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전 공연들

소피아 솔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강충모&이혜전. 신정희

나베가 2006. 6. 13. 08:31

 

 

 

 

 

 

 

공연날....그리고 후기..... 

 

 

 

레슨이 있는 날은 예술의 전당까지 가려면 시간이 촉박해서 꼭 가고 싶은 공연이 아니면 예매를 기피하는데, 이번 소피아 솔리스트 내한 공연은 우연찮게 티켓을 얻게 되어서 횡재을 했지마는 빠듯한 시간에 티켓까지 일부러 받으러 나가느라 더없이 시간이 없었다.

레슨이 끝나고 마지막 아이들을 보내는데.... 한녀석이 한마디 던졌다.

 

"선생님. 수업 끝나면 총알같이 나가신다더니...거북이처럼 나가시네."

"우와~~하하하... "

 

정말 구여운 녀석...어쩜 표현도 기발하지!

수업중에 오늘 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수업 끝나면 총알같이 나가야 된다고...열심히 하자고 무심코 한말을....와~~정말 말조심해야 돼.   후후...

생각할수록 이뻤다.

 

거의 공연은 혼자 다니지만, 오늘은 이상하리 만치 혼자가는 발걸음이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누구 같이 갈 사람을 찾기도 여의찮고 해서 그냥 혼자 출발했더니만,

티켓창구에서 좌석권으로 교환한  R석티켓을 보니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번호를 보니, 자리까지 기막힌곳이었다.

오옷~이 아까운 티켓!

누구라도 줄까도 싶었지만...한장을 누구를 주기도 그렇고...

괜히 우왕 좌왕하느라 카푸치노맛을 즐길 여유도 없이 콘서트 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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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솔리스트들이 첼로 주자만 자리에 앉고, 나머지 12명은 빙둘러 서듯 서서 지휘자를 중심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곡은 오늘  Repeat 버튼을 누르고 하루종일 들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였다.

원래는 오르간곡으로 작곡되어진것인데, 오늘은 String Orchestra연주용으로 편곡되서 연주된 것이다.

느낌이 기막히게 다가왔다.

서서 연주하는 모습도 그러려니와, 오르간곡을 현악합주로 듣는것도 그랬다.

이어서 '모짤트의 '디베르디멘토 바장조, 작품 138' 

 

다음...기대했던 피아니스트 '강충모와 이혜전' 부부의 듀오공연... 

'모짤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제 1번 내림 마장조' .....

내 코앞에 놓여진 거대한 두대의 그랜드 피아노!

마치도 한마리의 나비가 나빌레라춤을 추며 건반위를 날라다니는 것만 같은 손놀림!!!

두 연주자 사이에 서로 대화가 오가는 듯한 역동적인 즐거움!!!

1부가 끝나고  관객들은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환호했다.

정말 17,8세기의 귀족이 되어 실내에 악단을 초대해 연주를 듣는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은 싸악 가시고, 너무 행복해서 ~ 인터미션시간에 이 행복에 겨움을 메시지로 띄웠다.

 

2부가 시작되었다.

마르고 훤칠한 키에 펄이 든 심플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인 생머리를  한, 현대음악 전문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신정희'가 나타나자 2,3 층에서 환호를 해댔다.

 

연주자는 피아노에 파묻히듯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몰리듯 하더니..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가까이  숨을 죽이며 곡에 몰입하다가 돌아서서 지휘를 시작 하던 그 모습....

이내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무대에 무겁게 깔리고...그녀는 그 난해하고 기인 현대음악을 악보도 없이 완전히 '몰입'되서 연주를 했다.

머리카락이 흩날려 어깨를 흘러내려와 팔을 휘감친 모습.....

다리를 쫘~악 벌리고 마치 피아노를 송두리째 껴안을듯한....

우리도 그녀와 함께 온몸이 뒤틀리고....침넘어가는 소리가 꼴깍 들릴정도로 '슈니트게'의 현대음악에 매료되었다.

마치도 '슈니트게'의 '피아노와 현악합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신정희 그녀는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어둡고... 강하고... 또 숨이 멎은 듯한 고요.....  

마치 연주자가 아닌 한사람의 연기인을 보고 있는 듯한.....

난생 처음 듣는 슈니트게의 음악에 우리는 그녀와,  소피아 솔리스트 단원들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곡을 끝냈다.

환성이 터졌다.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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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속에 피아노는 어느새 치워지고....'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이 연주되었다.

페르퀸트는 입센이 노르웨이의 민요 채집에서 얻은 전설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른바 노르웨이의 파우스트적 시극이다. 주인공 페르퀸트는 터무니 없는 공상가, 허풍장이, 무절제한 야심가로 모험을 좋아했고, 무서움을 모르는, 세계를 방랑하는 방랑가였다.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이곡은 베딘족 추장의 딸 아니트라가 혼자서 매혹적인 춤을추는 장면으로 

                         아라비아의 무곡이 마주르카의 템포로 되어있다.)

'솔베이지의 노래' (페르퀸트가 돌 위에 앉아 잠든사이에 고향에 남겨 둔 연인 솔베이지를 꿈

                            에서 본다. 숲속에 있는 오두막 앞에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솔

                            베이지가 옷감을 짜고 있다. 이 환상을 통해서 페르퀸트의 마음에 귀향심

                            이 싹트고 있음을....)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이 공간에 나 혼자있음이 속상했다.

이곡-페르퀸트 모음곡만, 특히 솔베이지 노래만 듣고 가도....

아니~ 저 지휘자의 춤추듯한 저 모습만 보고 가도....

아니~ 피아노 위를 질주하는 저 손가락만 바라보다가 가도....

저 14명이 연주하는 편안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열정적인 모습만 보고 가도.....

참 좋았을걸.....

이 감동의 전율을... 이 행복을.... 나만 누리고 있다는게 ....

어쩜 그게 그렇게도 안타까웠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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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서 불이 확확 날정도로 환호하며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정말이지 누구 하나 꼼짝않고 환호했다.

오늘 ...우리들은 앵콜을 무려 4곡이나 들었다. 

특히 비올라 파트와 첼로파트에서 활을 바닥에 내려놓고, 비올라는 가슴에 껴안은 채 기타치듯 줄을 뜯는 장면에선 (지휘자의 지휘도 너무나 코믹했어..) 우리 모두는  리듬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흥에 겨워했다.

마치 축제를 즐기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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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사인회가 있었다.

나는 팜플릿에 소피아 단원 3명과 강충모, 이혜전, 신정희에게 사인을 받으면서 정말 환상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밖에 나오니...

콘서트홀과 오페라 하우스의 조명과 주위 나무들의 조명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는것만 같았다.

나무결 사이 사이에 드리워진 형형 색색의 조명 (특히 푸른색 조명은 마치 마법의 구술에서 뻗어나는 빛같아 ) 과 그 앞에 놓여있는 아이보리색 파라솔과 은색 철재망 의자는 누구라도 한번쯤 앉아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것 같았다.

 

노래하는 분수대 앞에는 마치 무슨 공연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진도찍고~~노래끝에 치솟는 분수와함께 탄성도 지르고.....

정말 이 모든게 너무 아름다워서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3. 6. 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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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참으로 공짜티켓도 많이 생겼다.

이 공연도 이벤트에 당첨되었었나...아님, 복이 터져서 얻은건가....

하여튼 이 좋은 공연의 티켓을 한장 썩혀서 너무나 안타까웠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아마 그래서 더 이 공연이 기억되는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앵콜연주때....활을 일제히 바닥에 놓구 피치카토로 환상적 연주를 했었는데, 정말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이무지치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일제히 나와서 팬싸인회를 해주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다는 것이...무척 감동적이었다.

 

 

 

 

 

 

이들은 부부인데, 그래서 그런지 호흡이 너무 잘 맞았고, 여러 마리의 나비가 날아 다니듯..

그런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었다.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숨이 멎을 듯한 그런 분위기를 끌고 갔다.

 

난생 처음으로 들었음직한 현대음악에 이처럼 매료되어서 숨을 꼴딱 삼키며 감상에 몰두했던 적은 흔치 않았던 일이다.

 

그녀의 긴머리카락과 함께 그녀 온몸과 피아노가 마치 하나가 된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그날 공연장의 모든 객석은 이 연주를 듣는 동안 숨도 쉬지 못했던거 같다.

그렇게 그녀는 생전 이름도 처음 들어봤을 작곡가의 음악으로 우리의 넋을 빼놓았었다.

나는 그녀의 싸인을 받으면서 '환상적 이었다고' 말했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