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날....후기...
서울시향의 마스터피스 시리즈가 아닌 러시아명곡 시리즈가 시선을 잡아맨다.
러시아.... 그 아름다움이 늘상 가슴 시리도록 광활한 설원을 떠올리며 복받치게 만들기때문이다.
이번 연주회는 프로그램도 협연자도 매혹적이다.
더우기 SPO프랜즈 까페에 떠있는 협연자<발렌티나 리시차>에 대한 소개가 환상적이다.
"아르헤리치와 비교말라' 라니.....
제2의 아르헤리치’ ‘악마의 기교’ ‘피아노의 파가니니’ ‘리스트의 재래' '피아노의 검투사''건반위의 마녀'
이보다 더 극적인 칭찬과 유혹이 있을까....
겸둥이가 탈이나는 바람에 티켓이 한장 여유가 생겼다.
발렌티나 리시차에 대한 기사도 읽었겠다...그리그의 아름답고도 영롱한 피아노 선율을 가족과 함께하고팠지만, 딸은 시험기간이고
전날 남편은 회식으로 늦은 시각에 귀가를 한 터...아무래도 티켓은 이웃의 차지가 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지난 연주회에 함께했던 카타리나 형님이랑 함께하게 되었으니 그 기쁨 역시 가족과 함께함 못지않았다.
너무나 행복해 하셨기에....
이번공연의 좌석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2층 BOX1이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도 그렇고, 연주자들의 모습도 확연히 볼수 있음에...
더우기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기엔 더없이 좋은 자리이다.
첫곡 <코다이/갈란타 무곡>이 연주되었다.
시작의 호른소리가 좀 실망스러웠지만, 이내 내 시야를 잡아끄는 연주자가 있었으니...클라리네스트 <채재일>이었다.
얼마전 돌체 음악감상실에서 그의 연주를 들은 이후 그의 팬이 되어버린 나는 클라리넷 소리에 특히 민감해졌다.
오늘 이 갈란타 무곡의 시작부터 가슴을 매는것 역시 클라리넷이었다.
독주로 울려퍼지는 그 음색과 쓸쓸한 멜로디가 얼마나 매혹적인 지...
그런가 하면 오케스트라 연주속에서 대화하듯 연주되는 목관의 연주는 마치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간간이 울려퍼지는 트라이앵글의 소리..
그리고 피콜로와 플룻 소리는 또 얼마나 앙증맞은 지...
새들이 지저귀는 푸른 초원위에서 쌍쌍을 이룬 연인들이 풀밭위를 누비벼 춤을 추는....
그런 아름다운 정경속에 빠져버리게 만들었다.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피콜로의 연주가 너무나 감미롭고 아름다웠던....
가슴속 저 밑바닥까지 닿아 인간 본연의 쓸쓸함을 자극하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버린 .....
꿈결속에서 코다이곡이 끝나고 드디어 고대하던 <발렌티나 리시차>가 등장했다.
키가 훌쩍 큰....
빠알간 드레스가 하얀피부와 금발의 그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자태로 성큼 성큼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는
어디서 그런 파워가 나오는 지...깜짝 놀랄만큼 가슴을 내리쳤다.
참으로 연주자에 따라서 같은 피아노도 이렇게 소리가 다르구나....생각들게 했다.
정말 그녀에 대한 찬사가 허구가 아닌....
놀랍도록 파워풀하면서도 명료함, 감미롭기 그지없는 섬세함까지...
어느순간 나는 지난 여행의 여정속에 묻혀있었다.
그리그 생가라는 말에 부슬 부슬 내리는 빗속을 우산도 없이 내리달려 나갔던....
그리고 그의 작업실이 있던곳....
너무나 멋드러진 호수가 있고 그 호수건너 그림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작곡을 했을 그리그가 떠 올려졌다.
그의 모든 흔적이 있던 박물관....
소파, 빛바랜 사진, 악보, 그가 사용하던 물품들....하얀 레이스 커튼이 예쁘게 쳐져있고, 그 창가엔 예쁜 꽃이 놓여있는
소박한 그의 박물관....산책로...
연주회는 볼수 없었지만 지금도 매달 공연이 되고 있다는 그의 작업실 뒤로 있는 지붕에 잔디가 얹혀져있는 음악당...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노르웨이의 풍광들이 리시차의 선율에 실려 그 어느때보다도 감동을 복받치게 만들었다.
아~~
어느새 연주는 휘날레를 쳤다.
함성이 홀을 가득 메워왔다.
두번 드나들것도 없이 그녀는 다시 피아노앞에 앉았다.
아!!
<라 캄파넬라....>
그녀의 손은 보이지 않았고, 그럼에도 피아노 선율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명료하게 울려퍼졌다.
마치 보석이 흩어져 쏟아져 내리 듯....
아니 그녀의 손은 날아다녔고 소리 또한 그녀의 손끝을 통해 흩어져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옆에 계신 형님께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구~~" "세상에나~~" 하시며 큰숨을 내리뱉으셨다.
나역시 그렇게 자주 듣던 곡이었음에도 감동이 가슴을 차고올라 목까지 메어왔다.
와아~~~~
그녀는 또다시 피아노앞에 앉았다.
이번엔 또 너무나 감미롭고 섬세한 <트로메라이>다.
그녀의 대단한 연주에 환호 또한 대단했지마는 오히려 객석에서 감동을 추스릴 사이도 주지않고 또 세번째 앵콜연주를 했다.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23-5번
파워풀함과 스피디함, 명료함에 섬세함까지...그녀의 모든걸 다 보여주는 .....
그녀에게 붙여진 모든 것들....제2의 아르헤리치, 악마의 기교, 피아노의 파가니니, 리스트의 재래, 피아노의 검투사...
인 그녀에게 우리 모두는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와아~~ 그녀는 또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너무나 익숙한 곡이라서 잠깐 웃음이 있었던...<엘리제를 위하여>로 앵콜의 행렬은 끝이 났다.
인터미션 시간에 잠시 나가 커피를 한잔 더 마셨다.
이제 2부...<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45번>
남은 프로그램도 범상치 않다.
혹시나 이 곡도 피아노 연주를 하나?? 싶었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였다.
주제선율을 약간씩 변주하며 목관과 현이 번갈아 가며 반복 연주되는 1악장 서주가 경쾌하기 그지없다.
어느샌가 묵직하면서도 매혹적인 알토섹스폰이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클라리넷과 오보에와 마치 연인인 듯^^
오케스트라에서 섹스폰은 사실 보기 힘든데, 정말 그선율과 음색이 매혹적이었다.
섹스폰과 어울려 울려 퍼지는 하프선율이라든가 벨,피아노...실로폰의 영롱함은 투명한 얼음궁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규모의 힘찬 타악파트-템버린, 트라이앵글, 팀파니, 큰북...
이 모든악기들이 총주로 주제선율을 연주할때의 웅장함과 리드미컬함은 가슴을 뻥뻥 뚫고 나가는 듯 했다.
트럼펫의 팡파레...플릇과 클라리넷의 지저귐이 더없이 사랑스런 2악장.
현의 피치카토위에 연주되던 바이올린의 독주는 또 초겨울 쓸쓸한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바이올린 독주에 이어진 오보에 독주...
어느샌가 무대를 메운 현의 울림은 마치 무도회장의 연인들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행복에 겨웁게 했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의 몸짓도 어느샌가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3악장....웅장함이 무대를 가득 메워왔다.
타악기의 명료함은 활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듯했고 ,특히 마림바의 명징한 울림과 계속 울려대는 심벌즈와
큰북소리를 뚫고 울려 퍼지는 플릇과 오보, 하프선율은 심금을 울렸고, 어둡게 깔리는 저음은 마치 인생을 정리나 하듯
깊은 감동으로 이끌었다.
모짜르트도 그랬고, 차이콥스키도 그랬고, 라흐마니노프도 이 곡을 쓰고 몇달 뒤 세상을 떴다고 한다.
자연의 공기조차도 그들에겐 명징한 소리로 들렸으니 자신들의 삶의 끝이야말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직감적으로 느꼈을법한...
그리고 마지막...타악기의 울림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폭발이라도 할양 극에 달했고,
모든 악기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내 달리던 총주는 정말 굉장했고 멋졌다.
리시차의 감동적인 연주와 함께 2부곡 역시 피날레를 멋드러지게 장식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환호속에 오케스트라 역시 앵콜연주를 했다.
1부에서 리시차가 무려 4곡이나 앵콜연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팬싸인회까지....
정말 연주도 대단했을뿐만 아니라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감동의 도가니였던 연주회엿다.
우리는 나이도 잊고 로비에 만들어 놓은 트리앞에서 젊은이들 틈바구니에서 사진도 팡팡 찍고
광장에 나와 너무나 이쁜 모짜르트 앞 푸른 별빛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ㅎㅎ
나도 형님도 추위도 잊을만큼 맘껏 행복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