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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북한산 /산성 매표소-태고사-북한산 대피소-동장대-보국문-대남문-구기동

나베가 2010. 6. 11. 01:48

한동안 그렇게도 내 삶에 탄력을 주었던 벙개산행....

그때만 해도 매주 이렇게 다닐수 있을것만 같았었다.

그러나 삶이란게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이것 저것 걸림돌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산행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어달 만에 물꼬를 다시 튼게 지리산......

그리고 운길산 벙개산행에도 참여하고 싶음이 굴뚝같았지만, 하필 그날이 '부부의 날'이라나....

그러니  남편을 두고 훌쩍 산으로 달아날 수 없으니 또 포기.....

그러던 중 이번 '북한산 성벽 트랙킹 벙개'가 뜬 것이다.

 

이번엔 기필코 가리라!!!

 

온 식구가 늦잠꾸러기인 식구들을 뒤로 하고 홀로 도시락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잠결에 '잘 댕겨오라고....' 빠이 빠이까지 해주는 식구들....

좀 늦어서 주엽역까지 태워다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는 사람들에게.....ㅠㅠ

에잇~ 그냥 뛰자!!

 

 

 

이번 벙개에 참여한 식구들은 달랑 네명이었다.

좋은곳을 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함께 하고픈 맘이 50%

어쩌면 사람이 적을 수록 좋은게 또 벙개산행의 매력인게 50%

 

그래서 함께 하고자 많은 사람들에게 문자를 띄웠지만 돌아온 답변은 모두 못간다...였다는거....

그땐 함께하지 못함에 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또 이렇듯 호젖한 산행을 하게 되니 그것도 좋고...

암튼...뭐 다 좋다. ㅎㅎ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서 내려 걸었다.

와아~~ 시야에 들어온 북한산의 모습이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북한산엔 2월...빙하탐험 놀이후 처음이었다.

세상에 불과 엊그제 왔던거 같은데....그러고 보니 그땐 빙하탐험 놀이를 했었잖아~

어느덧 4개월이나 지나다니....

그렇군!! 4개월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야~

얼었던 땅을 완전히 녹이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이젠 완전히 녹음으로 뒤덮였어~

그렇게 되는데 4개월이 걸리는군!! ㅎㅎ

 

또 잠시 시간 계산을 해본다.

흐음~ 그러고 보니 앞으로 또 4개월이 지나면 그땐 또 완전히 붉은 단풍옷을 입고 있겠군!!

정말 4개월이란 시간이 엄청 기인 시간이구나~~~

쓸데없은 시간타령을 해 보면서....

글구 푸르른 녹음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북한산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뜨거운 태양빛에 힘들것을 예상했지만, 산신령님이신 가브리엘 형제님께서 요리 조리 나무 숲이 우거진 샛길로만 인도하사 더없이 낭만적이고 운치있는 길로만 걸었다는......ㅎㅎ

 

아!!

나...사진 찍어주며 맨날 '평생 커피권' 타령하다가 도리어 내가 당했다~

이렇듯 멋진 산행에 동참시켜주는데....내가 평생 커피권 사게 생겼다는......ㅠㅠ

 

 

 

 

 

 

흐드러진 꽃속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쉬며 오이로 목도 축이고......

다시 길을 걷는다.

 

와아~~ 본격적인 작은 오솔길이 나왔다.

숲이 우거진...아기자기한 돌길.....

 

인적이 없어 그 고요함은 더욱 좋다.

마치 잃어버린 원초적인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같아......

비단  오르막 길이라 해도 힘들지않다.

 

 

 

 

 

이때 저만치서 지나치는 이가 있다.

반가움에 인사나누다가 사진 한컷 부탁도 해본다.

단체사진 치곤 너무 조촐한가?? ㅎㅎ

 

 

 

 

 

이제 이 길에선 마지막 계곡의 물길이다.

그러니 아무리 갈길이 먼 나그네라고 할 지라도 그냥 갈 수 없잖아??

우리야 갈 길 먼 나그네도 아니고.....ㅎㅎ

 

가방 풀고, 신발 벗어던지고 양말까지 벗고 물속에 발 담근다.

아~~ 몇분도 채 담그고 있지 않았는데 발이 시려서 더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마치 어린아이 마냥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며 깔깔 댄다.

역시 또 감탄사 연발을 하면서....

 

아!! 그러나 진짜 감탄에 감탄을 연발한 대 사건이 터졌다.

바로....

가브리엘 형제님의 섹스폰 실력을 들었다는...

비단 실연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핸폰에 녹음되어 있는 기막힌 실력의 선율을...

 

상상해 보라!!

이 깊은 숲속에 울려 퍼졌을 섹스폰 소리를......

두번째곡은 소프라노 섹스폰으로 연주한 '구노의 아베마리아' 였다.

소프라노 섹스폰은 '오보에' 소리와 아주 비슷한 .... 천상에서 쏟아지는것 같은 맑은소리....

더우기 이 아베마리아에 얽힌 사연까지 들으니 더 가슴이 절절해져 온다.

 

 

<지금 핸드폰에서 울려퍼지는 구노의 아베마리아에 감동하고 있는 순간이다>

 

아!! 가브리엘 형제님!! 이렇게 훌륭한 실력을 .....

"다음엔 악기를 가지고 오셔서 이 산속에서 들려주세염~~생각만 해도 전율이 일어요~~"

 

"그렇잖아도 이번 7월에 가는 봉화의 '청량산'에 갈때는 가져갈 생각이예요~

 악기만 가져가는게 아니라 반주기와 앰프까지 가져가야해서~~ 보통 산행때는 가지고 올 수가 없어요~"

 

"와아~~ 정말 근사해요!! 기막힌 청량산자락도 나를 유혹하지만 맛있는 바베큐와 섹스폰 연주때문에도 어떠한  일이 생겨도 무조건 가야겠군여~~~"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기막힌 섹스폰 연주도 들으며 꿈같은 짧은 시간을 보내고 기력 충전....

고바위 하나 넘으니 바로 정상.....북한산 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 저기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적당한 숲속에 자리 하나 잡고 도시락을 펼쳤다.

늘상 밥을 안 싸가는 나까지 밥을 싸갔으니 비록 4명뿐일 지라도 펼쳐진 상차림은 진수성찬이었다.

쑥갓과 상치는 가브리엘 형제님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것...

 

산 정상에 올라서 먹는 도시락 만큼 세상에서 맛있는게 있을까~~~

적어도 이 순간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행복감이 충만해져 온다.

 

 

 

 

 

안드레아 전 회장님께서는 약속이 있으시다고 여기에서 하산하시고, 우리는 원래 계획된 코스대로 다시 걸었다.

얼마 안가서 드디어 첫 성벽이 나타났다.

"오옷~ 기념 촬영 들어가야지욤~~"" ㅋㅋ

 

이렇게 나의 사진찍기는 또 시작되었다.

 

 

 

 

 

 

 

 

 

 

 

 

 

  

 

 

동장대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북한산을 오를때 마다 펼쳐지는 정경인데도 볼때 마다 다른 곳인양, 마치 처음 본 양 흥분하게 되니...

하긴 고개만 살짝 돌려도 전혀 다른 구도가 시야에 들어오니, 매번 다른봉에 올라 보니,계절도 다르고 ...

어쩌면 매순간 처음 보는게 맞는 말인 지도 모르겠다. ㅎㅎ

한참을 흥분하다 또 단체사진 한장 찍어준다.

동장대에 왔다는 인증샷!!

 

그리고 이곳을 지나 또 걷는다....

 

한순간의 머뭄...

그리고 지나가는...

삶이 그런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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