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중에 3회동안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잘 알려진 어나운서를 진행자로 세워서 좀더 편안한 분위기로 설명도 듣고 무대뒤 배경으로 그림도 보면서 가졌던 공연이었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설명도 들으면서, 그림도 보고, 연주를 듣는 ...사실은 아주 편안한 음악회였다.
그러나 주제에서 느껴지듯이 그리 편안한 마음만으로는 들을 수 없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야나첵과 뭉크....
백병동과 프리다 깔로...
슈베르트와 모딜리아니, 에곤쉴레....
평생이 가난과 죽음과 병으로 얼룩진...그래서 하나같이 요절한 삶을 살다간 이들....
음악을 듣는 내내 '상실'이라는 단어가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르고 있었다.
'상실감'
그 고통의 크기가 너무 강해서 다 타버려 아무것도 없는, 정말 텅비어 버린....
죽음보다도 더 한없이 긴 공간을.... 아무것도 없어서 설수조차 없는 그 공포에 가까운 공허감....그리고 아무것도 없는데 짓눌려지는 압박감.....
그래서 미쳐버릴 수 밖에 없는.....
그리고....그 살아있음의 끝에서 온몸으로 살려낸 아름다움 !
그들의 삶속에서 꽃피워낸 작품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죽음으로 얼룩졌던 야냐첵의 삶속에서 피어난 그 아름다운 선율에 가슴에이었고, 뭉크의 작품에선 진실한 삶의 절규가 전율을 일으켰다.
그렇게 쉽게 말했던 그의 작품에서.....
7세때 소아마비가 되고, 그후 교통사고 후 30여 차례나 수술을 받은 '프리다 깔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백병동님의 작품은 더우기 초연이었다.
나에겐 매우 난해했지만, 음악가의 초연을 듣는다는거...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역시 가난과 방탕의 삶을 살다가 31세에 요절한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듣는데는
차라리 '힘'이 느껴졌다 .
평상시 아름다운 그의 가곡이나 미완성교향곡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모딜리아니의 작품에서도 , 에곤 쉴레의 작품에서도 끝모를 그 무엇....삶의 고통, 삶의 깊이가 보이는 듯 했다.
삶의 아름다운 모습만 너무 쉬이 바라보고 살아온 내 삶이 조심스럽게 포개어졌다.
어저께 읽은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느낌과 함께....
레퀴엠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들을때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죽음과 사투하며 곡을 써내려가던...그 흥얼거림이 지치지않고 감동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극과 극은 어쩌면 같은 것인 지 모르겠다.
이 가을엔...
언제나 삶의 밝은 면만을 보고, 그쪽에서 힘과용기를 얻어 그렇게 밝게 살아가라는...
그런 나지만....그 뒷편 어두움속에 가려진 삶도 제대로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애들에 대한 욕심도 그들 자신에게 맡기고....
재물에 대한 욕심도 .....그저 진부 형님네 집 옆에다 통나무 집 짓고 살며,
감자만 먹고 살것처럼 가난하게 먹고 살며,
따듯한 햇살아래 집에 있는 음악 들으며, 책읽으며 살겠다고.....
그런 삶이 결코 누구나 그렇게 살수 있는 가난한 삶이 아니라는 걸,
조금 멀리 바라보니, 그들이 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 지....그런 유혹에 시달리며 사는 지....조금은 알것 같았다.
특히 신영복님의 글을 읽고는 더욱 그랬다.
쉽게 말하지 말며,
절대 함부로 평가하지 말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듯이...항상 감사함으로 살며,
무엇보다 '채움'보다는 '비움'의 자세로 살려고 또다시 맘먹는다.
언젠가 스님이 쓰신 '매달려 가지 마라' 는 책을 읽고
'절제'를 삶의 근간으로 삼자고 크게 써서 냉장고 앞에다 써 붙여 놨었든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고통속에서 온몸으로 처절한 삶을 살다간 사람만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주고 가는것 같다.
200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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