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텟과 디스칸트, 수난곡에 대해서>
전혜원님께서 바로크 음악을 들을 때 디스칸트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구체적인 음악과 함께 알고 싶다고
궁금증을 보내주셨어요.(descant, discant)
디스칸트, 데스칸트, 디스칸투스 모두 같은 용어로 쓰이는데,
흔히 디스칸트라고 하면 교회의 성가대나 합창단에서
주된 멜로디 위에 나오는 장식적인 성격이 강한
화려한 소프라노 선율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12세기에 처음 사용된 디스칸트는, 중심 선율 위에
장식적인 성부를 붙이는 다성 음악의 한 종류를 뜻하는 말로,
중심 성부 외에, 즉흥적이고 복잡한 선율로 이루어진
장식적인 성부를 가리켜 디스칸트라고 불렀습니다.
이후에 디스칸트는 여러 성부로 이루어진 합창 음악에서
가장 높은 성부를 가리키는 말로 발전했는데요.
요즘에 사용되는 말로 바꾸면 디스칸트는
소프라노와 같은 의미라고도 할 수 있겠죠.
또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는 악기에도
디스칸트라는 말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디스칸트 리코더'하면
가장 높은 음역을 연주하는 리코더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디스칸트는, 장식적인 성격이 강하고 음역이 높은 성부
또는 이러한 성부를 갖도록 작곡하는 양식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는데요. 합창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프라노의 장식적인 선율을 디스칸트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디스칸트의 기본적인 성격에서 나온 것입니다.
디스칸트만큼이나 시대마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
성악 음악으로는 ‘모텟’을 꼽을 수 있는데,
애청자 김정현 님께서 ‘모텟’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셨죠.
13세기에서 18세기까지 이어져 온 모텟은
무반주로 불리는 다성 성악 음악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말인데요.
모텟이 등장하기 전, 중세 시대의 다성 음악은
중심 선율 위에 적당한 음들을 붙이는 단순한 형태였는데,
이러한 장식적인 선율은 가사가 없이 모음으로 불렸습니다.
모텟은 바로 이 부분에 완전한 가사를 붙여서
독립적인 성부로 만든 음악을 뜻하는 말로 처음 쓰였는데요.
‘말’, 또는 ‘단어’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모'(mot)에서 파생된 ’모텟‘은
새로운 가사를 추가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었죠,
하지만 초기의 모텟은 성부마다 가사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청중이 가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모텟은 점차 모든 성부가
같은 가사를 갖게 되고, 가사의 내용도 종교적인 것에서부터 세속적인 것까지
훨씬 광범위해졌습니다.
음악적으로도 각 성부간의 어울림이 정교해지고
다양한 작곡 기법이 사용되면서
17세기 이후 모텟은 다성 합창 양식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수난곡에 대한 질문을 주신 박태웅 님의 궁금증을
함께 나눠 볼텐데요. 바흐 음악을 좋아하신다는 박태웅 님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부르는 노래, ‘Erbarme dich, mein Gott’,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왜 베드로와 다른 성별인
여성이 부르는지 궁금합니다“ 하셨어요.
수난곡은 기독교 절기 중에서 고난주간에 불리는 오라토리오로,
'마태 수난곡'은 신약 성서 마태복음을 기초로
작곡된 바흐의 대표적인 수난곡인데요.
중심 인물인 복음사가와 예수 그리스도 외에
베드로와 유다 등 등장인물과 네 명의 독창자가 등장합니다.
바흐는 성서 내용을 낭독하는 복음사가는 테너,
예수 그리스도는 베이스, 그리고 나머지 등장 인물은
각각 알맞은 성부로 지정해 놓았는데,
실제로 베드로는 베이스 성부가 맡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대사처럼 읊조리는 레치타티보는
모두 베이스가 부르지만요.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레치타티보 외애 등장하는 아리아의 경우는
등장인물의 음역과는 별개로, 바흐가
곡의 분위기와 맥락에 어울리는 성부로 작곡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베드로의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가 나오기 전,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레치타티보는
베이스가 노래하지만, 이후의 아리아는 알토가 노래하는데요.
바흐는 통한과 회한이 섞인 아리아만큼은
베이스가 아닌 알토가 부르도록 따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오늘날 여성 알토 연주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알토를 위한 이 아리아는 여성 성악가 뿐 아니라
카운터테너에 의해 연주되는 경우도 흔히볼 수 있습니다.
글: 정주은(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KBS에서 펌
'기타 > 음악관련(음악가, 음악백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르골레시의 생애와 주요 작품> (0) | 2008.11.28 |
---|---|
<바로크 음악 전문 성악가들> (0) | 2008.11.28 |
<바로크 시대의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0) | 2008.11.28 |
<대위법에 대해서> (0) | 2008.11.28 |
<대위법에 대해서> (0) | 2008.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