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에서 인구 대비 합창단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일까, 오페라의 종주국 이탈리아일까? 아마추어 단체 활동에 강한 일본일까? 독일? 핀란드? 미국? 정답은 스웨덴이다. Sweden(스웨덴어로는 Sverige), 이 정답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인구 대비 합창단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수도 스톡홀름은 유럽에서 면적당 극장이 가장 많은 도시일 정도로 문화, 예술의 저변이 폭넓고 수준이 대단히 높은 나라다. 지난여름 서울시 오페라단이 가을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오페라‘가면무도회’의 필름 촬영을 위해 스웨덴에 다녀왔다. 객석 기자 시절 무작정 배낭여행을 떠난 지 12년 만의 일이었다. 스웨덴의 강산은 과연 변했을까? 이번에는 좀 더 찬찬히 스톡홀름 사람들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또 어떻게 이들이 문화를 향유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국적의 이방인들이 많이 늘어나 무척 국제화됐다는 느낌이었고 실제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시원한 여름을 지내려고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대단히 많았다.
관객과 청중이 함께 부른 아리아 먼저 어떤 문화 이벤트들이 펼쳐지고 있나 번화가 세르겔스 토리 광장에 있는 스톡홀름 시립극장에 들렀더니 이 시립극장은 여름 시즌에는 극장에서 벗어나 야외무대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있었다. 바로 스웨덴판 민속촌인 스칸센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자연 속의 야외 무대인 파크 테아터(공원 무대)에서 6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연극, 쇼, 라이브 공연,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매일 펼쳐졌는데 시민들의 참여도 따뜻하게 이뤄졌고 무엇보다 모든 공연이 무료로 시민들을 위해 열린다는 점이 역시 사회보장제도의 나라 스웨덴다워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난 프로그램 중‘싱얼롱 오페라’라는 제목의 공연이 궁금했다.“오페라를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부른다고?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본능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궁금해져서 도저히 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버스를 타고 파크 테아터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 무대에 모여 있었다. 입구에서 할머니 한 분이 스웨덴어로 된 악보는 없는 가사집을 나눠줬는데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와 합창곡들이었다. 오페라단에서 바리톤과 소프라노가 한 명씩 나와서 선창을 하며 모인 청중들과 함께 같이 ‘히브리 노예의 합창’이나 카르멘의‘아바네라’ 같은 아리아를 합창했다. 아리아를 합창하는 청중들은 프로페셔널 싱어들이 아니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일반 아마추어 청중들이 모여서 세계 각국의 오페라 아리아를 합창한다! 그것도 꽤 잘했다. 이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고 문화적 저력이었다. 난 이날 함께 노래하면서 스웨덴이 왜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합창단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지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오페라를 좋아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역사와 예술 그 사이 발트해의 전통적인 강국이자 선진국인 스웨덴은 대단히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건축, 연극, 영화, 과학, 문학, 도시공학, 양성평등, 환경보존에 이르기까지 가장 앞선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미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만큼이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의 도시, 스톡홀름 8월, 스톡홀름의 밤은 심심할 새가 없다. 연극, 테크노 음악, 팝음악, 록, 무용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가 하나되는 스톡홀름 서머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인 발트 해 페스티벌이 8월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발트 해 연안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하나가 되는 페스티벌로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리 게르기예프, 에스토니아의 파보 예르비 같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총출연, 자웅을 겨루는 경쟁력 있는 축제다. 역시 일 만들기 좋아하는 워커홀릭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만든 페스티벌이다. 그는 진정한 행동가(Doer)다. 또 국왕이 살고 있는 스톡홀름 교외의 드로트닝홀름 궁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바로크 양식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름에 오페라를 볼 수 있다. 지금도 수동으로 작동되는 극장인데 올해에는 1607년 초연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공연이 열려 오페라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외에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주요 음악 페스티벌들을 정리해보면 2월 스톡홀름 뉴 뮤직 페스티벌, 7월 스톡홀름 재즈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다.
|
'작은 글들... > 클럽발코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음악 이야기 /음악 에세이/윤대녕 | 소설가 (0) | 2008.01.14 |
---|---|
오페라 극장과 연출의 경향 /감상의 기술-/유형종 | (0) | 2008.01.14 |
프로밍(Promming), 프로머(Prommer) 그리고 프롬스(Proms) (0) | 2008.01.11 |
바로크 시대의 바흐 (0) | 2008.01.02 |
발코니 시네마/글루미선데이/김준석 (0) | 2007.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