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산....

생애 첫겨울산행의 감동...1 /덕유산 /2010.1.9.토/후곡성당 성모산우회

나베가 2010. 1. 11. 23:47

 

 

 

 

 

올해는 유난히 눈이 그리웠다.

그래서 머얼리...눈을 찾아 로키를 갈까...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설경을 추억하며  유럽을 다시 찾아갈까...

그렇게 모래성만 쌓으며 년말 년초를 보냈다.

 

언제부터  코끼리 귀가 되어 그렇게도 쉽게 펄럭이며 남의 말을 잘 듣는 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던...아니, 오히려 겨울여자 였던 내가 '유럽은 추워서 안된다구~

로키는 더더욱 안된다구~~" 극구 말리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 그냥 주저앉아 버리다니...ㅠㅠ

 

 

 

 

 이런 내 마음을 달래주듯이 눈이 펑펑 쏟아졌다. ㅋ~

"와아~~눈보러 가야지~" 

그러던 차에 주보에 실린 < 덕유산 산행>이 눈에 번쩍 뜨였다.

와아~~겨울 눈밭 산행이라니.....

벌써 내 마음속엔 하얀 설경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가고 싶다...가고 싶다...가고 싶다...'

그러나

겨울산행을...과연 갈 수 있을까???

산이라고는 평생을 다 더해봐도 열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하는데 ....ㅠㅠ

 

<성모 산우회>

그러고 보니 우리 성당에 산악회가 생기면서 부터 나를 유혹했던 단어였다.

그러나 늘상 마음뿐....

시간도 제대로 맞지 않았고, 산악회원들을 따라나설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망설임끝에 성모산우회 홈피를 찾았고,

신청자들 중엔 내가 아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에잇~ 가는거야~ 까짓거..못갈 거 없잖아~ 신부님도 가신다는데 설마 버리고 가진 않겠지~"

왠지 지금 덕유산을 가지 못하면 늘 꿈만 꾸는...설악산 대청봉에도, 한라산에도, 지리산에도 영영   못갈것 같은....

스스로의 최면에 걸려들었다.ㅎㅎ

 

나는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주변 산신령들 한테 겨울 산행에 대해서 준비할 것들을 철저히 사전 조사해서 준비했다.

아~~ 돈 많이 들었다. ㅋㅋ

왜케 등산복이하 등산 장비들이 비싼거야~~

이쁘지도 않구만~~ㅠㅠ

 

 

 

 

 

 

그리곤 어느듯 산행 전날이 되었다.

마치 초등생이 소풍가기 전날같은.....

아니, 울 남편이 기인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처음 낚시를 가기 전날

낚싯대를 하나 하나 다 손질해서 가방을 꾸려 현관문앞에 가지런히 놓고 초등생 마냥 좋아하던 그 모습 그대로

나도 등산 가방과 등산복을 챙겨 가지런히 내어놓고  설레임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ㅋㅋ

 

새벽에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눈이 떠졌다.

몸을 가볍게 하기위해서 가능한 먹을거리는 최소한의 것만 준비했다.

귤 2개, 초콜릿 몇조각, 커피, 물, 크로와상 샌드위치 1개,곶감3개. ㅋㅋ

 

 

 

 

하얗게 눈덮인 새벽길을 걷노라니 벌써부터 덕유산 자락의 눈밭을 걷는것 같은 착각이 든다. ㅋㅋ

 

조금은 머쓱한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는데  익숙한 분들의 얼굴을 뵈니 금새 맘이 좀 편안해 졌다.

버스는 6시 정각에 출발을 했다.

그리고 난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갔을까?? 어느사이 창문은 꽝꽝 얼어붙어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톱으로 유리벽을 긁어냈다.

Wow~~~  시야에 가득 들어온 새 하얀 들녘풍경.....

오로지 덕유산의 설경만을 상상하다가 이 뜻밖에 펼쳐진 새하얀 들녘풍경은 신선한 감격이었다.

나는 계속 얼어붙는 유리창 성애를 긁어내며 창밖 풍경에 빠져들어 덕유산까지 갔다.

 

 

 

드디어 덕유산 입구에 내렸다. ㅎㅎ

베낭을 내려놓고 준비운동에 들어갔다.

오른팔, 왼팔잡아당기기, 다리펴기, 머리돌리기,허리돌리기, 발돌리기.....

이 사소한 운동들 조차 나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ㅋㅋ 

 

"산좀 많이 타셨나요??"

"아니요~오늘이 아마 평생 산에 오른것중 7번째쯤 될걸요~

근래에 산에 오른것도 3년전이예욤~"

"아니~ 그런데 등산장비가....."

"아이고~ 이번 산행을 위해서 완벽하게 다 준비를 했지요~오늘 잘 하면 앞으로 저도 산신령이 될지도 몰라용~ ㅋㅋㅋ"

 

 

 

 오늘 첫산행을 온 교우들의 자기 소개와 인사가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운동 끝!

산행시작!!

나의 두려움??을 가라앉혀 주고자 여러 교우분들께서 함께 해주시며 챙겨주시고 용기를 주셨다.

산행은 순조로왔다. ㅋㅋ

"하나도 안 힘든데요??"

"어이구~벌써 힘들면 어째요~"

"네??^^ 전 그전에 산에 오를때 보면 처음 시작할때가 힘들던데....ㅋㅋ"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눈길이 다져져 처음엔 아이젠 없이 걸었다.

눈이 많지않은데 아이젠을 끼고 걸으면 무릎에 무리가 온다고....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그제서야 모두들 아이젠을 덧신고, 스패치도 찼다.

평생 처음 차보는 아이젠과 스패치,스틱.....

폼이 좀 나는 듯~

푸하핫~~~

 

너무나 설경이 그리웠던 터.....힘듦은 전혀 느낄 새도 없이 그저 감동으로 산을 올랐다.

얼만큼 올랐을까....

목이 말라 잠시 쉬며 귤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그렇게 좀 긴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너무 오래쉬어서 그만 긴장이 풀어졌는 지, 갑자기 몸이 천근 만근 쳐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10분정도 너무나 힘든 발걸음을 내 디뎠다.

그 이후로 나는 사람들이 밀려서 잠시 서있거나, 내려오는 사람들 길을 비켜주거나 하는것 외엔 2~3분 이상 쉬지 않고

꾸준히 걸었다.

그러나 그게 또 큰 문제를 일으켰다.

그만 선두를 제치고 혼자 산행을 한 결과를 초래했다.

더우기 중턱에서 점심을 먹을 줄이야~~~

 

 

 

 

 

 

 

잠시 쉬면서 아무리 기다려도 일행이 보이지 않는것이었다.

아무래도 중간에 점심을 먹는것 같은 예감이 들긴했지만 확신할수는 없었다.

갑자기 미아가 된 불안감에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그러나 또다른 불안감....혹시 내가 쳐진건가?? ....만약 쳐진거면 내려가면 안되잖아....

아닌데....분명 앞서서 걸었는데....ㅠㅠ

한참을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었다.

"중간에 점심먹는 단체들이 있었나요?"

"많지요~"

"혹시 수녀님......"

"그건 잘 모르겠고, 교회단체가 밥을 먹고있는것 같았어요~한 100미터 아래쯤??"

 

나는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자리서 기다리기로 했다.

저 멀리 펼쳐진 굽이 굽이 산등성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무나 오랫동안 서있었더니 땀이 냉기로 변하면서 온몸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얼른 쟈켓을 벗고 벗었던 내피를 다시 입고 목에도 털을 둘렀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꺼내 홀로 서서 점심을 먹었다.

보온병의 물은 다 식어서 미지근했지만 커피티백을 넣어 흔들어서 마셨다.

그나마 더운물이 들어가니 좀 나아지는것 같기는 했지만, 좀체로 일행은 올라오지 않았다.

내 몸은 점점 추위에 노출이 되어 한기가 들기시작했다.

가방속에 따로 준비해간 패딩점퍼를 꺼내서 입기도 그렇고....일행이 올라와 다시 산을 오르면 몸이 금새 더워질것이므로...

가장 참기 힘들었던건 손가락끝이 잘려 나가는것 같은 통증이었다.

고어텍스 장갑을 준비해 갔는데.....따듯한 벙어리 털장갑도 따로 준비를 해가야했었든것 같다.

 

그러던 차에 하나 둘 일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섭섭함은 금새 반가움으로 변하고....

수녀님이 주신 얇은 모직장갑을 고어텍스 장갑속에 끼니 금새 손가락 통증이 가라앉는것 같았다.

 

나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또 계속 걸었다.

다행히 금새 몸에선 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산 정상이 가까워 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기온도 한참 더 떨어져 있는 듯....

 

그러나 추위도 잠시....어느새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향적봉!!

늘상 곤돌라만 타고 올랐던 향적봉 정상에....그것도 이 눈쌓인 설원을 딛고 눈발을 헤치며

해발 1700미터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을 오른것이다.

 

그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까....!!

 

 

 

역시 두팔을 번쩍 치켜들고 찍는 사진이 최고얌~~ㅋㅋ

 

 

 

신부님하고도 한컷!!

눈이 오지 않았으면 산아래로 기막힌 설경이 펼쳐졌을텐데.....ㅠㅠ

그래도 느낌은 짱이다!!

 

 

 

 

 

헉!! 우리 3-3구역 식구들 짱이다~

아직 올라오지 못한 교우들이 많은데 우리 구역 식구들은 다 올라왔다.

그럼 또 기념촬영 들어가야쥐~~ㅋㅋ

 

 

 

다시 한컷 찍는댄다.

그럼 포즈를 달리해야쥐~~ㅋㅋㅋ 팔을 뻗치고 !!

 

 

 

 

어르신들만.....찰칵!!

 

 

 

신부님과 또 한컷!!

 

 

 

 

 

이왕 올랐으니 바위끝까지 올라야쥐??

 

 

 

어느새 수녀님께서도 올라오셨다.

신부님과 한컷 !!

에엥?? 표정이 .......서로 모르시는 분들??

ㅎㅎ

 

 

 




      '빌리티스'의 Theme / Anne V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