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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기술 | ||
유형종 | 음악 칼럼니스트 | ||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오페라를 CD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새 사정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요즘은 메이저 음반사조차도 CD로 된 오페라 전곡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옛 명반의 재발매 정도에 그치고 있지요. 적어도 오페라에 관한 한 DVD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CD를 찾는 경우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영상으로 오페라를 보면서 무대장치, 의상, 특히 연출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은 다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을 쓰는가 하는 것은 지역적 기호나 오페라 극장의 전통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아주 개략적이지만 오페라 연출의 트렌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연출은 독일 극장에서! 요즘에는 작곡될 당시 대본가와 작곡가가 상상한 무대나 연출이 아니라 파격적인 재해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다지 오랜 것은 아니고 1970년대 이후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났으며 1990년대 이후에 대세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아주 다양한 트렌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을 꼽으라면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무대, 의상과 무대장치에 있어서 원색의 과감한 사용, 현재 혹은 가까운 근대로 시대를 재설정하는 것, 인간 심리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 섬뜩한 리얼리즘, 원작에 없는 묵역(?役)의 설정 등등이 있겠습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극장들 이탈리아는 보수적인 연출로 유명했습니다만 새로운 경향이 분명히 보입니다. 다만 연극적인 트렌드보다는 이탈리아의 전통적 강점인 미술과 건축적 요소에 주목하고 싶군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헨델의 <리날도>를 연출한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데요, 그는 원래 건축학도 출신으로서 절제된 톤이면서도 전통적인 권위가 살아 숨쉬는 무대를 만들어내지요. 미술과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므로 연출자가 무대장치와 의상까지 겸한다는 것도 이탈리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피치 외에 잔 카를로 델 모니코가 그런 연출가로 유명합니다. 오페라가 담고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궁금하시다면 무지크바움 강좌에 참여해보세요. 자세한 내용은 본지 119P 참고. 이 글을 쓴 유형종은 음악 및 무용 칼럼니스트이며, 저서로는 <불멸의 목소리 1,2>가 있다. 현재 월간 <객석>등의 고정필자, 현대백화점 등 문화센터에서 오페라 강의를 맡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의 대표운영위원이다.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중에서 아멜리아의 아리아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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