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오펜바흐/호프만의이야기/2010.2.13.토/코엑스 메가박스

나베가 2010. 2. 16. 11:32

 

 

 

 

 

 

 

감상후기....

 

메트의 스크린 오페라.....

벌써 몇년 전인지...호암에서 주옥같은 메트의 오페라를 줄줄이 상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하루에 두편씩....종일 극장(?)에 앉아서 영화가 아닌, 오페라를.....그것 또한 생소한 무대가 아닌 영화 스크린으로 보았다는 거....

무척 감동적인 시간이었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다른 클래식에 비해서 오페라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간절한 마음은 적었었다.

 

그러나 벌써 오래 전, 한 편 상연시간이 무려 4시간에서 5시간 반까지나 되는 바그너의 <리벨룽의 반지> 4편의  전 공연을 우리나라에서 상연한 이래도 오페라에 빠져들기 시작....아람누리에서 오페라 강좌를 듣기 시작하면서 스크린 오페라에 대한 간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에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DVD 보는게 다~~

물론 최근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도 더 좋게 재개관 되었고, 지방에도 많은 훌륭한 오페라 극장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배역들의 오페라 공연이 많아진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도 <피찌감독,연출>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운....

그리고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많은 훌륭한 배역들이 속속 한국 무대에 서서 두배의 감동을 전해주는 것도...

 

그러나 항상 갈증이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배역들이 무대에 서는 공연을 보고싶다는...

그러나 그것은 직접 내가 뉴욕엘 가던 지, 베로나에 가던 지....

암튼 내발로 직접 가서 볼 수 밖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는...

그 엄청난 배역들과 무대세트를 한국까지 옮겨온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따르는 터...

몇해 전 이탈리아 오페라단을 초청...오페라 무대가 아닌 콘서트무대를 펼쳤었는데도, 그 가격이 예술의 전당을 다 메웠을때를 감안해도 1인당 티켓값이 26만원을 해야 본전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터....

아예 기대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스크린으로라도 오페라를 보고 싶은 맘이 간절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가격대가 만만찮다는 것이었다.

판권이 문제이고, 디지털로 쏠려면 그 비용이 또 만만치 않아서 옛날 호암에서의 실험공연도 많은 적자를 감수했다고 하니, 그것도....기대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 뿐이었다.

그런데....어느날 메가박스에서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를 상연한다는 것이 눈에 띄지않는가!!

가슴이 쿵쾅 쿵쾅 뛰었었다.

아~~ 그런데 그게 코엑스에서만 그것도 토,일 딱 한번씩만.

그리고 평일엔 오로지 수욜만 한번 상연이 되는 것이었다.

울 집에서 코엑스까지 가려면 2시간 반...티켓찾고 좀 여유를 잡을라면 3시간....ㅠㅠ

그러다 보니 맘만 안타까웠지  가지 못하고 벌써 몇편의 오페라가 지나쳤다.

이러다간 절대 못갈것 같았다.

'무조건 예매를 하는 거다~'

이렇게 명절 전날 ....제사음식을 장만해야 함으로 할 일이 태산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저질렀다.

 

처음 가보는 코엑스 메가박스이니 일찌감치 서둘러 갔다.

아닌게 아니라 찾느라 10여분은 헤멘거 같다. ㅎ~

티켓을 발권하고 커피빈에 가서 케잌 한 조각과 에스프레소 더블을 시켜 마시고는 극장으로 들어섰다.

"이럴때나 VIP석에 앉아보자" 싶어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ㅋㅋ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음향은 아무래도 익숙지 않아 처음엔 기대감에 약간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시야 가득 들어오는 무대가....그리고 출연진들의 무대뒤에서의 대담은 이내 만족감으로 변해갔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올랭피아'역으로 나온 우리나라 성악가 <캐서린 킴=김지현>의 노래와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완벽한 인형.....

그렇게 완벽한 연기를 해냄에도 불구하고 노래 하나 흔들림 없이 불렀다.

이 노래는 '조수미'가 애창하는 노래인데...(매번 그녀의 공연에 가서 대 만족하고 왔던...)

캐서린 킴이 하는 인형의 노래는 정말 이 오페라 역으로 완벽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대했던 '안나 넵트렙코'보다도 난 캐서린 킴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다는...

물론 안나 넵트렙코의 실력과 연기력이야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호프만역의 '조셉 칼레야'의 연기와 노래도 나는 너무 좋았다.

4명의 악인역으로 나왔던 바리톤 <앨런 헬드>의 노래와 연기 또한 압권이었고..

아~ 그게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보통 오페라에서 바리톤은 악역으로 나오지만....ㅎ>

바리톤의 음색은 여심을 단박에 움켜 잡는다니...ㅋㅋ

하긴 뭐...바리톤은 남성의 상징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오페라에선 테너가 여주인공 소프라노와 상대역으로 나오긴 하지만 실지로는 바리톤과 사랑에 빠진다고 그랬다~ ㅋㅋ 그래서 안나 넵트렙코도 무대에선 테너와 사랑을 나누지만 남편은 바리톤이라고....ㅋㅋ

 

호프만의 친구와 시의 여신으로 나왔던 메조 소프라노 <케이트 린제이>의 중성적 매력 또한 멋졌다.

 

오옷~ 창녀 줄리에타~

무대연출 장난아니었는데....

영화나 오페라에서 '베니스'가 없었다면 많은 연출자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그같은 장소를 찾아낼까....생각케 만드는 베니스...

그렇게 아름답고 멋졌던 베니스가 더없이 향락적인 곳으로 묘사되었음에...그 또한 너무나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게 ....천재적 연출가들은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빼내는것 같다.

 

무대의상도 근사했고...

무대연출도 근사했고...

출연진도 좋았고...

스크린에서지만 '제임스 레바인'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호프만 이야기> 라는 오페라 자체가 주는 매력이 ...가장 컸다.

 

비록 오펜바흐의 정통 오페라로서는 유일하고 그나마도 미완성인 작품이지만,그의 천재적 기질이 여실히 나타난....

마치 세편의 오페라를 본것만 같은....

 

예술가는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고, 그들의 삶은 결코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어려우며

결국엔 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반드시 하늘에서 준 은총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바쳐야 할 희생을 요구한다는 걸....

생각했다.

 

 

 

 

 

 

 

 

 

 Barcarolle.

호프만의 이야기 오페라에 나오는 곡이다.

 

 

 

 

'호프만의 이야기' 줄거리

제1막

시의 뮤즈는 시인 호프만을 따라다니기 위해 제자이자 친구인 니콜라우스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호프만의 옛 연인인 여가수 스텔라에게 반한 시의원 린돌프는 그녀의 하인을 매수해 그녀가 호프만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가로챈다. 편지에는 그에게 상처를 준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내용과 함께 그녀의 분장실 열쇠가 들어있다. 호프만이 니콜라우스와 주점에 들어와 어울려있지만 기분이 울적하다. 호프만은 린돌프에게 자신의 불행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우며 여자를 사귈 때마다 늘 그런 속물들이 나타나 자신의 사랑을 망쳐놓는다고 말한다. 스텔라를 생각하며 호프만은 그녀 안에 자신이 사랑했던 세 여자가 모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제 그는 이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2막

호프만은 저명한 과학자 스팔란차니의 딸 올림피아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스팔란차니가 인간과 똑같게 만든 자동인형(로봇?)이었다. 그녀의 두 눈은 광학 기술자인 코펠리우스가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그 코펠리우스에게 호프만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마법안경을 사서 끼게된다. 올림피아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니콜라우스는 호프만에게 진실을 말하지만 호프만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올림피아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올림피아는 '예'와 '아니오'만을 말 할 수 있는(그나마도 의지가 개입되는 것이 아니다.) 상태에서 '예'라고 말하게 되고, 호프만은 올림피아와 왈츠를 추다가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서 넘어지면서 안경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때 코펠리우스가 올림피아의 눈을 만들고 대가로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났다며 올림피아를 부수고 두 사람이 깨어진 인형을 갖고 싸우는데 에 호프만은 실망한다.

제 3막

호프만은 바이올린 제조업자이며 고문관인 크레스펠의 딸 안토니아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유명한 여가수였으나 폐결핵으로 요절했고, 안토니아 역시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소프라노 가수이나 폐가 나빠 담당 의사는 노래를 금한다. 의사인 미라켈 박사는 안토니아의 병을 낫게 할 약을 크레스펠에 팔려고 하나 집밖으로 쫓겨나게 되고 이에 앙심을 품은 미라켈은 크레스펠이 집을 비운 사이에 안토니아에게 접근해 노래를 하도록 부추기고 결국 노래를 하던 안토니아는 쓰러지게 된다.

제4막

안토니아를 잃은 후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고 결심한 호프만은 고급창녀인 줄리에타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슐레밀이라는 정부(情夫)와 동거중인 그녀는 마술사이기도 한 선장 다페르투토에게 예속되어 있는 여자다. 그녀는 애인들의 그림자와 거울을 빼앗아 다페르투토에게 바쳐야 한다, 그림자나 거울의 상실은 곧 영혼의 상실을 의미한다. 슐레밀도 그림자를 읽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거울을 가져가도록 허락한다. 호프만과 슐레밀 사이에서 결투가 벌어지고 슐레밀은 다페르투토가 호프 만에게 준 칼에 목숨을 잃는다. 호프만이 쥴리에타에게 달려가 보니 그녀는 다페르투토와 함께 곤돌라에 몸을 싣고 웃으며 사라진다.

제5막

공연이 끝나고 스텔라가 주점에 나타난다. 그녀는 호프만이 찾아오지 않은 것에 기분이 몹시 상해있다. 그리고, 스텔라의 사과를 모르는 호프만은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 기회를 잡아 린돌프가 그녀에게 팔을 내밀자 그녀는 그와 함께 떠난다.

목적을 달성한 시의 뮤즈는 니콜라우스의 모습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만족해한다. 모두가 떠난 후 호프만은 몽롱해진 상태로 혼자 남게 된다.

 

 

 박종호의 오페라글라스 -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
사랑은 떠나고,
결국 곁에 남는 것은 예술뿐”
theme talk 02
<호프만 이야기>는 자크 오펜바흐가 1백 편에 이르는 오페레타들을 성공시킨 후 마지막에 남긴 단
한 편의 진짜 오페라이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작품은 결국 미완
성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는 미완성인 덕분에 이 작품은 공연 때마다 내용과 순서가 조금씩 다른
수많은 버전을 낳게 되었다. 지금은 오페라의 이러한 빈틈들이 도리어 연출가나 지휘자들에게 자
신들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호프만 이야기>는 공연 때마다 새로운 내용과 구
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늘 살아 있는 오페라다.
작품의 제목에 나오는‘호프만’은 원작자의 이름이다. E.T.A. 호프만은 독일의 대표적인 요정낭만
주의 작가로서,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소설들로 유명하다.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작품들 중 몇 개의
단편을 빌려와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하여 오페라를 만들었다. 처음 프롤로그의 주인공으로는 작
가 자신인 호프만이 나온다. 그는 뉘른베르크의 오페라하우스 옆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오페라극장에 들어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공연을 감상한다. 제1막이 끝나 인터미션이 되자 술
을 마시러 들어온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를 알아본 학생들이 그에게 사랑 이야기를 해달라
고 조르자 호프만은 자신이 겪었던 세 번의 실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바로 이 오페라의 세
개의 막이 된다. 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학생들은 제2막을 보러 극장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그에게귀를기울인다.“ 샹젤리제의모차르트”라불리던오펜바흐가자신의작품이모차르트
의 걸작보다 재미있다는 자신만만한 위트를 이 대목에서 보여준다.
올랑피아’이야기
첫 번째 장면으로 가장 많이 채택되는 것은‘올랑피아’장면이다. 올랑피아는 최근 대부분의 공연
에서 제1막으로 놓인다. 이것은 올랑피아를 선택하는 극중 호프만의 판단력이 가장 미숙하고, 앞에
놓이는 것이 다른 장면으로의 이행에 훨씬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올랑피아 장면은 이탈리아의 로
마가 무대다. 물론 지구상의 어떤 도시라 해도 상관은 없다. 과학자 스팔란차니는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발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에게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정신이나 과
학자로서의 도덕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든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는 것이 그의 목
적이며, 그 목표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이 대목에는 당시 과학자들의 부도덕함을 고발하려는 원작
자 호프만의 예리한 통찰력이 들어있다.
스팔란차니는 사람과 거의 유사한 자동인형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자동인형은 지금의
로봇을 연상시키는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인형호프만에게 보여준다. 호프만은 로마에 유학 온 학생으로 스팔란차니의 제자인 셈이다. 스팔란차
니는 호프만이 돈 많은 집 자식이며 여자 보는 데 어수룩하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인형 올랑피아를
진짜 여자로 보이게 해 팔아넘기려 한다. 그럼으로써 빚을 많이 진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
는 것이다. 올랑피아 장면은 다만 인형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올랑피아들이 넘쳐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마치 인형처럼 만들어 외모와 의상과 프로필
로 포장해 시장에 전시한다. 자식의 육성은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에 집중될 뿐이다. 자식
역시 자신의 영혼에는 관심이 없다. 그녀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노래하고 춤추는 자동인형과 다
르지 않다. 호프만처럼 진실을 판단할 능력이 상실되어 있다. 다만 겉모양이 예쁘고 노래하고 춤추
는 모습에 반해버린다. 자신들이 부모의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인형이라는 것을 모른다.
극중에는 코펠리우스라는 또 다른 과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스팔란차니가 기술이 모자랐던 부분을
대신 도와준 사람으로, 올랑피아의 눈을 만들었다. 그 역시 돈이 궁한 과학자로서 호프만에게 특수
한 색안경을 판다. 그 안경을 끼면 올랑피아가 인형이 아니라 완전한 여자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호프만은 안경을 사서 끼고 그녀에게 완전히 반해버린다. 흔히 말하듯이‘눈에 무엇이 씌운’격
이다. 어리석은 호프만은 올랑피아에게 빠져 구애한다. 하지만 눈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사기마저
당한 코펠리우스는 스팔란차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올랑피아를 고장 낸다. 부서진 올랑피아를 보고
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 호프만… 하지만 이미 마음을 상한 다음이다.
‘안토니아’이야기
제2막의 경우는‘줄리에타’의 장면을 넣는 경우도 많지만, ‘안토니아’장면을 배치하기도 한다.
아직 분명한 대세가 없긴 하지만, 여기서는 안토니아를 먼저 언급해본다. ‘안토니아’장면의 배경
은 원래 뮌헨이나 이 역시 결정적인 장소는 아니다. 안토니아의 아버지 크레스펠은 버전마다 그 직
업이 다르다. 음악 애호가로서 악기를 취미로 수집하는 사람으로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버전에서
는 악기 제작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노래를 잘하는 성악도인 안토니아를 딸로 두고 있지만,
딸이 노래하는 것은 한사코 반대한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몸이 망가지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
다. 노래를 하면 폐가 터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의학적으로 그런 표현이 가능한 병들은 적지
않다. 어쨌거나 그녀는 노래를 너무 좋아하지만, 노래하면 몸은 버텨내지 못하고 점점 망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의 감시 때문에 노래를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주치의인 미라클 박사
가 집에 왕진을 온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라클 박사의 내방을 원하지 않는다. 박사는 크레스펠의
부인, 즉 안토니아의 어머니 주치의이기도 했는데 박사가 그녀를 죽였다고 크레스펠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아의 어머니는 생전에 성악가, 즉 유명한 프리마돈나였는데 딸과 같은 병을 가지
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박사는 치료해주는 대신 노래를 부르게 해 죽게 만들었다고 크레스펠은 믿
고 있다. 그런데 박사는 또다시 자신의 딸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려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도 역시 의
사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미라클 박사는 끊임없이 안토니아에게 노래하라고 부추긴다.
안토니아는 계속 그를 피하지만 노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생기니, 바로 박사가 죽은 어머니
의 목소리를 불러냈기 때문이다. 원작에는‘어머니의 목소리 또는 유령’이라고 되어 있어서 무대 뒤
에서 메조소프라노의 음성만 들리게 되지만, 요즘은 많은 연출가들이 어머니를 무대 위에 불러낸
다. 로버트 카슨의 기념비적인 바스티유 극장 연출에서는 아예 무대 위에 어머니가 부르던 <돈 조반
니>의 무대가 나타나면서 그녀가 프리마돈나(아마 정황으로 보아 돈나 안나일 것이다)가 되어 노래
를 부른다.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자, 안토니아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노
래를 부르면 내 안에서 어머니가 살아나는 것 같다”라고 느끼니 말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그녀는 노래를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어머니의 음성에 맞춰 그 노래를 부른다. 아,
얼마나 그리던 순간이던가! 안토니아와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미라클이 부르는 이 3중창 대목이
‘안토니아’장면의 클라이맥스가 되고, 노래가 끝나면 안토니아는 쓰려져 죽는다. 그녀의 시신을을

 

껴안은 호프만은 통곡한다. 세상에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할 수 있는 육체
를 지니지 못한 경우도 많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여러 주변 환경들이 안토니아의 경우처럼 대입될 수 있을 것이다.
‘줄리에타’이야기
흔히 마지막에 배치되는 것이‘줄리에타’의 장면이다. 줄리에타는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데, 그녀는 유명한 코르티잔이다. 줄리에타를 마지막에 두는 것은 진실한 사랑을 했음에도 육체적
으로 이루지 못한 호프만이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베네치아의 유곽에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의 호프만은 안토니아에게 이루지 못한 육체적인 사랑을 줄리에타에게서 해소
하려 한다. 줄리에타는 안토니아와는 정반대로 육체는 줄 수 있는 여성이지만, 결코 마음은 주지
않는다. 줄리에타가 호프만을 유혹하는 것은 그녀의 자유 의사가 아니라 악마의 유혹 때문이다. 마
법사 다페르투토로서, 그는 남자들의“거울 속 이미지”를 모은다. 당연히 그것은 남자의 영혼을 상
징한다. 다페르투토는 거울 속 이미지 모으는 작업을 줄리에타에게 부탁하는데, 대가로 그녀에게
다이아몬드를 제시한다. 결국 줄리에타는 호프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금전적인 대가 때문에 호프만을 유혹하는 것이다. 사정을 모르는 호프만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
고, 결국 거울 속에서 얼굴이 사라진다. 영혼을 잃은 것이다.
호프만은 이미 줄리에타에게 영혼을 빼앗긴 그녀의 전 애인, 아니 고객인 슈페밀과 그녀의 방 열쇠
를 가지려고 다투게 되고, 그 와중에 다페르투토의 장난으로 슈페밀을 죽이게 된다. 단순한 연애에
서 이제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호프만의 인생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데 고개를 돌려보니, 줄리에타는 그녀의 징그럽고 못생긴 하인 피티치나초를 껴안은 채 다이아몬
드를 끼고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신사들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결투까지 벌였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나 껴안을 수 있는 창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로 대표되는 금전이나 사업
등에서 이득을 취하고 나아가 사회적 성공마저 이룬다. 하지만 불쌍한 호프만은 그런 그녀에게 마
음을 주고 영혼마저 빼앗기고 결국은 그 상처로 길을 헤매는 것이다.
<호프만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세 타입의 여성들은 다만 다른 성향의 여자들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의 타입을 세 가지로 크게 대별한 것이기도 하다. 한 여성 속에서 이런 세 가
지 속성을 다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여성상
과도 유사하다. 세 여자와의 세 번의 사랑 이야기를 다 들려준 호프만은 지쳐서 술에 자신을 맡긴다.
그런 그 앞에 지금의 애인인 스텔라가 나타난다. 스텔라는 바로 이웃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던
오페라 <돈 조반니>의 프리마돈나, 즉 돈나 안나를 부른 프리마돈나다. 공연을 마치고 호프만을 만
나러 온 그녀는 술에 찌든 호프만을 바라본다. 스텔라를 본 호프만은 그녀에게“당신은 누구지? 올
랑피아? 안토니아? 아니면 줄리에타?”라고 묻는다. 사실상 스텔라 안에 그녀들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녀는 호프만을 남겨두고 또다시 떠난다. 호프만은 다시 쓰러진다. 그는 술을 찾는다.
그런 그 앞에 예술의 신 뮤즈가 나타난다. 이것은 환상적인 부분인데, 보통 호프만을 쫓아다니면서
그의 헛된 사랑에 조언을 하던 그의 단짝 친구인 니클라우스가 뮤즈로 변하는 연출이 많이 시도
된다. 뮤즈는 쓰러진 호프만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그에게 마지막의 가장 감동적인 아리아를 불러
준다.“ 호프만, 당신의심장이재로타버려도괜찮아. 사랑은인간을강하게만들고, 눈물은인간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지… 호프만, 너에게는 예술이 있어. 일어나.”그렇다. 세상의 사랑은 변하고 여
자들이 당신을 버리지만, 당신에게는 예술이 있다. 예술은 결코 우리를 버리거나 배신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술뿐일지 모른다.
글 _ 박종호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