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전 공연들

코리안 심포니-예전회원 음악회, 친구전시회 다녀오면서

나베가 2006. 5. 15. 06:12

나 이외에 3명을 보살핀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투자다.

주일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종일 밥하고 치우고...그리고 저녁때 미사갔다오구~

때에 따라선 그 이후까지 빨래에 다림질에...늦은 저녁에 간식까지....

 

불현듯 신혼때부터 10여년을 새벽부터 일어나서 종일 여섯식구(신혼땐 부모님과 시누이들땜에 여섯...나중엔 애들이 생겨나서 ...) 를 챙겼으니....나의 삶은 없는거나 마찬가지 였다.

생각해보니 결혼초 2년동안은 집안일외엔 집밖 출입을 안했던거 같아~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ㅎㅎㅎㅎ

 

푸르름과 따가운 햇살이 하늘을 가득메우며 가을길로 재촉해 들더니만, 어제 그제 이틀동안은 하늘이 뚤어져라 비를 퍼부었다.

백주간 피정땜에 순호 전시회 오픈일에 가지 못하고 , 때마침 코리안 심포니 콘서트도 있고해서 어제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웬 비가 이렇게도 퍼붓는 걸까.

머리는 왜 또 이렇게 아프고...

그렇게 보고싶던 순호작품이기도 하고, 그렇게도 좋아하는 콘서트도 무료로 가게 되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도 간사하다.

내돈으로 티켓을 예매했더라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를 서둘렀을 터이다.

어쨋든 집안식구들 점심으로 삼겹살까지 구워바치고..또 치우고...

코엑스에 갔다가 예술의 전당까지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언제나 늦어서 헐떡거리는 이 나쁜습성에서 어떻게 헤어나오나~~

 

두통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쉬이 가라앉질 않아 전철에서 계속 자면서 갔다.

코엑스에 도착하니 두통은 가라앉았다.

꽃집이 눈에 띄어 꽃을 한다발 사가지고 물어 물어 컨벤션홀로 찾아갔다.

상상외로 규모가 큰 전시회였다.

'환경미술 엑스포!

역량있는 초대작가들로 소규모 개인전 형식을 띤 ....대체적으로 구상작가들과 설치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친구작품은 이미 팜플릿에서 보았지만 놀랄정도로 아주 작품이 좋았다. 

아주 열심히 한 흔적이 보였다.

순호이외에도 우리 동기생들과 후배들이 여럿 초대되어 있었다.

작품들도 좋았고 활동영역도 매우 넓어서 한편으론 너무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너무 늦게 가서 사실 콘서트는 가지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부스에 나와있던 동생이 오늘 연주회를 한다는것이 아닌가~~ 세상에!

 

'가국현'씨의 작품은 내가 워낙 좋아해서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얘기도 나누고 , 다른 동창들  소식들도 듣고.

 

가슴 깊은곳에서 또 언제 사그라들 지 모르는 그림에 대한 열기가 꿈틀대며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다시 시작해볼까하는 가능성을 점쳐보면서....콘서트를 가면서도, 끝나고 집에 오면서도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시간을 내고,  어떤것을 포기해서 작품할 여력을 갖고 경제력을 갖출수 있을까...

사실 무엇보다 절박한 것은 경제력이다. 그러자 들면 레슨량을 늘려야 할 터인데, 그렇게 되면 그림할 시간이 없으니까 결국 또 잠을 줄이고 무리를 해야하니까 건강이 문제가 될터이다.

지금 이상태에서 그림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디까지 얼마만큼 포기를 해야 가능할까.

생활이 바뀌면....갈등은 안 생길까...

 

조금은 들뜬기분으로 화요일에 다시 가서 전체 작품도 보고 친구와 많은 시간을 갖기로 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비가 오는데도 객석은 3층을 빼곤 꽉찼다.

전석 초대인 지 ....티켓에 금액이 적혀있는 걸로  봐선 그런거 같진 않다,

무료초대는 지정좌석에 한한다고 적혀있어서 가장 싼 좌석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티켓좌석은 R석 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번거로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티켓 한장을 썩혀 버렸다.

안타까운 맘도 별로 들지 않았다.

 

친구 동생이 있다고 느껴서 인지, 아님 자리가 좋아서였는 지, 안왔으면 어쩔번했나 싶을 정도로 다른때보다도 더 심취되는 듯 느껴졌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작품으로 소프라노 신지화와 첼로 박경옥, 플루트 송영지가 협연을 했다.

특히 드보르작 첼로협주곡 연주가 심금을 울렸다.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 동안 내내 책을 볼 수 없을 만큼 피곤함이 내리 눌렀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느라 온몸이 아픈데다, 뾰죽이 솟은 그림에 대한 열망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서 인거 같기도 하다.

...............

괜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건 아닌 지 싶다.

 

2004. 9. 13.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