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안 트리오가 매스컴을 통해서 알려진 지도 꽤 되었고, 그동안 한국에도 여러번
와서 공연을 가졌었는데 사실 난 이들 공연을 처음으로 예매를 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클래식에 점점 더 빠져들지만, 깜찍하고 발랄한
이들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고도 싶었고 이들의 무대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마일리지 회원으로 있는 크레디아에서 기획한 공연
이었던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공연 소식을 벌써부터 접하고
있었기때문에...
어쩌다 보니 가끔 함께 했던 딸아이하곤 아주 무거운 클래식 공연만 가게되서
이번엔 나를 재쳐두더라도 딸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고,클래식보다는 접근이 훨씬 쉬울것이라 생각해서 이번 공연은 함께
갔다.
기말고사를 막 끝낸 딸이 어떤 공연인 지 무척 궁금해 하면서 따라
나섰는데, 1부가 끝나고 나서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엄마, 이런 공연인거 알았어?"
"응.왜? 새롭잖아~ 안좋아?"
"으응...약간 어지러워. 일단 조명때문에 너무 어지럽고,
소리도...사실...별루야~
난 내가 아는 클래식이 더 좋아~오늘 시험끝내고
왔는데...어지러워~"
"으응...그래, 엄마도 소리가 좀 생소하긴
하다."
전자매체를 통해서 나는 클래식 악기의 커다란 소리가 좀 생경스러워
적응이 잘 안되었다.
캐빈 컨 연주회때와는 다르게 너무 어둡게 깔린 조명도 좀 답답헤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모처럼 함께한 데이트가 마치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야...2번째곡이 너무 산만스러워서 그렇지
괜찮잖아~
그리구 수지 서 ...얼마나 노래를
잘하냐~
노래도 너무 좋지 않냐? 다 수지서가 만든
곡이거든~"
딸아이의 찌푸둥한 맘을 달래보려 밖으로
나왔다.
그래봤자 그냥 바람만 쐬다가 2부 공연을 보려고
들어갔다.
1부때보다는 공연장의 분위기도 훨씬 더 화기애애해진 느낌이고, 연주되어지는
곡들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안 트리오와 함께 곡을 만든 프라하에서 온 뮤지션들의 연주가 더해져 아주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이 있는 곡으로 파고 들었다.
1부보다 훨씬 시간의 흐름도 빠르게
느껴졌다.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는데, 게스트도 한명 더
나오고...
막내인 안젤라가 곡마다 일일이 설명을 하면서 전개되어 곡 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나는 괴팍한 할아버지를 표현한 첼로 연주가 인상적이었는데, 딸아이는
그때의 그 괴팍함을 표현한 첼로소리가 너무 싫었다고....후후^^
어쨋든 피아졸라의 경쾌하고 현란한 탱고곡을
앵콜곡으로 딸아이의 찌푸둥했던 마음도 풀어졌는 지....2부는 1부보다 훨 좋았다고 했다.
사실, 싸인 받는다고 줄서 있으면 이 꼬맹이가 골부리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나올려고 했는데 저가 먼저 재촉했다. 빨리 줄서라고...
모처럼 딸아이가 싸인 받는 사진도 찍어주고, 이내 로비에
나타난 연예인들 보느라고 정신없다. 누구 누구...얘기를 하는데, 나는 윤도현 밖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수지 서 음반을 하나 사서 싸인을 받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도 가까우니
맘이 여유가 있어서 딸아이와 데이트를 즐겼다.
늦었지만 배도 고프고...그래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문을 닫을때까지 얘기를 했다.
사실, 딸아이는 예전부터 공연은 뒷전이고, 엄마와의 이 공연뒤의 데이트때문에
따라 나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도 그렇다고 인정하면서 키득 키득
웃어댔다.
우리는 같이 디카로 서로 사진도 찍으면서 1시간반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자니 언제 이렇게 컸는
지...
그렇게 뿌듯하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어짜피 오늘의 공연은 공연이 주가 아니라 앞으로 1년간 교환학생으로 나갈
딸과의 데이트가 목적이었듯이
아주 행복하고 귀한 시간이 된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