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시향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지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Christian Vásquez, conductor
호른 슈테판 도어 Stefan Dohr, horn
R. 슈트라우스, 돈 후안
R. Strauss, Don Juan, Op. 20
R. 슈트라우스, 호른 협주곡 제2번
R. Strauss, Horn Concerto No. 2 in E-flat major, TrV 283
------------ 휴식 15분 ----------------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
Schubert, Symphony No. 9 in C major, D.944 Great
총 소요시간: 약 110분(휴식 포함)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9번은 ‘대교향곡’이라고 불리지만 ‘대괴(怪)향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햇빛 가득한 선율 속의 여행으로 감상하든, 베토벤에게 도전하는 젊은 재능의 산물로 감상하든 들을 가치가 있는, 독특한 곡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출신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이 곡을 힘과 환희 가득한 작품으로 들려줄 것이다. 첫 곡은 슈트라우스 ‘돈 후안’이며 이어 베를린 필 호른 수석 주자인 슈테판 도어가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평화로운 곡이지만 암울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크리스티안 바스케스Christian Vásquez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태어나 9살 때 바이올리니스트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지휘 수업을 시작했고 아라과 청소년 심포니 오케스트라 호세 펠릭스 리바스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2013/14 시즌부터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5/16 시즌에는 라틴 프로그램으로 네덜란드 순회공연을 하며 아른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가 되었다. 2010~2017년 베네수엘라의 테레사 카레뇨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재직하며 이 악단의 유럽 연주를 런던, 베를린, 리스본, 툴루즈, 뮌헨, 스톡홀름, 이스탄불에서 지휘했다.
2017/18 시즌에 그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에 데뷔하였 핑커스 주커만 협연으로 뉴저지 심포니를 지휘하였다. 또한 투르쿠 필하모닉, 헬싱키 필하모닉 무대에 다시 섰으며 에스토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2018년 여름에는 인터하모니 인터네셔널 페스티벌에서 유스 오케스트라를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트랸과 협연하였다.
2018/19 시즌에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나폴리 교향악단, 카스티야이레온 교향악단, 갈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슈테판 도어Stefan Dohr 호른
에센과 쾰른에서 수학했으며 19세 때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의 호른 수석이 되었고 모데른 앙상블에 객원으로 참여하였다. 니스 필하모닉과 베를린 도이치 교향악단 등의 호른 수석에 이어 1993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이 되었다. 로열 컬리지 오브 뮤직과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의 방문교수이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아카데미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호른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그는 솔리스트로서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크리스티안 틸레만, 다니엘 하딩, 네메 예르비, 파보 예르비를 비롯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였다. 고전과 낭만 시대의 호른 작품에 이어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을 초연하며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연주한 현대곡으로는 헤르베르트 빌리, 조지 로페즈, 요하네스 발만, 다이 보, 토시오 호소카와, 볼프강 림의 작품들이 있다. 실내악 활동으로는 빈-베를린 앙상블, 베를린 필하모닉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베를린 필하모닉 옥텟의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루체른, 잘츠부르크, 라인가우, 바덴바덴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그가 녹음한 앨범으로는 프랭크 자파의 지휘로 앙상블 모데른과 녹음한 ‘The Yellow Shark’(바킹 펌킨 레코드), 파보 예르비 지휘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녹음한 슈만의 4대의 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협주곡(RCA), 카메라타 슐츠와 연주한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전곡 등이 있다.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호른의 도도한 외침,
낭만주의를 이루다
여러 감상 포인트를 안고 있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9번 ‘그레이트’를
‘엘 시스테마’ 출신의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힘과 환희 가득한 작품으로 들려준다.
베를린필 호른 수석인 슈테판 도어는 서울시향과 함께 슈트라우스가 암울한 시기에 쓴 평화로운 곡,
호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글 김문경(음악 칼럼니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864-1949)
돈 후안 TrV 156, Op. 20 (1888-1889)
R 슈트라우스는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켜듯이 혹은 리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듯이 관현악을 다루었던 오케스트라의 비르투오소였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말러의 두툼하고 기괴한 사운드와 달리 그의 관현악법은 늘 명쾌하고 찬란한 음향을 잃지 않았다. R 슈트라우스가 24세에 작곡한 교향시 ‘돈 후안’은
그의 교향시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 첫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다. R 슈트라우스는 20대 초반에 이미 자신의아이콘적인 곡이자 관현악 천재의 경이를 보여주는 마스터피스를 남긴 셈이며, 이 곡은 오늘날까지 신선한 황홀감으로 많은 청중들을 매혹시키는 명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돈 후안’은 파트별로 오케스트라 오디션 때 가장 많이 요구되는 연주곡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올린 주자들에게는 슈만의 교향곡 2번 2악장이나 스메타나 ‘팔려간 신부’ 서곡의 경우처럼 오케스트라 취업과 직결된 ‘숙제’이자 ‘숙명’과도 같은 곡이다.
호색한의 ‘대명사’를 제목으로 하는 ‘돈 후안’은 헝가리 시인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곡은 창공으로 솟구치듯 힘찬 기백으로 시작하여 돈 후안의 여인들을 묘사하는 관능적인 에피소드를 거느리면서 유려하게 진행된다. 특히 호른의 유니슨으로 취주되는 도도한 주제는 돈 후안을 여성편력가나
방탕아라기보다는 영웅적인 존재로 미화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에는 언제나 작곡가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데 이 부분 또한 의심의 여지없이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승리의 도취감은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는 법이다. 레나우가 그린 최후처럼 교향시의 주인공은 허무
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864-1949)
호른 협주곡 제2번 E♭장조, TrV 283 (1942)
R 슈트라우스는 호른 협주곡을 두 곡 남기고 있다. 1번은 작곡가가 10대 후반에 쓴 작품으로서 신동 작곡가의 기개를 잘 느낄 수 있으며, 2번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무렵 70대 후반에 탄생한 만년 작에 해당된다. 두 작품 모두 호른에 잘 어울리는 조성인 E플랫장조로 되어 있으며 이는 호른이 맹활약하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나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의 조성이기도 하다. 곡은 고트프리트 폰 프라이베르크가 호른 솔로이스트로 참여하고 카를 뵘이 이끄는 빈 필하모닉에 의해 1943년 8월 11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 호른은 R 슈트라우스의 사운드에 있어 핵심을 이룰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악기이다. 이는 그의 아버지 프란츠 슈트라우스가 바이에른 궁정 오페라의 수석 호른 주자였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 호른 협주곡 2번은 아버지를 추모하는 의미로 부친에게 헌정되었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제2악장은 개시악장에서 쉼 없이 바로 연결되어 연주된다. 약음기를 낀 비올라와 첼로의 반주에 맞추어 오보에와 바순이 꿈꾸는 듯한 느린 가락을 연주한다. 호른 솔로이스트도 주제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는데 ‘영웅의 생애’ 후반부에서 볼 수 있는 농염한 회상적 분위기가 일품이다.
제3악장 Rondo. Allegro molto 호른의 팡파르에 도입되는 제3악장은 활달한 6/8박자로서 사냥의 모티프로 진행된다. 이는 모차르트의 숱한 호른 협주곡 피날레에서 접하게 되는 리듬으로, R 슈트라우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재앙 속에서 어쩌면 모차르트적인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작곡가의 젊은 시절 작품인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서 보여지는 유머와 장난기도 종종 엿보인다. 호른의 기교가 충분히 발휘되면서 전곡은 명랑하고 힘찬 분위기로 종지한다.
프란츠 슈베르트 (1797-1828)
교향곡 제9번 C장조, D. 944 ‘그레이트’ (1825-1828)
‘그레이트’라는 부제로 친숙한 슈베르트의 교향곡 D. 944는 완성작으로서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 이토록 장대하고 들뜬 분위기의 곡은 유례가 드물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모든 악장이 ‘리듬의 화신’을 구현하는 것처럼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는 전악장이 역동적인 에너지로 꽉 들어 차있다.
오랫동안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생애 마지막 해인 1828년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이는 작곡가가 교향곡의 악보에 1828년이라고 기재하여 생겨난 혼동으로, 실은 1825년 작곡한 것을 1828년 3월에 개정하여 최종본을 만들면서 해당 날짜를 쓰면서 빚어진 오해라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1825년 오스트리아의 휴양도시 그문덴과 가슈타인에서 여름여행을 할 당시 교향곡을 작곡했고, 후에 이 작품은 학자들에 의해 ‘그문덴-가슈타인 교향곡’이라고 명명되었다.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만 언급될 뿐 악보는 소실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연구결과 최종적으로 ‘그문덴-가슈타인 교향곡’은 다름아닌 ‘그레이트’ 교향곡인 것
으로 판명되었다.
교향곡의 발굴에 대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슈베르트의 사후 10년 되던 해인 1838년 빈에 머물던 낭만주의 작곡가 슈만은 슈베르트의 형인 페르디난트 슈베르트의 집에서 ‘그레이트’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하게 된다. 슈만은 작품의 경이감에 압도되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악보를 보냈고 결국 곡은 1839년 3월 21일 멘델스존의 지휘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곡의 발굴자인 슈만은 다음과 같은 비평문을 남겼다.
“만일 내가 슈베르트의 형과 의논하여 이 곡의 악보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운영국이나 예술감독인 멘델스존에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많은 세월동안 먼지 수북한 캄캄한 골방에 처박혀져 있었을 것이다. 슈베르트는 예리한 눈길로,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름다운 꽃조차 놓치지 않는 마음을 지닌 예술가이다. 그러니 이런 노련한 광채를 발하는 작품을 외면할 수는 없으리라.”
제1악장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호른의 신비로운 팡파르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곡의 낭만적인 스케일을 규정짓는다. 작곡가가 당시 머물렀던 그문덴과 가슈타인에서 받은 자연의 에너지가 곡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안단테의 템포로 연주되는 호른의 팡파르 주제는 점점 많은 음표를 거느리면서 자연스럽게 속도감 충만한 제1주제에 이르게 된다. 마치 영구기관의 역동성을 방불케 하는 진행 속에서 새로운 주제가 나무에서 가지가 뻗고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출현하며 이어진다. 흥분되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도입 주제가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강렬하게 재등장하여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견고한 통일성을 구축한다. 슈베르트의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가슴 벅찬 종결이 아닐 수 없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제2악장은 완서악장에 해당되지만 제1악장의 역동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어 전형적인 느린 악장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작부터 부점 리듬이 지배적이며 연가곡 ‘겨울 나그네’나 피아노 삼중주 2번 제2악장에 느껴지는, 걷는 듯한 속도감이 특징적이다. 음악 평론가 도널드 토비는 제2악장에 대해 ‘겨울이 온다’라는 언급으로 ‘겨울 나그네’와의 강한 연관성을 짚고있다. 현악의 움직임 속에 오보에가 동유럽 감성이 충만한 빅 솔로를 연주하며 곡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중반 이후에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마치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드는 듯한 부분도 있다. 슈베르트를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음악성으로 인식하는 청중에게 이 부분은 몹시도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음악학자 파울 베커는 이 돌발적인 부분을 ‘말러 10번 교향곡 아다지오의 끔찍한 외침보다 못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후에 다시 시작되는 음악은 당연히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레이트’ 교향곡은 전반적으로 밝고 희망찬 곡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슈베르트 후기음악의 절망적인 표현주의를 표방한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제3악장은 베토벤 교향곡 9번 제2악장만큼이나 장대한 교향적 스케르초에 해당한다. 슈만은 이 교향곡을 가리켜 ‘장 파울의 두툼한 4권짜리 장편소설과 마찬가지로 천국만큼 길어서 끝날 줄을 모른다’고 언급했다. 교향곡 속에서 전통적으로 짧게 흥겨운 포인트를 형성하는 무곡 악장마저도 슈베르트는 장편소설급 길이를 성취하는 것이다. 알프스 지역의 3박자 민속무곡인 렌틀러와 같은 주부에 이어, 중간부는 보헤미안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소박한 왈츠의 분위기를 표방한다. ‘그레이트’ 교향곡을 규정하는 표현으로 자리잡게 된 ‘천국 같은 길이’는 이후 피날레까지 이어지게 된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vivace 제4악장은 회오리치는 속도감에다가 무려 1153마디에 달하는 피날레로, 연주자들에게 높은 집중도를 요구한다. 특히 제2주제 부분에서 바이올린 군이 같은 음형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기 때문에 런던에서 공연될 때 바이올린 주자들이 악보가 터무니없다며 폭소를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목관은 곳곳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적인 감성을 꽃피우는데 발전부에서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와 닮은 가락을 연주하여 베토벤 교향곡 9번과의 강한 연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교향곡이 실제로 공연되는 것을 거의 들은 바가 없었을 텐데도 오로지 상상만으로 이토록 독창적인 음향체와 결과물을 창조해낸 것이다.
Richard Strauss - Don Juan Op. 20 (Erich Leinsdorf with Staatskappelle Berlin)
R. Strauss: Horn Concerto no 2 - Szabolcs Zempleni (Horn), Dariusz Mikulski (Conductor), TPO
Schubert - Symphony No 9 in C major, D 944 - Muti
Stefan Dohr: R. Strauss' Horn Concerto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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