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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제작 오페라 <파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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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24세에 집필을 시작하여 작고하기 일년 전인 82세에 완성한 희곡 <파우스트>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킨 샤를르 구노 필생의 역작인 오페라 <파우스트>!!
8억원의 예산, 1백여명의 출연진이 동원되는 대작 중의 대작!
오는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전 5막짜리 그랜드 오페라로 오페라의 본고장에서조차 쉽게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작중의 대작이다. 스케일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악극의 제왕 바그너조차 구노의 이 작품을 보고 같은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어보고자 도전하였으나 결국 단념했다. 미국 오페라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경우 문을 열 때 오프닝 공연으로 선보였던 바 있다.
<파우스트>와 한국 오페라의 인연은 남다르다.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상연 이후, 한국 성악계는 두 번째 초연 오페라로 <파우스트>를 선택했다. 당시 국내 오페라계를 이끌던 오현명, 한규동 등의 노력으로 1949년 5월 <파우스트>의 역사적인 초연이 이루어졌지만, 대사번역과 제작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3막까지만 공연되는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이후 <파우스트>는 1968년과 1995년 단 두 차례 국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마저도 한국어 번역공연이었고 ‘발푸르기스의 밤’등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주요 장면은 삭제된 채 상연되었다. 이는 <파우스트>가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난이도로 인하여 제대로 시도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원어 버전으로는 국내초연이나 다름없는 성남아트센터 제작 <파우스트>는 개관 페스티벌 기간 중 8일을 무대준비 기간으로 할애할 만큼 완벽한 공연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주역 솔리스트 이외에 1백 여 명의 합창단과 무용단, 6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총동원되며, 1백 여 벌의 무대의상을 비롯한 전 5막 공연을 위하여 엄청난 분량의 세트가 마련된다.
<파우스트>를 위해 성남으로 오다! 오페라 본토에서 맹활약중인 30대 유망주들의 젊은 공연
또한 지휘자를 제외하고 연출에서부터 주역 가수에 이르기까지 한국 아티스트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2005년 상반기 예술의전당에서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로 흥행에 성공을 거두며 연출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고정관객을 확보한 이소영이 연출을 담당하며 주역 출연진 모두가 오페라의 본 고장인 유럽을 주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의 유망주들로 구성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오페라 <파우스트>를, 그것도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캐스팅으로 전막 공연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파우스트>는 한국 오페라계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실험적인 무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또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주역들이 한국 무대로 역으로 진출하는 세대교체의 무대로서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워낙 국내외적으로 쉽게 공연되지 않는 오페라인 만큼 이번 <파우스트>는 참여요청이 쇄도하여 캐스팅에서부터 다양한 에피소드를 낳았다. 연출가 이소영은 창작에 집중하기 위해 아예 거주지를 공연장과 가까운 분당으로 옮겼다. 2005년 상반기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이소영의 연출을 음악적으로 든든히 지원해주었던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오는 이번 성남아트센터의 공연을 위해 자신의 유럽 일정을 조정했고 공연의 완성도를 위하여 직접 프랑스 오페라 전문 음악코치를 섭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시립합창단 또한 성남에서의 공연을 위하여 부천시의 승인까지 받은 정기공연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작품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제작진의 까다롭고 신중한 섭외 끝에 근 6개월에 걸쳐 완성된 주역 캐스팅은 모두 유럽에서 오페라 <파우스트>를 노래한 경험이 있는 아티스트로 구성되었다. 특히 타이틀 롤의 나승서와 메피스토펠레 역의 사무엘 윤은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파우스트> 콩쿠르에서 이탈리아 본토박이 성악가들을 제치고 우승하여 <파우스트> 오페라를 통해 유럽에 데뷔했던 장본인들이다. 이탈리아 전국 순회공연으로 이어진 이들의 <파우스트> 무대는 “코리안 파우스트”로 이탈리아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 있다.
“이제 한국도 ‘파우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 국내 오페라계의 판도를 바꿀 실험적인 무대
이미 독일 쾰른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사무엘 윤은 이번 시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에 세례자 요한역으로 데뷔하는 공연이 쿠르트 몰과 더블 캐스팅으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직접 대역을 찾아 자신의 개런티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극장 측을 설득하여 <살로메>를 포기하고 <파우스트>를 찾아왔다. 한편 나승서와 더블 캐스팅 된 김석철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의 주역가수로 활동중이며 마르그리트 역의 김성은은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이탈리아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전문 공연기획사가 아닌 공연장이 스스로 창작의 주체, 그것도 대규모 극예술의 주체로 나서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사례이다. 그 예산의 규모가 부담스러운 데다 흥행의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제작 대상을 오페라로, 그것도 어렵기로 소문난 <파우스트>를 지명한 이번 성남아트센터의 도전은, 공연장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한국 공연예술계 전체로 보아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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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사랑을 위해 영혼을 걸다!
1859년 파리에서 초연되어 작곡가 샤를르 구노의 이름을 영원히 빛나게 한 오페라! <카르멘>과 쌍벽을 이루며 프랑스를 대표해 온 오페라! 188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오프닝 작품!
‘보석의 노래’ ‘순결한 집’ ‘금송아지의 노래’ 등 귀에 익은 아리아의 선율, 너무나도 유명한 ‘병사들의 합창’, 오르간 반주로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대합창의 감동, 왈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춤의 향연 영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음악의 성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원작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 작곡 : 샤를르 구노 (Charles Gounod)
- 대본 : 쥘 바르비에 ∙ 미셸 카레 (Jules Barbier & Michel Carré)
- 초연 : 1859년 3월 19일 파리 테아트르 리릭
- 언어 : 프랑스어 (한글자막 제공)
- 지휘 : 오타비오 마리노
- 연출 : 이소영
- 안무 : 박호빈
- 무대디자인 : 박동우
- 조명디자인 : 이우형
- 영상디자인 : 최정범
- 의상디자인 : 이수연
- 소품디자인 : 우지숙
- 분장디자인 : 박영화
- 출연(가나다 순)
파우스트 : 김석철, 나승서 마르그리트 : 김성은, 김혜진 메피스토펠레스 : 강순원, 사무엘윤 발랑탱 : 이광근 지이벨 : 김자희 마르테 : 김여경
- 출연일정
*24,26일팀 : 김석철(파우스트) / 김혜진(마르그리트) / 사무엘 윤(메피스토) *25,27일팀 : 나승서(파우스트) / 김성은(마르그리트) / 강순원(메피스토)
- 오케스트라 :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 합창단 : 부천시립합창단
- 무용단 : 까두댄스씨어터
- 공연시간 : 1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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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테너)
김석철 서울대 성악과 및 미국 커티스 음악원 졸업. 이대웅 콩쿠르 대상, 중앙콩쿠르 1위, 미국 메트로폴리탄 국제콩쿠르 필라델피아/워싱턴 지역예선 1위, 독일 쾰른 국제콩쿠르 3위, 일본 시추오카 국제콩쿠르 및 프랑스 투루즈 국제콩쿠르 입상 등. 미국, 방콕, 유럽 등지에서 <가면무도회>, <코지 판 투테>, <리골레토>, <파우스트>, <라 보엠>, <쟌니 스키키>, <마술피리>, <라 트라비아타>, <보이첵>, <예프게니 오녜긴> 등 공연. 2003년부터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 주역가수로 활동 중.
나승서 서울대 성악과 및 이탈리아 페스카라 국립음악원, 페스카라 고등음악원 졸업. 토티 달 몬테 국제콩쿠르 1위, 베르디 국제콩쿠르 1위 등.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로마, 피렌체, 리용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 <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루치아>, <나비부인>, <파우스트>, <사랑의 묘약>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거장 주빈 메타, 정명훈 등과 함께 공연. 2002년 프랑스 리용 오페라극장에서 <루치아> 공연 시 로베르토 알라냐의 대역으로 ‘에드가르도’를 열연하여 유럽의 주요 일간지로부터 ‘완숙한 해석력을 토대로 강한 만큼 맑고도 감성적인 최고의 테너’로 평가 받은 바 있음. “주인공 에드가르도의 불운에 찬 연기를 화려하게 소화해낸 테너 세바스찬 나(나승서)는 아름다운 충격이었다” - L’opera, 2003. 09
마르그리트 (소프라노)
김성은 부산대 음악교육과 및 이탈리아 오지오 아카데미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졸업. 대구 중앙콩쿠르 대상, 비냐스 콩쿠르 1위, 도밍고 국제콩쿠르 1위 등.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극장, 트레비조 극장, 볼로냐 극장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 스페인을 중심으로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루치아>, <코지 판 투테>, <호프만 이야기>, <마농> 등을 공연하였으며, 스페인 황실 신년음악회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와 협연한 바 있음.
김혜진 연세대 성악과 및 이탈리아 오지모 아카데미아 졸업. 1987년 동아 콩쿠르 여자부 우승, 1990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우승, 1994년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 2위, 1995년 스페인 아라갈 콩쿠르 1위 등. 스페인 메노르카 페스티벌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게나 디미트로바와 함께 <투란도트>의 류 역 공연. 볼로냐 라이 국영방송 오케스트라, 마드리드 국영방송 오케스트라, 뮌혠극장 오케스트라, 프라하 방송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스페인 마드리드 오페라 극장, 이태리 볼로냐 극장 등에서 주역가수로 활약 중.
메피스토펠레스 (베이스)
강순원 한양대 성악과 졸업 및 밀라노의 베르디음악원 성악부를 2년만에 수석졸업하고 졸업과 동시에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독일 라이프찌히 극장에 최연소 주연 가수로 초청됨. 라이프찌히 음악원에서 리트와 오라토리오로 최고전문연주자 과정 졸업. 한양대 재학 중 중앙콩쿨 1등을 비롯하여 KBS콩쿨 성악부 1등 후 도이, 이탈리아 베르첼리의 비욧티, 파도바, 스페인 빌바오, 크라우스, 아라갈, 오스트리아 탈리아비니, 독일 노이에슈팀메, 베를린신인콩쿨 등 12개의 세계 유수 콩쿨에서 1등을 비롯 입상. 특히 오페라 <파우스트>로 스페인 카타란 지방 7개 도시 순회공연에서 격찬을 받은 바 있음. 그 밖에도 많은 프랑스 작품, 로씨니, 모짜르트의 작품에서 귀족적인 소리와 정확한 언어해석으로 격찬을 받은 바 있으며, 마드리드왕립극장, 말라가, 라스팔마스, 베니스, 토리노,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찌히, 베를린, 홍콩, 마카오 페스티벌, 마르티나 프랑카 페스티발, 뉴욕 등의 주요극장에서 최고의 출연진들과 함께 주역으로 출연. 현재 이태리, 스페인, 독일을 중심으로 연평균 60회 이상의 공연하고 있음. 2001년 시즌부터는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에 아시아인으로 유일하게 솔리스트로 계약하였으며, <포페아의 대관식>, <파우스트>, <아리오단테>, <돈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세빌리아의 이발사>, <레 위거노>, <레임스로의 여행>, <맥베스>, <가면무도회> 등의 작품에 주역으로 출연하였음. 2006년 이후에도 <호프만 이야기>, <라크메>, <타이스>, <마농>, <피가로의 결혼> 등으로 유럽 각 극장 공연에 출연이 예약되어 있음. 출반된 음반으로는 <오텔로>(로씨니), <이바노에>(로씨니), <레 위거노>(마이어베어) 등의 작품 등이 있음. (Dynamic음반사)
사무엘 윤 서울대 성악과 졸업 및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수석으로 디플로마 획득. 독일 쾰른음악대학 최고 전문연주자과정 수석 졸업. 중앙콩쿠르 1위 없는 2위 입상,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오페라콩쿠르 우승, 이탈리아 프란체스코 알바네제 국제콩쿠르 우승, 엔리코 카루소 국제콩쿠르 및 잔도나이 국제콩쿠르 입상 등. 이탈리아 트레비조 시립극장과 로비고 주립극장, 트렌토 시립극장 등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으로 열연 후, 총관람객들의 투표로 한 가수에게만 주어지는 최고 오페라가수상, 스푸만티상을 수상한 바 있음. 1999년부터 독일 쾰른극장의 전속가수로 활동하면서, 카셀 국립극장, 바이마르 국립극장, 만하임 국립극장, 도르트문트 시립극장,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시립극장 등 유럽의 주요 극장들로부터 초청받아 주역으로 300회 이상 공연하였음. 탁월한 드라마틱 바리톤의 음성과 넓은 음역으로 <토스카>, <카르멘>, <살로메>, <피델리오>, <라인의 황금>, <신들의 황혼>, <맥베스>, <코지 판 투테>, <라 보엠> 등으로 비평가들로부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와, 영웅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지적인 음성으로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음. 2004년 여름부터 한국인으로서는 사상 네 번째로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에 초청받아 피에르 불레즈 지휘의 <파르지팔>로 데뷔하여 호평받았고, 2005년에도 <파르지팔>, <탄호이저> 등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음. |
이용숙의 오페라 이야기┃구노의 <파우스트>/펌 |
독일의 문호 괴테의 대작으로 유명한 <파우스트>는 괴테가 태어나기 오래전인 16세기부터 독일 민간에 전해오던 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설 속의 파우스트 박사는 점성술과 주술에 능했던 중세의 학자. 당대의 사회 규범이나 상식을 벗어난 독특한 일화들을 남긴 그는 지식욕을 채우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고 알려져 괴테 이전에도 여러 작가들의 문학적 소재가 되었다.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가 결국 파멸하고 마는 이 담대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고, 연극 또는 인형극으로 만들어져 순회극단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괴테 시대의 계몽주의자들은 자연과 인간과 세계를 완전히 알고 싶어 하는 파우스트가 그 이유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식욕이 신에 대한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죄악시되었던 시대는 지났던 것이다. 그래서 괴테는 파우스트의 욕망을 인간에 대한 사랑 및 세계를 개선하려는 선한 뜻과 결합시켜 그 힘으로 결국 그가 구원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를 바꾸어놓았다. 이 파우스트 소재를 오페라나 기악곡으로 만든 작곡가는 무척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베 마리아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프랑스어로 된 작품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괴테의 <파우스트>를 신성시했던 독일 관객들은 이 프랑스 작곡가들이 <파우스트>라는 걸작을 완전히 모독하고 망쳐놓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베를리오즈는 교양 있는 체하는 부르주아 속물들을 비웃는 급진주의적 예술가로 파우스트를 재창조했고, 구노는 괴테의 방대한 <파우스트> 가운데 여주인공 그레트혠과 파우스트의 사랑 이야기에만 중점을 두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사를 원작과 다르게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1막은 파우스트 박사의 연구실에서 시작된다. 평생 세상의 온갖 학문을 탐구하고도 결국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며 절망하는 그는 독약을 마시고 죽으려다가 마음을 바꿔 사탄을 부른다. 그러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젊음과 부와 사랑을 얻게 해주는 조건으로 영혼을 가져가겠다고 제안한다. 망설이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가 젊고 아름다운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보여주자 단번에 사랑에 빠져 계약에 동의한다. 악마는 마법의 음료수로 파우스트를 젊은 귀족 청년이 되게 해준 뒤 함께 공간 이동을 해 날아간다. 2막 전반에는 마르그리트의 오빠인 군인 발랑탱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친구들에게 마르그리트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하는 노래 고향을 떠나기 전이 서정적으로 마음에 스며든다. 부활절 마을 축제가 한창인 이곳에 당도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는 군중 속에 섞여드는데, 이때 메피스토는 돈의 권력을 찬미하며 인간들을 비웃는 금송아지의 노래를 부른다. “금송아지는 모든 신들 위에 군림한다네. 아래를 내려다보니 기가 막힌 상황이! 인간들이 금송아지 발 밑에 꿇어 엎드려….” 악마 메피스토의 신랄한 냉소를 바리톤의 음성으로 즐길 수 있는 멋진 노래다. 3막에 오면 유혹과 그에 따른 비극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집 안에서 혼자 물레질을 하며 ‘툴레의 임금’이라는 옛 전설을 노래하는 마르그리트는 이미 파우스트를 그리워하고 있다. 툴레의 임금이 죽을 때까지 단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는 파우스트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르그리트의 소망을 반영하는 것. 그녀는 파우스트가 선물로 보낸 보석 상자를 발견하고는 놀라면서도 그 안에 든 장신구들을 걸어보며 스스로의 모습에 황홀해한다. 이때 마르그리트가 부르는 보석의 노래는 특히 독일 관객들의 엄청난 비난을 샀다. 괴테의 원작에서는 천사처럼 순결하게 묘사되는 여주인공이 구노의 오페라에서는 건방지면서도 애교가 넘치는 전형적인 프랑스 처녀로 묘사되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한 인간 속에는 대조적이고 상반된 다양한 얼굴이 숨어 있다. 메피스토와 이웃집 과부 마르테가 걸쭉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방자와 향단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이,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는 진지하고 열렬하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숭고한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 커플과 지극히 현실적인 욕구에 충실한 조역 커플의 대비가 원작 못지않게 재치 있게 꾸며진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제 밤이 되었으니 돌아가세요” 하고 마르그리트가 파우스트에게 새침을 떨면 과부 마르테는 메피스토를 놓고 ‘이 남자, 어떻게 붙잡지?’하고 궁리한다. 결국 열정에 들뜬 마르그리트는 파우스트에게 몸을 허락하고, 메피스토는 매정하게 파우스트를 데리고 떠나버린다. 4막에서는 파우스트의 아이를 임신한 마르그리트가 온 마을의 손가락질을 당한다. 교회에 가서 간절히 기도해보지만 악마들의 목소리가 그녀를 에워쌀 뿐이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오빠 발랑탱은 파우스트와 칼싸움을 벌이다가 치명상을 입고 여동생을 저주하며 죽어간다.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불리는 5막 마녀들의 제전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요란하고 환상적인 장면. 당시 파리의 환락가를 비유한 장면이라고도 한다. 혼이 나간 상태에서 파우스트와의 사랑을 회상하던 마르그리트는 악마 메피스토의 존재를 느끼고는 파우스트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한다. 마침내 마르그리트가 쓰러져 죽자 메피스토는 심판 받았다고 말하지만 천상에서는 그녀가 구원받았음을 알려준다. 남성들의 소망이 창조해낸 순결하고 희생적인 여주인공이 철저히 파괴되는 완벽한 비극인 동시에 기독교적 선악의 관념에 저항하는 계몽주의의 승리이기도 하다.
우리 귀에 익숙한 병사들의 합창, 왈츠 등 화려한 선율로 가득한 이 오페라는 1859년에 파리에서 초연된 뒤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을 정복했고, 10년 후에 그랑도페라(Grand Opera :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공연된 스펙터클 오페라. 반드시 5막이어야 하고 발레가 등장해야 했다) 형식으로 바뀐 뒤에는 더욱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오페라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여전히 세계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다. 다만 주인공 파우스트의 인식욕이나 내면의 철학을 배제한 채, 그저 사랑을 해보고 싶어 안달이 난 10대 소년처럼 그를 묘사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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