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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공연후기를 쓴다는 것이... 처음 기 공연을 접했을때 만큼...아니 훨씬 그 이상으로 힘이 든다. 춤과 연극이 하난로 된 <댄스 시어터>란 장르부터가 내겐 낯설고 생소한 현대무용 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알랑 플라텔>이 추구하고자 했던 주제 자체가 워낙 난해하고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한 곡에서 받는 느낌... 한없이 평화롭고 성스러운... 거기에 정신병동의 환자들의 움직임을 접목시켜서 인간의 한계-엑스터시를 표현하려고 했다는거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가, 왠지 엽기적(?)일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했다가... 그래서 연초에 자유패키지 선정을 할때 넣었다 뺐다를 몇번이나 반복했던 <저녁기도>였던 것이다.
"에잇~ 한번 봐 보는거야!' 평범한 우리들이 쉬이 접근할 수 없는것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그것을 작품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가 느껴보고 싶었다. 특히 프리뷰에서 눈길을 잡았던 <그들의 마지막 20분 동안의 엑스터시에 사로잡힌 육체><무아지경..><감동...> 이런 단어에 유혹당하고 말았다.
커튼이 내려져 있는데도 밖으로 흰 천조각 같은것이 무대 가장자리로 널부러져 나와있는... 밖에까지 확대시킨 무대 셋트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옛날 2003년에 보았던 <피나 바우쉬>의 <마주르카 포고>때 객석 앞으로 한참을 나왔던 무대셋트가 오버랩되어 그때의 감동에 설레임이 생겼다.
드디어 커튼이 올려졌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것과 같은 하얀천으로 무대 뒤 전체를 커버한 거대한 <산>이 시선을 제압했다. 그 한켠에 흰옷을 입어 언뜻 눈에 띄지않는 보컬을 포함 10여명의 연주자들이 있고, 높은 산 언저리에 검은 원피스에 선글라스, 눈길을 확 끈 <빨강색 스타킹>을 신은 여자가 누워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익숙한 아름다운 몬테베르디의 선율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벌써 그 검은 양복의 사나이는 다 벗어던지고 와이셔츠와 흰 팬티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또 한켠에선 거대한 딱딱한 빵을 들고 힘겹게 뜯어서 반은 바닥에 흘리면서 먹고 있었다. 이미 예측했듯이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빵을 뜯던 사나이는 순식간에 하얀 산 속으로 뚫고 사라졌다. 그리고 출연한 한 여인... 연속 무어라 소리치고 지껄여 대며 무대를 헤메고 다녔다. 잘 들어보니...한국말로 지껄인다. 이 뜻모를 행위들의 연속에, 그리고 그녀의 어눌한 한국 말의 외침에 객석들 소리죽여 킥킥댔다.
어느사이 또 흰 팬티의 사나이는 양복을 다 차려입은 멀쩡한 신사로 되있었다. 이윽고 10명의 무용수들이 제각각 옷을 입고 무대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을 끌었던 작고 깡 마른 여자 무용수와 그녀 상대남자 무용수.... 쉼없이 꼬고 비틀리고 엉켜 붙었다가 어느사이 풀어져 있고.. 오랜시간 동안 그 둘은 그렇게 무대를 장악하며 신음하며 구르고 기어 다녔다. 정상적인 인간이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행위....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연체동물 같았다.
그 연체동물은 100분이 넘는 공연시간 내내 그렇게 비틀렸다. 하얀 산에도 거침없이 기어 올라가고 매달리고... 도대체 이들은 춤을 추는건지, 기예를 하는건지...곡예를 하는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곡예를 하듯 뒤로 젖혀있는 그녀의 가녀린 배위로 남자 무용수가 올라서기도 하여 숨죽였던 객석에서 신음소리를 다 냈다.
듀엣으로 나와서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고 보컬이었던 여자도 어느새 무대에 나와 무용수들과 하나되어 소리도 치고 행위도 하고 했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지...그들의 행위를 잘 이해하지는 못해도 어느샌가 우리도 그들의 행위속으로 빨려 들어가 하나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하얀 산 속에서 조명이 뿜어져 나와 무대를 가득 메운 거대한 산이 부각되었다. 두어명의 연주자가 슬그머니 하얀 산의 문을 밀치고 퇴장을 했다. 이어서 관악기파트...첼로..드럼이 소리없이 다 나가고...보컬과 바이올린만이 남아서 광기에 오른 소리를 내주고 있다. 조짐이 느껴졌다. 그 20여분의 광기에 오른 인간의 육체가 보여질거라는 걸...
퓨리뷰에 실렸던 것...인간의 극한 상태 엑스터시에 다달은 육체는 어떠한 것일까... 긴장감이 돌아 몸을 바짝 앞으로 당겨앉았다. 내 앞자리 옆자리 ..모두에게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무용수들은 극한 상태의 음악에 맞추어서 일제히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행위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자신의 몸을 때리는 자학까지...통제할 수 없을 만큼 극한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그들은 옷을 벗어 재낀다. 윗옷을 잡아 끌어 올리고...아랫도리를 끌어 내리고...바닥에 엎드려 발버둥치고... 극한 엑스터시 상태에서 내뿜는 격한 신음소리를 내뱉고...
이미 자기 통제력을 잃은 이들의 행위는 마치 성적인 자위행위를 보는 듯 했다. 정말이지 무용수들의 이러한 광기어린 행위는 20여분 동안 단 1초도 멈춤없이 계속되었다. 나는 그들이 진짜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꼈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한 순간도 멈춤없이 그렇게 오랜시간 동안 그 광기속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생각들기 때문이다.
이제 끝까지 경험한 상태...엑스터시 후...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쓰러졌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순간... 하얀 산 한켠에 화면이 뜨면서 나타난 한 남자는 표정을 수없이 바꿔가면서 무언가 계속 말을 하다가 사라졌다. 그 사이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안깐힘을 썼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을 질질 끌고 하얀 산 위로 오른다. 오르다가 떨어지기를 반복...서로 잡아끌고 밀어주면서... 그리고 커튼은 서서히 내려졌다.
객석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나역시 광기에 사로잡힌 그들의 20여분의 행위에 몽롱한 상태였으니까... 어쩌면 프리뷰서 읽었던 그 엑스터시에 오른 인간의 육체가 이런 광기에 사로잡힌 성적인 엑스터시가 아닌 뭔가 절정에 다달은 아름다움을 기대했었는 지 모르겠다.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프로그램도 없이 이 난해한 댄스 시어터를 보았으니... 로비에 가서 프로그램을 하나 살까 생각들었지만, 그만 순식간에 지하 1층까지 내려와 버렸다. '그래...그만두자. 그냥 내 느낌만큼만...'
스타벅스 커피를 한잔 시켜 자리에 앉았다. 바닐라 향과 어우러진 커피향이...그리고 입안을 감도는 그 뜨거움이 좋았다. 그리고 계속 가시지 않고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들...
엑스터시... 그 후... 죽음... 상실... 신앙.. 사랑...희생...죽음
<알랑 플라텔>은 몬테베르디의 음악에서 극도의 신앙상태를 느꼈고, 정신병동의 환자들의 움직임에서 인간의 극한 상태를 발견 했다 한다. 이 둘의 이질적인 것에서 그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잠재력을 잃은 극단상태의 사람들을 보았고, 이들을 통해 종교의 문제와 본질을 다뤄보려 했다. 자제력을 상실한 우리들는 무엇을 찾고 있는것인지.. 극단의 상태에 빠져있는 종교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수 있는 지...
사실 무엇을 표상하는지 답이 없고, 그의 세계는 양과 늑대, 남과 여를 나눌 수도 없고, 그 무엇도 항상 아름다울 수 없고, 양자 택일 할수도 없다. 양극단의 것을 한데 결합시킨 상태, 따라서 그의 세계는 <모두/ 그리고>가 맞는 말인거 같다. 그리고 모든것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도... 숭고한 종교에서 얻는 엑스터시나 정신병자의 육체에서 얻어지는 엑스터시나...
순수함.. 본질...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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