메라를 꺼내 찍었지만, 연신 움직이고 또 친구들에게 감싸여서 잘 보이지도 않고, 또 멀어서 카메라에 담는것은 실패했다.

그 연인이 싫어서 2부엔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나중에 옆을 보니, 몇칸 넘어 임동혁이.....??

참 우습다.

무대위에서 늘상 보는데도 무대밖에서 보면 그렇게도 신기하니....특히 임동혁은 여친이랑 공연장에 온걸 여러번 봤기에 더욱...

그 자연스러움이 더욱 아름답기도 하고....암튼 공인들을 일상에서 보고 또 함께한다는건 신기하다는...ㅋㅋ

 

그렇게 2부를 맞았다.

슈만의 환상 소곡집....

며칠 전 티토 첫공연에서 동혁이와 카퓌송이 함께 연주했던....

아!! 정말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첼로 연주도 참 좋았는데, 플루겔 혼의 연주도 너무나 감미로왔다. 

피아노 연주가 또 있었다.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하겠지~

우리가 보기에 너무나 잔잔하게 그냥 저절로 악기에서 소리가 나는것 같지만, 전에 진회숙씨 강의를 들으러 갔을때 또 들은기억이 난다.

유난히 금관악기가 빛을 발하는 곡이었었는데, 아마 금관악기 주자들 입술이 얼얼 할거라고....

계속 부는것도 아니고 오케 연주중에 부는거 였는데도 입술이 얼얼하다고....?? 금관악기 연주가 얼마나 힘들면....

 

사실 피아노 연주곡 레파토리는 기가 막히는 것들이었지만 연주는 좀....감동을 주지 못했다.

 

다시 세르게이 드장...마지막 곡인 '풀랑'의 '사랑의 길'을 신들린 마냥 신나게 연주해 객석의 혼을 빼며 끝을 내고

커튼 콜을 여러번 할것도 없이 바로 화려한 앵콜이 시작되었다.

파가니니가 울고 갈.....ㅎㅎ

장식음이 수없이 달린 선율은 너무나 화려해서 숨이 다 멎을것만 같았고,  그의 비르투오조를 맘껏  드러낸 고난이도의 테크닉엔 그저 신비감 마저 들었다.

볼이 불쑥 튀어나오도록 한번에 숨을 많이 넣어놓고 조금씩 불어내며 연주하는것도 아니고, 거친 호흡 소리가 객석까지 크게 들리는것도 아니고..정말 연주를 하면서 숨을 조금씩 들이쉬고 내 뱉는 순환요법이라는게.....

와아~~ 표정하나 안 바뀌고 보조개만 살짜기 지으며 매끄럽게 불어댄다니....차암~~

금관악기...그것도 가장 높은 음역이어서 날카롭기만 한 트럼펫 소리가 또한 저렇게 부드럽다니...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이대로 끝인가 했는데...앵콜연주를 또.....

벅찬 가슴을 안고 싸인을 받고자 줄을섰다.

일숙언니와 명주씨하고 못다한 수다를 잠깐이라도 떨고도 싶었지만 싸인을 포기할 순 없다~ ㅎㅎ

한동안 뜸했던 싸인받기 또 발동...ㅋㅋ

 

근사한 사진을 찍고자 똑딱이 디카말고 커다란 SDLR카메라를 가져갔지만, 도대체 선 안에서도 못찍게 하고, 출구밖에서 찍으려니 안내하는 직원들이 완전 감싸고...앞으로는 팬들이 줄서서 싸인받고...

도저히 찍을 수가 없다.ㅠㅠ

그냥 포기하고 돌아오는데...좋았던 감정이 좀 상해온다.

싸인회가 팬을 위한 거야지...사진 한장을 찍을 수 없게 한다는게...

예당처럼 끝도없이 줄을 선것도 아닌데....너무 규제가 심해서 되려 맘이 상했다.

체임버홀이나 금호나 LG에 가면 실컷 사진 찍고 싸인도 맘껏 받아올 수 있는데....

호암에서 싸인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연주자와 함께 사진 찍는정도만 규제를 하면 좋을텐데...

가끔은 정말 사람이 너무 없을까봐 줄서서 싸인 받은 적도 있다~

 

팬이 끝까지 벅찬 가슴을 안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Les chemins de l'amour, FP.10 

풀랑크 / 사랑의 길 - 프랑스 가곡

Francis Poulenc, 1899 ~1963


Les chemins de l'amour
Veronique Gens, Soprano
Roger Vignoles, Piano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 WoO. 46

 

Tonio Henkel, Cello

 

연주곡 : G. 디니쿠 / J. 하이페츠 편곡 <호라 스타카토 Hora Staccato>
연   주 : 트럼펫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