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농쿠르&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쇤베르크 콰이어..공연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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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농쿠르가 한국에 온다고 했다. 그것도 모짜르트 해석의 대가인 그가 모짜르트 레퀴엠을 가지고.... 흥분된 맘으로 예매를 하고 기다렸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어느새 마치 D-DAY날 다가 오듯이 하루 하루 가까워져 왔다. 나는 집에 있는 모짤트 레퀴엠 DVD (Sir Colin Davis)를 보면서 미리부터 감동속에 빠지기도 했다. 드디어 어제......흥분된 맘을 가라 앉히질 못해서 아들 녀석에게 한마디 던졌다. "야! 드디어 내일이다. 역사적인 공연이 펼쳐질 날!! 이러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혹시라도 늦을 까봐 성지 순례도 포기했는데,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날은 꼭 무슨일이 터지게 마련이다.
일이 생겨서 대전엘 내려갔다가 오게 되었는데, 여유있게 와서 커피도 마시고, 우리 클럽 발코니 식구들도 만나 인사도 나누고 한다는게...차가 막혀서 겨우 공연 시간 임박해서야 도착하게 된것이다. 결국은 오늘도 죽어라고 뛰었다는...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와 차 한잔도 못 마셔서 미안하고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그나마 여유를 둔다고 출발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내 자리는 합창석 F 블록 2열 중간... 합창을 듣기엔 전면에서 좀 떨어진 곳이 낫겠지만,아르농쿠르를 확실히 보기위한 전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객석의 불은 꺼지고, 출연진들이 무대로 걸어나왔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았고, 무대도 앞으로 화악 나가 있어서 합창단 좌대가 무대 중간까지 나가 있었다. 치밀한 계산하에 예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창단원의 모습이 보이질 않게 되었고 그들의 소리가 또한 어떻게 들릴 지...쪼금은 걱정이 되었다. 이제 드디어 아르농쿠르가 나타났다.....
침묵이 흐르고... <주일의 저녁기도>가 무반주 아카펠라로 한파트의 남성들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퍼졌다. 남성들의 목소리가 어찌 이리 영롱할 수가.... 그리고 아르농쿠르의 지휘는 시작되었고, 오케스트라, 합창단원 전체...그리고 솔리스트들의 소리가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소리들이 .... 한치의 더함도 덜함도 없이 천상의 소리가 되어 홀안을 메워왔다.
체임버 정도의 규모인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얼마나 부드럽고 또 풍성한 지.... 파곳, 파곳옆에 있던 처음 보는 악기, 트럼펫, 팀파니...등이 이들이 당대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라는 것을 잘 알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솔리스트들도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지...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의 목소리는 청아하며 부드럽기 그지없었고, 그녀의 노래하는 자태나 옆모습이 마치 작년에 내한했던 '안네 소피 폰 오터' 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알토인 '베르나르다 핑크'는 일숙언니 말따나 '르네 플래밍' 같았다. 수많은 음반상을 받은 테너 '베르너 귀라'도 수많은 오페라에서 주역을 따낸 베이스 '루 벤 드 롤' 도 하나같이 그들의 빼어난 노래 실력은 마치 독창회를 듣는 듯 했다. 수차례 이 모짤트의 곡을 들으면서 이렇게 솔리스트들의 노래에 집중을 해본적은 없었던거 같다. 역시 이렇듯 아름다운 개개의 목소리도 들리지도 않았었고 한데 어우러짐도 느껴보지 못했었든거 같다. 또한 한곡 한곡 시작하고 끝날때마다 불리어 졌던 남성 테너의 아카펠라는 마치 중세 교회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이제...그렇게도 듣기전 부터도 가슴 설레게 했던 레퀴엠이다. 아르농쿠르는 1부에 쓰고 나왔던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만큼 확신에 찬 연주를 보여줄게 확실했다.
입당송이 벌써부터 가슴을 저리게 했다. '영원한 안식을 그들에게 주소서' 그리고 '키리에'(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이어 6곡의 부속가(Sequentia)가 흘렀다. 두번째 곡 오묘한 나팔소리(Tuba mirum)에서 베이스가 처음 노래를 시작할땐 또 얼마나 전율을 일케했는지...그 깊고 기인 호흡에...나는 숨이 멎을 듯하여 내가 되려 깊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테너, 알토, 소프라노...어쩜 이렇게도 소리들이 맑으며 노래들을 잘할수 있을까...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농쿠르의 지휘는 점점 뜨거워졌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하며 부르는노래는.비단 그 단원들 뿐만이 아닌 내게까지 그대로 전달되어 감동을 주었다. 나도 같이 뜨거워졌고, 나도 같이 노래했다. 느닷없이 모짜르트가 이곡을 작곡하면서 불렀던 그의 단락 단락의 노래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모짜르트가 오버랩 되면서 내 마음엔 슬픔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라크리모사'가 울려퍼질 땐 목젖까지 눈물이 차올랐다. 눈은 뜨거워지고, 코끝은 매워져왔다 금방이라도 꺼억 꺼억 ....그 목메임이 겉으로 드러날까 꾹꾹 눌러 가슴속에 집어넣느라 또 나는 애를 먹었다.
죽음앞에서 인간은 가장 순수해지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수있는 것일까?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절대자에게로 돌아가는 편안함과 천국의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모짜르트는 보았을까?
봉헌송(Offertorium)이 울려 퍼졌다. 아르농쿠르는 이제 자아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신들린 듯 그의 온몸은 치달렸다. 천상의 목소리는 그의 열정과 함께 무대를 가득 메우고 또 멀리 멀리 달아났다.
소프라노의 천상의 음성은 끝모를 줄 모르고 저쪽 딴세상에서 계속 날아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도 청아하게 보석처럼 반짝일까!! 옥에 티도 없다는 말을...이제사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상투스-거룩하시도다
베네딕투스-찬양받으소서 이제 상투스의 거대한 밀물은 달려나와 파도로 부서져 나가고, 잔잔한... 솔리스트들의 찬양이 다시 영롱하게 수를 놓았다. 그리고 다시 해맑게 퍼진 호산나 인 엑스 첼시스!!
야뉴스 데이.... 이제 막바지로 치달았다. 참을 수 없는 애닳픔이... 격정이..
아니, 절규였다.
아르농쿠르도.. 그가 만든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오케스트라도 쇤베르크 콰이어도.. 솔리스트들도... 그리고 객석의 우리 모두도...
아르농쿠르가 78세가 되서야 처음으로 우리나라엘 오다니....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생전에 그의 이토록 열정적인 연주를 볼수 있었음에 어떤 리뷰에서 봤는 지...그 말따나 축복이 아닐수 없다.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나는 일어서서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보내다 순간 떠올랐다. 앵콜을 할까??? 무슨 곡을 할까?? 그리곤 이내 이 레퀴엠뒤에는 그 어떤 곡도 올 수가 없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와서 이 느낌을 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앵콜은 없었다.
나는 나오면서 오늘 이팀의 연주가 실린 레퀴엠 음반을 샀다. 내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일은 이 음반을 들으며 김장을 할것이다. 김장이.... 혹시 거룩하게 되는건 아닐까??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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