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오페라/이도메네오(모짜르트)/2010.1.21.목/예당 오페라극장

나베가 2010. 1. 19. 02:18

 

 

 

공연후기.....

 

이 공연이 초연된 1781년...당시만 해도 바로크시대의 세리아 오페라가 주를 이루던 시절,

25세의 젊은 모짜르트가 시도한 대담한 오페라의 서막을 알리는 오페라 <이도메네오>가 2010년 국립오페라단의 첫공연으로 테이프를 자르며 시작되었다.

캐스팅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정명훈 지휘자의 서울시향 연주에 유럽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이도메네오역의 '김재형'과 역시 유럽등 국내에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고음악의 최고의 소프라노  '임선혜'가 일리아역으로....

 그리고 모짜르트 오페라 전문 소프라노로 인정받고있는 '헬렌 권'이 엘레트라역으로....

그리고 외모나 목소리에서 중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이다만테역을 맡고 있다.

 

더우기 모짜르트 자신도 자신의 최고의 오페라라고 말했을뿐만 아니라, 초연때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230년 동안이나  베일에 쌓여있다가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오페라라니....

이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른 공연이 무관심해 질 정도였다.

 

처음 접하는 오페라이니 만큼

이곳 저곳 찾아다니며 예습도 충분히 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한 정결예식(?)으로 커피도 한잔 하고,

오페라 극장을 가득 메울 만큼 커다랗게 매달려 있는 브로마이드도 한컷 카메라에 담고...ㅋㅋ

평소보다는 좀 일찍 홀로 들어갔다.

 

수십번 들은(?? ㅎㅎ)서주가 힘차게 울려퍼진다.

늘 무대 위에서의 모습만 보다가 무대 아래에서 지휘하는 정명훈 지휘자의 모습이 좀 낯설긴 했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만들어 내는  시향의 음악에 믿음이 간다.

 

드디어 커튼이 오르고 심플한 무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일리아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임선혜의 청아한 목소리가 배역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들었다.

이어 등장한 이다만테역의 양송미....

이다만테역을 남성이 맡지않고 바지역으로 양송미가 맡는다고 해서 좀 어색하지 않을까...생각했던 우려는

난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감탄했다.

일단 체구가 왠만한 남자보다도 크고 목소리의 중성적인 매력이......WOW~~

특히 체구도 작고 외모나 목소리가 여성적인 임선혜와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음향이 이렇게 좋았었나?? 싶을 만큼 오케스트라 연주는 성악가들의 소리를 하나 하나 살아 움직이도록 내주는데 완벽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쳄발로는 이들의 청아하고 맑은 음색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며 드라마틱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이전 바로크 음악과 다른 점....

중창과  힘찬 합창부분 도입....

성악가들은 말할것도 없이 합창단의 중창부분도 어찌나 잘하는 지..

 

아~~

그리고 무대의 세련됨....

내가 처음으로 현대 무용가의 대모격인 <피나바우쉬>의 작품을 보면서 접했던 무대의 영상미에 놀랐던 감동을 생각하면....

요즘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무대이지만...

아무튼....아무리 봐도 조명과 영상미로 리얼함을 살리는데는 최고라고 늘 감탄을 하는 바다.

이동식 무대로 철썩거리는 파도에 휩쓸려 살아나온 '이도메네오' 김재형의 등장은 보너스를 받은 것 같은 멋진 무대...

 

와아~~

유려한 미성에 힘찬 드라마틱함까지...

신문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한층 더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은 그의 첫노래를 듣는 순간...감동으로 변해갔다.

1막의 마지막 장면....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만 하는 자신의 처절함을 물속에 무릎끓고 노래하며 결국 물위에 쓰러지는 장면은

리얼함을 극대화시키며 관객을 빨아들였다.

 

또다른 감동의 장면....

일리아가 이도메네오앞에서 자신의 심경을 노래하는 장면...

타원형의 흰색과 생명의 띠를 상징한 s자로 떨어져 있던 빨간색 띠, 그리고 두 배우의 의상과 전체적인 검정색 배경...

검정 대리석 바닥과 물에 비친 거울효과까지...현대적 감각의 절정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던 완벽한 객석의 분위기와 임선혜의 청아한 노래는 반짝이는 별처럼 빛을 내었다.

얼마만에 이렇듯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어 티끌하나 없는 완벽한 공연의 감동속에 빠져들어 보는 지...

이어진 이도메네오의 아리아도 가슴속에 요동쳤고,죽음을 상징하듯 핏빛으로 변해버린 무대도 멋진 연출이었다.

 

아! 아가멤논의 딸-엘레트라 헬렌 권의 분노에 찬 노래와 연기도 압권이었다.

 

2막.....시돈의 항구를 묘사한 무대의 광활함이 WOW!!

정말 파도가 철썩거리는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이 다 뻥뚫리는 기분이었다.

아르고스에 이다만테와 함께 가게 된 엘레트라의 기쁨에 넘쳐 부르는 노래는

그녀가 연기해 낼수 있는 모든 교태와 행복함을 표현해냈다.

참...요즘 오페라 가수들은 힘들겠다.

가만히 서서 노래부르기도 힘들텐데...온갖 교태를 부리면서 누워서...엎어져서까지 노래를 불러야하다니...

 

평온한 분위기에서 폭풍이 불어닥치고 괴수가 나타나는....사람들이 모두 어지럽게 도망치는 장면 연출이

자연스럽게 영상과 막으로 처리한 장면도 아찔했다.

 

3막에서의 감동적인 아리아...

일리아의 맑디 맑은 청아함은 무대를 제압했고, 백성들에게 재앙의 이유를 고백하는 이도메네오의 처절한 노래,

모든걸 용서하는 신의음성이 들리고 그에 절규하는 엘레트라의 넋이 나간 연기와 노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페라의 드라마틱함에 점점 빠져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제물로 바칠때의 높이 올려지던 무대.....그 밑으로 드러나던 바다의 표현...정말 멋졌다.

 

1780년대...

신의 영웅담이 주제였던 세리아 오페라에서 신에 대응하는 인간적인 사랑과 용기에 포커스를 옮겼다는 드라마틱함...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 기막힌 화음의 중창과 우렁찬 합창, 무대의 광활함,

박수 칠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

쳄발로와 목관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우렁찬 오케반주...

화려한 이름값을 제대로 소화해 낸 가수들...

 

모든게 감동 그 자체였던 2010년을 여는 첫 오페라였다.

<2010.1.22. 베가>

 

 

 

Idomeneo, Re di Creta, K.366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

 

형 식 : 전 3막의 오페라 세리아 Opera seria (Dramma per musica)

 

대 본 : 앙투안 당세(Antoine Danchet)의 대본 이도메네(Idomenee)를 기초로

지안바티스타 바레스코(Gianbattista Varesco)가 작성한 이탈리아어 대본

 

초 연 : 1781년 1월 29일, 뮌헨의 레지덴츠테아터 Residenz Theater

 

등장인물

이도메네오 IDOMENEO - 크레타 왕 (T)

이다만테 IDAMANTE - 이도메네오의 아들 (S/T)*

일리아 ILIA, 트로이 공주 - 프리아모스의 딸 (S)

엘레트라 ELETTRA - 아르고스 공주, 아가멤논의 딸 (S)

아르바체 ARBACE 이도메네오의 측근 (T)

넵튠의 대신관 HIGH PRIEST OF NEPTUNE (T)

넵튠의 목소리 VOICE OF NEPTUNE (Bs)

사제들, 트로이 포로들, 크레타인들, 선원들의 합창

*초연시 카스트라토가 맡았던 이다만테 역은 빈 상연시 테너로 바뀌었다

 

기악편성 : 플루트/피콜로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3, 팀파니, 현악, 콘티누오

 

연주시간 : 약 2시간 50분

 

 

▶작곡과 초연

 

제 머리와 손은 온통 제 3막으로 가득 차서, 제 자신이 3막으로 변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겁니다...(1781년 1월 3일, 레오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차르트가 새 오페라 주문을 받은 때는 1780년 10월이었다. 뮌헨의 사육제 시즌을 위해 오페라 세리아를 주문한 사람은 만하임에 더해서 최근 바바리아의 선제후까지 된 카를 테오도르 Karl Theodor였다. 대본 작가인 바레스코로부터 대본을 넘겨 받은 모차르트는 일단 잘츠부르크에서부터 작곡을 시작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아리아들만큼은 실제 노래를 부를 가수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모차르트는 6주간의 휴가를 얻어 12월 5일 뮌헨으로 출발한다.

 

그곳에서 모차르트는 수년 전 만하임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는 무척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정작 이도메네오의 작곡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는데, 구습에 물든 가수들과의 부조화도 한 원인이었지만, 주요 원인은 대본 수정을 둘러싼 작가와의 줄다리기 때문이었다.

세리아계를 주름잡는 대가인 메타스타지오의 대본에조차 손을 댄 적이 있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의 사제에 불과한 바레스코의 대본에 불만을 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뮌헨에 있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 있는 아버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본 작가와 의사 소통하는 일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아버지와의 의견 교환은 당연히 편지로 이루어졌는데, 아 편지들에는 대본 수정에 관한 견해 말고도 감기 치료법이나 요리법과 같은 사소한 정보부터, 바바리아인들의 무례함에 대한 개탄이나 형편없는 가수들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내용이 함께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그 중에는 모차르트의 작곡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제발 더 이상 우울한 내용의 편지는 보내지 마세요. 제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유쾌한 정신, 맑은 머리, 일에의 몰두니까요. 침울할 때는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없답니다…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는 세세한 연출 상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작곡했다. 그는 제 3막에서 일단 퇴장했던 이도메네오가 다시 들어온다는 지시도 없이 다음 장면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장면을 지적하며, 스스로 이도메네오가 다시 입장할 때 연주될 수 있는 간소한 행진곡을 첨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런 모차르트에게 극의 후반부 넵튠의 목소리 장면 직후에 나타나는 황당한 무대 지시는 골칫거리였음에 틀림없다. 대본에 따르면 이 장면에서는 조금 전까지 기쁨에 넘치던 군중들이 엘레트라 혼자서 광란의 아리아를 부를 시간을 주기 위해 뜬금없이 퇴장했다가 아리아가 끝난 뒤에야 다시 등장해 계속 즐거워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정말 바보 같은 지시라고 한탄하고 있다.(결국 음악적으로 훌륭한 이 아리아는 초연시 삭제된다)

 

대본상의 문제와 아울러 가수들과의 마찰 역시 작곡의 진척을 방해했다. 모차르트의 친구이자 극중 이도메네오 역을 맡았던 라프 Anton Raaff는 66세의 전성기가 한참 지난 노 테너로서 모차르트가 인간적으로 존경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모차르트의 비판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라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신의 있는 최고의 친구임은 분명하지만, 구닥다리 관습에 너무 찌들어 있어서 피를 끓게 만듭니다 차라리 제 1막의 아리아처럼 통속적인 곡을 작곡한다면 차라리 쉽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들으시기에는 좋으실 지 모르지만, 제가 차라리 다른 가수를 위해 썼다면 이 텍스트에 훨씬 잘 어울리는 곡을 작곡할 수 있을 겁니다. 라프는 장황하게 늘어진 콜로라투라 패시지만 좋아하고 표현을 어떻게 하는가에는 관심조차 없답니다…

 

한편 이다만테 역을 맡았던 델 프라토 Vincenzo del Prato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신출내기 카스트라토였던 그는 처음에는 효과적인 카덴차 처리방법조차 몰라서 모차르트가 모든 것을 가르쳐야 했다고 전하는데, 얼마 후에 그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수준까지 떨어진다.

속까지 썩어 빠진 녀석이고, 지금까지 무대에 선 자 중 가장 형편 없는 연기자.

 

아무튼 모차르트는 이 두 사람이 일말의 열정이나 생기도 없이 레치타티보를 망쳐 놓고 있다고 개탄하기 일쑤였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부분의 레치타티보를 줄여 달라고 대본 작가에게 요구해야 했다.

 

앞서의 인용문에서와 같이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 중 제 3막을 작곡하는 데 유난히 신경을 썼다. 일단 3막의 대본이 너무 긴 관계로 음악 역시 지나치게 길어졌으며, 그로 인해 정말로 나무랄 데 없는 곡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삭제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치 아픈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가수들은 일단 완성된 곡에 대해서도 불평을 하기 일쑤였다.

 

일례로, 이 오페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제 3막의 사중창을 부르게 하는 데에도 모차르트는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자기 목소리를 과시할 기회가 없다고 라프가 이 장면에서 중창보다는 자신만을 위한 아리아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노래한다기 보다는 말하는 듯 표현해야 하는 이 사중창의 창법이 자신에게는 영 생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물러나지 않았다.

…친애하는 친구여, 만약 제가 이 곡 중에서 바꿀 수 있는 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바꿔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오페라에서 이 곡만큼 제 마음에 드는 곡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한 번만 불러 보신다면 당신도 마음을 돌이키게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앞서의 두 아리아에서 당신의 요구를 들어드리기 위해 갖은 신경을 다 썼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세 번째 아리아에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삼중창이나 사중창에 관해서 만큼은 작곡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주셔야만 합니다…

 

라프는 이것 말고도 마지막 아리아에서 대본 상의 모음들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불평했으며, 모차르트에게 메타스타지오의 다른 대본에서 가사를 차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마지 못해 모차르트는 이 일을 아버지와 상의했으며, 레오폴트는 짜증이 난 바레스코를 설득해 수정시키느라 애를 써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전곡은 완성되었다. 궁전에서 이루어졌던 리허설을 지켜본 카를 테오도르는 제 2막의 일리아의 아리아 Se il padre perdei를 듣고는 감탄하여 '저 작은 머리에서 이 많은 것이 나왔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이도메네오의 초연은 1781년 1월 29일 마침내 이루어졌다. 레오폴트와 난네를도 참석한 초연은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언론은 음악보다는 폭풍 장면이나 항구 등에 쓰인 무대 장치에 더 관심을 쏟는 것 같았다.

결국 이도메네오는 동 극장에서 몇 차례에 걸쳐 재연되었을 뿐, 다른 극장에서 상연되지는 않았다. 모차르트는 수 개월 후 이도메네오 역을 베이스로 바꾸고 좀 더 프랑스풍으로 곡을 수정하여 빈에서 상연하려고 했다지만 아마도 계획에 그쳤던 것 같다.

 

그로부터 5년 후 이도메네오는 빈에서 아마추어에 의해 상연되었다. 모차르트는 이것을 기회로 대대적인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당시의 상연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상연되었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는 없으나, 크게 달라진 것만 든다면 이다만테의 음역을 테너로 바꾸었다는 점과, 2막의 시작부분을 고쳐 제10곡을 삭제하고 이다만테의 셰나와 론도 Ch'io mi scordi di te?-Non temer, amato bene, K.490를 새로 작곡하였다는 것, 그리고 제 3막에서 제 20곡을 이다만테와 일리아의 이중창 Spiegarti non poss'io, K489로 대체하였던 것을 들 수 있다.

 

 

▶원작과 대본

 

이 작품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1712년 초연된 프랑스 작곡가 캉프라 Andre Campra (1660-1744)의 트라제디 릴리크 Tragedie Lyrique 이도메네 Idomenee이다. 바레스코는 프롤로그와 5막으로 구성된 당세의 대본을 3막으로 된 오페라 세리아용으로 바꾸면서 몇 가지 수정을 가하는데, 둘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넵튠은 물론, 엘레트라와 한 편인 비너스까지 등장하여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원작과는 달리, 바레스코의 대본에서는 단지 넵튠만 등장하며, 그것도 판토마임이나 목소리 연기 등 소극적인 출연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들과 아버지 모두가 일리아를 사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원작과는 달리 바레스코의 대본에서는 이도메네오가 일리아를 사랑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결말인데, 신들이 사주한 광란 상태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마는 이도메네의 비극적 결말과 달리, 바레스코의 대본에서는 넵튠이 '사랑의 승리' 운운하며 석연찮게 노여움을 풀게 되면서 해피 엔딩으로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그러나 대본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설픈 결말보다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나치게 긴 대본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모차르트가 요구했던 것도 대부분 대본의 삭제에 관한 것이었다. 음악의 효과를 중요시했던 모차르트는 아무리 문학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운문이라도 아리아로서는 부자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노래에는 단어마다 일일이 음악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장황한 수사는 음악의 흐름을 지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차르트는 아무리 극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장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축소를 요구했다. 일례로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제 3막의 넵튠의 목소리 장면은 대사가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지 보다 짧은 길이의 판본을 남기고 있다. 한편, 제 1막 부자 상봉 장면이나 제 2막 이도메네오와 아르바체의 상담 장면에서는 가수들이 긴 레치타티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서 관객들이 따분해 할 뿐더러,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길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만약 작가가 짧게 못 하겠다면 직접 하겠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레오폴트의 응답은 이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부자 상봉 장면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뿐더러 이들 장면은 각 막의 처음에 있으니까 관객들은 그리 지루해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보자 마자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 안는 것은 코미디에서 광대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리고 줄여 봤자 시간을 얼마나 벌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이 반대의 이유였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현격한 견해차가 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

 

때는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 직후이고, 장소는 크레타 왕국의 수도인 시돈이다. 크레타 왕 이도메네오는 트로이 공주 일리아를 인질로 대동한 채 함대를 이끌고 귀향하는 중이다. 그런데 일리아를 호송하던 선발 함대가 크레타 섬 근처에서 폭풍에 난파되고 만다. 죽을 위기의 일리아를 구한 것은 크레타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이도메네오의 아들 이다만테였다. 그들은 첫눈에 호감을 가지게 되지만, 불행히도 이다만테에게는 그를 사모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오빠 오레스테스가 어머니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한 후 크레타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아르고스 공주 엘레트라였다. 오페라는 이러한 미묘한 삼각관계부터 시작된다.

 

서곡

 

- 제 1막 -

 

제 1장 - 시돈의 궁전 내에 있는 일리아의 방

막이 열리면, 크레타에 인질로 잡혀온 트로이 공주 일리아가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조국의 원수 그리스에 대한 복수심과 크레타 왕자 이다만테에 대한 사랑, 연적 엘레트라에 대한 질투심이라는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그녀는 동요하는데, 결국 마음의 평화를 잃고 만 일리아는 이미 잃어버린 혈육들을 애타게 부르며, 미워해야 할 원수인 그리스인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탄식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제 1곡 일리아의 아리아 Padre, germani, addio!)

 

제 2장

때마침 이다만테가 방으로 들어와 상심해 있는 일리아를 위로한다. 그는 방금 이도메네오의 함대가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크레타에 억류된 트로이 포로들을 모두 석방하도록 했는데, 이젠 자신만이 사랑의 포로로 남게 되었다며 일리아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속으로는 사뭇 반기면서도 동족에 대한 의무감에 그를 거부하는 일리아를 부드럽게 설득하는 이다만테, 전쟁의 책임은 자신이 아닌 잔인한 신들에게 있지만, 만일 그녀가 원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노라고 다짐한다. (제 2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Non ho colpa)

 

제 3장

이 때 이다만테의 명령에 의해 소집된 트로이 포로들과 크레타 주민들이 등장한다. 이다만테는 포로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허락하는 동시에, 크레타와 트로이 두 백성간의 화합을 선언한다. 운집한 사람들은 평화와 사랑을 찬미하는 합창을 소리 높여 부르며 기뻐한다. (제 3곡 합창 Godiam la pace)

 

제 4장

그런데 바로 그 때, 포로 석방 소식을 듣고 경악한 엘레트라가 등장해 이다만테를 맹렬히 비난한다. 적인 트로이인들을 비호함으로써 그리스 전체를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다만테는 도리어 그녀를 설득하려고 애를 쓴다.

 

제 5장

그런 와중에 갑자기 비통한 표정을 한 아르바체가 들어와 뜻밖의 비보를 전한다. 귀향하던 이도메네오의 본진이 크레타 근해에서 폭풍을 만나 난파하였으며, 왕은 죽은 것 같다는 소식이다. 절망한 이다만테는 황급히 바닷가로 떠나고, 일리아 역시 그를 동정하며 자리를 뜬다.

 

제 6장

홀로 남은 엘레트라는 격렬한 분노에 휩싸인다. 만약 이다만테가 왕이 되면 자신을 제치고 일리아와 결혼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명색이 제국의 공주인 자신이 한갓 패전국 노예 따위에게 연인을 빼앗기게 된 것을 몹시 분해하는 엘레트라, 지옥의 쓰디쓴 분노를 곱씹으며, 이 고통을 자신의 연인을 앗아간 자에게 안겨 주리라 복수를 부르짖으며 나가 버린다. (제 4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Tutte nel cor vi sento)

 

제 7,8장 - 해변

폭풍과 같이 격렬한 아리아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장면은 진짜 거센 풍랑이 몰아치고 있는 바닷가로 바뀐다. 여기저기 솟아 있는 바위들 사이로 이미 파선한 배들의 앙상한 잔해가 보이는 가운데, 격렬히 요동치는 함선 위에서 가까스로 살아 남은 선원들은 여기 저기서 신들에게 살려 달라고 절규한다.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었는지, 저 멀리 거친 파도 속에서 넵튠이 홀연히 나타나 삼지창을 뉘여 폭풍을 잠재우더니 지중해 깊은 바다 속으로 다시 사라져간다. (제 5곡 합창 Pieta! Numi, pieta!)

 

제 9장

이윽고 초췌한 몰골의 이도메네오가 부하들을 이끌고 해변으로 상륙한다. 지친 병사들을 해산시킨 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조금 전 넵튠에게 했던 맹세를 상기하고는 이내 안색이 어두워진다. 실은 무사히 상륙하게 해 주는 대가로 처음 만나는 사람을 넵튠의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해 버렸던 것이다. 자신 때문에 피를 흘려야 하는 무고한 사람에 대한 죄의식에 괴로워하며, 이도메네오는 희생자의 혼령이 밤낮으로 나타나 무고를 주장하며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고 뇌까리며 비통한 자신의 심경을 노래한다. (제 6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Vedrommi intorno)

 

제 10장

그 순간 한 청년이 이도메네오에게로 다가온다. 조난 당한 선원인 줄로만 알고 친절을 베푸는 젊은이를 보자 막상 그를 죽여야 하는 이도메네오는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윽고 수심에 찬 청년에게 무슨 곡절이 있는지 묻는 이도메네오, 청년의 대답을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바로 그 젊은이가 자신의 아들인 이다만테였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버지가 생환했다는 사실에 그저 감격하는 이다만테, 그러나 자신의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 이도메네오는 아들의 포옹마저 거칠게 뿌리치고는, 자신을 못 본 것으로 하라는 추상 같은 명령만을 남긴 채 서둘러 사라져 간다. 아버지가 자신을 그토록 차갑게 외면하는 영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다만테, 아버지를 간신히 찾자마자 다시 잃어버리게 되었다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노래하는데, 방금 전까지 기뻐서 죽을 줄 알았던 자신이 이제는 슬픔 속에 죽게 되었다고 탄식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퇴장한다. (제 7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Il padre adorato)

 

인테르메초

바다는 이제 완전히 고요해졌다. 당당한 행진곡과 함께 폭풍 속에서 살아 돌아온 크레타 병사들이 줄지어 개선해 들어온다. (제 8곡 행진곡 Marcia) 크레타 여인들이 달려가 그들을 환영하고 기쁨의 춤을 춘다. (제 8a곡 두 크레타 여인의 춤 Balle le donne Cretesi) 강력한 바다의 통치자 넵튠을 찬양하는 장대한 합창과 기쁨의 중창이 교차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제 9곡 합창 Nettuno s'onori)

 

 

- 제 2막 -

 

제 1장 - 왕궁 내 이도메네오의 방

막이 열리면 이도메네오가 측근 아르바체에게 자신이 겪었던 풍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넵튠과 반 강제로 맺었던 약속에 대해서도 솔직히 고백하며,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충성스러운 아르바체는 일단 넵튠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이다만테를 숨길 것을 왕에게 권한다. 즉, 일단 외국에 머무르면서 다른 신의 보호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한 이도메네오는 귀향하는 엘레트라를 호위한다는 핑계로 아들을 아르고스로 피신시킬 것을 결심한다. 일리아가 방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들은 이도메네오는 아르바체에게 빨리 일을 진행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이 중요한 계획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한다. 아르바체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도운다면 왕의 근심은 사라질 것이라고 위로하며, 왕을 보좌하는 자는 설사 고통만이 기다리더라도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노래하고 퇴장한다. (제 10곡 아르바체의 아리아 Se il tuo duol)

 

제 2장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일리아는 대단히 정중한 어법으로 이도메네오에게 인사한다.

그녀에게 자신이 준 상처를 잘 아는 이도메네오는 최대한의 호의를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비록 아버지와 조국, 마음의 평화를 모두 잃었지만, 이제 이도메네오와 크레타가 자신의 새 아버지와 조국이 되었다며 지금은 슬픔과 고통 대신 기쁨과 만족만이 가득하다고 공손하게 노래하고는 자리를 뜬다.

(제 11곡 일리아의 아리아 Se il padre perdei)

 

제 3장

사라져 가는 일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이도메네오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일리아의 태도가 이상할 정도로 갑자기 호의적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다만테에 대한 사랑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한 이도메네오는 갑자기 더 참담해지는것을 느낀다. 그는 이제 넵튠과의 약속으로 인한 희생자가 한 사람 더 늘었다고 중얼거리고, '하나는 칼로, 나머지 두 사람은 슬픔으로 고통받게 되었다'며 한탄한다. 억눌린 감정을 이기지 못한 이도메네오는 '비록 바다에서는 구출되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더 무서운 폭풍이 일고 있다'고 외치면서 이런 잔혹한 시련의 목적이 무엇이냐며 잔혹한 신을 원망하고는 호위병들을 이끌고 퇴장한다.

(제 12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Fuor del mar)

 

제 4장

들뜬 표정의 엘레트라가 등장한다. 고향으로, 그것도 이다만테와 함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한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데, 이제 라이벌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모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은 엘레트라, 설령 일리아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 중얼거린다. 아울러 사랑의 효험은 연인이 가까이 있을수록 더 큰 법이라고 스스로 도취된 듯 노래하는데, (제 13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Idol mio, se ritroso) 멀리서부터 출항을 알리는 행진곡이 들려오자 비로소 제 정신을 차리고 항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 5장 - 시돈의 항구

행진곡 소리가 점점 커지며 장면은 출항 준비가 한창인 시돈 항구로 바뀐다. (제 14곡 행진곡 Marcia) 고향으로 떠나는 아르고스인들과 그들을 전송하는 크레타인들, 그리고 선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엘레트라가 등장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시돈 항구에 얽힌 회한을 이야기하고는 작별을 고한다. 바다도 잔잔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우니 어서 떠나자고 부드럽게 노래하는 군중에 합세해 엘레트라는 '따스한 산들바람아 어서 불어와 찬 북풍을 잠재우고 사랑을 만방에 퍼뜨려 다오'라고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군중들도 이에 화답하여 다시 합창한다.

(제 15곡 합창 Placido e il mar)

 

제 6장

그 때 이도메네오에 떠밀리다시피 하여 이다만테가 등장한다. 주저하는 이다만테에게 아버지는 엄한 목소리로 어서 떠날 것을 종용하고, 진정한 지도자의 수업을 마치고 영웅으로 명성을 얻기 전까지는 아예 돌아올 생각을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마침내 아버지의 손에 작별 키스를 청하는 이다만테, 진심으로 이도메네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엘레트라, 부디 행복하라고 축복하는 이도메네오, 이들은 삼중창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모두 신의 가호를 빈 후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희망을 노래하는 엘레트라와는 달리 부자는 속으로 비참한 운명을 탄식하는데, 이다만테는 일리아를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아들의 진심을 알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는 아버지 역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한다. 그러나 끝으로 세 사람은 마음의 동요가 부디 가라앉도록 하늘이 동정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을 한마음으로 기원한다.

(제 16곡 엘레트라, 이다만테, 이도메네오의 삼중창 Pria di partir, oh Dio!)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거센 폭풍이 불기 시작한다. 겁에질린 사람들은 넵튠에게 자비를 구하지만, 바람은 점점 거세게 몰아치고, 천둥 번개까지 치는 가운데 배들이 벼락을 맞고 하나 둘 불타기 시작한다. 급기야 바다 속에서 무시무시한 괴물마저 나타나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이 모든 재앙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느냐며 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제 17곡 합창 Qual nuovo terrore!)

 

보다 못한 이도메네오가 앞으로 나서며 자신이 바로 그 죄인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그는 자신을 대신 벌하는 대신 무고한 아들만은 살려달라고 신에게 애원하지만, 자신을 속이고 희생물을 빼돌리려고 한 것에 대한 넵튠의 분노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오히려 천둥 번개만 한층 격렬해지고, 괴물마저 상륙하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이도메네오는 불공평한 신을 원망하고 만다. 왕의 이런 불경스러운 언동에 당황한 사람들,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괴물을 피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한다. 항구는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끔찍한 운명을 한탄하는 합창만이 멀리 사라져 가는 사람들과 함께 점차 잦아들며 조용히 막이 내린다. (제 18곡 합창 Corriamo, fuggiamo)

 

- 제 3막 -

 

제 1장 - 왕궁의 정원

막이 열리면 일리아가 홀로 정원을 거닐고 있다. 마음 속으로는 이다만테를 사랑하면서도 그런 감정을 직접 드러낼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일리아는 산들바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다만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자신의 눈물을 먹고 자란 나무와 꽃들에게 자신의 사랑만한 사랑은 하늘 아래 없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달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부탁한다. (제 19곡 일리아의 아리아 Zeffiretti lusinghieri)

 

제 2장

그 때 굳은 표정의 이다만테가 등장하여 작별을 고한다. 자신은 온 나라를 파괴하고 있는 괴물과 싸우러 간다며, 이기던지 죽던지 간에 이 고통을 끝맺겠노라고 말한다.

놀란 일리아는 필사적으로 그를 만류하지만, 이다만테는 일리아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다급해진 일리아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고 마는데, 동족에 대한 의무도 중요하지만, 사랑의 열정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귀를 의심하는 이다만테, 일리아는 그가 죽기도 전에 자신은 이미 슬픔으로 죽어 있을 것이라며 울먹인다.

 

상심한 일리아에게 건내는 이다만테의 사랑의 노래로 이중창이 시작된다. 가슴 저리는 사랑의 기쁨을 고백하는 그에게 일리아는 슬픔과 탄식은 이제 없다며 언제나 성실할 것을 다짐하고, 마침내 결혼할 것을 굳게 약속한 이들은 사랑이 고뇌를 극복했다며 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제 20곡 일리아와 이다만테의 이중창 S'io non moro a questi accenti - 아마도 초연시 삭제)

 

제 3장

때마침 등장한 이도메네오와 엘레트라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놀란다. 들킨 것을 알고 겁에 질린 일리아를 이다만테가 진정시킨다. 엘레트라는 배신감에 몸서리를 치고, 이도메네오는 자신의 예감이 적중했다며 탄식한다. 여전히 싸늘한 태도를 보이는 이도메네오에게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이다만테는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미워하느냐고 안타깝게 묻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대답은 냉정하기 그지없다. 그가 다정한 모습을 보일수록 분노는 배가된다는 것이다. 이다만테에게 내려진 명령이란 오로지 이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행운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절망한 일리아는 엘레트라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는 엘레트라의 모멸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들은 사중창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죽을 때까지 홀로 떠돌며 살겠다고 노래하는 이다만테, 죽어도 함께 죽자며 매달리는 일리아, 잔인한 넵튠을 원망하며 죽고만 싶은 심정을 호소하는 이도메네오, 언제 이 원수를 갚을까 속으로 치를 떠는 엘레트라, 속사정은 각각 다르지만 고통의 한계를 넘어 버렸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이들은 죽음보다 심한 고통을 한 목소리로 토로하는데, (제 21곡 일리아, 엘레트라, 이다만테, 이도메네오의 사중창 Andro ramingo e solo)

마침내 이다만테는 슬픈 표정을 하고 퇴장하고 만다.

 

제 4장

황급히 등장한 아르바체가 궁전 앞에 군중이 구름같이 몰려와 왕을 찾고 있다고 보고한다. 이도메네오는 넵튠의 대신관이 모든 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낀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퇴장하는 이도메네오, 걱정스런 표정의 일리아와 엘레트라 역시 서둘러 그를 따라간다.

 

제 5장

혼자 남게 된 아르바체는 눈물과 슬픔의 도시가 된 시돈의 불행을 한탄한다. 언젠가는 어떤 신이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 위안도 해 보지만, 당장 자비의 손길이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우울해 한다. 절망한 그는 이것으로 크레타의 영광이 끝나지는 않을까, 아니 이 고통이 영원하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아르바체는 만약 크레타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장에라도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부디 왕과 왕자만은 살려 달라고 신들에게 애원하기 시작하는데, 만약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죽겠으니 부디 노여움을 풀고 시름에 빠진 왕국을 구해 달라고 간절히 노래하고는 퇴장한다. (제 22곡 아르바체의 아리아 Se cola ne' fati e scritto - 빈 상연시 생략)

 

 

제 6장 - 궁전 앞의 대 광장

크레타의 영화를 말해주듯 화려한 동상들로 장식되어 있는 대 광장에 지금은 두려움에 질린 군중들이 운집해 있다. 아르바체를 포함한 신하들을 대동한 이도메네오가 입장하여 왕좌에 앉는다. 사람들을 대표하여 앞에 나선 대신관이 온 나라를 유린하고 있는 괴물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라고 왕을 질책한다.

그는 수천명의 백성들이 탐욕스런 괴물의 뱃속에 산 채로 먹히고 있는 이 마당에 정작 이들을 구해야 할 왕은 주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넵튠에게 바치기로 한 사람이 누군지, 또 지금 어디 있는지 어서 밝히라고 요구한다. 더 이상 괴로움을 참지 못한 이도메네오, 마침내 제물은 바로 이다만테였다고 털어놓고 만다. 감정이 북받친 그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것을 똑똑히 보라고 신들에게 외치고는 나가 버린다.

(제 23곡 대신관과 이도메네오의 레치타티보 Volgi intorno lo sguardo)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아 무시무시한 맹세!'라며 공포에 질린 그들은 마치 지옥을 본 듯 몸서리를 치는데, 대신관조차도 잔인한 맹세를 한탄하며 죄없는 왕자를 용서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두려움과 슬픔을 다시 한 번 노래하며 이들은 모두 퇴장한다. (제 24곡 합창 Oh voto tremendo!)

 

제 7장 넵튠 신전의 앞

장면은 바뀌어 호화롭게 치장된 넵튠의 신전이다. 신전 앞에는 삼지창을 든 넵튠상이 서 있고, 신전 너머로는 멀리 바닷가가 보인다. 군중이 신전 회랑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사제들이 묵묵히 희생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엄숙한 행진곡에 맞춰 예복을 갖춰 입은 이도메네오가 입장하고 그 뒤로 수많은 신하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제 25곡 행진곡 Marcia)

 

의식은 바다의 왕 넵튠을 진정시키는 이도메네오의 노래로 시작된다. 사제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되풀이하고, 이도메네오는 백성들의 뉘우침을 받아들여 부디 폭풍을 잠재우고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 탄원한다. 그런데 기도를 들어 달라는 사제들의 합창이 끝나는 순간, 저 멀리 팡파르와 함께 승리를 연호하는 함성이 들려온다. (제 26곡 이도메네오의 카바티나와 합창 Accogli, oh re del mar- Stupenda vittoria!)

 

제 8장

어리둥절한 표정의 이도메네오에게 아르바체가 급히 달려와 이다만테가 괴물과 싸워 이겼다는 사실을 고한다. 그러나 반갑기에 앞서 신의 진노가 더해졌다고 절망하는 이도메네오, 어서 이다만테를 찾아와 제물이 되게 하라고 명령한다.

 

제 9장

바로 그 때, 이미 자초지종을 들은 이다만테가 스스로 희생자의 흰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승리자의 관을 쓴 채 호위병과 승려에 둘러싸여 입장한다. 참담한 표정의 군중들을 뒤로 하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은 이다만테는 마침내 입을 연다. 이제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곧 자신을 죽일 아버지의 손에 입맞출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냉정한 태도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아닌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이다만테는 자신에게 생명을 주었던 사람에 의해 죽게 된것을 다행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영원한 평화와 신들에 대한 외경심이 회복되기를 소원한다.

 

이도메네오는 자신을 용서하라며 마침내 진심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운명을 거역할 수 없었노라고 애통해 한다. 그러나 이다만테는 연민을 거두고 어서 자신을 죽여 근심을 덜라고 위로한다. 자신 하나를 죽임으로써 많은 신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어차피 백성 모두가 왕의 아들이 아니냐고 말하는 이다만테, 일리아를 아버지에게 맡기며 딸로 삼아 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이 나라와 아버지에게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노래하는데, 자신의 연인이 평온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비록 영혼이나마 천국에서 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명을 달게 받아들인다. (제 27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No, la morte io non pavento - 초연시 삭제?)

 

제 10장

이제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 마음의 각오가 됐으니 지체 말고 어서 죽여 약속을 완수하라는 이다만테의 재촉에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은 이도메네오, 떨리는 손으로 도끼를 집어든다. 작별 인사를 마치고 막 내려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등장한 일리아가 끼어들어 그를 제지한다. 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도메네오, 진정하라는 이다만테, 의식을 방해하지 말라고 호통하는 대신관에게 일리아는 이다만테 대신 자신이 희생물이 되기를 간청한다. 그녀를 따라 등장한 엘레트라는 뜻밖의 행운(?)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데, 일리아가 대신관에게 애원하며 무릎을

꿇는 순간, 갑자기 땅 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넵튠 상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신관은 얼른 제단 앞에 엎드려 신탁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겁에 질린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마침내 깊고 낮은 목소리의 신탁이 하늘에서부터 느릿하게 그러나 엄숙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사랑이 승리하였도다… 이도메네오는 퇴위할 것이며… 이다만테가 뒤를 이을 것이다… 그리고 일리아는 그의 아내가 될 것이며… 이것으로 넵튠은 진정하고, 하늘은 만족하며, 순결은 보상 받으리라.'

(제 28곡 넵튠의 목소리의 레치타티보 Ha vinto Amore)

 

뜻밖의 경사스러운 명령에 놀란 이도메네오는 신의 자비에 감사하고, 일리아와 이다만테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아르바체 역시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데, 오로지 엘레트라만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에 휩싸인다. 자신만 빼고 모든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격분한 그녀는 사랑도 희망도 이제 안녕이라고 선언한다.

이다만테가 라이벌 품에 안긴 꼴을 사람들의 조롱을 받으며 지켜보느니 차라리 오빠 오레스테스를 따라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드는 편이 낫겠다는 엘레트라, 망령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의탁하더니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과 탄식의 동반자가 되리라 중얼거린다.

 

그녀는 허공에 대고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오레스테스와 아이아스가 겪었던 쓰라린 고통을 지금 자신이 느낀다며, 복수의 여신의 횃불이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고 읊조린다. 마침내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엘레트라, 독사의 이빨과 칼로 심장을 도려내어 이 고통을 끝내리라 소리지르고는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이 격렬하게 뛰쳐나가 버린다. (제 29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D'Oreste, d'Aiace -초연시 삭제)

 

제 11장

어안이 벙벙한 군중 앞으로 나선 이도메네오가 '이제 희생은 끝났으며, 약속도 지켜졌다'며 평화의 도래를 선포한다. 그는 기꺼이 신탁을 따르겠다고 반기며 이다만테를 새 왕으로, 일리아를 왕비로 선언한 후 자신은 퇴위한다.마지막으로 그는 크레타의 행운을 빌며 행복해 한다.

 

마침내 마음의 평화가 찾아 왔다며 다시 찾은 열정과 젊음을 온화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도메네오, 그것은 마치 봄날에 고목이 꽃이 피고 싱싱해 지는 것과 같다며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표현한다. (제 30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Torna la pace al core -초연시 삭제)

 

지금까지의 우울한 분위기를 떨쳐 버리듯 사람들은 희망에 찬 합창으로 왕국의 경사를 축하한다. 사랑의 신 아모르과 결혼의 신 이메네오, 그리고 쥬노에게 어서 내려와 달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백성들, 새로맺어진 국왕 부부의 마음속에 영원한 평화를 허락해 달라고 노래한다. (제 31곡 합창 Scenda Amor, scenda Imeneo) 장대한 합창에 이어 크레타 인들의 힘찬 군무가 일제히 시작되는데, 다채로운 무용이 화려하게 펼쳐진 후 성대한 피날레와 함께 막이 내린다. (발레음악 Ballet K.367)

 

 

APPENDIX

 

(빈 상연시 제 2막 1장 직전에 삽입된 부분)

고민 끝에 이다만테를 엘레트라에게 양보하기로 작정한 일리아는 자신을 잊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정색을 한 이다만테는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자신이지만 만약 원하지도 않는 다른 여인을 사랑해야 한다면 비탄 속에 죽어갈 것이라며 그녀의 결심을 만류한다. 여전히 고민하며 한숨짓는 일리아를 바라보며 그는 부드럽게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자신의 마음은 그녀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슬픈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도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고 토로하며 진실한 마음이 이렇게 고통을 받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천지신명에게 하소연한다. (제 10곡 이다만테의 론도 Non temer, amato bene K.490)

(빈 상연시 제 20곡의 대체곡)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고 노래하는 일리아, 사랑의 고백을 듣고 넘치는 만족에 주체하지 못하는 이다만테, 두 연인은 이런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제 20곡 이다만테와 일리아의 이중창 Spiegarti non poss'io K.489)

 

 

▶음악

 

스물 다섯 살의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음악적 체험을 종합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탈리아적인 선율과 형식의 기반 위에 글룩과 피치니의 적극적인 합창 운용법, 독일풍의 충실한 기악과 풍부한 감정 표현기법을 융합하여 지극히 개성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단순히 개혁 오페라의 아류로 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겠다.

 

체질적으로 현실주의자였던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서 여느 때보다도 가수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곡을 쓰는데 신경을 썼다. 전작들인 미트리다테나 루치오 실라에서 맞춤 아리아를 작곡한 경험은 있었지만, 이번만큼 가수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주관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었다. 라프의 경우 칸타빌레보다는 긴 콜로라투라 패시지를 가진 브라부라 아리아에 강점이 있으며, 정확하고 아름다운 딕션을 구사한다는 사실을 모차르트는 수년 전 만하임에서 보았던 그의 공연들을 통해 이미 간파하고 있었고, 따라서 브라부라를 원하는 라프의 요구를 제약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전작들과는 차별화된 화려하고도 극적인 관현악법을 구사하고 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쓰면서 만하임 오케스트라의 고도의 합주력을 염두에 두었음이 분명하다. 만하임 오케스트라는 장군들로 구성된 군대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났던 악단이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서 만하임에서 애용되던 클라리넷을 자신의 오페라에 처음 적용한 것은 물론, 아리아 및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에서 목관악기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표현을 가능케 하였다. 금관에서는 비록 넵튠의 신탁이 내리는 장면에서만 등장하지만 트럼본의 효과적인 활용이 눈에 띤다. 뿐만 아니라 약음기를 단 트럼펫과 호른 역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악 주법 역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대신관의 레치타티보에 쓰인 트레몰로 효과라던가, 희생 의식 장면에서의 피치카토 등이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화성적 측면에서도 진일보하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아리아는 물론 레치타티보에서조차 대담한 전조를 구사하였으며, 곳곳에 나타나는 반음계적 화성은 이전에서는 흔치 않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라장조라는 기본 조성을 바탕으로 극적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조성을 선택하였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이 시종일관 거의 끊어지지 않고 흘러간다는 점이다. 이전의 모차르트 오페라에서는 피날레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음악적으로 단절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번호식 오페라의 전통으로서 아리아를 부른 가수에게 박수를 받을 시간을 주기 위한 구실이었다. 그러나 이도메네오에서 대다수 아리아는 종지와 동시에 휴지 없이 다음 곡으로 바로 연결됨으로써 박수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에서 표현력이 제한되어 말 그대로 무미 건조한 레치타티보 세코 대신에 관현악 반주를 동반하여 음색이 풍부한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를 대폭 도입함으로써,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사이의 음악적 이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연속성 유지를 보다 용이하게 하였다. 즉, 이러한 중간 지대를 통해 한 장면은 아리아에서 세코로 또 세코에서 아리아로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서곡

대담하게 시작하는 라장조의 서곡은 곡 전체의 장대하고 심각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음계가 시원한 이 서곡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 디미누엔도 되는 부분 말미에 집요하게 나타나는 하행하는 음으로 구성된 이른바 '이다만테의 동기'이다.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의미 심장한 이 동기는 전곡을 통해 여러 번 상기된다. 아무튼 서곡 역시 다음 곡과 연결되기 위해 화려하게 종지하는 대신 점차 조용해지며 자연스럽게 일리아의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로 이어진다.

 

제 1곡 일리아의 아리아 Padre, germani, addio!는 일리아의 예민한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직전의 레치타티보에서는 아리아의 주요 동기를 예시함으로써 아리아와의 일체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아리아는 비록 안단테의 조용한 곡이지만 긴장감만큼은 알레그로 곡들에 못지 않는 곡이다. 모차르트는 여기서 선율의 유려함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탄식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그리스인(Grecia)을 언급할 때의 살짝 주저하는 부분과 그녀가 아버지를 배반하고 그리스인(이다만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탄하는 후반부에서 첼로에 의해 연주되는 이다만테의 동기이다. 이 곡 역시 여리게 종지하며 곧장 레치타티보 세코로 들어간다.

 

제 2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Non ho colpa는 정열적인 사랑의 호소를 복잡한 장식 없이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의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 역에게 주어졌던 기교적 아리아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이런 파격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인지, 가수의 실력 부족을 감안했기 때문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아무튼 이 곡에서는 성악보다는 관현악 반주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주목할 만하다.

 

제 3곡 합창 Godiam la pace는 크레타 처녀 두 명과 트로이 병사 두 명을 위한 이중창 한 쌍을 끼고 있다. 비록 간결하고 밝은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모차르트가 써 왔던 합창과 특별히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다.

 

제 4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Tutte nel cor vi sento의 음산한 도입부를 들은 당시의 관객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차르트는 순전히 극적인 효과만을 위해 전통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우선 성악부는 선율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외침에 가깝다. 또한 반주는 신경질적이며, 반음계의 빈번한 사용이 두드러진다. 심지어 종결조차도 정상적(?)이 아니다. 즉, 높은 음으로 절규하는 'crudelta'에서 모차르트는 둘째 음절에 유난히 강세를 주는 반면 마지막 음절은 짧게 마침으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제 5곡 합창 Pieta! Numi, pieta!에 앞서 모차르트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간주를 집어 넣음으로써 무대장치를 교체할 시간을 교묘히 벌고 있다. 초연시 인기를 끌었던 바로크 풍의 무대장치보다도 지금은 차라리 음향적 효과에 더 관심이 간다. 합창단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무대 가까이(2부 합창) 그리고 멀리(4부 합창) 배치함으로써 입체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 곡은 제 3곡과 같이 전통적인 유형이 아니라 철저히 글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곡 역시 점차 힘을 빼며(이 때 넵튠의 판토마임이 벌어진다) 레치타티보로 이어진다.

 

제 6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Vedrommi intorno는 나이든 테너 라프의 구미에 맞게 쓰여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곡의 형식 자체가 도발적인 엘레트라의것에 비해 약간 구식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섬세한 반주의 묘사력만큼은 일품인데, 목관악기의 우울한 음색 배합이 두드러진다. 전반부 안단티노에서 이다만테의 동기가 변형되어 연주되는 부분('giorno'를 부르는 부분)은 향후 비극적 사건의 복선으로 보인다.

 

제 7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Il padre adorato는 여전히 장식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아리아보다는 감정 표현이 더 직접적인 곡이다. 공포(d'orror)를 노래하는 부분에서 반주 역시 부르르 떠는 등, 가사의 내용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반주형이 인상적이다. 역시 박수칠 마음이 나지 않도록 조용하게 끝을 맺는다.

 

제 8곡 행진곡부터 제 9곡 합창 Nettuno s'onori까지는 모차르트가 특별히 인테르메초로 이름 붙인 부분인데, 극의 진행에는 별 영향을 못 미치는 곡들이다.

아마도 1막과 3막의 음악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된 부분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증명하듯 합창과 발레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들이 많이 나타난다. 팀파니의 으르렁거림이 돋보이는 힘찬 행진곡에 이어 악보에 치아코나(샤콘느)라고 표기된 장대한 합창이 뒤따르는데, 여성 이중창, 남성 이중창에 이어 네 명이 함께 노래하는 중창의 중간 부분을 끼고 있다. 빈번한 크레센도 효과와 절정에서의 절묘한 총휴지가 감동적 효과를 자아낸다.

 

제 10곡 아르바체의 아리아 Se il tuo duol는 전적으로 아르바체 역을 맡은 가수의 취향에 맞춰 작곡한 것으로, 형식 자체도 완벽한 다 카포 양식인데다가, 차분하고 심오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가수의 요구대로 활기찬 음악이 붙어서 극적인 측면에서는 약간 이질적인 아리아이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만 보면 나름대로 유창한 맛이 있다. 한편 빈 상연시 이 곡을 빼고 새로 추가한 장면을 위해 후에 작곡된 이다만테의 론도 Non temer, amato bene K.490는 바이올린 오블리가토까지 딸린 대단히 아름다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다 폰테가 작성한 가사가 이 곡보다도 덜 극적이기 때문에 대체의 효과가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제 11곡 일리아의 아리아 Se il padre perdei는 플루트, 오보에, 호른, 바순, 이 네 관악기를 오블리가토로 동반하고 있는 고요하고 서정적인 안단티노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기량을 요구하는 곡이기도 하다. 리허설 때 선제후가 한 번 듣고 감명 받았을 정도로 빼어난 이 곡은 목소리와 목관이 나누는 정밀한 대화를 듣다 보면 어느새 곡이 끝나 버려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곡이기도 하다. 이 아리아의 모티브는 이어지는 이도메네오의 레치타티보에까지 인용되는데, 이를 통해 이도메네오가 그녀의 말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제 12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Fuor del mar는 모차르트 스스로 전곡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아리아로 꼽고 있으며, 라프 자신도 만족해서 리허설 기간 중 밤낮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팀파니까지 동반하여 호화 찬란한 이곡의 형식 자체는 사실 낡은 브라부라 bravura 다 카포 아리아에 불과하지만, 모차르트는 그 틀 안에서 멋진 감정 표현을 구현해 냈다. 즉, 이 곡에는 라프의 장기인 늘어지는 콜로라투라 패시지가 있지만 극적으로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의 위협을 묘사하는 데에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콜로라투라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만일 라프와 같이 또렷한 딕션으로 부르기만 한다면 대단한 매력을 풍기는 인상적인 아리아이다. 다 카포되기 직전에 목관으로 절묘하게 전조되는 대목 역시 매력 포인트이다.

 

제 13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Idol mio, se ritroso는 현악으로만 반주되는데, 전곡에서 엘레트라가 부르는 아리아 중 유일하게 평온한 감정을 드러내는 곡이다.

이 곡의 끝부분 역시 다음 곡인 행진곡(제 14곡)과 오버랩되는데, 목관과 팀파니, 약음기를 단 트럼펫, 호른이 멀리서 다가오는 행진곡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행진곡을 배경으로 레치타티보를 읊조리는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피가로의 결혼 3막 피날레의 시작을 자꾸 연상하게 한다.

 

제 15곡 합창 Placido e il mar는 엘레트라의 감동적인 독창부를 끼고 있으며 전곡 중에 가장 정적인 곡에 속한다. 그러나 이 투명하고 평안한 분위기는 이도메네오 부자의 격렬한 등장과 함께 깨지고, 마침내 상반된 감정을 노래하는 삼중창으로 발전한다. 제 16곡 엘레트라, 이다만테, 이도메네오의 삼중창 Pria di partir, oh Dio!에서 모차르트는 이들의 다양한 감정이 점점 심화되어 마침내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 17곡 합창 Qual nuovo terrore!으로 극의 긴장은 최고조로 달하는데, 심한 강약 대비를 통해 돌연한 폭풍과 괴물의 출현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고음의 피콜로가 번개를 묘사하는 가운데, 마지막 부분에서 '누가 죄인인가?' 하는 처절한 의문이 관악기를 통해 세 번 울려 퍼짐으로써 의미심장한 느낌을 고조시키고 있다.

 

제 18곡 합창 Corriamo, fuggiamo를 부르며 마침내 웅성대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들이 멀어짐에 따라 점차 소리도 작아지는데, 가장 끔찍한 순간을 의외로 조용하게 마무리함으로써 오히려 역설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19곡 일리아의 아리아 Zeffiretti lusinghieri으로 3막이 시작된다. 사연은 슬프지만(눈물로 식물에 물을 주다니!) 음악 자체는 상냥한 이 곡의 동기는 선행하는 레치타티보에서 이미 언급되어 있다. 특히 감동적인 부분은 아리아의 후반부로서 반음계적 화성을 사용하여 성악 선율의 시적인 표현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곡 역시 휴지 없이 레치타티보로 곧장 돌입한다.

 

제 20곡 일리아와 이다만테의 이중창 S'io non moro a questi accenti 비록 두 연인의 유일한 사랑의 이중창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은 아니다. 극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심각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화기 애애해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빈 상연시 이 곡을 대체한 이중창 Spiegarti non poss'io K.489 역시 극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전곡에서 분리되어 나중에 따로 작곡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 21곡 일리아, 엘레트라, 이다만테, 이도메네오의 사중창 Andro ramingo e solo은 앞서 인용에서 본 것과 같이 모차르트 스스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곡이다. 모차르트 연구가 아인슈타인이 오페라 세리아 사상 최초의 위대한 앙상블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던 이 곡은 앞서의 삼중창보다도 다양한 인물의 감정(절망, 분노, 탄식, 사랑)을 더 또렷이 포착해 내고있다. 실제로 성악부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말하는 것에 가까우며, 이런 점이 현실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표현 뿐 아니라 여러 이질적인 성부를 다룸에 있어서 화성법, 대위법적 기교 역시 우수하며, 이다만테의 저음 선율로 시작과 끝을 맺는 등 조형감각도 빼어나다.

제 22곡 아르바체의 아리아 Se cola ne' fati e scritto는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 실망스런 곡이다. 일급 성악가였던 당시의 가수의 요청에 못 이겨 작곡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대본 역시 밋밋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결국 완성된 아리아 역시 전통만을 충실히 따른 그저 그런 곡이 되고 말았다.

 

제 23곡 대신관과 이도메네오의 레치타티보 Volgi intorno lo sguardo의 관현악 기법은 마치 차이데에서 사용했던 멜로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즉, 서주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는 먼저 왕과 신하들의 입장을 묘사하고, 느린 부분에서는 사제들의 등장을 표현한다. 이어서 격렬한 현은 백성들의 아우성을 나타낸다. 레치타티보에서 주목할 부분은 왕이 희생물의 정체를 고백하는 대목인데 '이다만테의 동기'가 집요하게 반주되고 있다.

 

제 24곡 합창 Oh voto tremendo!는 대신관의 독창을 사이에낀 침통한 곡인데, 반주(홀수박?)와 합창(짝수박?) 사이의 리듬형의 불일치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팡파르 총주가 음산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선율에서의 반음계적 진행이 인상적이다.

 

장엄한 행진곡(제 25곡)에 이어 제 26곡은 이도메네오의 서정적인 카바티나 Accogli, oh re del mar로 시작된다. 사제들의 합창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모노포니로 진행되던 경건한 의식은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들려오는 합창 Stupenda vittoria!로 중단된다.

 

제 27곡 이다만테의 아리아 No, la morte io non pavento는 아마도 모차르트가 초연 직전에 삭제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빠르고-느리고-빠른 전형적인 다 카포 아리아인 이 곡의 치명적인 약점은 극의 진행을 불필요하게 오래 잡아끈다는 것이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세 대의 트럼본과 두 대의 호른으로 엄숙하게 반주되는 제 28곡 넵튠의 목소리의 레치타티보 Ha vinto Amore에서는 트럼본만의 독특한 음색이 신비함을 자아내고 있다. 일찍이부터 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곡에서만 간간히 등장했던 트럼본이 세속 극장에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하는데, 이 악기는 이후 돈 지오반니 중 석상의 초대 장면에서도 등장하게 된다. 아무튼 모차르트 자신은 이 신탁 장면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최소한 세 개의 판본을 남기고 있는데, 그의 지론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일단 곡이 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결국 이 부분은 가장 짧은 판본으로 낙착되었다.

 

제 29곡 엘레트라의 아리아 D'Oreste, d'Aiace는 아쉽게도 대본상 상황 설정의 잘못 때문에 초연 직전에 어쩔 수 없이 삭제되는 비운을 겪었지만, 사실 무심히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곡이다. 이 곡 역시 선행하는 레치타티보와 떼어 생각할 수 없는데, 레치타티보에서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일말의 주저함 없이 아리아로 돌진한다. 거침없이 몰아치며 시작되는 이 아리아는 그녀의 첫 아리아와 마찬가지로 선율이 두드러진다기 보다는 외침과 반주의 효과에 더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분절된 프레이즈와 거친 총주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의 정교한 트릴이 그녀의 전율을 묘사하는 한편, 평화스럽기만 하던 목관마저 광기로 번득인다. 정신나간 웃음을 연상시키는 격렬한 패시지를 거쳐 박력 만점의 코다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제 29곡 엘레트라의 아리아와 제 30곡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Torna la pace al core의 관계는 왠지 모르게 마술 피리에서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와 바로 다음 곡인 자라스트로의 아리아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지극히 평온한 이 아리아는 모차르트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전곡 중 이도메네오가 마음 편히 부르는 유일한 곡이다. 3막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제하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이 곡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 31곡 합창 Scenda Amor, scenda Imeneo은 최후의 곡답게 더할 나위 없이 축제적인 성격이다. 비록 단순한 선율이기는 하지만, 전곡의 복잡한 갈등에 비추어 보면 차라리 간결한 맛이 있어서 좋은 곡이다. 이어서 5부분으로 된 발레음악 K.367이 연주되는데, 발레라는 점에서 프랑스 취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모차르트의 발레 음악 작곡 경험은 결코 일천하지 않다. 알바의 아스카니오와 루치오 실라에서 발레곡을 작곡한 데 이어, 1778년 파리 체류시에는 오랜 친구인 노베르 Noverre를 위해 레 프티 리앙 Le petits riens, K.App. 10이라는 미완성 발레 모음곡까지 작곡한 경험이 있었다. 곡은 마지막 합창과 거의 유사한 선율을 가진 당당한 샤콘느 Chaconne로 시작해 라르고-알레그레토-피우 알레그로의 독무 Pas seul와 우아한 파스피에 Passepied, 정교한 가보트 Gavotte를 거쳐 론도 형식의 파사카유 Passacaille로 화려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이도메네오는 완벽한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초연 마지막 순간까지 수정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추측컨데,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3막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커서, 우수한 곡들이 삭제되는 등, 균형의 측면에서 아쉬운 점도 많이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나름대로 모차르트 오페라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극적 효과를 위해 때로는 인습을 뛰어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통을 소화하여 재창조하기도 하는 등,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만의 개성이 가장 돋보이는 오페라 세리아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 때의 성과는 이후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다른 장르의 오페라에까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Mozart / Idomeneo act III. D'oreste, D'ajace

  Anna  Netrebko  soprano
  Daniel Harding  cond
  Wiener Philharmoniker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작곡한 오페라 세리아의 대표작.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가 퇴위하고 그의 아들 이다만테가 즉위할 것이며
트로이 왕의 딸 일리아를 왕비로 삼을지어다 라는 넵튠의 계시가 있자
아르고스 왕의 딸 엘레트라는 화가나서 분노에 찬 음성으로
이렇게 노래하면서 떠나간다.


                                                    from A Mozart Gala From Salzburg Festival

 

(Act 2) Terzetto (Idamante, Elettra, Idomeneo)
Pria di partir, oh Dio !
(Before leaving, allow me, o gods)
오 신이여, 떠나기 전에 앞서

 

<제2막> 시돈의 항구 
이도메네오와 이다만테가 등장한다. 일리아와의 작별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이도메네오는 출발을 종용하고, 군주로서의 덕목을 배워 오라고 당부한다
세사람의 앙상블 '신이여, 떠나기 전에 앞서'(Pria di partir, oh Dio) 가 불리는데,
셋은 각기 다른 심정을 노래한다

이도메네오는 아들의 앞길에 펼쳐질지 모르는 불길한 운명을 염려한다
3중창은 갈수록 빨라지면서 앞으로 그들의 항해와 인생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  

뮌헨의 사육제 공연을 위해 만하임의 선제후 카를 테오도어의 의뢰로 1780년
에 작곡된 3막의 오페라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는 이듬해 1월 뮌헨에서 모차
르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귀향하던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는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
기 위해 바다의 신 넵튠(포세이돈)에게 육지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맹세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인 이다만테 왕자를 제물로 바쳐야 하는 운명 앞에 신과의
약속을 저버린다. 화가 난 넵튠이 크레타를 멸망시키려고 하자 이다만테는 스스로
제물이 될 것을 결심하고, 이다만테를 사랑하는 트로이의 공주 일리아가 이다만
테를 대신해 희생하겠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넵튠은 노여움을 풀고, 이다만테를 왕위에 오르게 한다는 신화적인
내용이다.

Francisco Araiza (Idomeneo - tenor)
Susan Mentzer (Idamante - mezzo-sop)
Roberta Alexander (Elettra - sop)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Colin Davis, cond
1991년 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